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67화 별들의 전쟁 (5)
애초에 장태경 중장은 모든 것을 알고 온 것이다.
노열식 준장은 숨이 멎을 듯한 긴장감 속에 사색이 된다.
그 뒤, 사단장부터 하사급들까지 전부 다 사색이 되었다.
이윽고, 군사안보지원사령부 소속의 장교들이 차를 타고 부대로 속속 방문했다.
노열식 준장이 무언가 은폐를 할 시간도 없이 다이렉트로 중간유통책인 블랙마켓을 비롯해 이 캡슐을 구매한 모든 구매처를 찾아다니며 증거를 수집해 온 것이다.
민원이 들어온 바 있으니 수사의 정당성은 당연히 확보되어 있는 상태였다.
심지어 사령관인 장태경 중장이 직접 와서 노열식 준장을 붙잡고 있었던 덕분에 가장 중요한 현장을 덮칠 수 있었다.
장태경 중장은 텅 빈 군수창고를 둘러보며 입을 열었다.
“군납 제품은 군인들을 위해서 세금을 제외해 저렴하게 판매하는 상품들이지. 그런데 너희들은 그것을 누구에게 팔았지?”
“…….”
노열식 준장은 대답이 없다.
그러자 옆에 있던 사령부 소속의 장교들이 보고를 올렸다.
“보고서에 따르면 노열식 준장은 오래 전부터 거래해 오던 암시장을 통해 캡슐들을 빼돌렸습니다. 몇 개의 중간 다리를 건넌 끝에 캡슐들이 도착한 최종 목적지는 노열식 준장의 아들과 며느리가 운영하는 팡팡캡슐방이었습니다.”
차후 올라온 보고서의 내용들은 더욱 가관이었다.
노열식 준장은 대대장이었던 중령 시절부터 꾸준히 군대 부식으로 나오던 냉동 고기, 아이스크림, 전투식량 등등을 빼돌려 왔고 심지어는 수송부의 휘발유나 경유 등에 손을 대기도 했다.
재활용품이나 폐지, 폐유 등을 몰래 내다 파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고 때로는 위수지역 내 주민들과 결탁해 병사들을 무료 인력으로 사용하게끔 하고 보수를 받거나, 병사들에게 헌혈이나 적금을 강요해 해당 단체로부터 사은품들을 대량으로 헌납받고 그것들을 전부 암시장에 팔아치운 전력도 가지고 있었다.
이번의 캡슐 비리는 정말로 빙산의 일각이었던 것이다.
장태경 중장은 손으로 이마를 짚었다.
그리고 아무에게도 들리지 않을 정도로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하와와… 호엥- 진짜 개빡치는 것이야요.”
옆에 있던 간부들이 잘 못 들었다며 귀를 기울이자 장태경 중장은 얼른 입을 다물고 낯빛을 정리했다.
그리고는 언제나의 엄격하고 근엄한 목소리로 물었다.
“대체 왜 그런 짓을 했나? 무엇 때문에?”
노열식 준장은 고개를 떨군 채 들지 못한다.
한참 뒤, 그의 입에서 나온 말은 실로 놀라운 것이었다.
“그게…… 생계 때문에…….”
* * *
며칠 뒤.
나는 핸드폰에 뜬 뉴스 기사를 읽고 있었다.
절로 웃음이 나오는 대목이다. 생계형 비리라고? 이것들은 생계라는 단어의 뜻을 모르는 건가.
현 군납, 군수 비리의 규모는 천문학적이다.
쫌생이 같은 비리 군인들이 고작 몇 백만 원에서 몇 억 받자고 저지르는 비행은 국군 전체에게 수백억, 수천억의 손실을 안겨 준다.
그야말로 매국노, 반역자 그 자체인 것이다.
“옛날 90년대 군대에서는 알맹이는 누가 다 빼먹고 뼈만 둥둥 떠다니는 생선국이나 양배추에 고춧가루만 뿌린 김치가 나왔다고 하던데.”
군 간부들이 몰래 훔치는 냉동 고기나 휘발유, 그리고 더 나아가 온갖 장비들을 다 모은다면 병사들의 복지가 훨씬 더 넉넉해질 텐데.
나는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고인물 애호 카페에 접속해 얼마 전 열렸던 정모의 후기 게시판에 들어가 보았다.
-딸7I겅듀™: 이번 정모 진짜 재밌었습니다ㅋㅋㅋㅋㅋ아우~~ 매주 했으면 좋겠네요~~!!
-마카롱마싯땅♥: ㅎㅎㅎ실제 현실에서도 입김으로 싸워보자며 현피 뜨시던 분들만 아니었으면 더 재밌었을텐데!
-T없이맑은예슬: 이번에 고인물님 사진 경매에 모발 한올한올 사진 확대해서 오신 분...솔직히 그건 좀 개에바였습니다ㅠㅠㅠㅠㅠ
-24살희은이♥: 마교 놈들도 조만간 정모 한다던데~~ 그때를 대비해서 단결 확실히 합시다! 충성충성충성^^7
-존★예★보★스: I miss him again, still miss you so much 고인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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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수많은 접속자들이 활발하게 채팅을 치고 있다.
그리고 내가 찾던 닉네임도 보였다.
-별님세개쟝(진): 횽아야들~ 별★★하! 아앗? 아니다! 이제는 별님세개쟝이니까 별★★★하!!!
-별님세개쟝(진): 횽아야들~ 오늘도 다함께 호에엥한 하루 보내세얌★ 별님세개쟝은 오늘도 새벽알몸구보에서 힘찬 호에엥 발싸! 호에에ㅔ에에에ㅔ에ㅔ에ᅟᅦᆼㅇ엥!!!
-별님세개쟝(진): 바보가튼 별님하나쨩,,,8ㅅ8,,, 두 개 달려다가 아얏쿵! 한 것이야요ㅠㅠ,,,욕심을부림은안된담미당,,,똈찌뗐찌!
-별님세개쟝(진): 이 별님세개쨩의 정체를 궁금해하는 횽아야들이 있는 거시야요,,,함성소리 크면 특별히 알랴줌!
-별님세개쟝(진): 덜렁이 횽아야들 모두 전방이 힘찬 함성 발싸! 호에ㅔ에에에에에ㅔㅔㅔ에에ㅔ에에에ㅔㅔㅔ엥!!!
-별님세개쟝(진): 본 별님세개쟝은 실망해따! 횽아들 목소리가 요것빠께 안나옵미까!!
-별님세개쟝(진): 별님세개쟝 글애두 횽아야들의 정성을 봐서 알려줄게얌><
-별님세개쟝(진): 별님세개쟝은 사실 횽아야들의 사랑과 관심을 먹고사는 빤쨕뽀쨕 별님이랍니다아-
-별님세개쟝(진): 호에에엥- 이 컨셉하면 자괴감이 안 드냐고 묻는 횽아야가 있는 것이야요 하와와왕-
-별님세개쟝(진): 나 별님세개쟝은 횽아야들의 뒷바라지를 위해 자괴감따위 모두 극★복 했다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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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준하신 분.
나는 그를 향해 꾸벅 고개를 숙여 보였다.
“도와주셔서 고맙습니다.”
정모 때 슬쩍 이야기를 흘려본 것이 이렇게까지 잘 될 줄은 몰랐는데.
……뭐 아무튼. 소기의 성과는 거뒀으니 이제 그 결과를 눈으로 확인하러 갈 시간이다.
나는 유창과 함께 옆 골목 캡슐방으로 가 보았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붐비던 사람들이 싹 빠져나가 있는 골목.
아니나 다를까, 텅 빈 건물만이 을씨년스럽게 남아 있다.
내부를 들여다보니 발자국이 찍힌 서류들만이 지저분하게 바닥에 나뒹굴고 있다. 안에 있던 캡슐들은 군과 경찰이 모두 회수해 갔고 불 꺼진 어둠만이 꽉 차 있는 팡팡캡슐방.
안의 유리창으로 조금 더 들여다보니 저번에 그 재수 없는 사장 놈이 멍하니 의자에 앉아 있는 게 보인다.
나는 옆에 있던 유창에게 슬쩍 물었다.
“쟤는 왜 구속 안 됐대?”
그러자 유창은 꼬시다는 듯 씩 웃었다.
“자기 아내 명의로 해서 아내만 구속됐답니다.”
“엌.”
“아내는 이혼소송 걸고 위자료 청구했다는데요? 저 자식, 전직 부사관 출신이랬는데 앞으로 연금도 반 토막 나게 생겼네요.”
아버지와 아내가 동시에 잡혀 들어갔으니 그 기분이 어떨지 모르겠다.
바로 그때.
“이, 이 자식들!? 니들이 여긴 어디라고!”
팡팡캡슐방 사장이 우리를 발견했는지 이쪽으로 부리나케 뛰어온다.
그는 대뜸 유창의 멱살을 잡고 짤짤 흔들기 시작했다.
“네놈들이지! 네놈들이 신고했지!”
가까이서 자세히 보니 팡팡캡슐방 사장은 덩치가 꽤 있는 남자다.
뚱뚱한 몸에 티셔츠 안으로 드러나는 반팔 문신, 육수처럼 뻘뻘 흘리고 있는 땀.
그것을 본 유창은 피식 웃었다.
그러더니.
“형님. 동영상.”
나를 향해 눈을 찡긋한다.
이윽고, 유창은 팡팡캡슐방 사장에게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걱정 마. 내가 아빠랑 아내 만나게 해 줄게.”
“……뭐?”
팡팡캡슐방 사장이 두 눈을 크게 뜨는 순간.
“으아아악!”
유창은 팡팡캡슐방 사장의 밑에 깔려 드러누웠다.
“어어? 어?”
팡팡캡슐방 사장은 당황한 채 일어나려 했지만.
꽈악……
유창의 엄청난 악력은 그의 손목을 잡고 놓아 주지 않고 있었다.
심지어 어린애 다루듯 그의 팔을 마구 움직여 자기 얼굴에 대고 때리는 동작을 취한다.
누가 본다면 팡팡캡슐방 사장이 유창을 깔아뭉개고 때리는 모양새일 것이다.
그리고 곧, 내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이 현장에 도착했다.
팡팡캡슐방 사장은 억울하다는 듯 항변했지만 이미 유창의 몸은 먼지투성이, 중간에 입안도 깨물었는지 피도 약간 흐르고 있었다.
당연한 말이지만 팡팡캡슐방 사장은 폭행죄로 조사를 받게 되었고 현재 다른 특수폭행 죄로 집행유예 기간이었다는 것까지 밝혀지며 완전한 파국을 맞이했다.
나는 경찰서를 등지고 돌아오는 길에 유창에게 지시했다.
“앞으로 우리는 현역 군인은 반값, 전역증 가지고 온 예비역은 게임비 30% 할인해 주자구.”
“오, 좋기는 한데. 마진이 남을까요?”
“국민 절반이 예비역이야. 그만큼 입소문 타면 우리도 좋지 뭘. 또 어차피 대부분의 마진은 식사류나 간식류에서 남으니까.”
한국은 국민의 절반 정도가 예비역인 국가.
위기 시 길 가던 아저씨가 탱크를 몰고 평범한 학생, 회사원이 기관총을 잡고 대포를 쏘는 나라이다.
“잠재 고객을 따지면 군인들에게 잘해 주는 게 무조건 이득이라 이거지.”
실제로 몇몇 군납용품을 제작하는 회사에서는 이 점을 인지하고 오래 전부터 이런 마케팅을 활용 중이다.
군필이라면 아는 면도기, 손톱깎이, 슬리퍼 등등의 용품들은 실제로 유용하고 전역 후에도 남자들이 꾸준히 찾는 스테디셀러이기 때문이다.
“아무튼. 저 팡팡 놈들 망해서 아주 속이 시원합니다. 형님, 아니 회장님.”
“인과응보지 뭐. 그리고 너는 그냥 형님이라고 해라.”
나는 유창과 함께 팡팡캡슐방을 떠났다.
이제 이것으로 현실의 일은 어느 정도 마무리되었다.
개인방송도, 각종 환영회도 모두 얼굴도장을 찍었고 인맥 관리도 어느 정도 마쳤으니 또다시 게임 속으로 들어갈 준비를 할 차례다.
“이제 어떤 거 하실 계획입니까 형님?”
유창이 묻는다.
나는 어깨를 으쓱하며 가볍게 대꾸했다.
“이번에 마동왕으로 세계 기록을 세웠으니 고인물로도 세계 기록 한번 세워 봐야지.”
내 말을 들은 유창은 눈을 반짝반짝 빛내며 기대감 어린 표정을 짓는다.
나는 한마디를 더 이었다.
“용자의 무덤이나 공략해 볼까?”
고정 S+급 몬스터 사냥을 재개할 시간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