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닳고닳은 뉴비-945화 (945/1,000)

외전 71화 남녀탐구생활 (1)

보스방의 문이 열렸다.

이산하, 이우주, 솔레이크, 죠르디의 눈앞으로 아름다운 자태의 한 여성이 모습을 드러냈다.

<서큐버스 퀸 ‘???’> -등급: A+ / 특성: 어둠, 이상성욕, 레이디 퍼스트, 양자택일, 침어낙안(沈魚落雁)

-서식지: 악의 고성, 고독 못.

-크기: 1.7m.

-‘악의 고성’의 안주인.

뜨거운 정열과 집착 때문인지 항상 체온이 높다.

100마리나 되는 서큐버스들을 통솔하고 교육하는 초엘리트 서큐버스.

그 미모와 매력은 가히 몽마의 수장이라 불릴 만하다.

몽마의 여왕이 강림했다.

무려 위험등급 A+등급의 엘리트 몬스터.

‘어둠 대왕’과 함께 드넓은 악의 고성을 반으로 나누어 지배하는 최종 보스이다.

소름이 끼치도록 아름다운 얼굴 밑으로 폭포수처럼 풍성한 머릿결이 윤기를 흘리고 있었다.

마치 황금 비단의 한 자락을 베어 온 것처럼 아름답게 반짝이는 금발의 머리칼 위로 붉게 물든 두 개의 뿔이 위엄 있게 돋아나 있는 것이 보인다.

이우주는 침음을 삼켰다.

“……서큐버스 퀸. 과거 아빠의 아스모데우스 공략 영상에 나왔었지.”

“아 그거? 아빠의 공략들 중에서도 유독 정신 나간 공략으로 유명하잖아. 아랍 캡슐을 사 오질 않나, 미연시 게임을 하질 않나.”

이산하 역시도 실소를 머금는다.

뭐, 어쨌든. 눈앞에 있는 서큐버스 퀸은 본디 고정 S+급 몬스터인 ‘색욕의 악마성좌 아스모데우스’의 하위호환이라 불릴 정도로 강력한 몬스터였다.

“비록 아빠가 용자의 무덤에서 잡았던 개체와는 다른 개체 같지만…… 뭐, 상관없지. 레이드 개시다!”

이산하의 외침과 함께 본격적인 레이드가 개시되었다.

[호호호호- 건방진 침입자들이구나. 어디 용기만큼이나 실력도 있는지 한번 볼까?]

서큐버스 퀸이 머리카락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쉬리릭-

윤기 흐르는 금발이 쭉쭉 늘어나는가 싶더니 이내 커다란 뱀처럼 날아들어 돌바닥을 후려갈겼다.

…콰콰콰쾅!

뒤편에 있던 석상과 돌기둥, 바닥과 벽이 쫙 갈라져 천장까지 무너져 내렸다.

간발의 차이로 그것을 피한 이우주는 식은땀을 흘리며 중얼거렸다.

“엄청난 물리공격력이다. 과연 서큐버스 퀸의 머리카락은 대단하군.”

“그러게? 겉보기엔 그냥 부드럽고 윤기 흐르는 머리카락인데. 거의 최상급 옵의 채찍이랑 맞먹네.”

이산하 역시도 화살을 날리며 미간을 찌푸렸다.

원딜러에게 있어서 저런 식의 맞원딜은 상대하기 까다롭다.

더군다나 서큐버스 퀸의 머리카락은 마치 하나하나가 자아를 가진 듯 움직이고 있어서 근접 전투를 벌이는 솔레이크와 죠르디에게도 충분한 위협이 되고 있었다.

“다만 다행인 것은 속도. 머리카락의 공격속도가 그리 빠르지는 않다는 거야.”

이우주는 날아드는 머리카락 공격을 피해 위로 점프하며 오더를 내렸다.

“지금이다!”

이우주는 발견한 틈을 노려 반격을 가했다.

태양살의 화살이 작살처럼 뻗어 나갔고 그와 동시에 ‘곤장형’ 특성과 ‘그림자 분신’ 특성이 발동되었다.

…쉬이익!

흑해의 무영왕을 잡고 얻은 그림자 능력에 의해 이우주의 몸이 열 개로 늘어났다.

마몬이 제작해 준 무기에 붙어 있던 곤장형 특성이 1~9사이의 추가타를 랜덤으로 쏟아 내었다.

퍼퍼퍼퍼퍼퍼퍼퍼펑!

순식간에 34번의 공격이 서큐버스 퀸의 전신에 퍼부어졌다.

“이 정도라면 딜링이 수월하겠어. 서큐버스 퀸은 S급 몬스터가 아니라 A+급 몬스터이니 굳이 만 번의 터치다운을 성공시킬 필요도 없겠지. 얼른 잡아 버리자!”

“오케이!”

이우주의 오더에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호호호호- 팔팔한 꼬마들이네. 머리카락으로 묶기에는 조금 빠른 것 같고. 그러면 발을 좀 묶어 볼까나?]

서큐버스 퀸은 전혀 동요하지 않았다.

[자, 여기서 퀴즈~]

이윽고, 그녀의 입술이 열리며 고혹적인 목소리가 새어 나왔다.

그 대상은 이우주였다.

츠츠츠츠츠츠……

이우주의 눈앞에 스크린 하나가 떴다.

Q. 다음 중 여자가 돌려 말하지 않은 한 가지를 고르시오.

-<1. 오늘은 안 데려다 줘도 돼.>

-<2. 피곤하면 그냥 집에서 쉬자.>

-<3. 아무거나 상관없어. 오빠 먹고 싶은 것 먹지, 뭐.>

-<4. 우와, 이 목걸이 되게 예쁘다. 그치?>

-<5. 나? 화 안 났는데? 진짜 괜찮아.>

워낙 경황이 없던 중이라 이우주는 깊게 고민할 여유가 없었다.

“뭐지? 3번인가?”

이우주가 3번 선택지를 고르는 순간.

삑-

오답을 알리는 신호음과 함께 이우주의 발이 묶였다.

-띠링!

<여자어(女子語) 이해에 실패했습니다!>

<앞으로 1분간 이동속도가 10% 감소합니다.>

이우주의 얼굴빛이 새파랗게 질렸다.

“헉!? 안 돼!”

발이 느려지는 것이 느껴진다.

서큐버스 퀸의 머리카락 채찍이 귓불을 스치고 지나가 뒤편의 돌기둥을 두부 으깨듯 박살 내 놓았다.

콰콰콰쾅!

그것을 본 이우주의 등골이 식은땀으로 젖어 간다.

“……그래 맞아. 아빠의 동영상에서도 이랬었어. 여자들의 언어를 이해하지 못하면 죽는 패턴. 한 문제라도 틀리게 된다면 엄청난 디버프와 함께 데미지를 입게 되겠지.”

그 당시 아빠와 아스모데우스가 펼쳤던 엄청난 격전들을 이우주는 똑똑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지금 내가 왜 화났는지 몰라? -나 이러려고 만나? -뭐가 미안한데? -네가 그래서 안 되는 거야. -나 집에 갈래. -화났어? -것 봐 화난 거 맞네. 왜 아닌척해? -나는 화 안 났는데? -일이 중요해 내가 중요해? -나한테 뭐 잘못한 거 있지? -솔직하게 말해. -또 뭐? 또. 또. 또. -나 살찌지 않았어? -그런 걸 왜 사? -내가 이럴 줄 알았어. -준비했다는 게 이거야? -이거 하나 해 주는 게 그렇게 어려워? -그 자식 이야기를 왜 꺼내 여기서? -내 이럴 줄 알았다. -핸드폰 좀 보여 줘. -네가 그렇지 뭐. -변했네. -너 왜 자꾸 지각하냐? -누가 그렇게 빨리 나오래? -관리 좀 해. -외롭게 만든 사람 책임 아니야? -듣고 있어? -뭐라고 말 좀 해. -나 뭐 바뀐 거 없어? -네가 뭘 그리 잘났는데? -됐어, 이 얘기 그만하자. -그래서 뭘 어쩌자는 건데? -결론만 얘기하자. -그러는 너는? -스케쥴 안 짜 왔어? -내일 무슨 날인지 알아? -오늘이 무슨 날인지 알아? -어제가 무슨 날이었는지 알아? -내가 이쁜 거 봐뒀는데 보러가자. -(두리번두리번)내가 이런 걸 어떻게 해?  -좋아? -좋았어? -좋댄다. -그래서, 걔야 나야? -다 봤어. 가져와. -데려다줘. -그 친구들 만나지 마. -여자가 조신하지 못하게. -남자가 쪼잔하게. -나라서 너 만나준다. -솔직히 나는 개념 있는 편이지. -뭐 먹고 싶냐고? 아무거나. -이벤트 뭐 없어? -연락하지 마. -연락하지 말랬다고 진짜 안 해? -핸드폰 왜 꺼놔? -이거 비밀번호 뭐야. -사 주고나 말해~ -얘기 좀 해. -얘 번호 지우고 차단해. -ㅇㅇ한테 들었어. 어젯밤에 어디 있었어? -그딴 거 살 돈 있으면 나한테 뭐라도 더 해 줘라. -나한테 잘해. -이해가 안 돼. -나 원래 그래~ -요즘 아무도 안 그래. -그럼 걔 만나든가. -놔. 말도 하기 싫으니까. -난 엄마랑 같이 살 거야. -내가 걔보다 못한 게 뭔데? -너 변태야? -내가 쉬워 보여? -너네 부모님은 왜 그러냐? -중요한 건 팩트가 아니라 내 기분이지. -웃기고 있네. -그 얘기 한번만 더 꺼내면 나 너 다신 안 본다? -……지금 욕했어?

.

.

실로 무시무시하게 이어지던 공방전.

“……으음. 한 번이라도 틀리면 치명타인데. 그렇다고 여자들의 언어를 잘 아는 것도 아니고.”

이우주는 처음으로 자신 없는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지금껏 이성 친구와 이야기해 본 경험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그때, 뒤에 있던 이산하가 이죽거리며 말했다.

“오이오이, 동생쿤. 웬일로 자신 없는 모습?”

“여자어 퀴즈 패턴이라잖아.”

“너 모쏠이지? 학교에서 친하게 지내는 여자 사람 친구도 없고.”

“……없지. 그게 뭐.”

이우주가 짜증을 내자 이산하는 풉풉 웃으며 거들먹거리듯 말했다.

“동생아. 쓸데없는 걱정일랑 하지 말라 이거야. 여기에 듬직한 여장부가 셋이나 있잖냐!”

“호오.”

그 말에 이우주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 아빠가 아스모데우스를 공략할 때와의 차이점.

그것은 바로 이쪽에는 남녀 파티원이 골고루 섞여 있다는 것이다.

‘처음으로 누나를 둔 보람을 느꼈어. 이건 정말로 생경한 감각이로군.’

이우주는 껄껄 웃고 있는 이산하를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바로 그때, 이산하의 말에 응답이라도 하듯 서큐버스 퀸이 문제를 던졌다.

Q. ‘아무거나 상관없어. 오빠 먹고 싶은 것 먹자’에 숨겨져 있는 여자의 진짜 의도를 고르시오.

-<1. 센스 있게 내가 지금 먹고 싶은 거 딱 맞춰서 그걸로 골라 봐.>

-<2. 오빠가 먹고 싶은 거랑 내가 먹고 싶은 게 딱 겹쳤으면 좋겠어.>

-<3. 진짜 진짜 엄청 맛있는 거 먹자.>

-<4. 정말로 아무거나 상관없으니까 오빠가 먹고 싶은 거 골라.>

-<5. 그냥 먹지 말자.>

또다시 모두의 눈앞에 속박 마법진이 생겨난다.

퀴즈의 정답을 맞히지 못한다면 바로 덮칠 기세였다.

그러자 이산하가 큰 소리로 웃기 시작했다.

“우하하하! 이런 쉬운 문제를 문제라고 내다니! 여자 외길 20년차! 고작 이런 것을 못 맞힐쏘냐!”

이산하는 당연하다는 듯 외쳤다.

“정답은 당연히 4번! 왜냐? 여자는 분명히 아무거나 상관없다고 말했고 오빠 먹고 싶은 것을 먹자고 했기 때문이다-아!”

그러자 옆에 있던 솔레이크가 혀를 끌끌 차며 고개를 저었다.

“산하. 바보. 지나치게 단순한. 누가 그 말을 그대로 해석하나? 답은 3번이다. 여자는 아무거나 먹어도 상관없을 정도로 배가 고픈 상태. 그러니 당연히 맛있는 게 먹고 싶을 것이 분명. 고로 답은 3번!”

하지만 죠르디는 앞의 두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 듯했다.

“나는 5번 같은데. 자기 메뉴의 선택권을 남에게 양보했다는 시점에서 이미 식사라는 행위 자체에 아무런 흥미를 느끼지 못하고 있는 것이 틀림없어. 만약 식사에 관심이 있었다면 주체적으로 능동적으로 메뉴를 선택했겠지.”

이산하, 솔레이크, 죠르디의 의견이 각각 다르다.

“야, 이 여알못들아! 여자 알지도 못 하네 진짜! 내가 여자로 20년 살아 봐서 안다고! 어휴, 답답!”

“나는 뭐 남자로 살았나. 나도 여자로 20년 살았다.”

“늬들은 여자라기 보다는 암컷 고릴라 같은데? 내 답이 맞다니까.”

그녀들이 티격태격 싸우는 동안.

삑-

오답을 알리는 신호음과 함께 세 여자의 발이 동시에 묶여 버렸다.

-띠링!

<제한시간이 경과되었습니다.>

<여자어(女子語) 이해에 실패했습니다!>

<앞으로 1분간 이동속도가 10% 감소합니다.>

“안-돼애애애애애애!”

이산하, 솔레이크, 죠르디 역시도 머리카락 채찍에 맞아 더 뒤로 날아간다.

“크윽!?”

쓰러져 있던 이산하와 솔레이크가 입가의 피를 닦으며 일어났다.

“생각해 보니 우리는 모두 외모, 성격, 능력, 뭐 하나 빠지는 것이 없는 성숙하고 매력적인 여성들! 차라리 여자보다는 남자에 대한 퀴즈에 더 강할지도 몰라!”

“맞다. 나도 사실 여자에는 관심 무. 남자가 더 좋다. 남자 관련 퀴즈 줘라.”

“……늬들이 뭐가 성숙하냐.”

하지만 죠르디의 마지막 지적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닥쳐! 남자! 남자를 줘!”

“남자 퀴즈. 원해요! Give me a man!”

이산하와 솔레이크의 뜨거운 항의에 서큐버스 퀸조차도 흠칫할 정도였다.

이윽고.

[……뭐, 알겠다. 그렇게나 자신 있다면.]

서큐버스 퀸이 남자어(男子語)에 대한 퀴즈를 내기 시작했다.

Q. 다음 SNS 메시지 단체방 멤버들 중에서 약속 장소에 가장 먼저 도착한 사람을 고르시오.

-<1. A: 다들 어디냐?>

-<2. B: 나 이제 출발ㅈㅅㅈㅅ.>

-<3. C: 미안! 나 5분 정도 늦을 것 같다ㅠㅠ.>

-<4. D: 어디로 가야 되냐?>

-<5. E: (안 읽음).>

시작부터 만만치 않은 난이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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