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닳고닳은 뉴비-860화 (860/1,000)
  • 860화 3차 대격변 (3)

    세계 각국을 대표하는 랭커들이 총출동했다.

    세계랭킹 1위 튜더가 이끄는 로얄블러드, 그리고 2위 비앙카가 이끄는 미국의 군수업체 길드의 멤버들이 화력 지원을 왔다.

    페이사 릴레사가 이끄는 에티오피아 팀 역시 하나로 똘똘 뭉쳐 있었다.

    타파라, 구르무, 밸라이, 마루 마모가 페이사의 좌, 우익을 보좌하며 몬스터 웨이브를 막아선다.

    존 호킨스, 올리버 마르코, 라치만 구룽, 토니토니 블레어, 오일러 심슨, 죠 올드만, 모노마흐, 알리타이슨 등의 쟁쟁한 강자들이 각자 탱, 딜, 힐을 맡았다.

    물론 6대주리그의 주역들만이 나선 것은 아니다.

    각 대륙 챔피언스 빅리그, 리틀리그의 에이스들 역시 모조리 모였다.

    아키사다 아야카, 장마오 쉰, 핫세 다닐로바, 트로츠키 등등이 모든 힘을 끌어올린 채 전장으로 진입한다.

    우에바라 아츠카네, 야마카미 시가쿠, 히데사토, 유키에, 스즈키 히카리, 빅토르 안, 올가, 표트르, 라스푸틴, 피반창, 주라이기, 구이룬메이, 리덩후이, 리우이하오, 탕쯔이, 팅위안, 커제, 구리…….

    그리고 이들에게 밀려 한 대륙의 대표가 되지 못했던, 그러나 능히 일국의 최고존엄 자리를 두고 다툴 만한 실력의 소유자들.

    카렐린 강, 오승훈, 최번개, 안티 니에미, 구라이 부랄 등등의 랭커들 역시도 속속들이 등장한다.

    각국의 국내리그에서 각 대륙의 챔피언스 리틀리그, 빅리그를 거쳐 최종장 6대주 리그 ‘월드 얼티메이트 올림피아드(World Ultimate Olympiad)’까지.

    아주 약간의 운, 혹은 한 치의 실력이 모자라 정점에 오르지 못했던 ‘은메달리스트’들이 진짜 실력을 폭발시키기 시작했다.

    …펑! …퍼펑! …쾅!

    연달아 쏟아지는 헤드샷에 몬스터들이 무너져 내린다.

    궁귀 안혁수, 아니 빅토르 안이 무감정한 표정으로 원샷원킬, 몬스터 공격진영을 붕괴시키고 있었다.

    트로츠키가 오우거 특유의 거대한 주먹을 들어 바닥을 내리찍자 거구의 대망자들이 픽픽 고꾸라진다.

    그리고 이내 씬 레드 라인! 토니토니 블레어가 숨을 참은 채 광역지대의 몬스터들의 발을 묶어 놓았다.

    “호호호- 이 간잽이 놈. 이럴 때는 또 쓸 만하군.”

    비앙카는 그런 블레어의 머리를 거칠게 확 쓰다듬은 뒤 거대한 대공황 골렘을 만들어 내 눈앞에 있는 고정 S+급 몬스터, 태양룡에 맞섰다.

    “그렇다면 나는 저놈을 맡지.”

    세계랭킹 1위, 데우스 엑스 마키나의 공식 홍보모델 튜더가 오만의 악마성좌 루시퍼의 앞에 섰다.

    “자, 갑시다! 모두가 힘을 합쳐 이 세상을 지켜냅시다!”

    페이사 릴레사가 외쳤다.

    그리고 그 뒤로 모든 사람들이 힘을 모아 진격했다.

    대공작 단탈리안도, 대왕 파이몬도, 골드 드래곤 아르파닉 오메가닉 형제도, 하나가 된 플레이어 연합군의 대공습에 점차 뒤로 밀려난다.

    전세 역전의 길이 조금씩 조금씩 엿보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콰콰콰쾅!

    전혀 뒤로 밀려나지 않은 채, 오히려 한 발 한 발 앞으로 다가오며 플레이어들을 쓸어버리는 존재가 둘.

    태양용군주 바이어스.

    오만의 악마성좌 루시퍼.

    이 둘의 힘은 전 세계 랭커 연합도 어쩔 수 없는 것이었다.

    더군다나, 따르던 부하들이 거의 대부분 소멸했음을 안 루시퍼와 바이어스는 자기의 고유 특성을 발현하기 시작했다.

    루시퍼는 ‘오만’의 특성으로 수많은 환영들을 만들어 낸다.

    바이어스는 ‘편견’의 특성으로 그 환영들을 실체로 만들어 버렸다.

    수많은 유저들의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어엇!? 저건 내가 엊그제 잡았던 몬스터인데?”

    “내가 죽인 몬스터들이 되살아났다!”

    “심지어 언데드도 아니야! 그 상태 그대로 데이터까지 복원되었다고!”

    그렇다.

    루시퍼의 ‘오만’ 특성은 무투룡의 ‘회고록’ 특성의 상위호환.

    그동안 플레이어들이 잡아왔던 몬스터들 전체를 환영처럼 다시 불러낸다.

    그리고 바이어스의 ‘편견’ 특성은 정신계 스킬로 환영에 실체를 부여하는 능력.

    즉 루시퍼와 바이어스가 손을 잡고 용마동맹을 결성한 바로 이 순간, 이들의 능력은 그야말로 공전절후의 무시무시한 위력을 발휘하게 된 것이다.

    그 힘은 2차 대격변 당시의 두 전쟁군주 소돔과 고모라에 필적하거나 그 이상!

    가히 이 대륙 전체를 멸망으로 몰고 갈 수 있을 정도의 위력이었다.

    이곳에 모인 수많은 플레이어들은 그보다 훨씬 더 많은, 지금껏 잡아왔던 몬스터들과 조우해야 했다.

    트로츠키가 이를 갈며 외쳤다.

    “실체를 얻었다고는 해도 결국 환영일 뿐이다! 제한 시간이 있으니 그동안만 버티면 돼!”

    하지만 이 말을 한 그조차도 결국 몬스터 웨이브를 버텨내지 못하고 뒤로 튕겨져 나갔다.

    그가 용자의 무덤 88층에서 고꾸라트린 어둠 대왕이 혈액이 진득이 고인 눈동자를 빛내며 날뛰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 외, 월드클래스급 랭커들 역시도 지금의 자신을 있게 한, 지금껏 쓰러트려 왔던 몬스터들 중 가장 강한 개체들과 조우하고 있었다.

    오-오오오오!

    곳곳에 리젠된 초대형급 몬스터들이 새로 만들어진 방어선을 부숴 버리고 안으로 진격해 들어왔다.

    루시퍼와 태양룡은 단둘의 힘만으로도 이 세계를 초토화시켜 버릴 기세였다.

    …콰콰쾅!

    루시퍼가 휘두르는 불의 채찍에 강타당한 튜더가 피투성이로 변해 나가떨어졌다.

    태양룡이 뿜어내는 황금빛 숨결에 피격당한 비앙카의 골렘이 가루로 변해 부서져 내린다.

    모든 이들이 그 광경을 보고 절망어린 탄식을 내뱉었다.

    “……틀렸어, 세계랭킹 1, 2위가 저 정도야.”

    “태양룡과 루시퍼를 막으려면 아무것도 죽인 적 없는 뉴비여야 해! 하지만 뉴비가 저놈들을 잡을 수 있을 리가 없잖아!”

    “이건 아니야. 이건 못 깨는 퀘스트야. 윌슨이 궁지에 몰리니까 억지땡깡을 부리고 있는 거라고!”

    하지만. 모두의 절망에도 불구하고 튜더와 비앙카는 이를 악물고 다시 일어난다.

    순간 마주치는 둘의 시선.

    누가 먼저라 말할 것도 없이, 둘은 비슷한 대사를 중얼거렸다.

    “2차 대격변 때 바벨에서 봤던 것과 비슷하네.”

    “그때는 같은 편이었는데, 지금은 적이라는 것만 빼고.”

    2차 대격변 당시를 회상한 그 둘은 자연스럽게 어떤 인물을 떠올리게 되었다.

    그리고 그것은 이 거대한 멸망에 내몰려 삶의 끝자락까지 온 모든 이들이 마찬가지였다.

    고인물. 그리고 마동왕.

    그 둘은 어디에 있는가?

    그 물음에 대답해 주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오-오오오오오!

    그저 시시각각 다가오는 파멸만이 모두의 눈앞에 점점 더 선명해져가고 있을 뿐.

    ……바로 그때.

    콰쾅!

    요란한 폭음이 터져 나왔다.

    이 드넓은 전장에서 이 정도 소란이야 흔한 일이라지만…… 그것이 태양룡의 거대한 몸 중앙부에서 일어난 폭발이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크르르륵!?]

    태양룡은 입에서 핏물을 게워내며 비틀거린다.

    뒤로 주춤주춤 물러나는 태양룡 바이어스의 거체!

    그리고 그 앞으로 떨어져 내리는 존재가 모두의 망막에 뚜렷하게 각인되었다.

    …쿵!

    흰 마스크, 거대한 건틀릿, 전신에서 불타고 휘몰아치는 아우라.

    마동왕! 드디어 그가 이 필드에 강림한 것이다!

    우-와아아아아아아!

    어마어마한 함성이 전장을 휩쓸었다.

    전 세계 랭커들이 연합을 결성했을 때보다도 더 큰 기대와 환호가 판도를 완전히 뒤집어엎었다.

    “휴우…… 결국 와 주셨구나.”

    “흥, 지 혼자 주인공이네 아주 그냥.”

    “역시 의리 있는 친구로군.”

    “젠장, 왜 이리 늦었나! 빨리빨리 좀 오잖고.”

    튜더, 비앙카, 페이사, 트로츠키가 각각 한마디씩 한다.

    콰쾅! 쾅! 펑!

    이내, 마동왕은 몇 번의 주먹질로 불길과 지진, 와류를 만들어 냈고 이 거대한 불의 쓰나미와 산사태는 태양룡을 뒤로 다섯 발자국이나 밀어내 버렸다.

    지금껏 플레이어 연합군 그 누구도, 아니 전체가 힘을 합쳐도 달성하지 못했던 성과였다.

    하지만.

    “아앗! 마동왕 씨! 뒤에!”

    아키사다 아야카가 다급하게 외쳤다.

    태양룡에 집중하고 있는 마동왕의 뒤로 모습을 드러내는 존재.

    오만과 편견의 악마성좌 루시퍼!

    그가 손에 든 거대한 채찍으로 마동왕을 피격하려 든다.

    눈에 보이지도 않을 정도의 속도로 날아드는 이 불의 뱀은 움직임이 느린 마동왕으로서는 피할 수 없는 운명과도 같다.

    일촉즉발의 상황, 모두가 입을 모아 조심하라고 외치고 있는 그때.

    펑!

    마동왕의 몸이 그 자리에서 잔상처럼 사라지는가 싶더니 불의 채찍이 빈자리만을 때린다.

    그리고.

    스팟!

    마동왕의 망토 속에서 보이지 않는 칼이 나와 루시퍼의 허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지금껏 한 번도 변한 적 없던 루시퍼의 무표정이 고통으로 인해 잔뜩 일그러졌다.

    이 또한 지금껏 플레이어 연합군 그 누구도 달성하지 못했던 성과였다.

    ……한편.

    모든 이들이 마동왕의 재빠른 움직임에 경악했다.

    “어? 마동왕은 힘과 기술로 승부하는 메타 아니었나?”

    “저렇게 빠르게 움직일 수도 있었어?”

    “뭐지? 어떻게 저렇게 말도 안 되는 속도로 이동하는 거야?”

    “어? 아니, 내가 잘못 보고 있는 건가…… 저 스텝은…… 설마?”

    서서히 번져 가는 의혹.

    그리고 마동왕은 모든 이들이 지켜보고 있는 가운데 그 의혹에 당당히 답한다.

    확-

    위로 젖혀져 올라가는 가면. 드러나는 맨얼굴.

    너무 놀라서 환호조차도 들려오지 않는다.

    갑작스럽게 찾아온 3차 대격변만큼이나 대중들에게 충격을 안겨 준 일생일대의 대사건.

    피카레스크 마스크, 마몬과 사탄의 건틀릿, 거기에 죽음룡 오즈의 비늘과 두 자루의 깎단, 벨제붑의 독기와 데스나이트의 갈기, 그리고 전신을 휘감고 있는 철조망들.

    마동왕의 가면을 벗고 등장한 존재는 바로 고인물.

    아니.

    이제는 마동왕도, 고인물도, 썩은물도 아닌, 더 이상 숨길 것도 없는 100%의 본인 그 자체.

    이어진.

    바로 나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