소설리스트

닳고닳은 뉴비-946화 (946/1,000)
  • 외전 72화 남녀탐구생활 (2)

    한편.

    이산하의 시청자들은 아까 전부터 켜진 방송에 몰려와 문제에 대해 토론 중이었다.

    Q. ‘아무거나 상관없어. 오빠 먹고 싶은 것 먹자’에 숨겨져 있는 여자의 진짜 의도를 고르시오.

    -<1. 센스 있게 내가 지금 먹고 싶은 거 딱 맞춰서 그걸로 골라 봐.>

    -<2. 오빠가 먹고 싶은 거랑 내가 먹고 싶은 게 딱 겹쳤으면 좋겠어.>

    -<3. 진짜 진짜 엄청 맛있는 거 먹자.>

    -<4. 정말로 아무거나 상관없으니까 오빠가 먹고 싶은 거 골라.>

    -<5. 그냥 먹지 말자.>

    -저건 1아니냐? 약간 답정너?

    -아니 2지

    -1이랑 2의 차이는 뭐임?

    -2가 더 악질임.

    -ㄴ 맞음 1은 그냥 순수 자기 욕심인데 2는 거기에 남자를 실망시키고싶지 않다는 욕심까지 +임

    -ㄴ 난 내가 먹고싶은거 먹고 내 마음까지 편해야겠다 이건가

    -ㄴ 악질이라고 할것까지야? 남자중에도 저런사람 많음

    -ㄴ 그냥 사람 차이라고 하자ㅋㅋㅋㅋ

    -ㄴ ㅇㅈ사바사지 솔직히ㅇㅇ

    -의외로 4일수도?

    -ㄴ 그건 산하언니가 고른 답이잖아...무조건 오답이라 본다

    -ㄴ 단순퀸 산하눈나...

    -솔레이크쟝...3번을 고르다니...제일 답 아닌 것 같은데...

    -ㄴ 그 와중에 5번 고른 분은 뭐얔ㅋㅋㅋㅋㅋ누구야ㅋㅋㅋㅋㅋ

    -ㄴ 매력있으시당 ᕱ ᕱ

    ♥(๑˙ϖ˙๑ )

    .

    .

    그 와중에 문제가 넘어가고 다음 문제가 떴다.

    Q. 다음 SNS 메시지 단체방 멤버들 중에서 약속 장소에 가장 먼저 도착한 사람을 고르시오.

    -<1. A: 다들 어디냐?>

    -<2. B: 나 이제 출발ㅈㅅ.>

    -<3. C: 미안! 나 5분 정도 늦을 것 같다ㅠㅠ.>

    -<4. D: 어디로 가야 되냐?>

    -<5. E: (안 읽음).>

    -아ㅋㅋㅋ남자어는 자신있지!

    -무슨 문제든 풀어주마!

    -...어?

    -뭐야???

    -?????

    -왤케 어려움;;;

    .

    .

    처음엔 자신감을 보이던 시청자들이 당황한 모습을 보인다.

    -와 첫문제부터 ptsd오네 저거 ㄹㅇ 내단톡이랑 똑같음

    -이거 답 알겠다. A임. 제일 쳐늦을 것 같아서 미리 눈치보면서 다들 어디냐고 간보는거임

    -ㄴ ㅇㅈ내가 종종 저럼...너무 늦을거같으면 그냥 약속 안나갈라고,,,근데 가끔 운좋게 애들도 나랑 같은 상태일수 있으니까...만약 애들이 다 와있거나 거의 다 온 상태면 택시타고라도 가야지 뭐....ㅠㅠ

    -ㄴ ㄴㄴ나는 다 와서 약속장소 도착 직전에 물어보는데?

    -이건 B가 제일 늦은거 아님? 상식적으로. ㅈㅅ이라며, 죄송하다고 하는 걸로 봐선 지각확정이니까 젤 늦은거아냐?

    -ㄴ 남자들은 애초에 늦은걸로 사과 잘 안함ㅋㅋ저건 그냥 B가 착한거임. 착한애들은 잘 안늦음

    -ㄴ 아닌데? 내가 보기에 B는 지금 침대에서 일어났는데?

    -ㄴ 지금 출발한다=나 지금 막 다 씻었다 OR 이제 침대에서 일어났다

    -C는 입벌구네 뭔 5분이여 ㅅㅂ 저런말하는 애들은 꼭 50분 늦더라

    -ㄴ 50분은 에바고ㅋㅋㅋㅋ근데 5분보다 더늦긴 할 듯. 한 10분? 15분?

    -D는 아예 약속 장소도 모르네ㅋㅋㅋㅋㅋㅋㅋ죽여야한다

    -ㄴ ㄴㄴ의외로 D가 제일 일찍왔을 수 있다

    -ㄴ ㅇㄱㄹㅇ D가 진국임. 벌써 약속시간 전에 지하철역 같은데 도착해서 이제 몇 번출구인지만 알면 되는 단계인 듯.

    -ㄴ ㅇㅇㅇㅇ맞음. D가 제일 먼저 도착할 가능성 높음. 진짜 약속장소 몰랐어도 최소한 버스나 지하철은 탄 단계

    -E가 변수네...

    -ㄴ 맞음 E는 둘중 하나임. 이미 도착해서 기다리고 있거나 아니면 아예 오늘 약속있는거 자체를 까먹고있거나...

    .

    .

    다들 의견이 분분하다.

    하지만 정답을 미처 채 고르기도 전에 다음 문제들이 연달아 날아든다.

    Q. 다음 SNS 메시지 대화에서 남자의 ‘씻는다’는 무슨 의미일까?

    여: 오빠...아까는 전화 중간에 끊어서 미안ㅠㅠ

    남: 응? 아아 괜찮아

    여: 부장님이 갑자기 추가 업무를 주셔서...ㅠㅠㅠ

    남: 그럴 수도 있지ㅋㅋㅋ

    여: 지금은 뭐해? 전화 가능해?

    남: 나 이제 씻으려했지ㅇㅇ

    -<1. 전화가 도중에 끊어져서 서운했다.>

    -<2. 전화가 도중에 끊어져서 서운했고 내 기분이 풀릴 때까지 계속 나를 달래줘라.>

    -<3. 나중에 내 기분이 풀렸을 때 연락하겠다.>

    -<4. 진짜 씻을거다.>

    -<5. 게임하러 갈거임.>

    Q. 다음 남자의 말 중 사실인 것은?

    -<1. 네가 내 첫사랑이야.>

    -<2. 손만 잡고 잘게.>

    -<3. 오빠가 나온 부대가 제일 힘들었어.>

    -<4. 내가 왕년에는 여기 꽉 잡고 있었지. 다 부질없는 옛날 일이지만.>

    -<5. 아까 그 여자? 하나도 안 예쁘던데. 뭐가 예쁘다는 건지 모르겠다.>

    Q. 다음 남자의 말 중 해석이 잘못된 것을 고르시오.

    -<1. 게임 진짜 X같이 하네=당신은 게임을 정말 잘 하시는군요.>

    -<2. 이따위 똥겜 안 하고 말지=한 판만 더 하겠습니다.>

    -<3. 게임이 뭐 이따위야?=제가 아직 게임에 적응을 못 했습니다.>

    -<4. 아 눌렀는데 왜 안 돼=늦게 눌렀다.>

    -<5. 아 막았는데 왜 이래=못 막았다.>

    Q. 다음 남성 언어의 특징으로 옳지 않은 것은?

    -<1. 남자가 사용하는 문장은 대체로 짧고 구조적이다.>

    -<2. 남자들의 음색(톤)은 주로 세 가지 톤이다.>

    -<3. 남자는 대화 도중에 ‘으음’, ‘에’ 등의 간투사를 많이 사용한다.>

    -<4. 남자아이들은 여자아이들에 비해 말을 입 속으로 중얼중얼한다.>

    -<5. 남자아이들은 여자아이들보다 말을 빨리 시작한다.>

    -어려운데...?

    -하나도 모르겠음;;;

    -의견들이 왤케 분분해ㅋㅋㅋㅋㅋ

    -아니 마지막이랑 마지막에서 두번째는 진짜 어려운거 아니냐?ㅋㅋㅋㅋㅋㅋ

    .

    .

    “으으으, 이게 다 뭔 말이야!”

    “모르겠다. 남자 너무 어려워!”

    진짜 어려운 문제들의 향연에 이산하와 솔레이크는 고전하고 있었다.

    ……그때.

    파파파파파파파팟!

    지금까지 나왔던 문제들이 모조리 풀려 나가기 시작했다.

    “답은 243254124215…….

    죠르디. 그녀가 엄청난 속도로 문제들을 풀어 나가고 있었다.

    쨍그랑! 쨍그랑! 쨍그랑! 쨍그랑! 쨍그랑! 쨍그랑!

    서큐버스 퀸의 디버프 마법진이 요란한 소리를 내며 연달아 깨져 나갔다.

    이산하와 솔레이크가 입을 딱 벌렸다.

    “이, 이럴 수가! 어떻게 제일 남자와 연이 없어 보이는 사이코 또라이가 이토록 남자를 잘 아는 거냐구!?”

    “믿을 수 없다!”

    “……흥. 이게 성숙한 어른이라는 것이다.”

    죠르디는 콧방귀를 뀌었다.

    ‘미연시 게임 역하렘만 주구장창 팠다고는 말 못 하지……. 과금도 엄청 했으니까…….’

    물론 겉과 생각은 조금 달랐지만 말이다.

    그때.

    “대단하군. 남자에 대해 정말 많이 아는구나 너.”

    이우주가 옆에서 죠르디에게 칭찬을 했다.

    순간.

    ‘헛!? 너, 너무 남자 경험이 많은 여자처럼 보이려나?’

    죠르디의 얼굴이 빨갛게 변한다.

    그녀는 더듬거리는 말투로 이우주를 향해 변명했다.

    “그, 그렇다고 사귄 경험이 많은 건 아니고. 그, 그냥 이 몸을 따라다녔던 남자들이 좀 많아서…… 그냥 걔네가 맘대로 주절거리는 것들을 꽤나 들어서 말이야. 딱히 사귀었다거나 썸을 탔다거나 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

    죠르디가 드물게도 횡설수설하자 이우주는 고개를 갸웃했다.

    ‘레이드에 필요한 정보인가?’

    이우주가 죠르디의 말이 무슨 의미인지 생각해 보려고 할 때.

    [호호호호- 아직 안 끝났다! 진짜는 지금부터야!]

    서큐버스 퀸이 또다시 문제들을 날려 보내기 시작했다.

    이제는 남자와 여자 모두에 관한 문제들이었다.

    Q. 남녀의 생물학적인 차이에 대한 설명으로 옳은 것을 고르시오.

    -<1. 남성의 교량(뇌들보)가 여성에 비해 월등하게 발달되어 있다.>

    -<2. 남성이 평균적으로 더 강한 저항력과 면역력을 갖는다.>

    -<3. 몸의 지방질은 약 25%로 남성에서 더 많이 분포한다.>

    -<4. 남성의 평균 수명은 약 82세이다.>

    -<5. 여성은 일생동안 약 400개의 난자를 생성한다.>

    Q. 여성의 공간지능에 대한 설명으로 옳은 것을 고르시오.

    -<1. 차창에 일정한 양의 빗방울이 고였을 때 주로 와이퍼를 작동시킨다.>

    -<2. 차원 물체를 조립하는 능력, 수학적 추리능력이 남성보다 뛰어나다.>

    -<3. 속도, 거리, 각도, 방향을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는 능력이 남성보다 뛰어나다.>

    -<4. 지도를 읽거나 도로 안내판 보는 것을 즐겨 한다.>

    -<5. 공간지능을 담당하는 특정 위치가 있는 것이 아닌 뇌 전반을 모두 활용한다.>

    .

    .

    서큐버스 퀸도 작정을 했다.

    대학에서나 배울 법한 시험문제들이 연달아 쏟아지자 이산하, 솔레이크, 죠르디 모두가 주춤할 수밖에 없었다.

    “이, 이런 건 진짜 못 풀겠는데.”

    “어찌어찌 풀 수 있다. But. 시간이 부족.”

    “으윽. 나는 대학생인데도 왜 못 풀겠지……?”

    세 여자는 낙담한 표정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유일한 희망이었던 이우주마저 여자 문제에는 영 문외한이었으니 말이다.

    그때.

    -무명의 겜덕후  3021: 아직 많이 부족하구나

    누군가가 채팅창에 글을 썼다.

    어째서인지 그 채팅만큼은 이우주의 눈에 한번에 들어왔다.

    -무명의 겜덕후  3021: 여자도 여자의 마음을 모르고 남자도 남자의 마음을 모르나니……

    -무명의 겜덕후  3021: 어쩌면 그냥 타인의 마음 자체가 알기 어려운 것일지도.

    -무명의 겜덕후  3021: 이번만 내 가르침을 줄 터이니 앞으로는 스스로의 힘으로 해 보시게 젊은이들ㅎㅎ

    동시에. ‘무명의 겜덕후 3021’은 채팅창에 몇 개의 숫자를 입력하기 시작했다.

    이우주는 혹시나 싶어 그가 일러 준 숫자들대로 선택지를 골랐다.

    그러자.

    -띠링!

    <여자어(女子語) 이해에 성공하였습니다!>

    <남자어(男子語) 이해에 성공하였습니다!>

    <서큐버스 퀸의 마법진이 파훼됩니다!>

    시야를 가득 채우고 있던 디버프 마법진들이 놀라운 속도로 깨져 나간다.

    “세상에!”

    “이건 기적! miracle!”

    “……대, 대체 어떻게?”

    이산하, 솔레이크, 죠르디가 놀란 눈으로 이우주를 돌아본다.

    그리고 이우주 역시도 놀란 표정으로 채팅창을 바라보고 있었다.

    “……당신은 누구십니까?”

    이우주는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그러자 채팅창의 현인(賢人)이 키보드를 놀렸다.

    -무명의 겜덕후  3021: 이름을 밝힐 정도로 대단한 사람은 못 된다네.

    -무명의 겜덕후  3021: 하지만 이 말만은 꼭 해주고 싶군.

    -무명의 겜덕후  3021: 게임은 혼자서 하기에 좋은 놀이임과 동시에 여럿이서 즐기기 좋은 유희이지.

    -무명의 겜덕후  3021: 자신의 내면에 몰두할 수 있는 기회임과 동시에 여러 사람의 세계와 교류할 수 있는 인문학의 장이라 이거지.

    -무명의 겜덕후  3021: 남녀를 떠나 사람의 마음 그 자체를 이해하려는 시도를 해야 더욱 더 재미있게 게임을 즐길 수 있다네.

    -무명의 겜덕후  3021: 타인과의 관계를 모두 포기하면 게임을 잘할 수는 있겠지만 즐길 수는 없어. 결코 정점에 설 수도 없지.

    -무명의 겜덕후  3021: 진정코 게임을 즐기면서 정점까지 가고 싶다면 타인을 이해하는 과정을 먼저 거쳐야 하네.

    -무명의 겜덕후  3021: 요즘처럼 남녀갈등이 심한 시기에는 더더욱 말일세. 허허허허-

    .

    .

    “……흐음.”

    이우주는 일리가 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 보니 예전에 아빠도 비슷한 말을 했었던 것 같아. 사람을 먼저 이해해야 한다고. 하지만 아빠는 맨날 게임만 했었는데…… 언제 다른 사람들과 그렇게 교류를 하고 유대감을 쌓았던 걸까. 그리고 그 복장이 과연 다른 사람을 이해하는 복장이었을까?”

    여러 가지 의문점이 남기는 하지만 일단 채팅창의 현자 ‘무명의 겜덕후  3021’의 조언은 새겨들을 만한 것이었다.

    ‘……역시 세상은 넓고 고수는 많아. 더더욱 분발해야겠어.’

    이우주는 ‘무명의 겜덕후  3021’에게 고개를 꾸벅 숙여 보이고는 채팅창을 껐다.

    쿠-오오오오오!

    눈앞에는 서큐버스 퀸이 무시무시한 아우라를 뿜어내고 있다.

    디버프 마법진들이 모조리 깨져 나간 탓에 마나가 얼마 남지 않았는지, 서큐버스 퀸은 공격 패턴을 슬슬 물리 공격 메타로 전환할 조짐을 보이고 있었다.

    …슈로로로로록!

    그녀의 아름다운 금발 머리카락들이 마치 뱀과 채찍처럼 꿈틀거리며 공격 준비를 한다.

    그것을 본 이산하가 외쳤다.

    “동생! 이제 어쩌지!?”

    “……나라고 마냥 당하고 있었던 것은 아니야. 문제들이 출제되는 동안 계속 머리카락 공격의 패턴과 특징을 파악하고 있었어. 유일한 골칫거리였던 마법진이 무효화되었으니 이제 레이드도 가능해!”

    이우주는 태양살의 화살을 들어 올리며 이어서 대답했다.

    “서큐버스 퀸의 저 머리카락을 역이용할 거야. 가자!”

    “오케이!”

    이우주의 오더를 듣고 전방을 향해 힘찬 대답을 발사하는 세 여자들.

    이제부터는 본격적인 반격의 시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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