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닳고닳은 뉴비-926화 (926/1,000)
  • 외전 52화 Fly me to the Moon (3)

    -<월궁함의 부러진 열쇠조각 B> / 재료 / S

    월궁(月宮)에 존재하는 함의 열쇠.

    두 조각으로 부러져 있다.

    -특성 ‘융합’ 사용 가능 (특수)

    ‘부러진 열쇠 조각 B’.

    뒤에 B라는 알파벳이 붙어 있다는 것은 어딘가에 짝을 이루는 A 아이템이 있다는 뜻이다.

    게임을 조금이라도 플레이해 본 경험이 있는 게이머라면 당연히 추리할 수 있는 사실이었다.

    “달의 파편들 사이에서 젠되는 보스몹을 잡고 이런 아이템을 얻었어요.”

    “흐음.”

    이산하의 말을 들은 튜더는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달에서 온 듯 기묘한 외형을 가진 산갈치와 실제로 초심해 깊숙한 곳까지 떨어져 가라앉은 달.

    그리고 이 기묘한 아이템까지.

    이산하, 이우주, 솔레이크는 여기까지 오면서 수없이 토론하고 토의했던 바 있었다.

    분명 이 공간에는 자신들이 아직 모르는 무언가가 있다고 말이다.

    “…….”

    한편, 튜더는 아이템을 처음 본 뒤부터 계속 침묵하고 있었다.

    희미하게나마 떨리는 눈빛으로 말이다.

    …….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그는 나지막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이 아이템에 대한 논의를 진행하기 전에, 너희들에게 묻고 싶은 게 있단다.”

    “네. 물어보셔요.”

    “너희들이 이 아이템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너희들과 나 말고 또 누가 알고 있지?”

    튜더의 질문에 이산하, 이우주, 솔레이크는 잠시 멈칫했다.

    이윽고, 이산하가 작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아무도 몰라요.”

    “그렇구나. 그럼 됐다.”

    튜더는 계속해서 연달아 질문을 이어 가기 시작했다.

    “……너희들은 몇 살이지? ……현재 직업은? ……부모님에 대해서는 얼마나 알고 있니? ……게임 경력은 몇 년 차지? ……스트리밍 경험은?”

    그것은 아주 기본적인 신상에 대한 질문들.

    마치 취업 면접 자리에서 사장이 입사대상자에게 물어볼 법한 것들이었다.

    이윽고, 튜더는 본론을 꺼내놓았다.

    “우리 ‘로얄블러드’ 길드는 게임 속의 길드임과 동시에 현실의 기업이지. 또 프로세계의 구단이기도 하다.”

    그 점에 대해 모르는 사람은 없다.

    의아한 눈빛을 보내오는 이산하, 이우주, 솔레이크를 향해 튜더는 눈을 빛냈다.

    “하지만 우리 구단에서는 단순히 PVP에 특화된 플레이어들만을 영입하지는 않아. 파이오니아, 아니 스트리머라고 하는 편이 더 낫겠군. 우리는 이들 또한 육성하고 지원한다. MCN, 즉 다중 채널 네트워크 회사이기도 하지. 인터넷 스타를 육성하고 지원하기 위한 기획사라는 뜻이야.”

    “그런가요?”

    “그래. 우리의 서포트가 있다면 100만 유튜버가 되는 것은 하루아침에도 가능한 일이지. 골드 버튼쯤이야 하루 만에 누를 수 있다는 거야. 단 24시간 만에 말이야.”

    그것은 확실히 대단한 일이었다.

    하지만 여기서 끝이 아니다.

    “그뿐만이 아니다. 우리 길드에서는 이들에게 따로 급여까지 제공하지. 원화로 따지면 1억 이상이다.”

    1억이라는 말에 이산하, 이우주, 솔레이크

    “와, 연봉이 1억이라니. 엄청 대단하네요.”

    이산하의 말에 튜더는 피식 웃었다.

    “우리 길드를 너무 짠돌이로 보는군. 작정하고 키우는 유망주들에게 설마 급여를 그것뿐이 안 주겠나?”

    “……네? 연봉이 아니었어요? 그, 그럼 설마 월급!?”

    이산하, 이우주, 솔레이크는 한번 더 깜짝 놀라 되물었다.

    하지만 튜더는 이번에도 고개를 저었다.

    “아니, 내가 말한 액수는 ‘주급’이란다.”

    연봉도, 월급도 아닌 주급.

    1주일마다 지급되는 돈이 1억.

    생각을 아득히 뛰어넘는 인플루엔서들의 보수에 이산하, 이우주, 솔레이크는 정신이 아득해지는 것을 느꼈다.

    “이, 일주일마다 1억이면 한 달에 얼추 4억이고 일 년으로 치면 거의 50억…….”

    “그것도 신인 기준의 기본급이지. 엘리뇨와 라니냐를 잡아 왔을 정도의 슈퍼루키라면 조건을 훨씬 더 좋게 쳐줄 수도 있다.”

    튜더는 본론을 꺼내 들었다.

    “나는 너희를 우리 ‘로얄블러드’ 길드의 일원으로 초대하고 싶다. 꼭 스카웃하고 싶어.”

    그는 이산하, 이우주, 솔레이크와 눈을 맞추며 한 마디 한 마디를 또렷하게 제안했다.

    “산하. 솔레이크. 너희들은 게임 실력도 뛰어나지만 외모 역시도 뛰어나니 순식간에 인플루엔서가 될 수 있을 거다. 계약서에 사인만 하면 단 일주일 안에 한국과 영국에서는 너를 모르는 사람이 없게 될 거야. 물론 그렇게 유명세를 탄 이후에는 따로 배우나 모델 활동 역시도 지원 가능하지. 온갖 명품, 자동차, 의류, 화장품 브랜드들에서 너희들에게 협찬을 주고 싶어 할 게 분명하다. 인생이 달라지는 거야.”

    튜더는 아예 손을 뻗어 이우주의 손까지 잡고 있었다.

    “우주. 너희 분석력은 몇 마디 나눠 보지 않아도 알 수 있다. 너는 아버지의 재능을 그대로 이어받았어. 너는 내 밑에서 단 몇 주만 전문 훈련을 받아도 순식간에 하이랭커가 될 수 있다. 이 세계의 정점에 서서 세계관과 인과율의 최전선을 달려 나갈 수 있다는 말이야. 그 뒤에는 우리 로얄블러드 길드가 있을 것이다. 아낌없는 정보와 아이템, 자금을 지원해 줄 수 있다. 네가 고개만 한 번 끄덕여 준다면 말이다.”

    튜더의 말은 굉장한 설득력을 가지고 있었다.

    이산하, 이우주, 솔레이크는 두 눈을 초롱초롱 빛내기 시작했다.

    “안 그래도 요즘 구독자 수가 정체되어서 고민이었는데…… 흐음.”

    “로얄블러드 길드의 정보력이 있다면 태양룡와 오만의 악마성좌를 잡는 데 걸리는 시간을 단축시킬 수 있겠어.”

    “나 배우. 하고 싶었다. 뮤지컬.”

    세 사람은 한동안 장밋빛 미래를 그리며 머리를 맞대었다.

    그리고 이내, 대장 격인 이산하가 튜더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런데 이 모든 게 정말 무상으로 제공되는 건가요? 저희가 계약서에 사인만 하면?”

    “음. 그것은 아니다. 단 한 가지 조건이 있어.”

    튜더의 말에 세 사람은 눈을 빛냈다.

    어떤 조건이라도 당장 수락해 버릴 기세로.

    ……이윽고. 튜더가 입을 열었다.

    “그 아이템을 내게 넘겨라.”

    부러진 열쇠조각. 튜더는 그것의 소유권을 자신에게 달라고 말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내. 세 사람의 입이 동시에 열렸다.

    “거절하겠습니다.”

    이산하, 이우주, 솔레이크는 누가 먼저랄까봐 같은 타이밍에 목소리를 냈다.

    그리고도 놀랐는지 서로를 쳐다본다.

    이윽고, 뜻이 통한 세 사람은 서로의 얼굴을 보며 피식 웃었다.

    “셋이 함께 죽어라 고생해서 얻은 것을 독단적으로 남에게 넘길 수야 있나.”

    “솔직히, 보여 줄 거면 우리 아빠에게 먼저 보여 줬겠지.”

    “모두의 꿈. 담겼다. 모두와 함께하는 모험. 좋다. 그리고 나 촉 좋다. 속물 본능 발동. 이 열쇠가 더 가치 있다.”

    이산하, 이우주, 솔레이크는 고개를 끄덕이며 스마트 워치를 뒤로 감췄다.

    “모델도 배우도 명품도 유명세도 다 좋지만…… 그것들은 가능한 스스로의 힘으로 쟁취하고 싶어요. 결과보다는 결과를 향해 나아가는 과정이 중요한 거라고 배웠거든요. 아빠한테.”

    이산하는 경계심 어린 눈빛으로 말했다.

    하지만 내심 불안하기도 했다.

    혹시나 튜더가 아이템을 빼앗겠다고 나온다면 지금 시점에서는 막을 방법이 없었기 때문이다.

    ‘너무 성급했어.’

    이산하는 자책했다.

    괜히 자기 때문에 동생과 친구에게 피해가 갈까 봐 말이다.

    ……하지만.

    그녀가 우려하던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하하하하하-”

    별안간 튜더의 입에서 커다란 웃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그는 눈물이 찔끔 나올 정도로 크게 웃으며 손으로 마른세수를 했다.

    “좋다. 통과.”

    “……네?”

    의아한 표정을 짓는 세 사람을 향해 튜더는 두 손을 들어 보였다.

    “미안하다. 사실 너희들을 시험해 봤다. 역시 그분들의 후손다워.”

    과거 세상을 구한 영웅들. 영광의 시절을 함께한 세계리그의 주역들.

    튜더는 만족스러운 듯 소파에 등을 기대며 말했다.

    “내가 방금 말했었던 소소한 조건 따위에 혹해서 모두가 힘을 합쳐 얻어 낸 히든 피스를 넘겼다면? 만약 너희들의 그릇이 그것밖에 되지 않았다면 나는 정말 크게 실망했을 거야. 하지만 합격! 너희들은 역시 대단하다. 과연 세월은 유수처럼 흐르고 새로운 세대는 앞으로 나아가는구나.”

    하지만 이산하, 이우주, 솔레이크는 뭔가 미심쩍은 기색이었다.

    “……소소한 조건 따위는 아니었는데. 진짜 혹했는데.”

    “시험이었다고? 으음, 100%의 진심 같아 보였는걸.”

    “맞다. 뻥인 것 같다. 제안 거절당하니 머쓱해서 시험 드립. 아님?”

    세 사람이 보내오는 수상하다는 듯한 눈초리에 튜더는 두 손을 내저으며 펄쩍 뛰었다.

    “아니다, 오해야! 진짜 너희들을 테스트해 본 거야. 이것을 믿고 맡길 수 있는 사람인지 확인해 보기 위해서였다!”

    튜더는 곧바로 자신의 결백을 증명했다.

    -띠링!

    이윽고, 이산하의 스마트 워치에 알림이 떴다.

    그것은 튜더가 이산하의 계정으로 아이템 하나를 전송한 결과였다.

    “……엥?”

    이산하는 튜더에게서 자신에게로 소유권이 넘어온 아이템의 정체를 확인해 보았다.

    홀로그램 창을 여는 순간.

    “어엇!?”

    세 사람의 입에서는 일제히 탄성이 터져 나왔다.

    그들의 놀란 얼굴을 본 튜더는 피식 웃었다.

    “열쇠 조각 하나를 어디에 두고 왔냐고 사람들이 묻거든…….”

    아이템 창이 모두의 망막에 반짝반짝 비친다.

    “새 시대에 두고 왔다고 해야겠군.”

    튜더의 시선 역시도 후발주자, 차세대 꿈나무들의 희망과 동경 어린 눈빛에 함께 뒤섞여 든다.

    -<월궁함의 부러진 열쇠조각 A> / 재료 / S

    월궁(月宮)에 존재하는 함의 열쇠.

    두 조각으로 부러져 있다.

    -특성 ‘융합’ 사용 가능 (특수)

    아주 오래 전, 세계리그에서 리타이어 될 당시에 얻었던 이 아이템을 바라보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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