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닳고닳은 뉴비-910화 (910/1,000)

외전 36화 아이템 제작 (2)

-띠링!

<‘경매장’에 접속했습니다!>

<중고월드 구역 연동 중……>

<당근프리마켓 구역 연동 중……>

<계정정보가 등록되어 있지 않은 이들의 검색 결과를 제외합니다>

<신뢰도가 낮은 거래자들의 검색 결과를 제외합니다>

<모든 구역과의 연동이 완료되었습니다>

<이제 데우스 엑스 마키나2의 각 구역 모든 경매장들의 매물을 실시간으로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파실 물건을 등록해 주세요>

<최저가와 즉시낙찰가를 입력해 주세요>

<※경매가가 너무 급격하게 치솟으면 VI가 발동될 수 있습니다>

.

.

이산하는 싱글벙글 웃는 표정으로 경매장에 접속했다.

스크린 속에는 수많은 아이템과 가격표들이 즐비하다.

“어디 보자, 얼마에 올릴까나.”

이산하는 뼈다귀 칼을 든 채 입맛을 다셨다.

-<해골왕의 넓적다리 뼈 대검> / 양손무기 / A+

“이번 레이드의 최고 업적이 이건데. 흐음~ 팔면 뒷풀이 자금은 충분하겠구만!”

“비싸게 팔 수 있을 것 같다. 느낌이 좋다, 산하.”

솔레이크 역시도 많이 기대가 되는 모양.

하지만, 두 여자의 기분에 찬물을 끼얹는 존재가 있었다.

“안 파는 게 좋을 것 같은데?”

바로 이우주였다.

이산하가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왜 안 팔아~ 팔자~ 팔아서 맛있는 거 사 줄게!”

“하지만 팔지 않으면 나중에 유용하게 쓸 수 있을 것 같단 말이지.”

“뭐? 너 검사 메타 아니잖아? 우리들 중에 이 아이템을 착용할 만한 사람이 누가 있다고. 있으면 내가 벌써 줬지~”

이산하의 말은 타당했다.

솔레이크 역시도 의아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러자 이우주는 약간의 고민 끝에 합의책을 내놓았다.

“그래, 알겠어. 그럼 팔자.”

“야호! 만세! 내 동생 최고!”

“대신.”

이우주는 조건을 덧붙였다.

“강화를 해서 팔자. 그 편이 돈을 더 받을 수 있잖아.”

“오호?”

이산하와 솔레이크의 두 눈이 반짝였다.

어느정도의 성공률이 보장되는 1에서 3강까지는 무난하게 이루어진다.

또 +3강 정도 되면 바른 주문서나 강화석보다 시세를 더 높게 받을 수도 있다.

“그래! 기왕 팔 거면 강화 질러서 파는 게 좋지!”

“동의! 마침 내게 있다. 골렘을 강화하고 남은 강화석!”

금세 의기투합하는 이산하와 솔레이크를 보며 이우주는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이윽고, 이산하가 앞으로 나섰다.

“좋아! 언니가 간다! 내가 또 행운 빼면 시체잖냐!”

“음음. 누나 운빨은 사기지.”

“산하. 럭키짱. 근성 또한 강건마급. 인정이다.”

솔레이크가 모루와 풀무가 포함된 강화 키트를 꺼내 즉석에서 강화소를 차렸다.

이산하는 모두의 격려에 힘입어 강화석을 집어 들었다.

반짝반짝 빛나는 강화석이 즉시 아이템에 덧발라졌다.

-띠링!

<강화에 성공하셨습니다. ‘해골왕의 넓적다리 뼈 대검 +1’이 생성되었습니다!>

이산하는 두 손을 슥슥 비비며 말했다.

“시작부터 느낌이 좋다! 이럴 때는 못 먹어도 고!”

그 모습을 본 이우주는 순간 고개를 갸웃했다.

……누나의 모습에서 아빠의 모습이 겹쳐 보이는 것은 왜일까?

“가자!”

이윽고, 이산하는 강화석을 연달아 발랐다.

-띠링!

<강화에 성공하셨습니다. ‘해골왕의 넓적다리 뼈 대검 +2’이 생성되었습니다!>

-띠링!

<강화에 성공하셨습니다. ‘해골왕의 넓적다리 뼈 대검 +3’이 생성되었습니다!>

-띠링!

<강화에 성공하셨습니다. ‘해골왕의 넓적다리 뼈 대검 +4’이 생성되었습니다!>

-띠링!

<강화에 성공하셨습니다. ‘해골왕의 넓적다리 뼈 대검 +5’이 생성되었습니다!>

“필 쏘 굿!”

이산하는 눈 깜짝할 사이에 5강까지 온 것에 대해 전율을 느끼는 듯 몸을 파르르 떨었다.

“역시 도박은 기세가 절반이야. 그럼 이제 그만해야지.”

+5강이 된 칼을 챙겨 강화소를 떠나는 이산하.

그 미련 없는 뒷모습에 당황한 것은 오히려 이우주 쪽이었다.

“누, 누나. 그게 무슨 소리야? 강화를 그만한다니, 왜?”

“왜긴? 도박 계속했다가 패가망신할 일 있니? 한 번의 요행수를 먹었으면 딱 거기서 끊고 약간의 용돈과 즐거운 기분만 가지고 돌아가야지.”

의외로 정상적인 이야기를 하는 이산하의 모습에 이우주는 손으로 이마를 짚었다.

“아니야. 이건 내 예상과 달라.”

“……? 뭐가?”

“그, 그러지 말고. 조금만 더 강화해 보자 누나. 여기서 1강만 더 올라가면 시세가 거의 1.5배로 뛰는 거 알지?”

이산하를 꼬시는 이우주의 유혹.

그러자 이산하의 두 눈이 가늘어진다.

“너 이 쉑. 뭔가 꿍꿍이가 있구나?”

“……그런 거 없어. 그냥 더 비싸게 팔고 싶어서.”

“흠. 좋아. +6강 까지만 딱 해 보지 뭐.”

+6강부터는 터질 확률이 수직으로 상승하기에 아무리 담력이 센 이들이라고 해도 잘 도전하지 못한다.

“후읍!”

이산하는 심호흡 끝에 외쳤다.

“하느님, 예수님, 부처님, 옥황상제님, 오딘님, 알라님, 마호메트님, 제우스님, 오벨리스크님, 조로아스터님, 마리아님, 봉인된 엑조디아의 왼팔, 오른팔, 머리 어깨 무릎 발 무릎 발 님! 제발 나에게 힘을!”

‘……진짜 아빠 같네.’

이우주는 어디서 들어본 듯한 신들을 부르짖는 이산하의 외침을 듣고는 속으로 생각했다.

동시에.

-띠링!

<강화에 성공하셨습니다. ‘해골왕의 넓적다리 뼈 대검 +6’이 생성되었습니다!>

강화 성공 메시지가 떴다.

“야호!”

“…….”

이산하의 표정이 밝아짐과 동시에 이우주의 표정이 어두워진다.

미련 없이 아이템을 챙기려는 이산하의 손목을 이우주가 붙잡았다.

“누나.”

“왜?”

“1강만…… 1강만 더 하자.”

“얘 왜 이래? 아이템 날리고 싶어?”

“그…… +7강부터는 엄청 비싸지는 거 알잖아. 일주일간 해외여행이 뭐야, 80일간의 세계일주도 할 수 있을걸?”

“흠.”

이우주의 말에 이산하와 솔레이크의 두 눈이 가늘어졌다.

유람선의 갑판 위에서 태닝을 하며 샴페인 잔을 든 채 바다를 바라보는 자신들의 모습이라도 상상하는 모양.

“……일리가 있어.”

“해 보자, 산하! 너 운 좋다! 믿는다!”

이산하와 솔레이크는 콧김을 뿜어내며 의기투합했다.

이윽고, 일곱 번째 강화석이 뼈다귀 칼날 위로 덧발라졌다.

-띠링!

<강화에 성공하셨습니다. ‘해골왕의 넓적다리 뼈 대검 +7’이 생성되었습니다!>

이 메시지를 듣는 순간.

“야호!”

“만세!”

이산하와 솔레이크는 서로를 얼싸안으며 기뻐했다.

동시에 이우주의 표정은 미묘하게 변했다.

“믿을 수가 없군. 이 여자의 행운은 대체 어디까지인가…….”

순간, 이우주의 손이 움직였다.

“이렇게 된 이상 억지로라도……!”

이우주가 움켜쥔 것은 바로 강화석이었다.

이산하와 솔레이크의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어어!? 너 이 자식! 뭐 하는 거야!”

“우, 우주! 우주 플리즈 진정할래? 그거 내려놓고 일단……!”

하지만 두 여자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이우주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나는 사실 이 아이템을 파괴시키고 남은 부산물을 원하고 있었지. 그래서 슬쩍 강화를 권유해 본 건데…… 설마 7강까지 성공해 버릴 줄은 몰랐군.”

“뭐!? 너 미쳤어!? 그럴 거면 아이템 새로 구해 차라리!”

“이 아이템은 희귀해서 매물이 없다고. 그리고 곧 태양룡과 오만의 성좌 업데이트가 추가돼. 시간이 없어. 미안!”

이우주는 이산하와 솔레이크에게 사과를 했다.

그리고 이내.

파앗!

이우주는 8번째 강화석을 발라 버리고 말았다.

……하지만.

-띠링!

<강화에 성공하셨습니다. ‘해골왕의 넓적다리 뼈 대검 +8’이 생성되었습니다!>

……?

이우주는 멍한 표정을 지었다.

“이게 돼?”

그리고 그와 동시에, 이우주의 멱살을 잡고 있던 이산하의 손길이 순식간에 부드럽게 바뀌었다.

“이리 와 내 동생, 한 번만…… 한 번만 안아 보자.”

“우주. 결혼해 줄게.”

솔레이크 역시도 이우주의 등을 감싸 안는다.

졸지에 두 여자 사이에 끼인 이우주는 멍한 표정으로 눈앞의 아이템을 내려다보았다.

-<해골왕의 넓적다리 뼈 대검> / 양손무기 / A+ / 강화: +8

믿을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

이우주는 좋아해야 할지 싫어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바로 그때.

“한 번.”

이산하의 입이 열렸다.

“한 번 더 하자.”

그리고 그 말을 듣는 솔레이크의 표정은 마치 고전 만화책 속에 나오는 캐릭터의 것마냥 근엄해졌다.

“Go?”

“고. 못 먹어도.”

이산하와 솔레이크의 반응에 오히려 이우주가 당황했다.

“누나들 미쳤어? +9강은 0.00000012%의 확률이야. 8강 정도면 그냥 내가 양보해도…….”

“0.00000012%는 0%가 아니야.”

만약 ‘해골왕의 넓적다리 뼈 대검 +9’를 만들 수 있다면. +7강이나 +8강 따위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엄청난 부를 손에 넣게 될 것이다.

이산하는 두 주먹을 불끈 움켜쥐었다.

+9강. 게이머라면 누구나 한 번쯤 꿈꿔 보는 경지.

“오늘은 뭔가 되는 날이야! 8강이 됐는데 9강이라고 안될쏘냐!”

“Oh!”

“자, 자, 자, 잠깐만. 8강쯤 되면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이우주가 미처 만류할 틈도 없이, 이번에는 이산하와 솔레이크가 강화석을 집어 들었다.

그리고.

키잉-

강화를 알리는 환한 빛무리가 터져 나온다.

그리고 그 빛무리가 사라진 곳에는.

“으엥?”

“Oh?”

아무것도 없었다.

멍한 표정을 짓는 이산하와 솔레이크의 귓가로.

-띠링!

<-쨍그랑! 강화에 실패하셨습니다. ‘해골왕의 넓적다리 뼈 대검 +8’이 파괴되었습니다!>

현실을 알리는 냉혹한 알림음이 들려왔다.

“아…….”

두 여자는 일순간 할 말을 잃어버린 채 얼어붙었다.

+5강일 때 멈췄더라면 해외여행 정도는 너끈히 갔을 것이다.

돈을 아낀다면 2주 정도는 배낭을 메고 유럽 등지를 돌아다닐 수 있었으리라.

+6강일 때 멈췄더라면 두세 달간 해외에서 살 수도 있었을 것이다.

날씨 좋은 동남아 어딘가에서 먹고 싶은 것을 마음대로 먹고 놀고 싶은 곳에서 마음대로 놀 수 있었겠지.

+7강일 때 멈췄더라면 세계일주도 가능했을지 모른다.

+8강일 때 멈췄더라면 아예 해외에 집을 살 수도 있었을 것이다.

“아아아…….”

두 여자는 시들어 버린 식물처럼 풀썩 주저앉았다.

……하지만 이우주는 그저 어깨만 으쓱했을 뿐이다.

“뭐, 아무튼. 내가 원하는 아이템은 손에 들어왔네.”

이우주는 손아귀 안에 가득 찬 흰 가루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망자부름 골분(骨粉)> / 재료 / A+

해골왕의 넓적다리 뼈를 빻아 낸 뼛가루.

아이템이 강화로 인해 파괴되었을 시 확률적으로 인벤토리에 강제로 저장되는 재료 아이템이다.

“이게 바로 재료계의 3신기 중 하나란 말이지.”

이우주는 눈을 반짝였다.

곧바로 제작에 들어갈 ‘특별한 아이템’을 떠올리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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