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닳고닳은 뉴비-821화 (821/1,000)

821화 아몬 후작(Marquis Amon) (2)

“어진아! 드레이크 씨 어떻게 해!”

[크크큭… 내가 말했지 않은가 인간. 더 이상 앞으로 가다가는 소중한 것을 잃을 수 있다고.]

윤솔이 다급한 어조로 발을 구른다.

오즈 역시도 낄낄 웃으며 꼴좋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한편.

“…….”

나는 굳은 표정으로 메다라메다라의 모래구덩이 속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현재 나와 윤솔, 쥬딜로페, 오즈가 있는 곳은 전장에서 꽤나 멀찌감치 떨어져 있는 바위 언덕 위인지라 소용돌이의 여파가 닿지 않고 있다.

“으음. 여섯 개의 소용돌이라.”

나는 저 개미귀신 몬스터의 공격패턴에 대해서 아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저 녀석이 보유하고 있는 특성들 중 ‘다중와류’라는 기술에 대해서는 꽤나 잘 안다.

사막 지역에 서식하는 대다수의 고위급 보스몬스터가 가지고 있는 스킬.

여러 개의 소용돌이를 동시에 생성하는 것으로 그 원리는 하나의 거대한 힘을 몇 개로 쪼개어 사방팔방을 때려 버리는 광역 폭격기와 비슷하다.

강력한 한 방 와류를 만들어내는 나로서는 그다지 선호하지 않는 기술이지만 원거리 딜러들에게는 오히려 저런 패턴이 더 까다로울 것이 분명했다.

“으음, 와류의 패턴을 보니 역사상 가장 강력했던 회오리들에게서 그 패턴을 따왔음이 분명하군. 노르웨이에서 관측할 수 있는 ‘솔트스트라우멘’과 ‘모스크스트라우멘’, 캐나다에서 발생하는 ‘스쿠컴척 네로우’와 ‘올드 소우’, 그리고 일본의 ‘나루토’와 스코틀랜드의 ‘코리브레칸’인가.”

“……어진아, 그런 건 어떻게 아는 거야?”

“와류의 패턴이라면 지겹게 분석했거든. 때와 상황에 따라 맞춤형 와류가 필요할지도 모르니까.”

나는 윤솔의 의문에 답해 주며 다시 전장을 주시했다.

지름이 10미터에서 30, 48미터까지 다양한 모양과 넓이, 깊이의 소용돌이들이 강력한 메일스톰을 만들어 낸다.

쿠르르르르르륵!

모래의 흐름이 만들어 내는 폭풍은 대기까지 격동시켰다.

사막과 하늘을 잇는 여섯 개의 거대한 볼텍스가 형성되고 있었다.

그리고 드레이크는 이 십자포화의 한복판에 고립되어 있다.

어찌된 영문인지 드레이크는 메다라메다라의 광역기를 앞두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리에서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

그 때문에 지켜보는 나까지 슬슬 초조해지기 시작한다.

“……설마? 뭔가 디버프 같은 것에 걸려 있는 건가?”

나는 드레이크가 이상하리만치 움직임이 없다는 사실을 그제야 알아차렸다.

손이나 어깨 등 몸을 자유롭게 움직이고는 있었지만 두 발만은 바위에 딱 붙어 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유일하게 발을 디딜 수 있는 장소인 바위가 뽑혀나올 듯 흔들거리고 있어 드레이크는 더더욱 위험한 상황이었다.

[가-아아아아악!]

모래폭풍 때문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가운데 메다라메다라가 내지르는 괴성만이 들려온다.

점점 심해지는 폭풍 때문에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상황.

이러다가는 나중에 드레이크의 구조요청까지 못 보게 될 수도 있었다.

“안 되겠다.”

나는 서둘러 마몬과 데스웜의 건틀릿을 끼고 앞으로 나섰다.

1:1도 좋지만 지금은 드레이크를 살리는 게 우선이었다.

‘개미귀신 메다라메다라의 와류와 데스웜의 와류라. 누가 이길까?’

둘 다 모래를 지배하는 거대한 충왕종, 와류를 몰고 다니는 몬스터들이다.

아무래도 데스웜은 착굴에, 개미귀신은 와류에 특화된 몬스터이니만큼 데스웜의 와류는 메다라메다라의 와류보다는 끗발이 약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 몰아치는 소용돌이들을 중화시킬 정도는 될 것이다.

드레이크가 탈출할 시간 정도는 벌 수 있겠지.

“내가 소용돌이를 잠시 멈추면 솔이, 네가 바로 드레이크에게로 가 줘.”

“오케이! 맡겨 줘! 저 바위를 통째로 가져올게!”

내 오더를 들은 윤솔이 결연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인다.

쥬딜로페 역시도 비장한 얼굴로 그녀의 머리 위에서 날개를 파닥거리고 있었다.

……한데?

내가 막 왼손을 땅에 대고 소용돌이를 일으키려는 순간, 전혀 뜻밖의 이변이 벌어졌다.

콰콰콰콰콰콰쾅!

여섯 개의 와류를 한 곳으로 합치며 포위망을 일그러트리던 메다라메다라가 별안간 거대한 연쇄 폭발에 휩싸였다.

시뻘겋게 터져나오는 불길과 포연.

[꿰-에에에에에엑!]

모래 폭풍이 걷히며 유사 밑에 숨어있었던 놈이 돼지 멱 찢어지는 듯한 비명을 내지른다.

그리고 여전히 바위 위에 발붙이고 서 있는 드레이크가 보인다.

“……아, 거기였었나? 이제야 보이는군.”

여전히 침착한 표정.

폭풍이 멎고 메다라메다라의 위치가 드러나자 드레이크는 바로 사격을 개시했다.

푸푸푸푸푸푹-

빗발치는 화살들이 훤히 드러난 메다라메다라의 복부를 뚫고 안쪽까지 틀어박힌다.

나는 드레이크가 손에 쥐고 있는 것을 발견하자마자 무릎을 탁 쳤다.

“역시 드레이크로군.”

그것은 심록의 기운이 깃들어 있는 가시투성이의 요철.

-<원시림의 증오 마름쇠> / 한손무기 / S

모든 나무가 다 인자하고 자비롭다는 것은 편견이다.

무자비하게 벌목된 어떤 나무는 벌목꾼에게 지독한 증오를 품고 때때로 해코지를 가한다.

가령 이 맹독 가시가 돋아난 열매를 땅에 몰래 뿌려둔다던가 하는 식으로.

- 공격력 +3,000

- 민첩 +5,000

-특성 ‘맹독’ 사용 가능 (특수)

-특성 ‘연쇄폭발’ 사용 가능 (특수)

-특성 ‘살금살금’ 사용 가능 (특수)

-특성 ‘여벌의 눈알’ 사용 가능 (특수)

심록용 브라키오를 잡고 얻은 특별한 마름쇠였다.

드레이크는 이 무수히 많은 쇳조각 파편들을 여섯 개의 소용돌이로 던져 넣었고 유사를 따라 휘몰아치던 이 마름쇠들은 회오리 중앙을 향해 빨려 들어가 그 안에 숨어 있던 메다라메다라를 요격한 것이다!

연쇄폭발 특성이 붙어 있는 탓에 마름쇠들은 요란하게 폭발했고 여벌의 눈알 특성 탓에 메다라메다라의 위치 역시도 바로 발각되었다.

“어디로 숨든 다 보인다.”

사방에 뿌려 놓은 마름쇠들이 드레이크의 의지를 전달받아 중앙의 눈을 뜬다.

그러자 모래 곳곳의 풍경들이 그대로 드레이크의 시야에 수십, 수백 개의 분할화면을 띄웠다.

그리고 그 중에는 모래 밑으로 황급히 파고드는 메다라메다라의 움직임이 생생하게 포착되어 있는 화면도 있었다.

…퍽! …퍼퍽! 퍼퍼퍼퍼퍼퍽!

또다시, 어김없이 화살 세례가 쏟아진다.

[그-아아아아악!]

메다라메다라는 괴성을 지르며 발버둥쳤지만.

…팟!

그 통에 드레이크의 발을 묶고 있었던 정체불명의 디버프도 해제되었다.

“그만 죽어라.”

드레이크는 차갑게 중얼거렸다.

그리고 그 선고를 집행하러 떠나는 화살들은 한 치의 자비도 없이 메다라메다라의 전신을 파고든다.

“……잡는다. 잡을 수 있어.”

드레이크는 쇠뇌를 들고 계속해서 메다라메다라에게 접근했다.

그리고.

쩍!

화살에 맞아 갈라진 외골격의 빈틈으로 즉사 옵션이 붙은 단검을 찔러 넣었다.

흐물거리는 내장이 터지며 즙이 콸콸 쏟아진다.

곤죽이 된 외골격 안쪽에서 뜨거운 김과 악취가 뿜어져 나왔다.

와르르르르-

드레이크는 외골격의 틈마다 마름쇠들을 끼워 넣었다.

그리고 화살촉에 터진 눈알에 계속해서 단검을 쑤셔 박는다.

메다라메다라는 허물어지는 몸으로 계속해서 버둥거렸지만 이미 진즉에 모든 눈알을 잃어버린 탓에 드레이크의 위치를 특정할 수도 없었다.

이윽고.

…쿵!

유사의 왕이 사막의 구덩이 중앙에 그 거대한 몸을 뉘인다.

-띠링!

<세계 최초로 ‘지옥불구덩이 개미악귀 메다라메다라’ 레이드에 성공하셨습니다!>

<보상이 지급됩니다!>

<최초 정복자의 이름이 아카식 레코드에 기록됩니다.>

<이름을 남기시겠습니까? YES: 드레이크 캣>

<‘매개몬스터’가 죽었습니다. 숨겨져 있던 통로가 해금됩니다>

<저변의 악의가 새어나옵니다>

<음흉한 후작이 몸을 일으킵니다>

.

.

레이드 종료를 알리는 시스템 메시지가 떴다.

“……휴우. 죽는 줄 알았네.”

드레이크가 바위 위로 힘없이 풀썩 쓰러졌다.

그런 드레이크에게 윤솔이 재빨리 힐을 걸어 준다.

“드레이크 씨! 괜찮으세요?”

“아아, 괜찮다 솔. 힐 고맙다.”

드레이크는 윤솔을 향해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이윽고, 해당 몬스터를 최초로 사냥했을 때만 주어지는 호칭 특전과 아이템이 떨어졌다.

<드레이크>

LV: 85

호칭: ‘지옥불구덩이의 생존자(특전: 흙장난)’

호칭 특전은 ‘흙장난’, 50%(경우에 따라 [email protected])의 확률로 적에게 선공당하지 않는 생존 보장형 특성으로 저격수 메타의 드레이크에게는 나름 쓸 만한 것이었다.

하지만 드레이크가 주목한 것은 호칭 특전보다는 아이템 쪽이었다.

“……이건?”

드레이크는 눈앞에 있는 검은 물약을 바라보았다.

심장 모양의 둥근 유리병 안에 고여 있는 진득한 액체.

-<악의 뿌리> / 재료 / S

악의로 가득 차 있는 유리병.

열게 되는 순간, 기다렸다는 듯이 효과는 발동된다.

-특성 ‘악의 뿌리’ 사용 가능 (특수)

※이 물약은 대상을 불문하고 단 한 번만 사용 가능합니다.

“…….”

드레이크는 눈앞에 떨어진 검은 포션을 물끄러미 바라본다.

나는 그런 드레이크에게 물었다.

“그 포션은 뭐야? 처음 보는데.”

“어진, 너도 모르는가?”

“나라고 해서 모든 아이템을 아는 건 아니니. 포션인가? 풍기는 아우라가 불길한 것을 보니 버프용은 아닌 것 같군.”

누가 봐도 디버프용으로 보이는 포션이다.

그때.

드레이크가 자기의 발목을 내려다보며 중얼거린다.

“혹시 그때 그……?”

“왜? 뭐 짚이는 게 있어?”

“아아, 다름이 아니라 아까 개미귀신과 싸울 때 잠깐 이상한 디버프에 걸려서 발이 묶였었던 적이…….”

하지만 나와 드레이크의 대화는 끝까지 이어지지 못했다.

쿠르르르르르륵!

메다라메다라가 죽은 자리에서 갑자기 검은 빛기둥이 치솟아 올랐기 때문이다.

그것은 순식간에 새로운 던전의 입구를 알리는 포탈이 되었고 생성되는 즉시 주변에 있던 모든 것을 빨아들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것은 나 역시도 마찬가지였다.

“이런!”

나는 드레이크의 손목을 잡은 뒤 재빨리 만근추 특성을 발현했다.

윤솔 역시도 쥬딜로페와 오즈를 잡은 채 나를 따라 만근추 특성을 썼다.

숨을 참는 시간 동안 몸무게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고 이에 따라 빨려 들어가는 속도도 더뎌졌다.

“…….”

나는 모래구덩이 중앙으로 빨려 들어가면서도 눈앞의 포탈을 면밀히 관찰했다.

-띠링!

<히든 던전 ‘후작의 방’을 발견 하셨습니다>

<최초 발견자의 이름이 아카식 레코드에 영구히 기록됩니다>

귓가에 빗발치는 알림음이 말해주고 있었다.

아몬 후작(Marquis Amon).

드디어 놈이 도사리고 있는 방을 발견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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