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닳고닳은 뉴비-834화 (834/1,000)
  • 834화 고인물 VS 마동왕 (6)

    한국, 아니 전 세계 모든 나라의 게임 커뮤니티들이 한순간에 터져 나간다.

    어마어마하게 많은 트래픽이 한국, 그중에서도 LGB에 집중되고 있었다.

    고인물과 마동왕.

    각각 게이머가 밟을 수 있는 최고의 경지를 밟은 두 하이랭커.

    공식 세계랭킹 1위인 에드워드 튜더 프랜시스조차 자신보다 한 수, 아니 몇 수는 위라고 인정한 이 두 공전절후의 게이머가 오늘 우열을 가리는 메가 매치를 벌인다.

    누가 이길 것인가!

    오늘의 결과는 오랜 시간동안 이어져 내려온 고마대전에서 어느 한 쪽의 손을 들어줄 것이다.

    당연히 게임 커뮤니티에는 고인물의 추종자와 마동왕의 추종자들이 격렬한 키보드 배틀을 벌이고 있었다.

    - 내 생각에는 마동왕이 고인물 압살한다.text (댓글 12,987)

    - (스압주의) 무조건 고인물이 이길수밖에 없는 이유 108가지 (댓글 6,187)

    - 이번 마동왕vs고인물 경기 예상.jpg (댓글 9,217)

    - 마동왕의 광역기 vs 고인물의 무한회피 (댓글 19,217)

    - 프로게이머들이 분석하는 이번 고마대전 (댓글 15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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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글들이 어마어마한 속도로 리젠되며 게시판의 페이지 수가 쭉쭉 늘어난다.

    댓글 수는 말할 것도 없었다.

    -설마 고인물이 예전에 유튜뷰 시상식에서 했던 말이 이거였나...ㄷㄷㄷ

    -고인물이 뭔 말 했었음?

    -그때 마동왕이 WUO에서 우승했을 때 고인물이 유튜뷰 적색왜성 페스티벌 시상식에서 마동왕 저격했었음ㅋㅋㅋ

    -누가 클립 주소 좀 올려줘봐라~~

    -“저는 마동왕 선수가 우승한 WUO보다 더욱 더 높은, 상위의 리그에 도전할 계획입니다.” -고인물, 2026 레드 드워프 시상식에서 조회수 1위 소감으로 한 말-

    -와;;;이게 이거였네...더 상위의 리그

    -ㅇㅈㅇㅈ인정이다. 고인물vs마동왕이라면 세계리그보다 더 상위 리그라고 할만하지dd

    -와;;그럼 그때 고인물이 마동왕 저격한게 이 판을 깔기 위해서였던거임?

    -큰그림 인정합니다 덜렁센세...

    -캬~~~나는 그때 WOU보다 상위 리그가 어딨냐고 졸라 욕했었는데...이건 인정이지!

    -하늘에 군림하는 마동왕과 그걸 밟고 우주로 가는 고인물인가ㄷㄷㄷ

    -진짜 역대급 빅매치다...그 어떤 공식 리그보다도 재밌을것같음ZZZZ

    -고인물은 기껏해야 아마추어인데 어디서 마동왕한테 비비냐? 지 급 높일라고ㅋㅋㅋ ㅂㅅ

    -? 위엣놈 뎀알못이네ㅋㅋㅋ 팩트간다~ 고인물 님은 세계최초로 고정 S+급 몬스터 사냥에 성공하신분이란다~~ 마동왕같은건 진즉에 목따버리실듯?

    -ㅈㅅ한데 PVP랑 레이드는 다르거든요? 마동왕이 세계무대 나가서 PVP 지는거 한번이라도 봄?

    -응 봤어~ 고인물한테 한번 졌어~

    -응 그 고인물도 마동왕한테 한번 졌어~

    -그럼 현재 고인물 마동왕 둘다 1승 1패인거네

    -인생은 삼세번, 싸움도 삼세판이니 이번 승자가 진짜 모든 걸 가져갈듯ㄷㄷㄷ

    -솔까 붙어 봐야 알지 입으로만 싸움붙이면 뭐하냐?

    -나는 마동왕에 1표 던진다

    -ㄹㅇ고인물 횽이 누군가한테 죽는 건 상상이 안 되는데?ㅋㅋㅋ

    .

    .

    전 세계적으로 어마어마한 관심이 쏟아지는 가운데.

    이윽고 LGB 독점 방송에서 마동왕과 고인물의 싸움이 벌어진다.

    의문의 제3자가 촬영하고 있는 영상.

    상태창이나 맵의 정확한 위치 등 상당 부분의 데이터가 모자이크 처리되어 있었지만 경기의 가장 중요한 요소들을 관람하는 데에는 아무런 지장도 없었다.

    <고인물 VS 마동왕>

    두 명의 천상계 랭커는 서로를 마주보고 서 있다.

    ……이윽고.

    마동왕이 먼저 대치를 깼다.

    가면 속, 어떤 표정을 짓고 있는지 알 수 없는 마동왕이 앞으로 크게 한 발 내딛었다.

    철컹! 철커덩! 콰긱- 기기기긱-

    놀랍게도, 마동왕은 전 세계 시청자들이 지켜보고 있는 가운데 새로운 아이템을 선보였다.

    정체불명의 왼손 건틀릿.

    보기만 해도 안구가 타들어갈 듯한 열기를 내뿜는 칼날들이 수도 없이 중첩되어 팔과 어깨 전체를 감싸고 있었다.

    화르르르륵! 퍼펑!

    동시에, 팔꿈치 쪽에서 살벌하게 뿜어져 나오는 유황가스와 유증기에 불이 붙어 넘실거리기 시작했다.

    콰-콰콰콰콰쾅!

    마동왕이 손을 뻗자 건틀릿이 폭발하듯 요동치며 무시무시한 홍염이 뿜어져 나왔다.

    협곡 전체를 순식간에 집어삼키는 거대한 불덩어리, 그것은 이내 격렬한 와류를 그리며 온 세상을 불의 소용돌이 한가운데 가둬 버린다.

    마동왕의 새로운 스킬을 본 온 세계가 뜨겁게 들끓는 것은 당연한 결과였다.

    -뭐냐 저 스킬은??????

    -ㅎㄷㄷ하네...세계리그에서 못 보던 스킬인데?

    -마동왕이 그새 새로운 몬스터 잡고 아이템 얻은 건가?

    -저거 내가 알기로 '불와류‘ 특성 같은데...근데 저 특성이 저렇게 강했다고?

    -불와류 스킬 쓰는 몬스터에게서 빼앗은 거 같은데...근데 불와류 쓰는 몬스터들 중에서 저렇게 강한 개체가 없는데...??

    -열사의 사막에 사는 마그마웜이 저 스킬 쓰던데ㄷㄷㄷ 근데 저 정도로 강하지는 않았음;;;

    -마동왕이 그럼 세계리그에서 힘을 숨겼던거임???

    -뭐든 간에 쩐다 진짜...암만 고인물이라고 해도 저건 못 피하지...

    -경기가 시작부터 끝나버리네ㄷㄷㄷ근데도 충분히 재밌다..개충격적이야...

    .

    .

    그러나.

    시청자들의 예상과 달리.

    …퍼엉!

    불의 와류 한 귀퉁이에서 불을 찢고 튀어나오는 존재가 있었다.

    전신을 미끈미끈한 점액으로 감싼 고인물이었다.

    하지만 마동왕의 불을 버텨냈다고 해도 중앙으로 끌려들어가긴 싫은지, 고인물은 등용문을 넘는 잉어처럼 와류를 거슬러 움직여 마동왕과의 거리를 좁힌다.

    그리고.

    콰쾅!

    이내 반사 데미지가 한 줄기 검은 벼락이 되어 마동왕에게 꽂혔다.

    불벼락과 검은 벼락이 서로의 몸을 사납게 헤집는다.

    전투 초반, 마동왕의 새로운 패턴에 잠시 당황하는 듯 보이던 고인물은 이내 적응을 끝낸 듯 비교적 여유를 되찾았다.

    압도적으로 끌려다니던 초반부가 지나자 다시 고인물과 마동왕의 기세가 비슷해졌다.

    온 세상 천지를 다 잡아 찢고 부숴 버리는 마동왕의 오른손, 그리고 보이는 모든 것을 빨아들여 태워 버리는 왼손.

    온 세상 천지가 다 찢어지고 부서지는 와중에도 귀신같이 빈틈을 찾아 빠져나가는 고인물의 발재간, 얄밉게도 화염 데미지를 족족 흡수해 반사하는 손놀림.

    신기에 가까운 둘의 공방전에 시청자들은 댓글을 다는 것조차 잊고 멍하니 화면을 응시할 뿐이다.

    이윽고, 채팅창이 폭발한다.

    -와 대박 잘 싸운다 둘 다 진짜!!!

    -마동왕 클라스 오짐;;;;온 지면을 다 부숴버리네

    -저건 알아도 못 피하겠다...광역기...

    -그런데...대체...

    -대체 왜 안 죽는거냐 고인물!!!!!

    -묻고 더블로 가

    -이쯤되면 둘 다 인간이 아니다...

    -지금 전투가 아마 게임 역사에 가장 위대한 경기로 기록될듯

    -살아있어서 다행이야...나 자신...이런 경기를 볼 수 있다니...

    -근데 지금 이거 촬영하는 사람은 누구냐?? 뷰 기가막히게 잘 잡네..

    -육안으로 직접 보고 싶다 이 경기...만약 그렇게만 해준다면 내 목숨을 가져가도 좋아...

    .

    .

    불의 소용돌이가 고인물을 삼킨다.

    검은 벼락과 도트데미지가 마동왕의 몸을 두드린다.

    시청자들은 매 초간 심장을 움켜쥔 채 일희일비(一喜一悲)를 반복해야 했다.

    ……하지만.

    전 세계가 보고 싶어 했던 광경, 조금 더 정확히 말하자면 두 가지 광경.

    그러니까, 고인물이 서 있고 마동왕이 쓰러져 있는 장면.

    혹은, 마동왕이 서 있고 고인물이 쓰러져 있는 장면.

    이 두 가지 장면은 결국 끝끝내 연출되지 못했다.

    콰쾅! 우지지지지직!

    마동왕의 힘을 이기지 못한 협곡이 통째로 붕괴하기 시작한 것이다.

    거대한 크레이터가 숲을 완전히 삼켜 버린다.

    [……으아아악!]

    영상을 촬영하던 제 3자가 지르는 비명소리가 높게 울려 퍼졌다.

    그리고 동시에.

    …핏!

    24시간이 넘게 계속되던 화면 송출이 종료된다.

    -안돼!!! 화면 다시 켜!!!!

    -그래서누가이김?그래서누가이김?그래서누가이김?그래서누가이김?그래서누가이김?그래서누가이김?...

    -마동왕인가?? 마지막 메가톤급 지진이랑 와류 봤잖아 다들~~

    -근데 그걸 카운터 친 고인물이 이겼을거같은데????

    -아 미르스띤!!!빨리 화면켜줘요~~나 현기증날라그래

    -ㅠㅠㅠㅠㅠ제발 결과만이라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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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꺼졌던 화면은 이내 곧 다시 재개되었다.

    하지만 그때는 상당부분의 전투 분량이 스킵된 이후였고 전투의 거의 마무리 단계만이 방송되었다.

    …쿠오오오오오!

    거대한 홍염의 소용돌이 한복판까지 끌려들어간 고인물이 결국 허우적대던 끝에 화염 밑으로 가라앉는다.

    -드디어 승자가 정해졌다!!!

    -이걸로 마동왕이 진정한 넘버원이야!!!

    -★마☆동★왕☆사★랑☆마★교☆사★랑☆

    -경)마동왕세계제일공식인정(축

    -결국 게임 역사에 길이 남을 넘버원 타이틀은...마동왕 손에 들어가는 걸로~

    .

    .

    마동왕의 추종자들이 열띤 채팅을 남긴다.

    늘 마동왕이 세계제일이라는 것을 주장하던 이들도 마음속으로는 알고 있었던 모양이다.

    고인물을 넘어야 정말 세계 1위라는 것을 인정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그러나.

    쿠르르륵!

    마동왕의 추종자들의 얼굴에 떠오른 화색은 오래 가지 못했다.

    카메라 뷰가 옮겨지며 보인 풍경 속에는 마동왕 역시도 쓰러지는 장면이 담겨 있었던 것이다.

    고인물의 불의 격류에 휘말려 사라지는 동시에 마동왕 역시 대지에 무릎을 꿇는다.

    그리고는 자신이 만들어 낸 화염폭풍 속으로 쓰러져 모습을 감춰 버렸다.

    -고하!

    -고인물하이!

    -여윽시 고인물이다!

    -마동왕도 쓰러졌다!!!!

    -그러취! 우리 고인물 횽도 못 버티는데 마동왕이라고 별수있냐ㅋ

    -않이 그러면 누가 이긴거임???

    .

    .

    댓글창은 혼란에 빠졌다.

    누군가 꼼꼼한 사람이 있어 고인물의 몰락과 마동왕의 침몰을 동시에 비교한 결과.

    -와ㄷㄷㄷㄷ비디오 판독 결과 나왔다

    -두 랭커가 쓰러진 시간이 거의 동시라네요

    -0.001초까지 판독되는 비디오인데....이게 동시라고?

    -잠깐만...그럼 무승부야??

    -않이 이게 말이 됨? 공식 경기도 아닌 경기에서 이런 무승부가 뜬다고???

    -와;;;진짜 레전드는 레전드네 둘다...

    .

    .

    제 3차 고마대전.

    1차 마동왕 승.

    2차 고인물 승.

    3차 무승부.

    고인물의 추종자들도 마동왕의 추종자들도 할 말을 잃어버리게 되는 순간이었다.

    -이건 내가 상상한 결과가 아닌데;;;;

    -누가 상상할 수 있겠음 무승부를ㅋㅋㅋㅋ

    -그래도 진짜 둘 다 엄청났다...

    -24시간 동안 쉬지도 않고 싸웠네...둘다 집중력 ㅎㄷㄷ해...

    -아쉽긴 해도 뭔가 다행이라는 생각도 든다. 나는 마동왕도 고인물도 좋거든

    -맞음. 둘 다 서로를 제외한 누군가에게 질 거라는 생각이 안 들어ㅋㅋㅋ

    -고인물 횽이 지는건 보고싶지 않아!

    -그렇다고 마동왕이 무너지는것도 사실 내가 바라는건 아니었어..

    -어찌보면 딱 깔끔한 결과 아니냐???

    -맞음. 둘 중 하나가 지는 광경 나오면 국가 이미지적으로도 손실이었을 거임

    -앞으로 둘은 싸우지 말라캐라ㄷㄷㄷ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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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승부라는, 다소 뜨뜻미지근한 결과에도 시청자들의 반응은 나쁘지 않았다.

    마동왕의 새로운 메타 공개와 그것도 잘 따라가면서 싸우던 고인물.

    그리고 온 세상 천지를 뒤집어놓았던 화려한 스킬 이펙트들과 마지막 피날레까지.

    사람들은 이번 경기를 영원히 잊지 못할 것이라며 극찬했다.

    대중들과 전문가들의 평점도 거의 일치, 높은 점수를 기록한 명경기였다.

    고인물과 마동왕이 동시에 사라진 이후에도 불의 소용돌이는 오랫동안 지속되었으며 그 열기에 취한 사람들은 한동안 방송을 끄지 않은 채 감상평을 이어나간다.

    바로 그때.

    새로운 소식이 떴다.

    경기가 사실상 종료된 순간.

    고인물과 마동왕의 유튜뷰 채널에 각각 경기 후 소감을 밝히는 인터뷰가 뜬 것이다.

    -뭐여??? 고인물이랑 마동왕 둘 다 방송하는데?

    -어떻게 둘 다 바로 유튜뷰 켰지?

    -아마 둘 다 동시에 사망 로그아웃당한 듯?

    -전투 끝나면 바로 방송 켜기로 약속했나보네ㅋㅋㅋ

    -왘ㅋㅋ개이득이다! 바로 보러간다!!!

    -LGB에서 바로 링크해주네! 바로보기 누르면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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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동영상들은 당연히 LGB에도 링크되어 있었다.

    수많은 시청자들은 전투가 끝났음에도 불구하고 자리를 뜨지 않고 남아 이 두 영웅의 밝히는 전투 후기, 서로에 대한 평가와 감상을 듣고자 했다.

    하지만.

    고인물과 마동왕이 시청자들에게 말한 것은 조금 다른 내용이었다.

    그들은 각각의 서로 다른 인터뷰 영상에서 거의 동시에 입을 열었다.

    [시청자 여러분들. 말씀드릴 것이 있습니다.]

    [사실 저희 둘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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