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닳고닳은 뉴비-874화 (완결) (874/1,000)
  • 874화 完

    그로부터도 또 꽤나 오랜 시간이 지났다.

    데우스 엑스 마키나 2의 확장팩이 발매되었고 폭발적인 동시 접속자 수를 기록했다는 뉴스가 연일 울려 퍼지는 어느 날의 밤.

    이제 막 다섯 살밖에 되지 않은 여자아이가 똘망똘망한 표정으로 서 있다.

    귀엽게 생긴 이 소녀는 고개를 갸웃하면서 아빠에게 물었다.

    “아빠. 아빠는 왜 맨날 집에만 있어?”

    “딸. 딸은 왜 맨날 뼈만 때려?”

    집에서 팬티 한 장만 입고 빈둥거리던 아빠는 잔소리를 하는 딸에게 볼멘소리로 대답한다.

    딸은 조막만 한 손으로 아빠의 등을 팡팡 치며 웅얼거렸다.

    “어휴, 아빠. 신섭 열렸다는데 나가서 던전도 좀 돌구 그래애~”

    “……산하야. 너는 왜 점점 네 엄마랑 똑같아지니? 쪼끄만 게 손 매운 것 보소.”

    아빠는 말을 하면서도 슬쩍 고개를 들고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딸은 생긋 웃으며 말했다.

    “엄마는 외삼춘이랑 이모 데리러 갔어!”

    “아아, 창희랑 세희 데리고 오나 보네. 나도 이제 슬슬 옷 입어야겠다.”

    “맨날 팬티만 입구 있으니까 엄마한테 혼나지이~ 방어구도 좀 입구 장신구도 좀 차구 해! 그래야 던전도 돌지!”

    “아빠는 그런 거 안 걸쳐도 돼. 그리고 이미 그것들 다 깨고 왔어~”

    “웅? 거짓말!”

    “왜 거짓말이라고 생각하니 우리 딸램?”

    “신섭 열린 지 얼마나 됐다구 그걸 벌써 다 깨~ 그리구 삼춘들이 그러는데, 던전 엄청 많대! 엄청 엄청 많아서 평생 돌아두 다 못 돈대!”

    딸의 말에 아빠는 웃는다.

    “아빠는 진짜 그거 다 돌고 왔어. 그것도 노히트런으로.”

    “에엥? 언제? 언제? 나는 못 봤는데?”

    “너 태어나기 전에 싹 돌고 왔지~ 서버 열리기도 전에~”

    아빠는 딸을 안아들고 부둥부둥 비행기를 태운다.

    딸은 꺄르륵 웃고는 다시 물었다.

    “아빠 아빠, 있자나~”

    “응 우리 딸램.”

    “진짜 진짜 던전 다 깼어?”

    “당연하지. 아빠 완전 고인물이잖아~”

    “오아- 던전은 깨면 보상 주잖아! 아빠는 뭐 받았어?”

    딸의 질문에 아빠는 약간 고민한다.

    그리고는 이내 씩 웃으며 대답했다.

    “던전들 올클리어하고 돌아오니까 보상이 있긴 있더라. 마지막 던전까지 싹 다 노히트런으로 클리어하고 돌아온 날! 바로 그날 밤에 글쎄 네 엄마가…….”

    하지만. 아빠의 말은 끝까지 이어질 수 없었다.

    짜-악!

    무시무시한 충격이 아빠의 등을 강타한 것이다.

    “이… 이 싸람이 증말! 애한테 무슨 말을 하는 거얏!”

    외삼촌과 이모를 만나러 갔다던 엄마가 어느새 돌아와 아빠에게 등짝 스매시를 날렸다.

    아빠는 낑 하고 눈치를 보다가 게임 캡슐이 있는 쪽으로 슬쩍 도망갔고 엄마는 혀를 차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어휴 저 인간. 예전에 그냥 척살해 버렸어야 했는데.”

    그때 딸이 물었다.

    “엄마~ 아빠는 엄마한테 보상 뭐 받았어?”

    “……으, 으응? 아아, 던전 다 깨고 돌아온 날에?”

    그 질문을 받은 엄마의 얼굴이 순간 새빨갛게 물든다.

    엄마는 한참 동안이나 헛기침을 하다가 이내 조그맣게 말했다.

    “……너.”

    딸은 엄마의 말을 이해하지 못하고 고개를 갸웃한다.

    엄마는 평소답지 않게 수줍은 미소로 재차 말했다.

    “그날 네가 생겼단다.”

    딸은 이번에도 무슨 말인지 이해하지 못했다는 듯 고개를 갸웃한다.

    하지만 이내 딸의 관심사는 다른 곳으로 옮겨졌다.

    그것은 바로 잔치! 오늘 있는 돌잔치이다!

    이제 막 한 살이 된 남자아이 하나가 앉아 있는 의자.

    그 주위로 수많은 사람들이 바글바글하다.

    -띠링!

    [데우스 엑스 마키나2는 당신의 방문을 환영합니다!]

    게임에 접속한 딸은 남동생의 말랑말랑한 볼을 만지작거리며 연신 신기해했다.

    잠시 멀리 도망갔던 아빠가 돌아와 아들을 안아든다.

    “자, 여러분. 오늘 우리 아들의 돌잔치에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러자 모두들 박수를 쳤다.

    “돌잡이는 모두가 함께 즐겨야죠. 그렇지 않습니까 여러분?”

    아빠의 말에 모두가 동의했다.

    [호애앵! 뿌!]

    [빨리 와라 인간. 대체 얼마나 기다리게 하려고……]

    행사가 시작되기도 전에 벌써 참석해 있는 두 손님의 투덜거림이 캡슐 너머 여기까지 들려온다.

    “미안, 미안. 우리 아들이 이제 막 계정을 만드는 중이라.”

    아빠는 아들이 쓰고 있는 휴대용 캡슐을 보며 싱긋 웃었다.

    그리고 이내. 완전한 풀 멤버들이 모인 돌잔치가 시작되었다.

    용, 악마, 거인, 정령, 벌레 등등의 모든 이들이 모여 벌이는 거대한 잔치.

    지금껏 만나왔던 모든 그리운 얼굴들이 한 명도 빠짐없이 여기에 모였다.

    그 뒤로 즐겁게 먹고 마시는 시간이 이어진다.

    그리고 이윽고, 돌잔치의 하이라이트가 있었다.

    돌잡이. 여러 가지 사물들을 아이 앞에 늘어놓고 아이가 무엇을 잡느냐에 따라 장래를 점치는 행사.

    부어라 마셔라 하는 가운데 대망의 돌잡이가 시작되었다.

    “우웅?”

    아들은 앙증맞은 손을 바둥거린다.

    …반짝!

    이윽고, 눈앞에 놓여 있는 수많은 사물들이 빛을 뿜어내며 아들을 유혹했다.

    “조카여! 활이나 쇠뇌, 혹은 마름쇠를 잡으시게, 이 대부가 모든 정수를 알려 주지!”

    “우리 예쁜 우주! 하프를 잡아요! 이모가 버스 태워 줄게요~!”

    “남자라면 건틀릿이다 우주야!”

    “귀염둥아! 대낫도 꽤 괜찮은 무기야! 이모 말을 믿어!”

    “사부의 아들이니 재능은 확실하겠네! 이 이모들이 비비기 겹치기 버그를 전수…….”

    “우주야! 방송국에서 마이크 잡고 중계하는 것도 좋아! 마이크만 잡아 주면 우리 방송국 특채로 기냥……!”

    .

    .

    수없이 많은 이들이 아들을 향해 외친다.

    이윽고.

    …탁!

    아들은 눈앞에 있는 검은 책 한 권을 향해 손을 올렸다.

    그 순간, 갑자기 분위기가 싸해졌다.

    “어어…… 저 아이템도 가져다 놨어?”

    “누구야, 누가 우리 귀여운 우주 앞길을 망치려고……”

    “으흠! 크흠! 뭐 꼭 돌잡이가 애 미래를 결정하는 건 아니니까.”

    주변 사람들이 모두 눈치를 보며 얼버무린다.

    ……한 명만 빼고.

    “푸스스스스- 꼬맹이 녀석이 벌써부터 뭘 좀 아는구나. 자고로 영웅이란 흑마법이지! 참고로 내 ‘딸’도 얼마 전에 마도서를 잡았다고!”

    아빠의 옆에 앉아 있던, 어딘가 좀 껄렁해 보이는 삼촌이 낄낄 웃는다.

    바로 그때.

    “앙-”

    아들은 반대쪽 손까지 들어 올렸다.

    …탁!

    아들이 검은 마도서에 이어 연달아 짚은 것은 한 자루의 투박한 송곳이었다.

    그러자 좌중이 환호하기 시작했다.

    “아이구! 이씨 가문에 마검사가 나왔다니! 경사로세!”

    “요즘 세상에는 판검사보다 대단한 게 마검사 아잉교!?”

    “역시 직업은 사짜 들어간 게 최고여!”

    팔불출 이모 삼촌들이 아들을 안아들고 예뻐 죽으려 한다.

    용, 악마, 거인, 정령, 벌레, 천사, 오크, 리자드맨, 인간, NPC, 몬스터, 플레이어…….

    모든 이들이 한데 모여 벌이는 축제의 장 속에서.

    “여보, 저 녀석 웃는데?”

    “그 빛길 드립 좀 그만 쳐. 재미없어.”

    엄마와 아빠는 아들을 보며 행복하게 미소 짓고 있다.

    아빠가 감개무량하다는 듯 입을 열었다.

    “이제 진짜 끝난 느낌이네. 아이들에게는 새로운 시작이겠지만.”

    나의 이야기는 여기까지다.

    지금부터는 이 소년 소녀들의 이야기가 새롭게 다시 펼쳐지겠지.

    이제 기성세대는 이만 자리를 비켜 줄 차례였다.

    그때.

    아빠의 말을 들은 엄마가 무슨 소리냐는 듯 정색을 했다.

    “끝나긴 뭐가 끝나.”

    “응? 던전 다 돌고 세계도 구했잖아. 그럼 끝이지.”

    “끝 아니지! 게임 클리어를 했으면 보상이 있어야지!”

    “보상? 보상이라면 이미…….”

    아빠는 의아한 눈초리로 딸과 아들을 번갈아 본다.

    하지만 엄마는 단호하기 그지없는 태도로 고개를 저었다.

    “보상 아직 안 끝났어.”

    “……?”

    고개를 갸웃하는 아빠에게 엄마가 씩 웃으며 엄지로 뒤를 가리켰다.

    “오늘 셋째 고?”

    아빠의 표정이 갑자기 미묘하게 변하는 것을 본 좌중이 한바탕 떠들썩하게 폭소를 터트렸다.

    그리고 그 모습들을 쭉 둘러보며.

    “……게임은 참 즐거운 거구나.”

    새삼 중요한 사실 하나를 배운 딸이 부모의 어깨 너머로 두 눈을 반짝반짝 빛내고 있었다.

    *       *       *

    갓겜 데우스 엑스 마키나 2가 나온 지도 어언 17년.

    어김없이 올해도 제17회 마고 리그가 열렸다.

    위대한 게이머 ‘마동왕’과 ‘고인물’을 기념하기 위해 만들어진 이 거대 규모의 리그는 ‘월드 얼티메이트 올림피아드(World Ultimate Olympiad)’보다도 더 격조 높은 상위 티어의 리그로 평가된다.

    특이하게도, 이 리그의 규칙은 다른 리그들과는 조금 달랐다.

    아무나 대회에 출전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대회의 심사위원을 맡고 있는 NPC, 혹은 몬스터와 싸워 기량을 인정받아야만 출전권을 획득할 수 있다는 것.

    (과거 1회차 리그에서는 참가자가 그리 많지 않아 심사위원이 얼마 없었지만 최근에는 참가자 수가 폭증하면서 심사위원들도 대폭 많아졌다고 한다)

    총 9번의 스테이지에 각각 랜덤한 몬스터나 NPC들이 소환된다.

    출전자는 이들을 상대로 제한 시간을 버텨내 그들의 인정을 받아야만 다음 스테이지로 진출할 수 있고 총 9번의 인정을 받아야만 플레이어들끼리만 자웅을 겨루는 리그 본선으로 올라갈 수 있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용자의 무덤’ 순한 맛이라고 볼 수도 있겠다.

    그리고.

    이곳에 출전한 플레이어가 여기에 하나.

    검은 후드로 전신을 감싼 그는 그다지 특별할 것도 없는 복장이다.

    그저 그런, 어디에나 있을 법한 유저 1 정도로 보이는 외형.

    ……하지만.

    그가 보여 주는 압도적인 피지컬과 폭력적인 재능은 모든 이들을 헛바람 집어삼키게 만드는 것이었다.

    쿵! …털썩!

    사회자가 놀라 외친다.

    [네! ‘이우주’! 이우주 플레이어 1차전 통과입니다! 거의 최단시간인데요!]

    1차전에서 이름 없는 여왕과 어둠 대왕 페어를 꺾음으로써 자신의 기량을 선보인 플레이어 ‘이우주’, 그는 부담 없는 발걸음으로 상위 라운드를 향해 걸어간다.

    이윽고.

    콰콰콰쾅!

    2차전에서 새끼 크라켄마저 꺾은 그는 파죽지세로 라운드를 돌파해 나간다.

    3차전에서 레흐락과 게슈탈트를 만난 그는 예의바르게 꾸벅 인사를 한 뒤 예의바르지 않은 칼질을 시작했다.

    [어우, 조카~ 손이 맵구먼~ 삼촌들은 더 이상 못 버티겠어~]

    레흐락이 찡찡거리며 손사래를 친다.

    이우주는 또다시 상위 리그로 진출했다.

    까앙-

    칼과 칼이 맞부딪치며 내는 청명한 소리.

    4차전. 용사 도로시가 생긋 웃으며 이우주를 축복한다.

    [이모가 졌어. 힘내 조카~]

    그리고 대망의 5차전.

    이스비브놉이 거대한 덩치로 이우주를 압박한다.

    요리조리 잘 피해 다니던 이우주는 지형지물을 이용해 이스비브놉의 균형을 잃게 만들었고 이내 제한시간동안 버텨내는 것에 성공했다.

    [껄껄껄- 이 정도라면 참가 자격이 충분하지. 암 충분하고 말고! 누구 아들인데!]

    6차전에서는 마몬이 무뚝뚝한 표정으로 걸어 나온다.

    한참 동안이나 벌어진 공방전 끝에, 마몬은 땀을 닦으며 퉁명스레 말했다.

    [……흥. 제법 잘 컸군. 돌잔치 때는 허약해 보이더니.]

    7차전에서는 군단벌 크라브로와 장군개미 포르미카가, 8차전에서는 아스모데우스가 나와 이우주의 기량을 증명했다.

    제한된 시간 동안 이 모든 관문들을 버텨낸 그는 이내 아홉 번째 관문에 도전한다.

    이윽고.

    …쿵!

    경기장에 강림하는 것은 붉은 용 모르그마르.

    [한 치의 자비도 베풀지 않을 것이다. 나는 인맥놀음을 좋아하는 다른 심사위원들과는 달리 네 돌잔치 때도 안 갔던 몸!]

    그동안의 적들과는 다르게 살의 100%인 이 거대한 몬스터는 이우주를 향해 거침없이 불길을 토해 낸다.

    이우주는 바닥을 굴러 날아드는 불기둥을 피했고 이어지는 화산탄까지 모조리 피해 버렸다.

    “어휴, 딜량 장난 없네. 아빠는 이런 몬스터를 어떻게 잡았던 거지?”

    데우스 엑스 마키나2의 세계에서 자그마치 17년이 넘도록 최종보스로 군림하고 있는 이 거대한 용암룡은 도무지 틈이 보이지 않는다.

    과연 4차 대격변, ‘종말의 어머니 오무아무아’의 시대를 버텨내 살아남았던 몇 안 되는 생명체 중 하나.

    듣자하니 4차 대격변 당시 지면에 닿기 직전까지 떨어졌던 태양의 힘을 직접적으로 받는 바람에 원래 설정된 개체값보다 훨씬 더 강해졌다나?

    ‘옛날에는 이런 괴물들이 17마리나 있었다고? 그리고 아빠는 그런 것들을 상대했었던 걸까?’

    이우주가 이런 저런 생각을 하는 사이.

    콰콰콰콰쾅!

    모르그마르가 내뿜는 불은 모든 것들을 죄다 불살라 버린다.

    이우주는 정신없이 바닥을 구르며 불기둥들을 피해 움직였다.

    하지만 아무리 버티고 버텨도 적은 빈틈을 보이지 않았다.

    ‘제한 시간은 이미 넘겼는데…….’

    그러나 상대방은 자신을 놔줄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었다.

    이우주가 어떻게 해야 하나 난색을 표하고 있을 때.

    “이제 그만.”

    경기장에 아버지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어느새 나타난 것일까?

    거대한 용 모르그마르의 머리 위에 양반다리를 한 채 올라앉아 있는 아버지.

    아버지는 자상한 어조로 말했다.

    “이봐. 모르그마르. 계약한 내용이랑 다르잖아.”

    [무슨! 나는 편의 따위는 봐주지 않는다! 그저 최선을 다해……]

    “그게 아니라. 이미 제한시간을 넘겨서 통과잖아. 같은 시간에 시작했던 내 딸은 이미 패스했어. 내 아들이라고 역차별하면 안 되지.”

    이윽고, 아버지의 얼굴에 스산한 그림자가 드리워진다.

    “아니면. 뎀 1때 미처 못 끝냈던 사냥을 지금 다시 시작해 볼까?”

    […….]

    “너도 오즈처럼 되고 싶다면야 뭐…….”

    모르그마르는 그 말에 오싹 소름이 돋는지 잽싸게 몸을 웅크렸다.

    [토, 통과다.]

    세계관 최강으로 통하는 몬스터마저 주눅 들게 만드는 아버지의 위엄에 이우주는 입을 딱 벌렸다.

    이윽고.

    아버지는 아들의 앞으로 다가와 말했다.

    “들었니? 산하도 통과했던데.”

    “별일이네요. 누나는 게임 못 하는데. 운이 좋았나?”

    “응. 여전히 운이 대단하더라.”

    누나인 이산하의 통과 소식을 들은 이우주는 별일이라는 듯 어깨를 으쓱했다.

    아버지는 그런 아들을 향해 씩 웃어 보였다.

    “이번에 조디악네 딸도 출전한다던데.”

    “……!”

    “잘 할 수 있지, 아들?”

    “너무 기대는 마세요.”

    이우주는 주먹을 들어 아버지가 내미는 주먹을 탁 마주쳤다.

    9번의 인정 끝에 진짜 리그로 올라가는 아들에게, 아버지는 말했다.

    “아들아.”

    “……?”

    “좀 뜬금없이 들릴 수도 있겠지만.”

    이우주가 고개를 돌리자, 이어진은 고개를 돌렸다.

    타는 듯한 저녁놀이 온 세상을 물들이고 있는 풍경.

    이어진이 말했다.

    “세상은 아름답고 싸워 볼 가치가 있단다.”

    이우주는 그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대답했다.

    “전자는 잘 모르겠고, 후자에는 공감해요.”

    아름다운 것은 잘 모르겠지만 싸워 볼 가치가 있는 것은 맞다.

    세상일이라는 게 다 그런 것 아니겠나.

    -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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