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닳고닳은 뉴비-876화 (876/1,000)
  • 외전 2화 솔직히 완결 좀 에바였잖아, 안그래? (2)

    -띠링!

    눈누난나내가니누나네: 오늘 컨디션 괜찮네요. 캐리합니다! 템포 따라오세요~

    눈누난나내가니누나네: 자!!!!!!!! 창칼난사 타이밍!!!!! 여!기!서! 피해욧!!!!!!! 자 다들 구석으로!!!!!!!!!

    눈누난나내가니누나네 님이 사망하셨습니다.

    -띠링!

    눈누난나내가니누나네: ㅈㅅㅈㅅ아까는 실수였음요ㅎㅎ;; 방금까지는 연습 게임! 지금부터가 진짜! 우리 이제부터 보스에게 죽는 사람 파티 추방합시닼ㅋㅋㅋ엌ㅋㅋㅋㅋㅋㅋㅋ

    눈누난나내가니누나네 님이 사망하셨습니다.

    눈누난나내가니누나네 님이 파티에서 추방당하셨습니다.

    .

    .

    “아오 진짜!”

    이산하. 그녀는 지난 방송의 하이라이트 부분들을 모아보며 분통을 터트리고 있었다.

    당연하게도, 그녀가 화를 내면 낼수록 시청자들은 격한 반응을 보이고 있는 중이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

    -할말하않;;

    -영원히 고통받는 눈누난나...산하눈나...

    -눈나 이 정도면 그냥 다른 던전 가자;;

    -이 던전에만 몇 번째 도전임??ㅋㅋㅋ

    -근데 이 던전이 좀 빡세긴 하지ㅇㅇ

    -니가 이 던전 클리어하면 내 손에 장을 지진다...ㅠㅠ

    -아니 아직까지 못 깨고 있으면 어떡해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

    채팅창의 댓글들은 모두 이산하의 도전에 회의적이었다.

    하지만 이산하는 굴하지 않았다.

    “틀렸습니다! 여러분들의 의견은 다른 게 아니라 틀린 거예요! 적어도 오늘만은 그럴 겁니다! 저 이산하! 오늘 기필코 이 던전 클리어하고야 맙니다!”

    패기 넘치게 방송을 켠 이산하가 게임 속 화면을 송출한다.

    이윽고 시청자들의 눈앞으로 거대한 던전의 외형이 드러났다.

    <잊혀진 고대문명의 유적> -등급: A+

    ⤷2인 이상의 파티를 맺은 이들만 입장 가능합니다.

    ⤷파티원 중 여자 캐릭터가 1명 이상 있어야만 입장 가능합니다.

    거대한 피라미드의 외형을 하고 있는 고난이도의 던전.

    이산하는 채팅창의 반응을 읽으며 최대한 정보를 모으고 있었다.

    “네? 한때 이 던전 난이도가 B랭크였다고요? 에이~ 거짓말! 제가 여기서 몇 번을 죽었는데?”

    “언제요? 제가 태어나기도 전에? 헤엑- 대격변 패치 전에는 약한 던전이었나 보네요! 아, 그게 아니라 그 당시 플레이어들 수준에 맞춰져 있었던 건가? 하긴, 대격변이 네 번이나 지나갔으니 던전이랑 던전 속 몬스터들도 레벨업 했을 법도 하네요.”

    “네? 아하하하-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립니까! 여기서 초반 페이즈 스킵하겠다고 샌드웜을 끌어들이는 미친 사람이 어디 있어요! 그런 듣도 보도 못한 플레이는 또 처음이네~ 구라즐!”

    언제나 그렇듯 거의 대부분은 쓸데없는 정보들이었지만.

    뭐 아무튼.

    이산하는 던전에 입장하기 전에 야무지게도 사전 준비를 시작했다.

    “자, 먼저 던전 입구에 서식하는 거대 전갈들을 미리 제거해 둡니다! 아, 혹시나 필드보스인 ‘교활한 베놈피온’이나 ‘샌드웜’에게 어그로가 튀지 않도록 주의해 가면서~ 주변의 일반 몹들만 살살 잡아주세요!”

    “이것들을 왜 미리 잡아 둬야 하느냐고요? 이놈들은 레이드 시작할 때에는 문제가 안 되는데 레이드가 끝난 이후에 문제가 되거든요. 던전에서 나올 때는 다들 지쳐 있는데 그때가 되면 얘네들도 엄청 위협적이에요. 또 몰려 있으면 골치 아프니까~”

    “아, 전갈들을 사냥하면서 군데군데 보이는 선인장 오브젝트들에서는 물을 얻을 수 있습니다! 이것도 스테미너 회복용 꿀템이니까 미리미리 모아 둡시다!”

    바로 그때, 열심히 레이드 준비를 하고 있는 이산하의 신경을 긁는 채팅이 하나 올라왔다.

    -띠링!

    -‘철혈검가사냥개의회귀좆노잼’님께서 10,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철혈검가사냥개의회귀좆노잼: 산하 눈나...쓸데없는 짓 하지 말고 그냥 다른 콘텐츠 하자...어차피 또 실패할 거잖아...눈나가 고통받는 모습 더 이상 보고 싶지 않아...

    이산하는 어그로에 바로 반응했다.

    무지하게 발끈하는 방향으로.

    “아오 씨! 내가 이런 소리 들을 줄 알았다! 그래서 오늘은 준비했습니다! 구! 원! 투! 수!”

    그녀는 고개를 돌리며 손바닥을 쫙 펼쳤다.

    그곳에는 어색한 자세로 서 있는 남자 하나가 보인다.

    앳된 얼굴, 이산하를 닮은 외모. 바로 이우주였다.

    -누구임?

    ㄴ딱 봐도 남친이네;;;;

    ㄴ와;;; 눈나 남친 있어ㅅ써???

    ㄴ지랄들자제;; 산하언니 모쏠임;;;

    -딱봐도 동생인데ㅋㅋㅋㅋ눈매가 엄청 닮음

    ㄴ될성부른 떡잎이네ㅎㅎ

    ㄴㅗㅜㅑㅗㅜㅑ...훈훈...

    ㄴFBI인데요 문 좀 열어 보세요

    ㄴ저 중1인데요...

    ㄴ그럼 공부나 열심히 하세요

    ㄴ귀엽게 생겼다

    ㄴ난 오히려 이쪽이 더 취향...

    -언니! 누구야?? 누구야??? 누구냐고!!!!!

    .

    .

    난데없는 게스트 출현에 채팅창 반응이 뜨겁다.

    이산하는 생글생글 웃으며 소개했다.

    “네. 여기는 제 동생이구요. 이번 레이드는 트롤러 없는 클린 방송이 될 예정입니다! 얘랑 2인 파티로 심플하게 가 볼 거거든요. 동생은 지금까지 게임 해 본 경력도 거의 없고요. 맨날 방구석 이론가, 훈수충 짓만 하던 녀석이라 이번 기회에 누님으로서의 위엄도 좀 보여 줄 겸 해서 데리고 왔지요! 겸사겸사 인생은 실전이라는 걸 알려줄 겁니다!”

    -네. 지금껏 트롤러는 본인이었구연;;;

    -요약: 뉴비 상대로 인성질 좀 하겠다.

    -근데 그 뉴비가 내 친동생이다

    -아ㅋㅋㅋㅋ친동생 인성교육은 못참지ㅋㅋㅋㅋㅋ

    -오늘 친남매 현피각????

    -인실동. 인생은 실전이야 동생아!

    .

    .

    그때, 한 채팅창의 유저가 이우주에게 말을 걸어왔다.

    -누나가 예뻐서 좋으시겠어요?

    그러자 순간 이우주의 표정이 미미하게나마 찌푸려졌다.

    “……네?”

    -ㅋㅋㅋㅋㅋㅋㅋ

    -뭔 개소리냐는 표정 오졌고ㅋㅋㅋㅋ

    -금.시.초.문.

    -귀.를.의.심.

    -찐남매 인증ㅋㅋㅋㅋ

    -표정에서 혐오감이 보인다...

    -로그아웃하면 바로 조커 된다

    -그래도 현실에서는 파티 해체 안 되겠네ㅋㅋㅋ

    -악동매지션이냐고 ㅋㅋㅋ 아 ㅋㅋ

    .

    .

    채팅창의 반응이 꽤나 뜨겁다.

    원래 아무리 선남선녀라고 해도 친남매 사이인 이상 서로를 향한 불쾌감이 존재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고 이 또한 좋은 콘텐츠인 법.

    바로 그때.

    -님들 사이좋게 손잡고 방송하시면 1,000,000원 도네갑니다~!!

    한 시청자가 거부할 수 없는 제안을 했다.

    그러자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빛의 속도로 움직이는 두 개의 손.

    “동생아! 오늘도 사랑 가득한 레이드 되자!”

    “응! 누나! 나 너무 기대돼!”

    이산하와 이우주는 아예 팔짱까지 끼고 던전으로 들어간다.

    -역시 그 남매;;;

    -사스가 ‘그분’의 자녀들...

    -아아, 잊었는가. 그들의 아버지는 ‘그’이다...

    -왜요?? 산하눈나 아버님이 누군데???

    -ㄴ??? 님 모름??? 그럼 이 채널 왜 구독하는 거임???

    -ㄴ그냥 콘텐츠 참신하고 스트리머가 예뻐서요...?

    -ㄴ찐팬ㅇㅈ

    -아님 요즘 이런식으로 순수한척하는 위장러들 있어서 못믿음ㅋㅋㅋ

    -ㄴ아니 진짜 모른다고ㅅㅂ 산하눈나 부모님이 누군데 그래서!

    -ㄴ응~ 내 장인어른이야~

    .

    .

    그때, 채팅창에서 아버지에 관련된 화제가 나오기 시작하자 이우주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역시 이것 봐. 나는 아빠의 그림자에서 벗어날 수 없잖아. 누나, 나 그냥 안 할……”

    하지만 이산하는 황급히 동생의 말문을 막았다.

    “지, 지금부터 부모님 얘기는 금지할게요! 아니, 애초에 이 채널에서 엄마 아빠 언급 금지라고! 저는 그냥 저로만 평가해 주시길 부탁드릴게요오!”

    이산하는 황급히 채팅창에 금지어 설정을 해 두고서 고개를 돌렸다.

    “야! 도네까지 받아 놓고 여기서 그만하면 안 되지!”

    “그거야……”

    “어허! 너도 이제 어엿한 프로 스트리머인데 도리는 지켜야지!”

    “내가 왜 프로 스트리머야…… 그리고 도리가 뭔데?”

    이우주는 황당하다는 듯 물었다.

    바로 그때.

    쿠-구구구구……

    던전을 지키는 몬스터들이 일어난다.

    -띠링

    <잊혀진 고대문명의 유적 지하 1층에 입장하셨습니다.>

    <죽은 자들의 광기가 활성화됩니다.>

    벽에 붙어 있던 관짝의 뚜껑들이 바닥으로 떨어져 내렸다.

    동시에 과거의 망령들이 하나 둘씩 기어 나오기 시작했다.

    .

    .

    <고대문명의 생매장된 전사> -등급: B / 특성: 언데드, 백전노장, 하수인

    -서식지: 고대문명의 유적지

    -크기: 2m

    -지금은 잊혀진 고대문명의 근위대.

    사후세계에서도 여왕을 지키기 위해 자발적으로 생매장되었다.

    지금은 그때의 결정을 꽤나 후회하고 있는 듯하다.

    수없이 많은 언데드 몬스터들이 뿜어내는 압도적인 살기.

    그 앞에 이우주가 살짝 머뭇거릴 때.

    …퍼펑!

    빛살처럼 날아가 터지는 폭음에 언데드 병사 하나의 머리통이 뒤로 홱 젖혀졌다.

    이우주가 깜짝 놀라 돌아본 곳에는 이산하가 씩 웃으며 화살을 쥔 손가락으로 V자를 그리고 있었다.

    “프로 스트리머의 도리가 뭐냐고?”

    그녀는 동생을 향해 자신만만하게 외쳤다.

    “도네 값은 한다 이거야!”

    동시에, 그녀는 한꺼번에 여러 개의 화살을 여러 개의 시위에 내걸었다.

    처처처처척-

    장전과 겨냥에 불과 1초도 걸리지 않는 능숙한 솜씨.

    동시에 다중 화살들이 복잡한 궤도를 그리며 언데드 병사들을 향해 날아갔다.

    퍼퍼퍼퍼펑!

    그리고 요란하게 터져 나오는 폭음.

    전장의 분위기가 순식간에 한쪽으로 확 기울어진다.

    [크-워어어어어어억!]

    [오-오오오오오!]

    [그르르르륵!]

    언데드 병사들 쪽으로 말이다.

    “……어라?”

    자기가 쏘아 보낸 화살들이 모조리 빗나갔음을 깨달은 이산하가 멍한 표정을 지었다.

    방금 전에 쏘아 보낸 화살들에 모조리 MISS가 떴다.

    -산하쟝...화살 쥔 손가락으로 V자를 그리면 어떻게 하누...힘 분산되게...

    -아니ㅋㅋㅋㅋ궁수가 격발 전에 숨 참는건 상식 아니냐고ㅋㅋㅋㅋ

    -숨 참기는커녕 말을 하면서 쏘니까 에임이 다 흔들리죸ㅋㅋㅋㅋㅋㅋ

    -동생 앞에서 멋있는척 하다가 본전도 못찾겠누....ㅠㅠㅠㅠㅠㅠ

    -진짜 도네 값 했네ㅋㅋㅋㅋㅋ핵터짐ㅋㅋㅋㅋ

    -눈나! 오늘 레전드다 레전드~~~~유툽각이다~~~

    .

    .

    게다가 괜히 폭음만 요란하게 터트린 탓에 어그로만 끌어 버렸다.

    “야잇! 망했다! 초장부터 꼬였네!”

    허둥지둥 다음 화살을 꺼내는 이산하의 앞으로 언데드 병사 하나가 다가오기 시작했다.

    자연스럽게 채팅창은 분주해졌다.

    -끝났네ㅋㅋㅋㅋㅋ

    -아니;;;눈나;;; 역대급 최단기록 갱신이야;;;

    -이건 진짜 전례없던 초고속 실패다ㅋㅋㅋㅋ

    -이렇게 어이없게 죽다니...ㅠㅠㅠ산하쨩...ㅠㅠㅠㅠ

    -저 해골병사 잡몹치곤 은근 한방딜이 쎄서ㄷㄷㄷㄷ

    -피하는건 쉬운데 일단 한 대 맞으면 답없음...

    -맞음. 피하기 쉬워서 잡몹 판정이지 딜 자체는 어지간한 필드보스 수준;;

    .

    .

    모두가 이산하의 리타이어를 예상하고 있었다. 그것이 당연한 일이다.

    ……바로 그때.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반전이 일어났다.

    뽀각-

    뼈가 부러지는 소리.

    “……어라?”

    이산하와 시청자들의 시선이 향한 곳에는 허무하게 무너져 내리는 언데드 병사의 모습이 보인다.

    그리고 방금 언데드 병사를 너무도 쉽게 사냥해 버린 존재.

    “고대문명의 생매장된 전사가…… 이렇게 잡는 거였던가? 맞네.”

    이우주.

    미쳐 버린, 실로 횡포에 가까운 재능을 가진 천재가 세상에 처음으로 발을 내딛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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