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닳고닳은 뉴비-909화 (909/1,000)
  • 외전 35화 아이템 제작 (1)

    데스나이트 봉몽이 쓰러졌다.

    이우주는 바로 자신의 상태창을 열어 확인해 보았다.

    <이우주>

    LV: 52

    호칭: 초보 모험가

    레벨이 폭등했다. 그것도 엄청나게.

    아무래도 위험도 S급 중에서도 최상위 티어에 속하는 데스나이트를 잡았던 만큼 그 보상도 큰 듯했다.

    “칠귀타(七鬼墮)에 속하는 데스나이트도 아니었는데…… 참 어마어마하게 강했지.”

    이번이 세계 최초의 공략이었을 정도면 공략되기까지 무려 수십 년이 걸린 셈이다.

    그동안 정말로 꼭꼭 숨겨져 있었던 히든 보스가 바로 이 녀석이었다.

    “하지만 레벨보다도 태양살의 몽둥이가 가지고 있는 특성들을 파악할 수 있었던 게 큰 성과네.”

    이우주는 침착하게 상황을 파악했다.

    현실의 개기일식과 게임 속의 개기일식이 겹쳤을 때 전투력의 폭증을 불러일으키는 ‘후예사일’ 특성.

    그리고 윗사람을 해친 전적이 있는 존재에게 10배의 추가데미지를 박아 넣는 ‘반정’특성.

    ‘……후예사일 특성은 세간에 알려진 바가 전혀 없는 히든 특성이니만큼 여차할 때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그리고 반정 특성은 뭐 더 이상 말할 필요도 없는 꿀 특성이군. 윗사람이라는 것의 정의가 애매하기는 하지만, 그래도 자기보다 상위에 있는 존재를 한 번도 해친 적 없는 존재가 몇이나 되겠어.’

    모르긴 몰라도 현존하는 모든 플레이어들에게는 다 적용할 수 있을 것이다.

    PK 유저들이 봤다면 침을 질질 흘릴 만한 특성임에는 틀림없었다.

    ‘그나저나, ‘데스나이트 봉몽’이라. 이 몬스터의 히스토리는 짐작할 수가 없네. 마몬 씨의 반정 특성과 호환되는 봉몽의 반정 특성이라. 분명 봉몽 역시도 언젠가 윗사람을 배신했던 적이 있는 인물인 듯한데…… 이 자의 히스토리를 파헤쳐 보는 것도 재밌겠어. 어쩌면 연계되어 있는 히든 퀘스트가 더 있을지도 몰라.’

    단서가 있다면 ‘복숭아 나무’와 ‘태양’이라는 키워드였다.

    이상하게도 봉몽은 이 둘을 극도로 꺼리며 피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었으니까.

    이우주가 추리에 빠져 있을 바로 그때.

    “아오! 이게 뭐야!”

    옆에서 상념을 깨는 고함소리가 들려왔다.

    이산하가 옆에서 발을 구르며 화를 내고 있었다.

    “그 개고생을 하면서 잡아놨는데 떨구는 아이템이 딸랑 이거 하나냐!? 이 거지 같은 놈! 활을 버렸을 때부터 알아봤다아아아아!”

    이산하는 데스나이트가 잿가루로 변해 사라진 곳에서 아이템 하나를 주워 든 상태였다.

    이우주는 그것이 무엇인지 바로 알아보았다.

    “……그건. 데스나이트가 마지막으로 쏘려다가 못 쏜 10번째 화살이로군. 근데 촉만 남았네?”

    그 말대로였다.

    데스나이트 봉몽이 소멸하면서 활과 화살들도 함께 소멸했다.

    놈이 남기고 간 것은 미처 쏘지 못하고 남겨 놓아야 했던 사념의 한 조각이었다.

    -<태양살(太陽殺)의 화살촉> / 한손무기 / A+

    불을 찢는 힘이 담겨있는 파사(破邪)의 화살촉.

    누군가의 마음속에 수천 년 동안 응어리져 박혀 있었던 사념의 파편이다.

    -공격력 +1,000

    -특성 ‘융합’ 사용 가능 (특수)

    -특성 ‘십시일반(十矢一反)’ 사용 가능 (특수)

    특성: <십시일반(十矢一反)>

    ↳ 적들을 연달아 공격할 시 10번째 상대방에게 1~10배의 랜덤한 추가 데미지를 입힙니다.

    이우주는 뾰족한 화살촉을 들어 살펴보았다.

    “무슨 단도라고 해도 믿겠네. 엄청 큰데? 이 끝에 붙이면 바로 창처럼 되겠다.”

    이우주는 태양살의 화살촉을 들어서 태양살의 몽둥이 끝에 붙여 보았다.

    바로 그때.

    -띠링!

    <……융합 중입니다. 전원을 끄지 마세요>

    기묘한 알림음이 떴다.

    “어엇!?”

    눈앞에 펼쳐진 광경에 모두가 탄성을 내질렀다.

    눈부신 황금색 빛무리 속에서 태양살의 몽둥이와 태양살의 화살촉이 하나로 합쳐지고 있었다.

    융합이 완료된 뒤 생성될 아이템은 흡사 거대한 화살, 아니 작살의 형태를 띠고 있었다.

    아직은 실루엣만 보일 뿐이었지만.

    “이야, 바로 융합이 되어 버리네. 마몬 씨가 준 무기랑 데스나이트 봉몽이 떨군 무기가 융합하는 걸로 봐서는 역시 둘의 히스토리가 연계되어 있음이 분명해.”

    “뭐, 트레일러 영상에서도 본 거니까.”

    “Oh. 앞으로도 더 있을 수 있겠군. 연계 퀘스트.”

    모두가 고개를 끄덕거렸다.

    한편, 이산하는 울상이 된 표정으로 자신의 활을 내려다보았다.

    “우주는 새 융합 무기가 생겼고 솔레이크는 새 골렘이 생겼는데…… 나만 개털이네. 활만 뽀개 먹었으니…… 에효.”

    하지만 딱히 이산하만 개털이 된 건 아니었다.

    “…….”

    죠르디.

    이번 레이드에서 아무런 이득도 보지 못한 그녀 역시도 침묵을 지키고 있었다.

    이우주가 물었다.

    “이봐. 우리 제법 손발이 맞는 것 같은데, 어떡할래? 파티 좀 더 연장해 보는 게.”

    어차피 데스나이트 봉몽을 잡고 얻은 아이템을 본의 아니게 이우주가 독식하게 되었으니 분배의 문제도 생긴다.

    그것은 차후 파티를 계속 함께하게 되면 해결될 수 있는 문제였다.

    ……하지만.

    “누, 누가 너희들이랑 파티를 해!?”

    이우주의 목소리를 들은 죠르디는 별안간 고개를 팩 돌려 버렸다.

    그리고는 뒤도 돌아보지 않은 채 소리쳤다.

    “이번에는 어쩔 수 없이 손을 잡았던 거야! 다음에 만나면 죽인다!”

    왜인지 귀 끝이 새빨갛게 물든 채 화를 내는 죠르디,

    그녀는 순식간에 유령 군마를 소환했고 안장 위에 오르자마자 쏜살같이 사라져 버렸다.

    “……특이한 사람이네.”

    이우주는 멀어지는 죠르디의 뒷모습을 보며 고개를 갸웃했다.

    바로 그때.

    “어?”

    이우주는 죠르디가 떠난 곳에서 무언가를 발견했다.

    그것은 바닥에 덩그러니 떨어져 있는 하나의 아이템이었다.

    -<해골왕의 빗장뼈 장궁> / 양손무기 / A+

    무수히 많은 적의 목숨을 빼앗아 온 추수자의 해골을 깎아 만든 활.

    뼈 표면에 난 무수히 많은 구멍들 속에는 죽은 자들의 눈알이 하나하나 번들거리고 있다는 모양이다.

    -공격력 +3,500

    -어둠 속성 공격력 +500

    -특성 ‘괴벽’ 사용 가능 (특수)

    -특성 ‘백전노장’ 사용 가능 (특수)

    그것은 어두운 기운이 피어오르고 있는 한 자루의 활이다.

    이우주는 그것을 집어 들고 고개를 갸웃했다.

    “이건 스켈레톤 킹 엘더를 잡았을 때 떨어지는 아이템인데…… 이게 왜 여기에 있지?”

    “어라? 야, 뭐냐 그거?”

    이산하가 관심을 보인다.

    방금 전의 전투에서 활을 잃어버린 그녀였기에 상위호환 아이템에 관심을 보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오, 야! 보니까 죠르디 저냔이 깜빡하고 떨구고 간 것 같은데? 먼저 줏은 사람이 임자!”

    “아이템을 깜빡하고 떨구는 사람이 어디 있어. 일부러 놓고 간 거겠지.”

    “뭐? 왜?”

    “글쎄. 아까 누나가 한 푸념을 들어서가 아닐까? 활 뽀개져서 아쉽다고.”

    “야, 그럴 리가 있냐? 걔가 나한테 이 아이템을 주고 갔다고? 참나. ……그래? 흠, 왜지?”

    이산하는 미간을 찡그린 채 생각에 잠겼다.

    그리고는 몸을 오싹 떨었다.

    “혹시 이 아이템에 뭔가 저주라도 걸어 놨나?”

    “……그건 아닌 것 같고. 뭐 나름의 사례겠지. 계정이 삭제당할 뻔한 것을 구해 줬으니. 빚지기 싫어하는 성격인 것 같더라.”

    “흠. 보기보다 정산이 확실한 친구였네. 아주 나쁜 녀석은 아닐지도?”

    이산하는 새롭게 얻게 된 활을 보며 빵긋빵긋 웃고 있었다.

    “비록 공격력은 좀 낮지만 특성이 좋으니까 괜찮아. 괴벽 특성으로 추가데미지를 주고 백전노장 특성으로 스택을 쌓으면 후반전에 왕귀가 가능하겠지!”

    “그래 그래. 잘해 보라고.”

    이우주는 시큰둥한 표정으로 고개를 돌렸다.

    옆에서는 솔레이크가 새로 얻은 골렘을 닦고, 조이고, 기름치고 있는 것이 보인다.

    -<신생 용자왕 그랜드 메카닉 골렘> / 골렘 / A+

    주인의 믿음과 사랑에 응답하여 모습을 드러낸 화산탄 속의 용자.

    뜨거운 열정과 찬란한 로망을 손안에 쥐고 있는 천원(天苑)의 수호자이다.

    솔레이크는 새로 얻은 이 멋진 골렘이 어지간히도 마음에 드는 듯싶다.

    “자, 이제 레이드도 어느 정도 마무리 됐고. 돌아갈까?”

    이우주가 말했다.

    하지만.

    “노노! 아직 중요한 행사 하나가 남았지.”

    이산하는 검지를 흔들며 의기양양하게 외쳤다.

    “레이드 직후의 꽃! 삶의 보람!”

    동시에.

    -띠링!

    그녀의 상태창 옆으로 알림 메시지 하나가 떴다.

    <‘경매장’에 접속하시겠습니까?>

    이산하는 생글생글 웃으며 말했다.

    “레이드에서 받은 보상 아이템들 중에서 안 쓰는 것들을 파는 거지. 나는 이때가 제일 설레고 보람차더라.”

    “근데 뭐 팔 게 있던가?”

    데스나이트 봉몽은 거지 몬스터였기에 떨군 것이라고는 화살촉 한 조각이 전부였다.

    하지만 이산하는 뜻밖의 대답을 내놓았다.

    “하나 있잖아.”

    이윽고, 그녀가 들어 보인 아이템은 다음과 같았다.

    -<해골왕의 넓적다리 뼈 대검> / 양손무기 / A+

    무수히 많은 적의 목숨을 빼앗아 온 추수자의 칼.

    뼈 표면에 난 무수히 많은 구멍들 속에는 죽은 자들의 눈알이 하나하나 번들거리고 있다는 모양이다.

    -공격력 +3,500

    -어둠 속성 공격력 +500

    -특성 ‘괴벽’ 사용 가능 (특수)

    -특성 ‘백전노장’ 사용 가능 (특수)

    데스나이트 봉몽을 잡기 전 쓰러트렸던 페이크 보스 ‘스켈레톤 킹 엘더’를 잡고 얻은 아이템이었다.

    “이거 한번 팔아보자. 얼마나 받을 수 있을까?”

    “유럽. 해외여행. 일주일. 호캉스. 내가 구독하는 유튜버도 이 아이템 팔아서 휴가 갔다.”

    이산하는 두근거린다는 표정으로 경매창을 열었다.

    어느새 다가온 솔레이크 역시도 눈을 반짝이고 있었다.

    이윽고, 두 여자의 이글거리는 눈빛이 고정된 곳에 스크린이 떴다.

    -띠링!

    <‘경매장’에 접속했습니다!>

    <파실 물건을 등록해 주세요>

    게임 속의 모든 욕망이 집결하는 장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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