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닳고닳은 뉴비-875화 (외전) (875/1,000)
  • 외전 1화 솔직히 완결 좀 에바였잖아, 안그래? (1)

    “산하~ 안녕하세요! 오늘도 예정된 시간에 딱딱 방송으로 찾아뵙습니다!”

    -산하~

    -산하 하이라는 뜻~

    -산붕이들 어서 오고~

    -눈하~ 눈나 하이라는 뜻~

    -산하 눈나...오늘도 예뻐요...

    -뭐야 위에 간신 쳐내ㅂㄷㅂㄷ

    -ㅎㅇㅎㅇ

    -ㅎㅇ~

    .

    .

    이산하. 올해 스무 살이 된 여자 스트리머. 주 종목은 게임, 그중에서도 ‘데우스 엑스 마키나 2’다.

    갓겜 데우스 엑스 마키나 2가 나온지도 어언 15년.

    아직도 명실상부 최고의 가상현실 온라인 게임으로 군림하고 있는 이 게임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은 아마도 지구상에 거의 없으리라.

    이산하는 특유의 쾌활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꺄아아악! 여러분들! 오늘은 제가 엄청난 빅뉴스를 가져왔지 뭐예요! 다들 집중집중! 이거 완전 대박이에요! 엠바고 풀리는 순간만 지금 째깍째깍 대기 중!”

    -ㅋㅋㅋ오늘은 시작부터 저세상 텐션이네

    -뭐야 내 귀청 돌려줘요

    -뭔데 일케 하이텐션임?

    -별로기만 해봐 언니~

    -내 마음의 별로 삼아버릴테니까~!! >0

    -낡은 드립 먹이 금지

    -Wls

    .

    .

    원래 텐션이 높은 이산하였지만 오늘은 유난히도 더하다.

    그러자 채팅창의 댓글들이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이윽고, 시계를 들여다보던 이산하는 크게 심호흡한 뒤 외쳤다.

    “님들 예전에 뎀1에서 완결 어떻게 났는지 기억하세요?”

    그러자 바로 채팅창에 반응이 왔다.

    -급전개 쌉오졌었죠;;;

    -쓰레기.

    -ㄹㅇ루 킹받게 했지

    -용두사미의 전형ㅋㅋ

    -용두사미??? ㄴㄴ용두니미였음

    -ㄴ쌍욕은 선넘었고;; 용 머리에 지렁이 꼬리쯤?

    -솔직히 마지막에 급발진 오지게 땡겼었지;;

    -ㅇㅈㅇㅈ태양룡 바이어스랑 오만의 성좌 루시퍼 한꺼번에 갑툭튀해서는....ㅠㅠ

    -솔직히 그렇게 빨리 소모할 컨텐츠가 아니었는데...

    -ㄴㅇㄱㄹㅇ아무리 윌슨의 농간이었다고 해도 그건 아니었음ㅋㅋㅋ

    -걍 스토리 작가가 무능력해서 오지게 급발진 땡긴거지 뭐~

    -그래도 완결은 나름 감성엔딩으로 마무리 잘 하지 않음?

    -ㄴ그나마 그거 때문에 민심 가라앉은거지... 아니었으면 작가 이미 찢겨죽었을것;;

    -ㄴ민심이 가라앉았다고 생각해????? 왜??? 작가가 아직 살아있어서???? 단지 그 이유로????

    -ㄴ나는 아직도 화가 나 있다!!!!!!!!

    .

    .

    쉴 새 없이 올라가는 채팅들을 보며 이산하는 깔깔 웃었다.

    “맞아요. 솔직히 저도 완결 부분 진짜 아쉬웠거든요. 많은 분들이 그렇게 생각하셨을 것 같아요. ……그래서!”

    이윽고, 이산하는 화면에 대고 손바닥을 슥 움직였다.

    그러자 화면에 커다란 글씨들이 떴다.

    그것은 채팅창에 모인 수많은 사람들을 경악시킬 만한 내용이었다.

    <‘태양룡 군주’ & ‘오만의 악마성좌’의 부활! 그들이 귀환한다!>

    태양의 불길을 온몸에 휘감고 있는 금빛 비늘의 용.

    그리고 검은 불길에 휩싸인 마차 위에서 불의 채찍을 휘두르고 있는 흑빛의 악마.

    태양룡 바이어스와 오만의 악마성좌 루시퍼가 썸네일 이미지를 장식한다.

    이산하가 잔뜩 흥분한 기색으로 외쳤다.

    “예전에 윌슨 총수의 부정 개입에 의해 휘발되다시피 소모된 태양룡과 오만의 성좌가 이번에 다시 부활한대요! 너무 허무하게 잡혔다는 민원들이 많아서 제작진이 정식으로 메인스트림에 건의한 결과 얼마 전에 최종 승인이 났다나 봐요! 최후의 콘텐츠 부활! 뭐 이런 거죠!”

    -와 진짜??? 진짜면 대박인데???

    -헐 진짜네, 지금 막 기사 뜨고 있음!

    -ㄷㄷㄷ이분은 뭔데 이런걸 미리 알고 있냐???

    -이번에 언론사에서 대기업 스트리머들에게 사전에 알려주고 엠바고 걸었대. 한날한시에 홍보하라고ㅋㅋㅋ

    -와! 우리 산하언뉘 이제 대기업 취급이야? 큐ㅠㅠㅠ이제 죽어도 여한 없으ㅠㅠㅠㅠ

    .

    .

    채팅들을 보면서 이산하는 열정이 불타오르는 듯 주먹을 불끈 움켜쥐었다.

    “과거 뎀1의 최후 콘텐츠들 중 하나였던 태양룡 바이어스! 그리고 오만의 악마성좌 루시퍼! 이것들이 다시 부활한다고 하니 저도 한 사람의 게이머로서 피가 끓어오르는 기분이네요! 뎀2의 최강 몬스터인 용암룡 모르그마르보다도 더 센 몹이 추가된다고 하니 몹시 흥분이가 됩니다!”

    -그래서 님 투기장 티어가?

    -그.님.티?

    -투기장 티어 아이언이신 분이 하실 말씀은 아닌 듯한데...^^;;

    -눈나...솔직히 발컨이잖아...

    -우리 눈나와는 연관이 없을 것 같은 업데이트인데....ㅠㅠ

    -우리 산하눈나에게는 너무 지나치게 하이엔드 몬스터들임...ㅠㅠㅠㅠ

    .

    .

    “에이! 투기장하고는 관계없죠! 그건 PVP잖아요! 그리고 저 아이언 아니거든요? 실버4거든요? 얼마 전에 승급했거든요? 솔직히 제 실력이면 원래 골드는 가야 하는데 맨날 팀운이랑 대진운이 안 좋아서…….”

    -나왔다 ‘그 변명’

    -교과서 식 대응 오졌다;;;;;;

    -실론즈들의 고전멘트 ㅋㅋㅋㅋㅋ

    -인류 역사상 늘 나왔던 말이지... 나는 괜찮은데 너가 나빠!

    -그래서 일어난 것이 세계 1차대전, 2차대전입니다...

    -??? : 1차 대전이라고요? 그게 무슨 말이죠? 세계대전이 또 일어나나요?

    -스포 밴입니다ㅋㅋ

    -저 허당끼가 우리 눈나 매력이야ㅎ...눈나...나죽어...ㅎㅎ...ㅎㅎㅎㅎ

    .

    .

    이산하는 채팅창을 보며 한동안 웃으며 소통하다가 이내 방송을 마무리했다.

    “자! 그럼 저도 이번에 추가될 대격변 업데이트에 대응할 전략을 짜야 하기에 이만 방송 종료하겠습니다! 모두들 즐뎀하시구여! 적게 플레이하시고 좋은 아이템 뜨시길!”

    -산바~

    -오자마자 바로 가누

    -눈바~

    -눈나 바이라는 뜻!

    -산하 눈나 안녕!

    -담엔 레이드 방송 해주세요!

    -ㅂㅂ~

    -오뱅알

    -오늘도 뱅송 알차따....!

    .

    *       *       *

    이산하는 방송을 종료한 뒤 모니터에서 시선을 뗐다.

    “아씨, 투기장 대진운 안 좋았던 건 팩트인데 다들 너무 뭐라 그러네. 장비를 좀 업그레이드해야 하나?”

    머리를 긁적이며 궁리하던 이산하, 그녀는 이내 해결책을 찾아냈다.

    아니, 애초에 이미 스스로도 알고 있었던 것이었다.

    “근데 그러려면 일단 지금 막혀있는 던전부터 뚫어야 하는데…….”

    현재 이산하는 한 던전을 플레이하던 도중 그 던전의 보스 몬스터에게 가로막혀 있는 상태였다.

    모든 핵심 퀘스트들이 다 이 던전과 연계되어 있어서 이 던전을 클리어하지 못하면 퀘스트 보상들이나 기타 원하는 퀘스트 아이템들을 구할 수가 없는 상황.

    “근데 문제는…… 이 던전이 최소 2인용이라는 것이지. 그것도 남자와 여자가 섞여 있어야 하는.”

    이산하는 주변에 동성 친구는 많지만 이성 친구가 하나도 없다.

    본인은 여중 여고를 졸업했는지라 어쩔 수 없다고 변명하지만 아무튼 그렇다.

    그런 상황 속에서 이산하는 어쩔 수 없이 주변에 있는 이성에게 도움을 요청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동생아…… 누나랑 게임 같이 할래?”

    이산하의 부름에 막 현관문을 열고 들어오던 남학생이 고개를 돌렸다.

    이우주. 그는 누나인 이산하의 질문에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그저 다시 고개를 돌린 뒤 자기 방으로 쏙 들어가 버렸을 뿐이다.

    “야이 씨! 이게 중2가 되더니 중2병이 씨게 도졌나! 어딜 감히 누나가 부르는데 씹어!?”

    “으악! 노크 좀 해! 그리고 옷 좀 입고 다녀! 이런 건 진짜 아빠를 그냥 똑 닮았네 아주!”

    “짜식이, 엄마 닮아서 까칠한 것 좀 봐.”

    이산하는 심드렁한 표정으로 걸어와 이우주의 옆에 걸터앉았다.

    그리고는 짐짓 나긋나긋한 목소리로 회유하기 시작했다.

    “그러지 말고~ 누나랑 게임 한판만 딱 같이 하자? 응? 던전 클리어해야 하는데 이성 파티원이 필요하단 말야~”

    “안 해.”

    “아 그렇게 일말의 고민도 없이 대답하지 말고~”

    “……안 해.”

    “좀 고민하는 척 하다가 대답하지 말고~”

    하지만 동생 이우주는 여전히 요지부동이었다.

    이산하는 답답하다는 듯 외쳤다.

    “아 왜 안 한다는 건데! 게임 재밌잖아!”

    “재미없어.”

    “왜 재미가 없는데!”

    “암만해도 아빠를 뛰어넘을 수는 없는 거잖아.”

    이우주의 목소리는 무거웠다.

    꾹 말아 쥔 두 주먹이 미세하게 떨린다.

    이산하는 이해가 안 된다는 듯 말했다.

    “야, 게임은 그냥 재밌자고 하는 건데 뭘 그리 진지해!”

    “나는 확실하게 하는 게 좋아. 평생 아빠의 그림자에 가려 살고 싶지는 않아. 그리고 내가 만약 게임을 못해 봐. 아빠의 명예를 더럽히는 게 되잖아. 호부견자 소리는 듣고 싶지 않아.”

    “호부…… 뭐? 호부초밥?”

    “……됐다. 누나랑 뭔 대화를 하겠냐.”

    이우주는 대화를 끝내려는 듯 침대에 드러누웠다.

    아니, 드러누우려 했다.

    바로 그때. 이산하는 손을 뻗어 동생의 베개 밑에 숨겨져 있는 것들을 왕창 끄집어냈다.

    “아앗!?”

    “아앗은 무슨! 너 이거 다 뭐야!”

    이산하는 손에 잔뜩 움켜쥔 물건들을 이우주의 눈앞에 내밀어 보였다.

    그것은 공책에 적혀 있는 수없이 많은 글씨들.

    바로 뎀2의 설정과 세계관, 수없이 많은 분석과 공략집들이었다.

    이우주는 이산하에 손에 들려 있는 노트들을 빼앗으려다가 힘으로 제압당한 뒤 이를 악물었다.

    “그건 그냥 시간 때우려고 한 거야.”

    “그냥 시간 때우기를 거의 5년 가까이 했냐? 허구한 날 날밤 새면서?”

    “…….”

    이산하의 말대로, 이우주가 정리한 게임 자료나 뉴스, 데이터 등은 어마어마하게 방대했다.

    단순히 베개 밑이 아니라 침대 밑, 그리고 책장 뒤편의 숨겨진 공간들을 온통 빼곡하게 채우고 있었을 정도였으니.

    이산하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

    “야. 솔직히, 너 게임 좋아하잖아.”

    “…….”

    “그래서 맨날 공략집 보고 뉴스 읽고 오래전 기사들 스크랩하고 신 메타 연구하고 하는 거잖아.”

    “…….”

    “엄마 아빠 몰래 가끔씩 게임 하는 것도 알아. 엄마 아빠가 너 게임 하는 거 알면 너무 호들갑 떨면서 지나치게 기뻐할까 봐 숨기고 하는 거지?”

    “…….”

    “니 아이디 문남초우주지존타락파워전사123™ 인 것도 누나는 다 알아.”

    “아이 씨! 어떻게 알았어!?”

    “그리고 니 예전에 뎀앤 구한다고 자게에 글 써 놓은 것도 봤다. 풉, 렙제도 걸어 놨더라? 너무 쪼렙이면 금방 접고 잠수한다고~”

    “죽어!”

    얼굴이 새빨개진 이우주가 덤벼들었지만 이내 이산하에게 힘으로 제압당한다.

    이산하는 이우주의 등 위에 올라탄 채 안타깝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암튼. 너 재능 있는 거 누나는 알아~ 이대로 썩기는 너무 아깝다. 넌 누나랑 같이 게임 해야 돼.”

    “……내가 보기에는 누나는 재능이 없어. 죽었다 깨어나도 안 돼. 아빠 발뒤꿈치도 못 따라갈걸?”

    “아니, 나는 애초에 아빠를 따라가려고 게임 하는 게 아니라니깐? 재밌어서 하는 거라니깐?”

    “재밌어? 아빠를 따라잡기는커녕 아빠의 명예에 먹칠을 할 수도 있는데 재미가 느껴져?”

    “아오 이 파파보이가 진짜! 자꾸 이렇게 티격태격 분량만 잡아먹을 거야? 이러면 독자들…… 아니 시청자님들도 싫어해! 빨리빨리 좀 전개 나가자~”

    “싫어. 아무튼 나는 절대 안 해.”

    이우주의 고집은 황소보다도 무겁고 힘세다.

    상황이 이쯤 되자 이산하조차도 깊은 한숨을 내쉴 수밖에 없었다.

    “……이렇게 되면 어쩔 수 없지. 최종 콘텐츠다.”

    이윽고, 이산하는 거부할 수 없는 제안을 했다.

    “용돈 준다.”

    “안 해.”

    “이번 달 도네 수익 전부!”

    그러자.

    …움찔!

    반응이 왔다.

    이우주가 슬쩍 시선을 옆으로 회피하는 것이 보였다.

    이산하는 바로 추가타를 넣었다.

    “다음 달 도네 수익까지.”

    “……뭐 어떻게 하면 되는데?”

    역시 자본주의 만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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