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닳고닳은 뉴비-857화 (857/1,000)
  • 857화 2.5차 대격변 (6)

    전 세계 전 인류가 발칵 뒤집혔다.

    조디악이 쏘아올린 작은 공.

    그것은 하늘 위에 달처럼 군림하던 뎀 유니버스 본사를 박살 내 버렸다.

    전 세계 공중파 뉴스들조차 이 현상에 대해 이것저것 가리지 않고 마구 보도해 대고 있었다.

    오죽했으면 한낱 커뮤니티에서 떠도는 음모론, 카더라도 추천이나 조회수가 높다 싶으면 팩트 체크도 없이 바로바로 때려 버린다.

    내는 것마다 바로바로 역대급 특종이 되어 버리니 당연할 만도 했다.

    일단 보도부터 때리고 나중에 ‘아니면 말고’, 혹은 ‘응 미안해~’식으로 때우면 된다 식.

    하지만 대부분의 언론들이 늘 그렇듯, 그들은 정정보도나 사과 따위는 하지 않는다.

    그리고 공중파가 이 정도인데 지상파나 케이블, 수없이 많은 개인방송 스트리머들이야 두말할 것도 없었다.

    진실과 거짓. 사실과 허위사실. 온갖 루머와 음모론들이 힘을 얻어 날뛴다.

    그 와중에 딥웹 어두운 곳에 파묻혀 있던 진실들이 드물게 떠오르기도 했으나 보도되는 대부분의 것들은 거의가 찌라시들이었다.

    한편, 김정은은 단순히 뎀 유니버스의 캡슐 모니터들만 해킹한 것이 아니었다.

    조디악이 보낸 영상 메시지들은 서면으로 잘 정리되어 서류와 사진의 형식으로 곳곳의 방송국으로 제보되었다.

    심지어 그것들은 이름이 알려진 개인방송 스트리머들에게도 보내졌기에 어떻게 덮을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거대 언론사가 정보를 독점하는 시대는 갔다.

    개인 스트리머들이 너도나도 이 이슈들을 방송하자 언론사들 역시 이 아까운 떡을 남이 먼저 베어 물세라 미친 듯이 보도를 때린다.

    이슈는 더 큰 이슈로 덮어진다던가? 하루가 지날 때마다 계속해서 들려오는 충격적인 사실에 뎀 유니버스의 주가는 날이 가면 갈수록 폭락하고 있었다.

    한편.

    뎀 유니버스 본사는 얼마 전부터 모든 전산망이 마비되다시피 한 상태였다.

    201,100,023.

    하루에 날아드는 항의 메일의 개수이다.

    1초당 2천 개가 넘는 메일들이 오고 또 오니 트래픽 용량이 남아나질 않는다.

    전화나 고소장, 심지어 화살에 묶어 쏘아 보낸 협박편지까지 날아오고 있는 실정이었다.

    “팀장급들이 전부 사직서 내고 잠적했습니다!”

    “빨리 메일이랑 전화 막아 놔!”

    “각국에서 고소장들이 날아오고 있어요! 몇몇 지부는 이미 압수수색 당했답니다!”

    “허위사실 유포하는 기자들, 유튜버들 막아! 싹 다 고소 때려 버려!”

    “틀렸습니다! 그냥 벌금 내고 징역 살고 특종 잡겠다는 태도예요!”

    “버그 대책팀은!? 조디악 전담팀은!? 다 뭣들 하는 거얏!”

    “총수님! 총수님의 오더는 아직 없습니까!?”

    “저기 뭐야!? 저놈 뭐냐고! 기자 아냐!? 어떻게 들어왔어! 당장 끌어내!”

    뎀 유니버스 안의 직원들은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바로 그때.

    그들을 더욱 더 경악시키는 사태가 벌어졌다.

    “저, 접속이 되잖아!?”

    직원들은 데우스 엑스 마키나의 서버 점검이 강제로 끝난 것을 발견했다.

    메인스트림은 다시 서버를 열었고 언제나 그랬듯 수많은 이들에게 두 팔을 벌려 환영 인사를 전한다.

    “누가!? 누가 서버를 열었어!? 어떤 멍청한 개새끼가…… 어!?”

    직원은 스크린을 보며 길길이 날뛰다가 도중에 몸부림을 뚝 멈춘다.

    윌리엄 링트 윌슨. 뎀 유니버스의 총수.

    그가 직접 다시 게임을 열었다.

    뎀 유니버스 본사, 그리고 수백 개가 넘는 지부들에 퍼져 있는 모든 직원들이 동시에 같은 말을 중얼거린다.

    “……대체 무슨 생각이시지?”

    광증? 자포자기한 걸까? 아니면 이 상황을 뒤집을 묘수가 있어서?

    범인(凡人)의 생각으로는 감히 헤아릴 수 없는 판단이었다.

    *       *       *

    한편.

    나는 TV와 모니터를 통해 이 일련의 사태들을 모두 지켜보고 있었다.

    뎀 코리아 본사 앞에서도 연일 벌어지고 있는 격렬한 시위.

    “뎀 코리아는 해명해라! 해명해라!”

    “사람 죽여서 만든 게임 서비스를 중지하라! 중지하라!”

    “늬들이 사람 새끼냐 이것들아!”

    수많은 시민단체들이 피켓을 들고 외치는 소리가 요란하다.

    사옥 벽면은 썩은 계란과 페인트, 기타 음식물 쓰레기들로 이미 지저분했다.

    “막아!”

    경찰들이 그녀들을 시위대 사이에서 끌어내자 다시 한번 몸싸움이 벌어졌다.

    “찍어!”

    기자들의 셔터가 눌린다.

    시위대와 경찰, 기자들의 대치.

    그 안에는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이 한데 모였다.

    다양한 언어로 욕설과 절규가 터져 나온다. 그야말로 아비규환.

    기자, 경찰, 스트리머, 시민단체, 유가족, 구경꾼, 흑인, 백인, 황인, 한국인, 일본인, 중국인, 러시아인, 미국인, 프랑스인, 인도인, 독일인, 캐나다인, 터키인, 베트남인, 남자, 여자, 어린이, 청년, 중년, 노년…….

    다양한 인간 군상들이 모여 멜팅 팟(Melting Pot)을 이룬다.

    성별도 인종도 국적도 초월하고자 하는 뎀의 이념이 조금 다른 방향으로 실현되고 있었다.

    “난리도 이런 난리가 없네.”

    나는 한숨을 쉬었다.

    시위대 일부에서는 조디악을 숭배하는 듯한 움직임도 관찰된다.

    조디악은 더 이상 재앙신이 아니었다.

    그는 민주투사였으며 인권운동가가 되었다.

    거대한 악덕 초국적기업에게 납치되어 각종 고문과 생체실험을 당한 자.

    그리고 그 지옥에서도 처절하게 투쟁해온 용자.

    심지어 조디악이 한때 전도유망한 의사였을 뿐만 아니라 뎀 유니버스에서 게임 개발자로 일하다가 실종된 형이 있다는 사실까지 알려지며 더욱 더 화제가 되고 있었다.

    조디악의 삶을 그린 영화나 만화, 소설들이 하루에도 수편 씩 무더기로 쏟아져 나올 정도였다.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 건지 모르겠군.”

    마치 현실에 대고 누군가 ‘Do a barrel roll’ 코드를 입력한 것 같다.

    하루아침에 땅과 하늘이 바뀌는 세상. 마치 나태의 악마 벨페골과 투쟁의 용 카프카타렉트의 세상처럼 말이다.

    “진짜 한 치 앞도 짐작할 수가 없네. 일이 어떻게 풀려 갈지.”

    이런 사태는 회귀하기 전 세상에서도 겪어 본 적이 없기에 어떤 식으로 대처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여론의 동향을 보면 조디악의 말은 거의 기정사실화 되어 가는 듯하다.

    그리고 윌슨은 사태가 이 지경까지 치닫도록 그냥 방치하고 있는 중이었다. 아무런 공식 입장도 내놓지 않은 채로.

    문득, 머릿속에 윌슨이 했던 말이 떠오른다.

    ‘아하하하. 혼자서 게임을 만들 수 있을 리가 없잖아. 나의 상상이 큰 틀을 만들고 수없이 많은 사람들이 그 설정에 살을 붙이고… 구멍을 메우고… 버그를 잡고… 그렇게 다 같이 함께 만들어 가는 거지. 너희들이 잘 아는 크툴루 신화나 SCP재단처럼 말이야. 그래서 이 게임은 모두의 것이라는 거고.’

    ‘다양한 상상을 하기 위해 책을 많이 읽는 편이야. 아무래도 고전들이 도움이 많이 되지. 하지만 요즘만큼 상상력을 키우기 좋은 시대가 또 없어. 인터넷을 보면 참 기발한 아이디어들이 넘쳐나거든. 또 순수한 아이들의 때 묻지 않은 상상도 도움이 되지. 창의적인 것들이 참 많아. 남들이 먼저 상상해놓은 것들이 내게 있어서는 보물과 같달까.’

    ‘이 세계를 지키고 싶어. 모두가 행복할 수 있는 이 공간을 끝까지 지켜내고 싶다고. 힘을 빌려줬으면 해.’

    ‘나는 너에게 나의 결백을 증명할 수 없어. 태양이나 구름, 바람과 땅. 이처럼 그 자체로 완전하며 당연한, 논쟁거리가 될 수 없는 불변의 개념을 증명하려는 것은 무의미할 뿐만 아니라 불가능하기 때문이지.’

    ‘너에게 나의 신념이나 사상을 말해줄 수도 없어. 하지만 이것만은 분명하지. 원 포 올(One For All), 올 포 원(All For One). 나는 모두를 위해 더 큰 목표를 세우고 있는 중이야.’

    빠르게 넘어가는 자막처럼 머릿속을 스쳐 가는 기억들.

    만약 조디악의 말이 사실이라면 윌슨은 대체 왜 무고한 이들마저 희생시켜 가며 이 게임을 만들어낸 것일까?

    조디악의 짐작처럼 새로운 세계의 신이 되기 위해? 고작 그런 이유로 이런 거대한 가상현실 세계를 축조했다고?

    그렇다면 그는 왜 마지막으로 나에게 이런 말을 남겼을까?

    ‘……나의 목적을 알게 된다면 너 역시 나에게 공감할 수밖에 없을 거야. 오직 너만이 나에게 공감해 줄 수 있는 유일한 인간이다.’

    ‘오늘의 네 선택이 만들어 낸 결과를 평생 잊지 말고 기억해.’

    하지만, 나는 아무리 생각해도 윌슨의 의도를 짐작할 수 없었으며 또한 공감도 할 수 없었다.

    그렇게 혼자 끙끙 고민하고 있을 때.

    …탁!

    유다희가 내 어깨를 짚으며 물었다.

    “너는 조디악, 그놈을 믿어?”

    “……모르겠다.”

    “나는 아무래도 그놈이 사기꾼 같애. 그 뱀 같은 혓바닥이라니. 하지만 그렇다고 윌슨이 딱히 선한 존재 같아 보이지도 않고.”

    “뭐, 세상이 딱 선악으로 구분되는 것은 아니니까.”

    나와 유다희가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고 있을 때.

    지이이잉……

    핸드폰이 요란하게 울린다.

    뭔가 해서 보니.

    “여자야?”

    유다희가 도끼눈을 뜨고 나보다 먼저 핸드폰을 짚는다.

    나는 번호를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유다희는 못마땅한 표정으로 내게 핸드폰을 건네준다.

    [……여보세요? 마왕님?]

    목소리는 아키사다 아야카의 것이었다.

    이제 제법 한국어가 능숙하게 된 그녀는 다급한 목소리로 내게 용건을 전했다.

    [지금 바로 게임에 들어가 보셔야 할 것 같아요!]

    게임에? 돈의 핵폭탄이 떨어져 모든 것이 초토화된 그곳에는 갑자기 왜?

    뎀 유니버스 본사의 최고 임원들조차 미회수된 골드들을 어찌할 방법이 없다고 말한 터다.

    게다가 아직 백섭이 완료된 것도 아닐 텐데.

    그때 현관에서 요란한 소음이 났다.

    콰쾅!

    엄재영 감독이 잠옷 바람으로 뛰어 들어온다.

    “어진아! 어진아! 어진아! 이거! 이거! 이거! 소식 봤냐!?”

    그는 게임 커뮤니티에 갑자기 폭발적으로 조회수가 늘고 있는 몇몇 게시글들을 내게 보여 주려고 온 모양이었다.

    -야? 갑자기 뎀 접속 되는데???

    -뭐지? 아직 서버 점검시간 꽤 많이 남지 않음??

    -이 시국에?????

    -오 뭐지? ㅎㅎ조금 일찍 풀렸나본데?

    -바로 접속 간다

    -오 진짜 되네?

    -오이오이! 믿고 있었다구! 바로 접속 간다!

    -진짜 백섭됐나? 내 템들 다 날라간 건 아니겠지? ㅠㅠㅠ

    -진짜 이 시국에 아직도 이 똥망겜 플레이하는 개돼지들이 있구나.,..

    -그래도 재밌는걸 어케 함...

    -이게 내 인생의 전부라고!!

    -와 진짜 접속이 되네;;;;

    .

    .

    서버 점검 도중 뎀의 접속 제한이 갑자기 풀려 버린 것이다.

    “뭐지?”

    엄재영 감독이 전해 온 갑작스러운 소식에 나도 유다희도 그저 서로의 얼굴만을 쳐다볼 뿐.

    동시에, 나는 재빨리 방에 있는 캡슐로 향했다.

    이 시국에 게임을 다시 정상 가동한다고? 윌슨이 미친 건가?

    도무지 의중을 짐작할 수 없는 판단.

    나는 혼란스러운 마음으로 게임을 켰다.

    -띠링!

    [데우스 엑스 마키나는 당신의 방문을 환영합니다!]

    그리고 이 익숙한 환영인사를 듣는 순간, 나는 윌슨이 어떤 심경으로 이런 판단을 내린 것인지 아주 약간은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 3차 대격변이 곧 시작됩니다 >

    내 기억 속 ‘최후의 업데이트’가 시작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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