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닳고닳은 뉴비-900화 (900/1,000)
  • 외전 26화 언데드 전당 (5)

    “가 볼까!?”

    “Oh!”

    이산하가 의욕 충만한 목소리로 외친다.

    솔레이크 역시도 힘찬 목소리로 골렘의 파이팅 포즈를 따라했다.

    하지만, 두 여자는 이내 김빠진 소리를 내야 했다.

    “미안하지만 저 몬스터는 내게 맡겨 줘.”

    이우주. 그가 앞으로 나섰다.

    갑작스러운 1:1 선언!

    이산하가 당황한 목소리로 말했다.

    ‘동생아, 저 몬스터는 너 혼자서 잡기에는 너무 힘들 거야. 위험 등급이 무려 A+급이라고. 기백은 칭찬할 만하지만 지금은 누나들과 함께 힘을 합치는 게 좋지 않을까?’

    “이 자식 왜 이렇게 나대지? 진짜 죽고 싶나?”

    생각과 대사가 살짝 뒤바뀐 것 같았지만 딱히 상관없는 일이었다.

    이우주는 손사래를 쳤다.

    “예전에 아빠가 스켈레톤 킹 공략하는 걸 봤었거든. 그걸 따라해 보고 싶어서.”

    “엥? 언제? 튜토리얼의 탑에서? 그때는 아빠가 스트리퍼, 아니 스트리머가 아니어서 녹화해 둔 게 없을 텐데?”

    “그 이후에 튜토리얼 공략 영상 올린다고 그때의 상황을 똑같이 재현했던 게 있어. 그때는 튜토리얼용 목검 대신 면봉을 썼지만 말이야.”

    이우주는 결연한 눈빛으로 말했다.

    “나도 아빠처럼 해 보고 싶어. 과연 그 움직임을 재현해 낼 수 있을지 시험해 볼 겸.”

    “어휴, 그래. 너 맘대로 해라 파파보이.”

    이산하는 두 손 들었다는 듯 뒤로 물러났다.

    솔레이크 역시도 걱정스럽다는 눈빛으로 골렘을 뒤로 이동시켰다.

    “Problem. 생기면 바로 말한다. 누나가 가서 개패 준다.”

    “너는 그런 말 어디서 배워서 쓰냐?”

    “나. 반은 한국인. 나머지 반은 Korean.”

    “……결국 다 한국인이라는 소리잖아. 이 0개 국어야.”

    이산하와 솔레이크가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는 사이, 이우주와 스켈레톤 킹 엘더는 서로 마주 보게 되었다.

    반짝-

    이우주는 천장에 비스듬히 난 창문에서 쏟아져 들어오는 햇살을 등진 채 앞을 바라보았다.

    ‘던전 안인데도 은근히 밝네.’

    언데드가 출몰하는 던전답게 꽤나 어둡기는 했지만 천장 군데군데로 햇빛이 들어오는 부분들이 있어서 사물을 식별하는 것에는 지장이 없다.

    또한 바닥에는 몇 걸음마다 횃불이 타오르고 있어서 은근히 시야 확보가 되고 있었다.

    ‘바닥에는 함정들이 다수…… 와이어에 걸리면 위에서 단두대가 떨어지고 바닥의 버튼을 밟으면 전후좌우에서 화살이 발사되는 구조.’

    그동안 열심히 공부했던 내용 중에는 물론 이 던전의 함정들에 대한 것들도 있었다.

    지형지물을 완벽히 파악한 이우주는 자신감 있게 중얼거렸다.

    “좋아. 할 수 있다. 지금의 내 상태라면.”

    이우주는 손가락에 낀 반지와 손에 쥔 몽둥이를 바라보았다.

    -<도플갱어의 링> / 반지 / S

    꼭 닮고 싶은 존재를 향한 강렬한 열망이 깃들어있는 반지.

    착용하고 있다 보면 상대방을 점점 닮아가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다.

    -방어력 +100

    -특성 ‘롤모델’ 사용 가능 (특수)

    -<태양살(太陽殺)의 몽둥이> / 한손무기 / A+

    불을 찢는 힘이 담겨있는 파사(破邪)의 몽둥이.

    천년 묵은 복숭아나무 가지를 공들여 깎아낸 걸작이다.

    -공격력 +3,000

    -특성 ‘융합(融合)’ 사용 가능 (특수)

    -특성 ‘곤장형(棍杖刑)’ 사용 가능 (특수)

    -특성 ‘반정(反正)’ 사용 가능 (특수)

    -특성 ‘후예사일(后羿射日)’ 사용 가능 (특수)

    아무런 장식도 없는 밋밋한 반지.

    그리고 거의 곤장에 가까울 정도로 길고 큰 몽둥이.

    남들이 보면 볼품없다고 생각할 만한 것들이지만 사실 그 안에는 굉장한 능력이 숨겨져 있다.

    “나 같은 쪼렙이 너 같은 고렙을 이길 수 있게 만들어 주는 변태 메타지! 실력과 시간만 있다면 말이야!”

    이우주는 재빠른 동작으로 스켈레톤 킹을 향해 쇄도했다.

    부웅-

    눈 깜짝할 속도로 떨어져 내리는 뼈의 칼날.

    뒤에는 단두대로 직행하는 와이어 함정이 도사리고 있다.

    하지만 이우주의 머릿속에서 재생되고 있는 아버지의 공략 동영상은 이 진퇴양난의 상황에서도 빠져나갈 길을 제시해 준다.

    “스켈레톤 킹의 공격 패턴은 제일 먼저 오른쪽 위에서 왼쪽 아래를 향해 떨어져 내리는 대각선 베기! 회피 패턴은 몸을 둥글게 말아 왼쪽 아래로 바닥 구르기!”

    이우주는 눈 깜짝할 사이에 스켈레톤 킹의 대도를 피해 냈다.

    동시에.

    “이후 뒤로 쭉 빠진 왼쪽 발목의 복숭아뼈 타격! 마침 내 몽둥이도 복숭아나무로 만들었다 이거야!”

    그래서일까?

    -띠링!

    <특성 ‘곤장형’이 발동되었습니다>

    <추가 타격의 횟수는 1……2……3……4……5……6……7……8……9대!>

    운 좋은 일이다.

    특성: <곤장형(棍杖刑)>

    ↳적에게 유효타를 한 번 넣을 때마다 최소 한 번에서 최대 아홉 번의 추가타가 들어갑니다.

    추가타는 피할 수 없으며 반드시 명중합니다.

    이우주는 한 대를 때린 것으로 열 대를 때린 효과를 얻었다.

    이 추가 데미지는 상대방의 회피율을 무시한 채 들어가는 효과이기에 상당히 유용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데미지가 아니지.”

    이우주는 반지에서 희미한 빛이 흘러나오는 것을 바라보며 말했다.

    복숭아나무 몽둥이가 적의 복숭아뼈를 때림과 동시에 롤모델 특성이 발동했다.

    특성: <롤모델>

    ↳상대방의 가장 뛰어난 특성 하나를 접촉할 때마다 0.01%씩 훔쳐옵니다.

    ※100%가 되어야 발동 가능.

    ※상대방이 죽으면 특성은 사라집니다.

    열 번을 때렸기 때문에 상대방의 능력 중 일부를 0.1% 정도 훔쳐 오는 것에 성공했다.

    어떤 능력을 훔쳤는지는 아직 알 수 없지만 말이다.

    이우주는 속으로 스켈레톤 킹 엘더가 보유하고 있는 특성들을 떠올렸다.

    <스켈레톤 킹 엘더(Elder)> -등급: A+ / 특성: 어둠, 언데드, 괴벽, 하극상, 백전노장, 각골난망, 골육분쇄, 내반슬

    ‘……하나같이 좋은 특성들뿐이다. 이왕 빼앗는다면 강력한 한 방이 있는 ‘골육분쇄’나 ‘각골난망’이 좋겠군. 변칙 기술인 ‘괴벽’ 역시도 상당히 좋지. 꾸준히만 버텨 준다면 후반전을 노려볼 수 있는 ‘백전노장’ 특성도 쓸 만해. 대체로 좋은 특성들만 가졌군. 역시 고레벨 몬스터다워.’

    이우주는 다시 몽둥이를 움켜쥐었다.

    부웅-

    스켈레톤 킹의 다음 공격이 이어진다.

    “칼로 땅을 내리쳐서 파동을 만들어 내는 패턴! 그것은 위로 점프해서 대부분의 데미지를 피할 수 있지!”

    이우주는 뼈로 된 칼이 땅에 닿는 순간을 노려 위로 펄쩍 뛰어올랐다.

    하지만 그것을 본 이산하와 솔레이크는 여전히 불안한 표정이었다.

    “……하지만 체공시간이 짧아! 이대로 가다간 땅에 착지하는 순간 2차, 3차 파동에 노출된다!”

    “우주! 발바닥 터진다! 아니, 우주 정도의 쪼렙이면 무릎까지 다 터져 나간다! That’s 끔찍!”

    그러나 이우주는 잽싸게 품에서 아이템들을 꺼냈다.

    “말 그대로 나는 쪼렙이라 체공시간이 짧지! 하지만 그것은 이걸로 상쇄 가능해!”

    이윽고, 수많은 젤리들이 땅에 뿌려졌다.

    이 흐물흐물하고 탱글탱글한 것들은 지진으로 인한 파동 데미지를 흡수하며 부들부들 떨린다.

    이우주는 바닥에 떨어진 젤리들을 밟고 정면으로 돌진했다.

    “파동 공격 후 약 2초간 스턴에 걸리는 것이 스켈레톤 계열 몬스터들의 약점 중 하나! 이건 그냥 죽여 달라는 거죠!?”

    일반적인 대형 몬스터들은 지진 등의 공격으로 파동을 만들어 낸 이후 1초 정도 스턴에 걸리나 스켈레톤 계열 몬스터들은 유난히 스턴 시간이 길다.

    “근육이나 가죽 등 뼈를 감싸는 완충제가 없어서 반동 데미지가 유난히 더 높게 판정되기 때문이지! 받아라!”

    이우주는 멈춰버린 스켈레톤 킹을 향해 몽둥이를 마구 내리쳤다.

    …퍽! …퍼억! …퍼퍽!

    한 번의 타격 데미지가 들어갈 때마다 곤장형 특성 덕분에 몇 번인가의 추가 데미지가 들어간다.

    -띠링!

    <특성 ‘곤장형’이 발동되었습니다>

    <추가 타격의 횟수는 1……2……3……4……5……6대!>

    <추가 타격의 횟수는 1……2……3대!>

    <추가 타격의 횟수는 1……2……3……4대!>

    .

    .

    한 대부터 아홉 대까지 랜덤으로 정해지는 유효타.

    이에 따라 롤모델 특성 또한 빠르게 스택을 쌓아 가고 있었다.

    “내겐 아빠가 남긴 열정, 엄마가 물려준 재능이 있다. 그리고 무수히 많은 올드비 고인물들이 남긴 정보들도! 그러니 절대 지지 않아!”

    이윽고, 스켈레톤 킹이 또다시 거합 공격을 해 온다.

    이우주는 온 힘을 다해 바닥을 굴러 그것을 피했다.

    동시에 스켈레톤 킹의 빈틈을 과녁 삼아 쏘아지는 몽둥이 일격!

    …따악!

    막타가 스켈레톤 킹의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성공이다!”

    큰 데미지를 주지는 못했지만 이우주는 쾌재를 부르며 몸을 뒤로 뺐다.

    동시에.

    …후욱!

    이우주의 손가락에서 반지가 시커먼 빛을 뿜어낸다.

    이 검은 기운은 눈 깜짝할 사이에 이우주의 몸을 휘감았다.

    이윽고, 이우주의 눈에서 검은 증기가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스켈레톤 킹의 눈에서 뿜어져 나오는 것만큼이나 짙고 시커먼 아우라였다.

    이우주는 손아귀를 몇 번 쥐었다 폈다 하고는 입을 열었다.

    “좋아. 능력이 들어왔다!”

    어느새 1만 번의 타격을 성공시키고 스켈레톤 킹의 고유 특성들 중 하나를 완벽하게 훔쳐 온 것이다.

    “아빠였다면 이 시점에서 전투를 끝내 버렸겠지만…… 나는 지금부터 시작이지.”

    이우주는 자신의 몸에 흘러넘치는 전혀 새로운 종류의 힘에 전율했다.

    엄청난 이질감. 마치 몸에 팔 하나가 더 돋아난 듯한 감각이 든다.

    “……아주 강력한 손톱을 가진 팔이 말이야.”

    이우주는 눈을 빛냈다.

    그리고 기대감 어린 표정으로 새롭게 얻은 특성을 확인했다.

    <이우주>

    LV: 31

    호칭: 초보 모험가

    특성: 내반슬

    “……뭐야 이게?”

    뭔 듣도 보도 못한 특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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