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닳고닳은 뉴비-794화 (794/1,000)
  • 794화 채식주의자 (4)

    …콰쾅!

    그린헬 초입.

    폭음과 함께 유저들이 도망친다.

    “으으, 그린헬 심층부에 들어가는 건 무리인가.”

    “도망쳐! 쫒아온다!”

    “살려줘! 꺄아아아악!”

    유저들은 공포에 질린 표정으로 그린헬을 탈출하려 한다.

    그리고 그들의 뒤를 악착같이 쫓아오는 녹색 악귀들이 있었다.

    <마귀굴 게> -등급: A+ / 특성: 맹독, 하수인, 잠복, 살금살금, 흙장난, 변온, 백전노장, 만근추

    -서식지: 그린헬 초입

    -크기: 10m

    -이 거대한 괴물 게는 그린헬 밀림의 선주생물로 단단하고 포악하기 그지없는 포식자이다.

    덥고 습한 늪지대의 환경에 아주 잘 적응하였으며 수십 개의 다리와 한 쌍의 거대한 집게발은 어떤 적이든 찢고 뭉개어 으깨버린다.

    완전히 다 자란 마귀굴 게는 최소 10미터에서 최대 20미터 이상까지 다양한 크기의 개체들이 보고된다.

    나이 든 수컷 개체는 때때로 다른 한 쪽 집게발보다 훨씬 더 큰 하나의 집게발을 갖게 되는데 이 경우에는 어지간한 상위종보다도 강력한 힘과 흉폭함을 보여 다른 최악의 생물들조차도 피한다고 한다.

    <끌어당기는 늪 수초> -등급: A+ / 특성: 풀, 맹독, 하수인, 잠복, 뺑소니, 앙버팀, 너줄너줄, 술래

    -서식지: 그린헬 늪지대

    -크기: 14m

    -늪지에서 길고 검은 무언가가 수면 위로 하늘거리고 있다면 뒤도 돌아보지 말고 도망쳐라.

    그것은 독을 품은 바다뱀이나 물 밑에서 썩어 가는 익사체 따위의 시시한 것이 아니다.

    <인간 파리지옥> -등급: A+ / 특성: 풀, 맹독, 하수인, 잠복, 살금살금, 흙장난, 과식, 역류성 식도염

    -서식지: 그린헬 초입

    -크기: 6m

    -일반적인 파리지옥이 가만히 앉아 입을 벌리고 먹잇감을 기다린다면 이 녀석들은 보다 조금 더 적극적이다.

    방심한 먹잇감에게 다가가 커다란 입을 펼쳐 한 입에 꿀꺽 삼켜 버린다.

    먹잇감은 거대한 입 안에 갇히는 즉시 뜨거운 강산성의 위액 샤워를 받게 되며 그것을 견뎌낸다고 해도 질기고 두꺼운 가죽을 뚫고 나오지 못해 결국 익사하고 만다.

    <가시투성이 기생뿌리> -등급: A+ / 특성: 풀, 맹독, 하수인, 잠복, 살금살금, 흙장난, 기생

    -서식지: 그린헬 야영지

    -크기: 8m

    -녹색 지옥에서도 유난히 끔찍한 존재들이 있다.

    이 가시투성이의 뿌리가 바로 그것인데 이놈들은 신선한 동물을 발견하면 그 즉시 몸을 휘감아 들고는 내장까지 침투해 몸의 가시들을 이빨처럼 박아 넣고 먹잇감이 죽을 때까지 피를 빨아댄다.

    불을 이용하는 것이 그나마 퇴치에 효과적이나 사실 그보다 더 좋은 방법은 그저 멀리 떨어져 있는 것이다.

    <폭발열매 ‘기름코코넛’> -등급: A+ / 특성: 풀, 맹독, 하수인, 잠복, 변온, 살금살금, 흙장난, 자폭, 유폭

    -서식지: 그린헬 초입

    -크기: 12m

    -굵은 야자나무 위에 달린 열매가 언제나 목마름을 달래주는 것은 아니다.

    때때로 그것은 당신과 당신 주변을 불지옥으로 만들기 위해 허공에 음흉하게 도사리고 있다.

    만약 심한 갈증에 코코넛을 따려 한다면 그것의 겉면에 혹시 화가 난 사람의 얼굴 표정이 새겨져 있지는 않은지 꼭 확인해 보고 따야 할 일이다.

    <교활한 식인뿌리 추격자> -등급: A+ / 특성: 풀, 맹독, 하수인, 잠복, 흙장난, 뺑소니, 킬 체인, 연쇄살인

    -서식지: 그린헬 습지

    -크기: 32m

    -녹색 지옥에서도 유난히 위험한 구역을 굳이 꼽자면 그곳은 볕이 들지 않고 습한 곳이다.

    그곳이 위험한 이유는 바로 이 생물이 살고 있기 때문.

    식물이 평화롭고 온화하다는 선입견은 이 식물이 뿌리에 주렁주렁 휘감고 있는 뼈다귀들을 보는 즉시 깨어질 것이다.

    이 기분 나쁜 뿌리는 늘 굶주려 있으며 길 잃은 동물이 사정권 안에 들어오면 즉시 촉수를 뻗어 휘감아 죽인다.

    상대가 도망간다면 (햇빛이 들지 않는 범위 내에서)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쫓아가는 광기와 집요함을 보인다.

    <창자 끓는 독 부레옥잠> -등급: A+ / 특성: 풀, 맹독, 하수인, 부유, 농익음, 유폭, 자폭

    -서식지: 그린헬 ‘볕 드는 곳’

    -크기: 10m

    -늪이나 호수, 커다란 식물의 옹이에 고여 있는 물 위에서 흔하게 찾아볼 수 있는 식물.

    하지만 가만히 부유하고 있을 뿐인 이 식물은 어느 순간, 아무런 예고도 없이 거대한 폭발을 일으킨다.

    이 식물이 폭발하면 부레가 터지며 기낭 안에 고여 있는 지독한 맹독이 안개를 이루며 퍼져나가는데 이 독은 너무나도 지독해서 반경 1킬로미터가 황무지로 변해버릴 정도이며 부레옥잠 자신을 포함해서 모든 생명체를 흐물흐물하게 녹여버릴 뿐만 아니라 그 곳에는 향후 3년간 아무런 식물도 자라지 못한다고 한다.

    <고대 늪 도마뱀> -등급: A+ / 특성: 용, 야수, 하수인, 고속재생, 백전노장, 맹독, 역병, 변온, 지진

    -서식지: 그린헬 ‘세계수의 뿌리’, 거인국

    -크기: 18m

    -발톱과 침에 해로운 세균을 디글디글 배양하고 있는 거대 도마뱀.

    늪에 몸을 반쯤 파묻고 몇 날 며칠을 멍하니 있다 보면 몸에 이끼와 넝쿨이 껴 썩은 통나무처럼 보이게 된다.

    하지만 일단 먹잇감을 발견하면 무시무시한 속도로 늪 밖으로 튀어나와 상대방을 물고 늪 안으로 끌고 들어간다.

    <발목절단 넝쿨 미치광이> -등급: A+ / 특성: 풀, 맹독, 하수인, 잠복, 뺑소니, 절단, 관통

    -서식지: 그린헬 야영지

    -크기: 15m

    -숲을 걷는 자들의 발바닥은 이미 굳은살로 두터워 신발을 신지 않아도 괜찮다.

    하지만 아무리 숙련된 이라고 해도 꼭 발목에 강철로 된 두툼한 발찌를 착용해야 하는데 그것은 바로 밀림 바닥에 납작 엎드린 채 도사리고 있는 이 끔찍한 넝쿨들 때문이다.

    뿌리 끝부분의 구근을 변화시켜 날카로운 반월 모양의 칼날을 소유하게 된 이 식물은 눈 깜짝할 사이에 동물의 발목을 절단한 뒤 도망도 가지 못하고 공포에 질려있는 먹잇감의 온 몸을 난도질해 고기조각으로 만들어 버린다.

    식성은 오로지 고기만 먹는 것으로 주로 피만 빨아먹고 살점은 남기곤 하는 ‘가시투성이 기생뿌리’와는 공생 관계인 듯하다.

    한눈에 봐도 엔트리가 무시무시하다.

    더군다나.

    <쟈쿰> -등급: S / 특성: 어둠, 땅, 풀, 독, 하수인, 팔씨름, 압궤, 만근추, 앙버팀, 고대 신앙

    -서식지: 그린헬(Green Hell) 최심층부

    -크기: 32m

    -네 개의 거대한 뿌리로 그린헬을 지배하고 있는 거목(巨木).

    크기만 놓고 보면 전설 속의 식물인 세계수가 아닐까 싶지만, 사실 그 정체는 세계수의 잔뿌리에 기생하고 있을 뿐인 기생식물이다.

    한때 고대신으로 여겨져 숭배의 대상이 되었던 적이 있지만 사실은 별다른 지능 없이, 그저 살아 있는 것들을 닥치는 대로 잡아먹는 포식자에 불과하다.

    [오-오오오오오!]

    그린헬의 보스 몬스터 쟈쿰까지 리젠되어 유저들을 추격 중이다.

    “으아아아 살려 줘! 이런 걸 어떻게 잡으라고!”

    “이렇게 한꺼번에 몰려드는 걸 무슨 수로 잡아!”

    “진짜 지옥이었어! 여기서 사냥할 수 있는 플레이어가 어딨겠냐고!”

    유저들은 질겁을 하며 그저 도망칠 뿐이다.

    하지만.

    이내 도망치던 사람들은 발을 우뚝 멈춘 채 눈을 찢어질 듯 크게 뜬다.

    수없이 드글거리는 그린헬의 녹색 악귀들.

    그리고 그들을 상대하며 날뛰는 알몸의 변태괴수가 하나.

    극한의 기예를 뽐내며 싸우는 고인물.

    ……바로 나다!

    BGM♬- 대쉬(Dash)

    “벌써 며칠째야~ 애만 태우는 게.”

    나는 노래를 흥얼거리며 허리를 꺾어 날아드는 가시 넝쿨 채찍을 피했다.

    그리고는 가볍게 기름에 불을 붙여 눈앞에서 꿈틀거리는 넝쿨들을 싹 다 태워 버렸다.

    …쉬이익!

    부레옥잠이 기낭을 터트려 독을 뿜어냈지만.

    “후으읍! 하! 공기 좋다. 이게 피톤치드인가. 역시 삼림욕이 최고야.”

    벨제붑의 오염된 피가 체내에 흐르고 있는 나로서는 이따위 독은 그저 방향제 정도에 불과하다.

    “스탯이 디버프되니 마치 뉴비 시절로 돌아간 느낌이군. 가끔 이렇게 초심으로 돌아가 리프레쉬 하는 것도 좋은 경험이지.”

    나는 깎단을 움켜쥐고 식물들을 농락한다.

    과거 파티 플레이를 하던 고인물 선배들의 성명절기들을 하나씩 선보이며 말이다.

    “‘zx지존권법사xz’식 NW방향 몸 비틀기!”

    “‘T없이맑은I’식 바닥 기기!”

    “‘핥짝핥짝귀여워’식 팔꿈치에 혀 닿기 3연격!”

    “‘옵하저뉴비에여’식 허벅지로 나무타기!”

    “‘김태경123’식 뒷꿈치 페이크 스탭!”

    “‘현직프로여고생’식 해병특공무술13단!”

    “‘꼬마붕붕자동차이니셜D’식 도랑타기!”

    “‘아기상어123’식 뚜루룻뚜루 지느러미킥!”

    “‘머머리외삼촌’식 머리 위의 고속도로! 하늘구경!”

    “‘비긴어게인’식 무한 콤보!”

    “‘코리안타이슨’식 귀깨물기!”

    “‘애라겅듀™’식 혀로 눈 찌르기!”

    “‘고기먹고싶다^ㅠ^’식 무회전 급소 차기!”

    “‘레고밟았어’식 찰싹찰싹 연참만은!”

    .

    .

    내가 무아지경으로 식물들을 쥐어 패고 있을 때.

    “어진! 정신 차려라!”

    “어진아! 이제 그만해도 돼!”

    나를 정신 차리게 한 것은 드레이크와 윤솔의 외침이었다.

    “‘삼도수군통제사’식 누드비치 학익진……엇?”

    정신을 차리고 보니 내 주변에는 수없이 많은 식물들의 육편이 가득했다.

    그린헬 몬스터들의 특성 상 식물 몬스터들은 뿌리나 잎사귀, 줄기가 끊겨도 목숨은 부지한다.

    살아남은 일부 녀석들은 뿌리가 뽑혀라 도망치고들 있었다.

    “허허허. 옛날 생각나네.”

    예전에 고인물들이 한번 정모 했다 하면 그린헬에 탈모 땜통들이 생겨나곤 했지.

    고삐 풀고 놀면 순식간에 주변이 황무지로 변하곤 했는데.

    ……하지만 지금 추억을 떠올리는 것 보다 더 중요한 일이 있지.

    “자! 오즈. 쥬딜로페.”

    이제 이름만 불러도 척척이다.

    오즈와 쥬딜로페는 신이 난 듯한 발걸음으로 뛰어가 곳곳에 흩어진 아이템들을 주워오기 시작했다.

    늪도마뱀 비늘갑옷, 넝쿨스프링 건틀릿, 맹독가시갑옷, 밀림게딱지 집게발창, 불타는 기름코코넛 투구, 독 부레옥잠 수상 장화, 절단뿌리 묘목장갑…… 기타 등등.

    꽤 쓸 만한 A~A+급 아이템들이 잔뜩이다.

    나는 민첩 옵션이 붙은 것, 그리고 주변인들에게 선물할 수 있는 것들을 제외한 나머지들은 모두 경매장에 보내 버렸다.

    그리고 이 와중에 내가 틈틈이 골라내서 인벤토리에 저장하는 아이템이 하나 있었다.

    -<깊은 숲의 아기양파> / 재료 / ?

    아직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어린 양파.

    어떤 방향으로 성장하게 될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눈 매움 +1

    -? (특수)

    던져서 상대방의 눈을 맵게 하는 것 외에는 별 쓸모가 없어 보통 내버리곤 하는 잡템.

    하지만 나는 이것을 되는 대로 주워 인벤토리 한 구석에 소중히 보관한다.

    “으음. 양파가 이렇게 많으니 야채 장수가 된 듯한 기분이군.”

    “양파는 피를 맑게 하는 좋은 식물이죠. 으으, 눈물이 자꾸 나는 것만 빼면… 에취!”

    드레이크와 윤솔 역시 양파를 주워 모아 높이 쌓고 있었다.

    어느새 발주된, 아니 드랍된 양파들이 수십 박스씩 쌓였다.

    “좋아. 이제 준비는 얼추 끝났어. 이제 진짜 이 숲의 보스를 만나러 갈 시간이다.”

    “어진. 저번부터 자꾸 이제 진짜 보스 만난다 만난다 하면서 안 만나고 있는 것 아나?”

    “질질 끌어서 미안해. 이제부터가 진짜야.”

    “어진아. 그럼 이제 조금 이따가 바로 보스 만나는 거야?”

    “……솔직히 아직 과정이 조금 더 남긴 했는데, 진짜 금방이야. 조금만 더 가면 돼. 믿어 줘.”

    나는 조바심을 내는 드레이크와 윤솔을 향해 두 손을 합장해 보였다.

    그리고 수많은 양파들을 인벤토리에 넣은 뒤 그린헬 최심층부를 향해 진입한다.

    “심층부라고 해서 다 왔나 했더니 최심층부가 또 있군.”

    “최심층부 안에는 뭐 또 불가해지대, 심연, 나락, 이런 이름 붙어서 또 다른 맵 나오지 않을까요?”

    드레이크와 윤솔이 나누는 대화가 양심에 콕콕 와 박힌다.

    아무래도 빡센 식단 관리 때문에 친구들의 신경이 조금 예민해진 모양.

    레이드를 조금 더 서둘러야 할 것 같았다.

    ‘고정 S+등급 몬스터’

    ‘녹색 용 군주’

    ‘심록의 대왕’

    ‘모든 식물들의 관장자’

    ‘가장 오래된 일곱 용 위상’,

    ‘녹색 지옥의 왕’

    ‘세계수의 관리자’

    ‘디버프 마스터’

    심록의 용 브라키오!

    나는 놈을 잡기 위해 실로 오랫동안 간 칼을 만지작거렸다.

    ‘쓸 때가 그리 머지않았군….’

    호각(號角).

    먼 옛날 부유섬에서 얻은 히든 피스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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