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닳고닳은 뉴비-901화 (901/1,000)
  • 외전 27화 언데드 전당 (6)

    특성: <내반슬>

    ↳?

    이우주는 고개를 갸웃할 수밖에 없었다.

    “……내반슬? 무슨 특성이지 이건?”

    세간에 알려져 있는 스켈레톤 킹의 특성들 중 유일하게 아직까지 밝혀져 있지 않은 특성.

    그것이 이우주의 손에 들어왔다.

    한편 이우주의 중얼거림을 들은 이산하와 솔레이크의 표정이 아쉬움으로 물들었다.

    “아아, 아깝다! 일순간 힘 스탯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골육분쇄’나 방어구를 무시하고 뼈까지 새겨지는 관통 데미지를 입히는 ‘각골난망’ 특성이었다면 좋았을 텐데!”

    “산하. 대사가 묘하게 설명조. 그렇다면 나 역시 동참. 열 번의 공격 성공 시 한 번의 추가타가 들어가는 ‘괴벽’ 특성 역시도 좋다. 데미지를 입으면 입을수록 방어력 증가하는 ‘백전노장’ 특성 역시도 쓸 만한 것!”

    스켈레톤 킹은 대체로 준수한 특성들을 보유하고 있어서 무엇을 빼앗아 와도 이득이다.

    하지만 개중 제일 밝혀진 것이 없는 내반슬 특성이라니.

    그러나 이우주의 표정은 그렇게 나쁘지 않았다.

    “……호오. 알겠다. 이게 무슨 특성인지.”

    이윽고, 이우주는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헛!”

    몽둥이가 날았다.

    이우주의 공격이 향한 곳은 바로 구석에 있는 횃불이었다.

    쾅!

    횃불이 부서지며 장작과 기름이 바닥에 흩어졌다.

    지글지글지글지글……

    바닥에 떨어진 불길은 금방 꺼져 버렸다.

    이우주는 스켈레톤 킹의 검격을 피해 바닥에 흩어진 잿가루를 긁어모았다.

    콰콰쾅!

    뼈로 된 대검이 바닥과 벽을 긁으며 지나간다.

    “이얍!”

    이우주는 또다시 벽 구석에 있는 화톳불을 발로 걷어찼다.

    불길이 사그라들며 안에 든 재가 사방으로 흩어졌다.

    이산하와 솔레이크가 황당하다는 듯한 표정으로 소리쳤다.

    “야! 그러다가 어두워지면 시야 막혀!”

    “Oh! 우주! 어둠 속의 언데드. very scared! 그러다 될 수 있다! jot!”

    과연, 횃불의 빛이 사라져 갈수록 던전 내부는 점점 어두워진다.

    스켈레톤 킹은 장막처럼 드리워지는 어둠에 몸을 묻고 더더욱 은밀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쇄액-

    엄청난 속도로 날아드는 칼날.

    이우주는 그것을 피해 계속해서 바닥을 굴렀다.

    그럴 때마다 벽에 붙어 이글거리던 등불과 화톳불들이 꺼지며 잿가루만 남는다.

    어느덧 던전의 내부가 많이 어두워졌다.

    그때쯤 해서, 이우주가 본격적으로 행동에 나섰다.

    “받아라!”

    이우주는 화톳불에서 긁어모은 재를 둥글게 뭉쳐 스켈레톤 킹에게 던졌다.

    [……!]

    스켈레톤 킹은 높은 민첩 스탯으로 이우주의 잿가루 공격을 피했다.

    퍼억!

    잿가루는 공처럼 날아갔고 창문에 붙어 시커멓게 퍼진다.

    이산하와 솔레이크가 소리쳤다.

    “으악! 바보야 잘 맞춰야지! 창문만 검게 변했잖아!”

    “우주! 치명적인 mistake! 괜히 시야만 더욱 더 어두워졌다!”

    이우주는 누나들의 참견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바닥을 구르며 잿가루를 뭉쳤다.

    쇄액- 콰콰쾅!

    스켈레톤 킹이 내리찍는 검격이 바닥을 두 조각으로 쪼개 버렸다.

    그러나 이우주는 또다시 재를 뭉친 공을 던진다.

    스켈레톤 킹은 이번에도 공격을 회피했다.

    퍼억!

    재는 또다시 창문에 닿아 풀썩인다.

    횃불이 꺼졌고 창문도 재로 뒤덮이자 던전 내부는 서서히 칠흑으로 물들어 가기 시작했다.

    이산하가 이를 악물었다.

    “안 되겠어. 이제 정말로 몇 미터 앞이 안 보여. 이대로 가면 스켈레톤 킹만 더욱 활개 칠 뿐이야.”

    그녀는 활을 들었다.

    불화살이라도 쏴서 동생의 시야를 밝혀 줄 생각이었다.

    그때.

    “그만! 이건 일대일 승부야!”

    이우주의 외침이 들려왔다.

    이산하를 돌아보고 있는 그의 앞으로 스켈레톤 킹이 칼을 든 채 돌진해 오고 있었다.

    “이 바보야! 앞! 앞! 앞을 봐! 헉, 어두워서 안 보이나!?”

    “우, 우주야! 앞을 봐! 스켈레톤 킹이 돌진기 썼어! 빨랑 옆으로 피해! 그러다 죽겠어!”

    이산하와 솔레이크가 호들갑을 떤다.

    하지만.

    “…….”

    이우주는 자리에 선 채 꼼짝도 하지 않았다.

    다만 눈앞으로 돌진해 오는 스켈레톤 킹을 뚫어져라 바라볼 뿐.

    이윽고.

    부우웅-

    스켈레톤 킹의 칼이 이우주를 향해 쏘아져 오기 시작했다.

    그때. 이우주의 입이 열렸다.

    “5.”

    “오 같은 소리 하네, 미친놈이! 빨리 나오라고!”

    “Oh…… 우주…….”

    이산하와 솔레이크는 당장이라도 뛰쳐나가서 이우주를 납치해 올 기세.

    하지만 이우주는 여전히 자리에서 꼼짝도 하지 않는다.

    “4.”

    이제는 너무 늦었다.

    이산하와 솔레이크가 뛰어드는 속도보다도 스켈레톤 킹의 돌진 속도가 훨씬 더 빨랐다.

    “3.”

    이윽고, 스켈레톤 킹의 칼끝이 이우주를 관통할 듯 찔러 들어온다.

    “2.”

    그때까지도 이우주는 흔들림 없는 시선으로 스켈레톤 킹의 칼끝을 주시하고 있었다.

    “1.”

    그리고.

    “0.”

    이변이 일어났다.

    …콰콰콰쾅!

    일직선으로 들어오던 스켈레톤 킹의 칼날이 별안간 옆으로 휘청 기울어진다.

    스켈레톤 킹은 달려오던 속도 그대로 옆으로 자빠지더니 벽의 모서리에 엄청난 기세로 머리를 들이박고 말았다.

    우르릉!

    육중한 돌무더기가 스켈레톤 킹의 몸 위로 떨어져 내린다.

    “어?”

    이산하와 솔레이크가 뛰어오던 자세 그대로 굳어 버렸다.

    그 앞으로 이우주가 삐뚜름한 미소를 머금고 있었다.

    “역시 그랬군. 내반슬 특성의 정체를 알아냈다.”

    “뭐, 뭔데?”

    이산하가 더듬거리며 묻자 이우주는 몽둥이를 치켜들었다.

    “이건 직접 써 보지 않으면 모를 만한 특성이긴 하다.”

    이윽고, 이우주는 이산하와 솔레이크에게 특성창을 공유해 주었다.

    특성: <내반슬>

    ↳태양빛이 있는 곳에서 명중률이 크게 증가합니다.

    ※태양빛이 없는 곳에서는 ‘구루병’ 특성으로 변환됩니다

    “……!”

    이산하와 솔레이크는 동시에 서로를 쳐다보았다.

    “‘내반슬’ 특성은 처음 듣지만 ‘구루병’ 특성이라면 잘 알지. 그거 꽤 치명적인 상태이상이잖아.”

    “다리뼈. 0자 모양으로 굽어지는 디버프. 이동속도 떨어진다. 명중률도 떨어진다. 아주 치명적.”

    이우주는 누나들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설명을 이었다.

    “그래. 구루병 특성은 햇빛을 자주 보지 못했을 때 붙는 디버프지. 비타민 D가 부족해서 뼈에 칼슘이 붙지 않아 다리뼈가 안짱다리 모양으로 휘어지는 성장 장애야. 특히 일조량이 적은 북반구에서 비타민 D 함유량이 적은 모유로 성장한 아이들에게서 많이 나타나는 특징이기도 해.”

    그 말대로, 스켈레톤 킹은 현재 두 다리뼈가 기묘할 정도로 굽어 있었다.

    그 탓에 이동속도가 심하게 느려졌고 공격 패턴이 허술해졌으며 필살기의 명중률이 크게 하락한 상태였다.

    이우주는 몽둥이를 든 채 앞으로 내달렸다.

    “데우스 엑스 마키나2의 횃불이나 화톳불의 밝기값과 휘도 값은 기본적으로 태양빛과 동일하지. 이것들은 영상 속에 존재하는 영상소값으로 불연속적인 밝기의 양을 뜻하는 값인데 일반적으로 0에서 255까지 표기되며 가변저항으로부터 측정된 값을 따졌을 경우…….”

    “아, 뭐 그리 복잡해! 그러니까 네가 재를 뿌려서 햇빛을 막았고 스켈레톤 킹의 다리가 휘어졌다는 거 아냐!”

    “빙고! 일시적이지만 그렇지!”

    내반슬 특성을 훔쳐 온 이우주 역시도 어느새 다리가 안으로 굽어 있었다.

    ……하지만!

    “나는 각종 영양소가 풍부한 장어 젤리가 있어서 비타민 D도 섭취할 수 있다고!”

    이우주는 품안에서 장어 눈알이 든 젤리를 퍼먹었다.

    그러자 순식간에 원래대로 돌아오는 두 다리.

    이우주는 멀쩡해진 두 다리로 펄쩍 뛰어올랐고 이내 몽둥이를 내리찍었다.

    뻐억!

    스켈레톤 킹은 방금 전 돌진기의 반동으로 인해 상당한 데미지가 누적된 상태.

    그런 상황에 몽둥이까지 맞았으니 오래 버틸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오-오오오오오!]

    스켈레톤 킹은 무시무시한 기세로 절규했지만.

    “아빠도 잡았던 녀석을 무서워할 리가 없지!”

    이우주는 조금도 물러서지 않았다.

    이윽고, 최후의 몽둥이가 해골바가지의 위를 내리찍는다.

    “세대를 교체하는 중입니다 아버지!”

    동시에.

    콰콰콰쾅!

    스켈레톤 킹이 허물어져 내린다.

    뚝배기가 완전히 뽀개진 채로.

    -띠링!

    <‘스캘레톤 킹 엘더’ 레이드에 성공하셨습니다!>

    <보상이 지급됩니다!>

    모두의 귀에 레이드 성공을 알리는 알림음이 들려온다.

    “후아…….”

    이우주는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이산하와 솔레이크가 달려와 그런 이우주를 헹가래 태우기 시작했다.

    “오이오이, 내 동생! 믿고 있었다구! 캬, 이거 유튭각이다 유튭각!”

    “산하. 막타 치려고 노리고 있었다. 내가 봤…… 커헉!”

    또다시 툭닥거리기 시작한 이산하와 솔레이크.

    하지만 이우주는 그런 둘에게 신경을 끈 채 보상을 점검하고 있었다.

    이윽고, 시커먼 아우라가 피어오르는 흰 칼이 모두의 앞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해골왕의 넓적다리 뼈 대검> / 양손무기 / A+

    무수히 많은 적의 목숨을 빼앗아 온 추수자의 칼.

    뼈 표면에 난 무수히 많은 구멍들 속에는 죽은 자들의 눈알이 하나하나 번들거리고 있다는 모양이다.

    -공격력 +3,500

    -어둠 속성 공격력 +500

    -특성 ‘괴벽’ 사용 가능 (특수)

    -특성 ‘백전노장’ 사용 가능 (특수)

    “오오! 레어템! 이거 엄청 좋은 건데! 드랍율 되게 낮은 거야! 경매장에 팔면 상당히 쏠쏠해!”

    “저번에 내가 구독하는 어떤 유튜버. 이거 팔아서 해외여행 갔다. 유럽으로 일주일. 호캉스. 럭키다제!”

    이산하와 솔레이크가 탄성을 질렀다.

    이우주는 떨어진 아이템을 조용히 인벤토리 안에 집어넣었다.

    “동생! 그거 안 팔 거야?”

    “안 팔아. 따로 쓸 데가 있어.”

    “……? 너 검사 메타 아니잖아?”

    “아무튼.”

    이우주의 말에 이산하와 솔레이크는 입술을 삐죽였다.

    “설마 혼자 잡았다고 팔아서 혼자 다 쓸 생각은 아니시죠 동생님? 누나한테도 콩고물 좀…….”

    “제주도라도…… 1박 2일…… 텐트도 좋다…….”

    하지만 이우주는 고개를 저을 뿐이다.

    “안 팔 거야.”

    “엥? 그럼 네가 착용하게?”

    “내가 착용하지도 않을 거고.”

    “……?”

    이산하와 솔레이크는 고개를 갸웃한다.

    다만 이우주만이 뜻 모를 미소를 지을 뿐이다.

    “나도 삼신기(三神器) 중 하나를 만들 생각이야.”

    해골왕의 뼈 대검은 그 중 첫 번째 재료일 뿐이다.

    이윽고. 이산하, 이우주, 솔레이크는 어렵사리 구한 던전의 비밀지도를 펼쳤다.

    이우주는 그 중 한 곳을 가리켰다.

    사방이 벽으로 막힌, 언뜻 보기에는 그냥 의미 없는 오브젝트나 짜투리 공간처럼 보이는 곳이었다.

    “여기, 벽으로 막혀 있는 곳이 수상해. 아무래도 이곳에 진짜 보스가 숨어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들어.”

    “히든 보스? 에이, 벌써 누가 발견하지 않았을까? 이 던전 나온 지 엄청 오래됐잖아.”

    “뎀2에는 던전들의 수가 워낙 많아서 아직도 숨겨져 있는 이스터에그나 히든 피스들이 많아. 만 개의 던전이 있으면 만 명의 개발자가 있다잖아. 그들이 하나하나 수작업으로 만든 거니까.”

    “흠…….”

    이산하는 턱을 짚은 채 고민했다.

    솔레이크가 그런 이산하와 이우주의 어깨를 짚으며 말했다.

    “밑져봐야 That’s 본전. 늦지 않다. 확인을 해 봐도.”

    그들은 이우주가 짚었던 지도의 구석으로 향했다.

    보스방으로 가는 길의 반대편에 쌩뚱맞게 툭 튀어나와 있었던 지형.

    그 끝은 막다른 골목이었기에 더더욱 존재 이유를 알 수 없던 방이다.

    “분명 벽을 부수면 숨겨진 포탈이 나올 것…… 어?”

    하지만. 빈 방에 도착한 이우주는 두 눈을 휘둥그렇게 떠야 했다.

    방 끝에 있는 이중벽은 이미 파괴된 상태였다.

    부서진 잔해들 너머로 시커먼 포탈 하나가 빛나고 있었다.

    지금껏 그 누구에게도 발견된 적 없던 것이었다.

    이윽고, 이우주가 낮은 목소리로 읊조렸다.

    “……선객이 있는가 본데.”

    바닥에 쌓인 돌가루와 먼지 위로 희미한 말발굽 자국과 긴 칼이 끌린 흔적이 남아 있었다.

    예전에 도플갱어의 숲에서 본 적 있었던 것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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