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닳고닳은 뉴비-871화 (871/1,000)
  • 871화 4차 대격변 (8)

    “뭐, 뭡니까?”

    “지금 이게 무슨……?”

    “당신 뭐야!?”

    처리반의 도깨비들은 하나같이 당황한 기색.

    하지만 남세나는 말없이 손목의 쇠사슬을 흔들어 잘그락거린다.

    사슬 끝에 붙은 톤파는 지금 이 순간에도 처리반들을 죽이느라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세계 정점급 피지컬과 템빨, 게임 숙련도와 이해도 모두 최상, 폭력과도 같은 재능에 복수심이라는 동기, 그로 인한 노력치까지.

    하늘 바깥의 하늘에서도 최강으로 통하는 존재가 처리반 내부에서 이빨을 드러냈다.

    남세나는 이를 빠득 갈았다.

    그녀의 품속에서 아이템 하나가 불길한 빛을 뿌린다.

    -<카르마의 일기장> / 주문서 / S

    한 사람의 ‘업보(業報)’가 기록된 주문서.

    제일 먼저 소유한 이의 업보가 빼곡하게 기록되어 있어 더 이상 무언가를 적어 넣을 여백은 없을 것 같다.

    ※원 소유자: 조디악 번디베일

    -특성 ‘싸움 나락’ 사용 가능

    남세나는 이 아이템을 통해 무엇을 본 것일까? 만약 그녀 역시 나와 조디악처럼 누미노제 1팀에 속해 있었던 사람들이 등장하는 꿈을 꿨다면…….

    “……죽여 버릴 거야.”

    지금 이렇게 진득한 증오를 뿜어내는 이유도 납득이 간다.

    나는 머릿속에 남세혁을 떠올렸다.

    [이제 끝내고 싶어. 자.]

    모든 것을 포기한 채 한 줄기 핏자국으로 말라붙은 사내.

    머릿속 누미노제를 완전히 추출당하기 전까지 얼마나 많은 회귀를 겪어야만 했을까?

    “네 입에서도 오빠랑 똑같은 말이 나오게 해 줄게!”

    남세나는 고개를 돌려 뒤에 있는 오무아무아, 윌슨을 노려본다.

    퍼펑! 펑! 콰콰콰쾅!

    사슬과 톤파가 주변을 온통 초토화시켜 놓는다.

    처리반들의 방어진에 피분수가 일며 거대한 구멍이 뚫렸다.

    나는 그 틈을 타 처리반들의 벽을 뛰어넘었다.

    피보라 몰아치는 땅 위를 스쳐 지나가며, 나와 남세나의 눈이 한번 마주쳤다.

    “…….”

    “…….”

    당연히 표정을 살필 겨를 없었고 대화를 나눌 시간 따위는 더욱 없었다.

    그저 그렇게 서로를 스쳐 지나갈 뿐.

    남세나는 일순간 기운이 빠진 듯 멍하니 있다가 다른 처리반 몇몇에게 유효타를 입기까지 했다.

    하지만.

    “괜찮으십니까!?”

    튜더가 시기적절하게 끼어들어 처리반들을 막아 냈기에 남세나는 죽지 않을 수 있었다.

    이윽고, 남세나가 포위벽에 낸 구멍으로 랭커 연합, 그리고 그를 따르는 플레이어들이 우르르 밀고 들어온다.

    그리고 그 모든 이들의 앞에는 내가 있었다.

    지난 수십 년간의 경험치를 터트리며, 나는 빛살처럼 쇄도해 오무아무아에게로 향한다.

    동시에.

    -띠링!

    <세계 최초로 ‘오만의 악마성좌 루시퍼’ 레이드에 성공하셨습니다!>

    <세계 최초로 ‘태양룡 바이어스’ 레이드에 성공하셨습니다!>

    <최초 정복자의 이름이 아카식 레코드에 기록됩니다>

    <이름을 남기시겠습니까?>

    불사조가 내 바로 뒤에 현신해 왔다.

    “이런 상황에서도 알림음이야?”

    [어서 특전을 확인해라!]

    나는 불사조가 전해오는 따스한 온기에 힘입어 상태창을 열었다.

    그리고 어떤 특전이 생겨났는지 확인할 새도 없이 바로 그것을 발동시켜 버렸다.

    …파앗!

    이윽고, 내가 얻은 최후의 특성이 빛을 발한다.

    <이어진>

    LV: 100

    HP: 1,000/1,000

    호칭: 오만의 악마성좌 루시퍼의 위상(특전: 오만) / 황금 용군주 바이어스의 위상(특전: 편견)

    오만과 편견.

    우리네 삶은 오만과 편견 그 자체.

    그리고 그것들을 바로잡는 과정으로 이루어져 있다던가.

    삶을 살아가는 동안 좋든 싫든 부딪쳤던 모든 상대들을 일정 시간동안 한 자리에 소환된다.

    나는 그것을 바로 오무아무아에게 걸어 버렸다.

    [……이건!?]

    오무아무아에 탑승한 윌슨은 크게 놀라 자신의 몸을 살핀다.

    지척까지 다가와 있는 태양 아래, 그것은 또다시 불길한 부르짖음을 시작했다.

    하지만, 놈의 손짓을 막는 이가 있었으니.

    [……어라?]

    윤솔!

    그녀가 어느새 다시 되살아나 오무아무아의 팔을 잡고 있었던 것이다!

    [나 다시 살아났네?]

    오만과 편견 특성으로 인해 오무아무아의 적대자로서 되살아난 윤솔.

    나는 그녀에게 씩 웃어 보였다.

    그리고 오만과 편견 특성을 나, 그리고 내 뒤를 따르는 모든 이들에게 걸어 버렸다.

    이 사기적인 스킬은 분명 나뿐만 아니라 상대방에게도 거는 것이 가능할 터.

    ……그리고.

    이 대규모 변화를 조금 더 빠르게 촉진할 수 있는 아이템이 내게는 있다.

    “제 시간에 고치느라 애 좀 먹었지.”

    -<흰 용의 오르골> / 재료 / S+

    삶의 극한에 이른 자들은 으레 그동안 살아 왔던 전쟁 같은 삶을 반추해 보기 마련이다.

    -특성 ‘회고록(回顧錄)’ 사용 가능 (특수)

    ※환영은 환영일 뿐입니다

    내가 오르골을 작동시키자 이내 어마어마하게 많은 환영들이 온 하늘에 생성된다.

    그리고 이내 오만과 편견 특성으로 인해 그 환영들은 실체를 얻는다.

    여기 모인 모든 이들이 그동안 쌓아왔던 기억과 추억의 총체. 그것들이 힘과 실체를 얻어 멸망에 저항해 싸우기 시작했다.

    [어림없다.]

    오무아무아가 나를 향해 커다란 두 손바닥을 뻗어온다.

    저 안에 잡히는 것은 내구도를 불문하고 모조리 으스러지겠지.

    내가 왼쪽과 오른쪽 시야를 꽉 채우는 공격에 어디로 피해야 하나 고민하고 있을 때.

    [……오른쪽.]

    귓가에 속삭이는 목소리가 있었다.

    화들짝 놀라 고개를 돌리니 그곳에는 창백한 안색, 흰 머리, 칠흑의 갑주를 입고 있는 한 중년 남자가 보인다.

    [이제 기억이 났어. 내 이름은 솔로몬, 솔로몬 대왕이다!]

    어둠 대왕. 그는 목에 건 목걸이를 들어 보이며 나를 향해 씩 웃어 보였다.

    선택 특성으로 내게 길을 가르쳐 준 그.

    그리고 그의 옆에는 이름 없는 여왕, 아니 이제는 이름을 되찾은 여왕 히폴리테가 웃고 있었다.

    아주 가깝게, 팔짱을 낀 채로.

    나는 솔로몬의 조언을 따라 오른쪽으로 피했다.

    그러자, 거짓말처럼 오무아무아의 오른팔이 구부러지다 말고 뚝 멎는다.

    왜 그러나 싶어 살짝 위를 쳐다보자 이내 놀라운 광경이 보였다.

    쿠-구구구구국……!

    산맥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길고 거대한 촉수다발이 오무아무아의 오른쪽 팔을 온통 휘감아 조이고 있었다.

    크툴루 크라켄! 그리고 그 품에 안겨 있는 작은 새끼마저 오무아무아의 팔을 낚아채 잡아당기고 있는 중이다.

    …콰쾅! 콰콰콰콰쾅!

    동시에, 오무아무아의 몸체에서 강력한 폭발들이 연쇄적으로 일어났다.

    크라켄의 반대편을 보니 먹구름 위에 떠 있는 여덟 척의 배가 오무아무아를 향해 대포를 쏴 갈겨대고 있었다.

    [전군 진격! 저 괴물 두족류 따위에게 질 수는 없다!]

    [대, 대왕님을 보좌하자!]

    아틀란둠의 8함대. 그리고 이를 진두지휘하고 있는 이들은 아틀란둠의 전전 대왕 플라튠과 전 대왕 귀스타프였다.

    아틀란둠의 전사들이 오무아무아를 향해 포격과 작살을 쏘아대고 있었다.

    오무아무아는 이 포격들이 성가신 듯 커다란 외눈에서 불길을 뿜어냈다.

    그것은 곧장 나를 향해 쇄도했고 모든 것을 파괴해 버릴 듯했다.

    ……하지만!

    나는 눈앞을 가로막는 든든한 방패 하나를 이내 곧 목도할 수 있었다.

    <애인급구 010-990X-XXXX>

    이마에 우스꽝스러운 낙서를 적어 놓은 해골, 그리고 그 해골을 등에 태우고 있는 거대한 몸집의 게 한 마리.

    [……친구여! 도우러 왔다네!]

    바로 레흐락과 게슈탈트였다!

    이 둘은 실로 놀라운 방어력으로 오무아무아의 공격을 막고 튕겨냈다.

    오무아무아는 황급히 한 번 더 눈빛을 뿜어내려 했지만.

    바글바글바글바글바글……

    하해의 쌍검독집게 게들이 어느새인가 오무아무아의 눈에 눈곱처럼 껴서 시야를 흐리게 만들었기에 에임은 빗나가고 말았다.

    동시에.

    철퍽! 철푸덕! 철썩!

    끈적한 점액들이 오무아무아의 몸 균형을 잃게 만든다.

    놈의 손 움직임도 극도로 느려졌다.

    여덟 다리 대왕 큘레키움이 수없이 많은 거미들을 이끌고 거미줄을 발사하고 있는 것이 보였다.

    “어어, 어, 어진아! 잠깐만 나 아직……!”

    윤솔이 오무아무아의 머리 위에서 뛰어내리려 했지만 상황이 너무 격렬하게 돌아가고 있는지라 탈출이 어렵다.

    그때.

    [네티! 여기야!]

    윤솔을 향해 내밀어지는 커다란 손바닥.

    고개를 든 곳에는 해맑게 웃고 있는 스마일 얼굴이 보인다.

    베티! 배드엔딩 ‘스마일’이 윤솔을 오무아무아에게 빼내 온다.

    오무아무아가 뒤늦게 손을 뻗어 그런 윤솔과 스마일을 잡으려 했지만……!

    [걱정 마라.]

    [두 번 실수할 수는 없지.]

    그런 오무아무아의 팔을 막아세우는 두 명의 대천사.

    니고데모 황제와 보카사 집정관!

    그리고 그 뒤에는 수많은 천사들이 하프와 창을 든 채 오무아무아를 상대하고 있었다.

    [오-오오오오!]

    [가-아아아아!]

    황금의 정령 고르딕사와 곡식의 정령 가이악사가 둘 다 정령왕이 된 상태로 등장해 천사들을 엄호한다.

    …콰콰콰쾅!

    이들의 연합 공격에 오무아무아가 비틀거렸고 또다시 플레이어 연합의 사기가 크게 올랐다.

    “역시 파티 플레이는 시공간을 초월해야 재밌지!”

    내가 환호하고 있을 때.

    [동감이야.]

    귓가에 울려 퍼지는 청아한 음색.

    잘못 들었다 싶어 고개를 돌리자 내 옆을 홱 스쳐 지나가는 그림자들이 있었다.

    콰쾅! 쩌저저저저적!

    오무아무아의 전신을 통째로 얼려 버리는 서리 폭풍!

    그리고 뒤를 이어 날아드는 시뻘건 참격 열 줄기가 오무아무아를 사정없이 쥐어 팬다.

    [나는 심장이 없다네. 아픈 걸 느끼지 못하지. 그러니 어서 가게.]

    [포기하는 것도 용기다. 오무아무아, 먼 태고의 존재여.]

    리치 왕! 그리고 데스나이트 사자심왕!

    이 두 초엘리트 몬스터가 어느새 내 양옆에 신장처럼 우뚝 서 있었다.

    동시에 머리 위에서 들려오는 목소리.

    [내가 너를 찾아갈게. 한여름 밤의 소나기처럼.]

    고개를 들자 아름다운 머릿결을 흩날리며 허공을 밟고 날아가는 여자가 한 명.

    ……그리고 그 옆에 누더기를 휘날리는 호박머리 허수아비가 또 한 명.

    [이제는 도망치지 않는다.]

    용사 도로시! 그리고 그의 영원한 파트너 잭 오 랜턴!

    시공을 초월한 파티 도로시 원정대가 내 주위를 둘러싼 채 오무아무아를 향해 항전한다.

    [어우, 나는 이런 분위기 쫌……]

    내 품속으로 숨어들어가 불편해 하고 있는 존재는 양파와 젤리를 양손에 쥔 오즈 하나뿐이다.

    …번쩍!

    도로시의 용검과 잭 오 랜턴의 대낫은 오무아무아의 거대한 양 팔을 순식간에 잘라 버렸다.

    쿠구구구국!

    오무아무아의 두 팔이 떨어져나가자 끌어당겨지던 태양도 잠시 멈춘다.

    [오-오오오오!]

    오무아무아에 탄 윌슨이 괴성을 지르며 발버둥쳤다.

    하지만.

    아직, 아직 멀었다.

    [용사 도로시와 용검이라. 낯익은 칼이로군 저거.]

    오무아무아의 앞에서 끌끌 웃는 노인의 음성.

    윌슨의 시선이 옮겨간 곳에는 커다란 체구의 노인과 그 옆에 있는 여자아이가 보였다.

    아르파공, 그리고 벨럿!

    지하도시 데린쿠유의 드머프들이 이곳에 와 있는 것이다!

    [어디 힘 좀 써 볼까!]

    아르파공은 굵은 팔을 들고 망치를 휘둘렀다.

    멀쩡한 하반신, 전성기 시절의 강력한 힘이 오무아무아의 하단부를 때렸다.

    따-앙!

    그 어떤 미지의 금속도 모두 제련 가능한 명장의 망치가 둔중한 충격파를 만들어 낸다.

    벨럿 역시도 망치를 들어 스승의 뒤를 따른다.

    땅! 따앙! 땅!

    오무아무아는 계속해서 데미지를 입는다.

    이내, 윌슨은 귀찮다는 듯 잘려나간 팔을 들어 아르파공과 벨럿을 짓이겨 버리려 했다.

    …쾅!

    몸통 옆을 통째로 후려갈기는, 산과 같이 거대한 망치만 아니었어도 분명 그렇게 했을 것이다.

    이윽고.

    아르파공과 벨럿의 머리 위로 짙은 그림자가 드리워진다.

    [……비키시오, 스승.]

    마몬. 마몬 클레망소.

    그가 인간의 모습으로 우뚝 선 채 거대한 망치를 들고 있었다.

    [허허허, 청출어람이로다.]

    [크흠, 흥!]

    마몬은 얼굴을 붉히면서도 아르파공과 벨럿을 뒤로 물린다.

    그리고 거대한 망치를 들어 계속해서 오무아무아를 두들기기 시작했다.

    그때.

    쿠오오오오오!

    태양에서 떨어져 나온 파편 한 조각이 이쪽을 향해 날아오기 시작했다.

    그것은 지금까지 봐 왔던 어떤 파편보다도 더욱 컸고 뜨거웠다.

    불길이 실린 채 날아드는 운석! 그것은 오무아무아를 엄호하기 위해 떨어지는 지원사격과도 같았다.

    ……그러나.

    [모든 것을 파괴할 뿐, 정복하지 않는 존재여! 나는 너를 향해 돌진하고 끝까지 너와 맞붙어 싸우리라.]

    [지옥 한복판에서라도 너를 향해 작살을 던지고!]

    [가눌 수 없는 증오를 담아 내 마지막 숨을 너에게 뱉어 주마!]

    세 자루의 작살이 날아 태양의 파편을 박살 내 버렸다.

    지옥불처럼 이글대는 불길도 잡히고 그 너머로 잠수복을 입은 세 명의 수인이 걸어 나온다.

    에이햅, 퀴퀘그, 그리고 이스마엘!

    그들은 작살을 든 채 오무아무아를 향해 눈을 희번뜩 빛내고 있었다.

    마치 몸을 태우는 불길 따위는 전혀 뜨겁지 않다는 듯 의연한 태도로.

    한편, 나는 이리저리 떨어지는 파편들을 피해 앞으로 내달렸다.

    “큭!? 온 세상 천지가 불바다네!”

    대지 위로 떨어지는 파편들이야 그렇다 쳐도 불길이 너무 높게 치솟고 있어서 앞이 잘 보이지 않는다.

    검은 포연과 시뻘건 불기둥들의 벽 뒤로 숨은 오무아무아는 난공불락의 성채처럼 보였다.

    ……그때.

    츠츠츠츠츠츠!

    또다시 놀라운 이번이 일어났다.

    검은 연기들에서 검은색이 빠져나가는가 싶더니 이내 투명하게 변해 버린다.

    시뻘건 불의 벽 역시도 빨간색이 빠져나가는가 싶더니 이내 보이지도 않게 되었다.

    그 외 검은 먹구름들이 색을 잃고 하얗게 물든다.

    심지어 태양마저도!

    “……?”

    뭔가 싶어 고개를 들자, 허공에 우뚝 선 채 모든 것들의 색을 빨아들이고 있는 존재가 보인다.

    [저기 봐. 굉장한 노을이야.]

    [예쁜 색이네. 마치 당신의 눈동자처럼.]

    아스모데우스, 그녀가 솔거를 안은 채 나의 시야를 열어 주고 있었다.

    그리고 그렇게 해서 열린 시야에는.

    [Hic. sordidum diaboli! Quia adversarius vester sit a me!]

    천둥 같은 함성을 내지르며 내 앞에 길을 터주는 두 명의 거인이 있었다.

    이스비브놉, 그리고 골리앗!

    이 둘은 서로 등을 맞댄 채 쏟아지는 태양의 파편들을 싹 다 걷어내 버렸다.

    나와 플레이어 연합군은 이들이 등을 맞대어 만들어 주고 있는 안전한 루트로 직전, 곧바로 오무아무아의 본체로 향했다.

    [……호앵뿌!]

    쥬딜로페의 오더에 따라 소돔과 고모라가 크라브로와 포르미카, 민첩템으로 무장한 벌과 개미들을 이끌고 진격한다.

    [으아앙 오빠!]

    [동생아!]

    젤리팔이 소녀 츄츄 역시도 오빠인 젤리팔이 소년 츄첸을 만나 껴안고 운다.

    이 남매들 역시 유다희를 따라 수많은 슬라임 젤리들과 깊은 숲의 아기양파들을 들고 참전했다.

    그 외에.

    [나는 최후의 불꽃. 사그라들지 않는 겁화가 되어…….]

    쓰러졌던 모르그마르가 불바다의 영향을 받아 몸을 어느 정도 회복했고 다시 오무아무아를 향해 초고온의 숨결을 뿜어내기 시작했다.

    “가자!”

    “부정한 개입을 몰아내자!”

    “이 게임은 우리 모두의 것이야!”

    플레이어 연합군이 진격한다.

    마교도, 덜렁교도, 회귀 전 옛 고인물 동료들도, 조디악도, 김정은과 방씨 형제, 편잭 노인도, 랭커들도, 플레이어들도, 그리고 남세나도.

    모든 사랑하는, 미운, 그리운 얼굴들이 총출동했다.

    나는 이제 코앞까지 다가온 태양과 오무아무아를 향해 말했다.

    “데우스 엑스 마키나에는 최악의 것이 세 가지 있다.”

    [……?]

    오무아무아에 탑승해 있는 윌슨은 그런 나를 내려다보며 의아한 기색을 표한다.

    나는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첫 번째, 불친절한 NPC.”

    […….]

    “두 번째, 흉폭한 몬스터.”

    […….]

    “세 번째, 끔찍할 정도로 고여 버린 고인물 플레이어.”

    그리고.

    …번쩍!

    나는 온몸의 버프와 특전, 스탯들을 폭발시키며 오무아무아를 향해 뛰어올랐다.

    “하지만 게임이 망하기 직전에는 이 세 가지가 게임을 구한다!”

    이제 태양은 지척까지 다가왔다.

    모든 것들이 죄다 불타고 바스라지느냐, 아니면 그 전에 내가 세상을 구하느냐.

    양자택일(兩者擇一).

    [인생은 언제나 선택과 선택됨의 연속이지.]

    불사조가 그런 나의 몸을 휘감아 오무아무아에게로 데려다 준다.

    나는 지금껏 폭증시킨 모든 스탯과 버프와 아이템 효과들을 두른 채 오무아무아, 태양, 신, 윌슨에게로 쇄도했다.

    ……이럴 때가 아닌 것은 알지만, 문득 엉뚱한 생각 하나가 들었다.

    ‘달을 부순 적은 있어도 태양을 부수는 건 처음인데.’

    문 브레이커를 넘어선 썬 브레이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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