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닳고닳은 뉴비-833화 (833/1,000)
  • 833화 고인물 VS 마동왕 (5)

    <고인물> (아마추어) (언랭)

    C+급 몬스터 솔로 레이드 성공 (세계최초)

    B급 몬스터 솔로 레이드 성공 (세계최초)

    B+급 몬스터 솔로 레이드 성공 (세계최초)

    A급 몬스터 솔로 레이드 성공 (세계최초)

    A+급 몬스터 솔로 레이드 성공 (세계최초)

    S급 몬스터 솔로 레이드 성공 (세계최초)

    S+급 몬스터 솔로 레이드 성공 (세계최초)

    용자의 무덤 올클리어 (세계최초)

    <마동왕> (프로) (언랭)

    서울시 리그 우승

    서울시 리그 MVP 플레이어

    국내리그 우승

    국내리그 MVP 플레이어

    아시아 챔피언스 리그 우승

    아시아 챔피언스 리그 MVP 플레이어

    월드 얼티메이트 올림피아드(World Ultimate Olympiad) 우승

    월드 얼티메이트 올림피아드(World Ultimate Olympiad) MVP 플레이어

    비공식 세계랭킹 1위

    뎀 유니버스 선정 금세기의 선수

    WUO 선정 역사상 최강의 게이머

    ‘마동왕 VS 고인물’

    둘 중 누가 더 강한지에 대한 논쟁은 지난 6년간 전 세계 모든 게이머들의 주된 화젯거리였다.

    툭하면 벌어지는 고마 논쟁은 이제 고마대전으로까지 번졌다.

    고마대전이란 무엇인가?

    전 세계 인터넷에서 벌어지는 고인물과 마동왕의 라이벌 구도에 대한 분쟁으로, 전 세계적으로 6년 이상 꾸준히 이어져 오고 있는 논란이었다.

    간단하게 말하자면 ‘뎀’의 최강자는 누구인가, 고인물과 마동왕 중 누가 더 위대한 선수인가를 논하는 떡밥으로 게임 커뮤니티라면 거의 상시적으로 나왔던 VS놀이.

    -뭔 소리야 아직도 이게 논란거리가 됨? 당연히 고인물이지;;;

    -네 다음 덜렁충~ 마동왕이 세계리그 정복한지가 언젠데ㅋㅋ

    -고인물이 프로였으면 마동왕은 넘버투였을 것이라는게 학계의 정설ㅇㅇ

    -아무리 그래도 프로인 마동왕이 한 수 위지ㅡ,ㅡㅋ

    -고인물은 일부러 프로데뷔 안하는 거라니깐???

    -솔직히 마동왕에 한표ㅋㅋㅋㅋㅋ

    -마동왕이 세계리그 정복한거보다 고인물이 용자의 무덤 정복한게 더 대단함;;;

    -고인물은 세계리그 나갔으면 트로츠키 선에서 발렸어ㅋㅋㅋ뭔 개솔...

    -그렇게 따지면 마동왕이 용자의 무덤 올랐으면 105층 데스나이트 선에서 정리됐다

    -고인물은 공식 커리어나 전적이 없지 않음?? 공식 최강을 따질 때에는 공식 기록만 따져야지;;

    -ㅂㅅ아 공식을 누가 인정해주는데??협회 높으신 분들 인정만 인정이냐?? 여론은 고인물에게 기울었다 이거야~~

    -응 그래서 느그 덜렁이 MVP트로피 몇 개 갖고있음???ㅋㅋㅋ

    -우선 고인물은 전형적인 회피형 어질러고 어그로랑 데미지 반사, 급소찌르기, 카운터 메타이고 마동왕은 걍 압도적인 힘으로 때려부수는 힘싸움 미드라이너잖냐;; 둘 다 너무 달라서 비교가 안 돼ㅅㅂ

    -ㄴ이게 맞음. 그리고 고인물은 1:1 솔플특화고 마동왕은 다수 대 다수, 아니면 다대일 싸움에 특화임ㅋㅋ 근데 그렇다고 고인물이 다대일을 못한다거나 마동왕이 일대일을 못한다는건 또 아님ㅇㅇ

    .

    .

    사실 고인물과 마동왕 중 누가 더 뛰어난지에 대한 질문은 전문가들도 쉽게 대답하지 못하는 난제.

    두 랭커는 서로가 가지지 못한 장점들과 커리어를 보유하고 있기에 정답이 나올 수가 없는 문제이지만…… 양 랭커를 추종하는 열정적인 훌리건들의 대립은 자기측 랭커의 장점과 상대측 랭커의 단점만을 가지고 싸우다 보니 소모적인 논쟁은 끊이지 않는다.

    그러던 와중 이런 특대형 이슈가 터진 것이다.

    -뿌슝빠슝삐슝♩♪♬

    <<2026년의 마지막을 장식할 궁극의 메가매치. ‘고인물VS마동왕’ 이제 그 논쟁에 종지부를 찍는다. ★커☆밍★쑨☆>>

    “……예상대로네.”

    나는 LGB에서 예고한 고마대전 티져 영상을 유튜뷰로 보며 피식 웃었다.

    과거 나는 1인 2역을 연기해서 고인물과 마동왕이 서로 1승 1패를 주고받도록 설계한 적이 있었다.

    1라운드 마동왕 승.

    2라운드 고인물 승.

    그리고 오늘. 나는 그때 했던 작업을 한 번 더 하기 위해 이곳 ‘도리안 그레이의 숲’에 왔다.

    -띠링!

    <‘도리안 그레이의 숲’에 입장하셨습니다>

    <최초 방문자: 고인물>

    예전에 예고했던 대로, 최후의 3라운드를 통해 진정한 승자를 가리기 위해서다.

    “아니! 고인물도 너고 마동왕도 너인데 뭘 어떻게 승자를 가리겠다는 거야!”

    뒤에서 따라오고 있는 유다희는 이 점이 궁금하면서도 불만스러운 모양이다.

    나는 주위를 둘러보고 난 뒤 아무도 없음을 확인했다.

    그리고 유다희에게 비밀을 털어놓았다.

    “사실 이 맵에 사는 몬스터가 있는데…….”

    “어어, 알지. 도플갱어. 근데 그 녀석들은 오리지널이 가진 힘을 다 재현하지 못하잖아? 기껏해야 33%였던가.”

    “맞아. 일반 도플갱어는 그렇지. 하지만 보스급 도플갱어는 조금 달라.”

    “도플갱어에게도 상위종이 있어?”

    “있지. 아주 깊숙한 곳에 꼭꼭 숨어 있는 놈이.”

    나는 말을 마친 뒤 짙은 안개 속으로 조금 더 파고들었다.

    미로처럼 얽힌 이 숲 속에서는 어지간해서 방향을 잡기가 힘들다.

    나는 특정 이끼와 버섯들이 내뿜는 기이한 빛을 따라 예전에 한번 갔던 길을 계속 타 내려갔다.

    이내 축축하고 음습한 계곡이 그 익숙한 풍경을 내게 보인다.

    -띠링!

    <‘도리안 그레이의 숲 심층부’에 입장하셨습니다>

    <최초 방문자: 고인물>

    아직 나 말고 아무도 다녀간 사람이 없는 곳.

    그곳에는 검은색과 보라색이 뒤섞여 있는 기묘한 액체괴물 하나가 덩어리에 가까운 몸을 늘어트리고 있었다.

    <도플갱어 카이저> -등급: A+ / 특성: 3/3, 연쇄살인

    -서식지: 도리안 그레이의 숲 심층부

    -크기: 1.83m

    -이중배회자(二重徘徊者). 본체를 향한 살의로 가득 차 있다.

    나는 피카레스크 마스크를 뒤집어쓰며 중얼거렸다.

    “……여전히 기분 나쁜 모습이군.”

    마동왕 모드.

    나는 저번에 그랬듯 이번에도 역시 도플갱어 카이저를 마동왕으로 변신시킨 뒤 고인물 모드로 잡을 생각이었다.

    한편, 내가 마동왕을 상징하는 가면과 건틀릿을 착용하는 것을 보고있는 유다희는 심란한 표정이었다.

    “참 나, 직접 보니 새삼 또 황당하네. 예전에도 이렇게 해서 고인물 대 마동왕으로 방송했다는 거 아냐.”

    “맞아.”

    “진짜 할 말이 없다. 이걸 똑똑하다고 해야 하는 건지…… 이 주작충!”

    유다희는 손으로 이마를 짚었다.

    “나는 이것도 모르고 후원금도 엄청 쐈는데…… 후, 거기에 가혹한 설산으로 사생질까지 나갔었고.”

    “맞아. 그러다가 이히히히 만나고 마트료시카까지 갔다가 크라켄 레이드까지 따라왔었지?”

    “으아아! 내 흑역사다, 흑역사!”

    한동안 투덜거리던 유다희는 문득 나를 돌아보며 물었다.

    “그런데. 갑자기 이제 와서 왜 고인물, 마동왕 논쟁에 불을 지피는 거야? 그러다가 실수해서 정체가 알려지면 어쩌려구.”

    “상태창 군데군데에 모자이크 필터 잘 쓰면 돼. 그리고 이렇게 판을 까는 이유는…….”

    나는 막 변신을 시작한 도플갱어를 보며 말을 이었다.

    “시청자들에게 전할 메시지가 있기 때문이지.”

    내 말을 들은 유다희는 고개를 갸웃한다.

    나는 씩 웃으며 유다희의 어깨를 툭 쳤다.

    “내가 직접 싸우면서 촬영하면 시점이 너무 흔들리더라. 아무튼 잘 찍어 달라고.”

    내 말을 들은 유다희의 표정이 순간 사명감으로 밝아진다.

    세기의 대결. 고인물과 마동왕의 경기를 육안으로 볼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 되었다는 것에 잔뜩 들떠 있는 눈치였다.

    “자, 그럼 시작해 볼까.”

    나는 두 개의 쌍수깎단을 늘어트린 채 전장으로 나섰다.

    오즈의 비늘이 내뿜는 검은 기류, 데스나이트의 사자갈기가 바람에 휘날린다.

    그리고 그런 내 앞으로.

    …쿵!

    세계리그를 제패한 무관의 제왕이 한 발을 내딛어 왔다.

    나 자신과의 싸움.

    마동왕이 두 개의 거대한 중장갑 건틀릿을 맞부딪치고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때.

    “……히, 힘내!”

    뒤에서 조그마한 응원 소리가 들려왔다.

    고개를 돌리니 유다희가 빨개진 얼굴로 시선을 피하고 있었다.

    “파, 파이팅.”

    작은 주먹을 들어 보이며.

    나는 고개를 한번 끄덕여 주었다.

    과거 나 자신의 한계를 시험해 보기 위해 칠귀타 데스나이트 중의 하나인 아서 왕과 싸워 본 적이 있다.

    이번 전투 역시 나 자신에 대해 조금 더 깊게 이해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바로 그때.

    뜻밖의 일이 벌어졌다.

    철컹! 철커덩! 콰긱- 기기기긱-

    눈앞에 있던 도플갱어 마동왕이 갑자기 왼손의 주먹을 들어 올린 것이다.

    시뻘건 칼날이 수없이 중첩되어 만들어진 사탄의 건틀릿.

    그것에 힘과 열이 가해지자 수없이 많은 붉은 칼날과 가시들이 건틀릿의 중장갑 바깥으로 튀어나온다.

    화르르르륵! 퍼펑!

    동시에, 팔꿈치 쪽에서 살벌하게 뿜어져 나오는 유황가스와 유증기에 불이 붙어 넘실거리기 시작했다.

    ‘저게 저렇게도 쓸 수 있는 거였어?’

    아이템의 원주인인 나조차도 몰랐던 장비 활용법을 도플갱어가 알려 준다.

    내가 경악하는 순간. 도플갱어가 먼저 움직였다.

    콰-콰콰콰콰쾅!

    협곡 전체가 순식간에 불의 소용돌이에 뒤덮였다.

    마치 태양이라도 떨어진 듯한 충격파!

    지형을 통째로 잡아 찢어놓는 괴력난신(怪力亂神)!

    사탄의 건틀릿이 발휘하는 ‘불와류’ 특성의 힘은 내 예상치를 한참 웃도는 것이었다.

    한편.

    “우와아아! 화력 대박!”

    유다희는 저 멀리 떨어진 채 협곡 안의 자연재해를 구경한다.

    그리고는 잠시 영상을 음 소거 상태로 해놓은 뒤 외쳤다.

    “이어진 힘내라! 힘! 내가 보고 있으니까 지면 안 돼!”

    하지만.

    그 응원을 듣고 있는 나는 정작 협곡 아래에서 조금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다.

    ‘……어, 못 잡겠는데 이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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