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닳고닳은 뉴비-765화 (765/1,000)
  • 765화 별들의 전쟁 (3)

    나는 엄중한 보안을 뚫고 팬카페에 접속했다.

    그리고 지금도 활발하게 움직이는 채팅창에 익명으로 출석 체크를 했다.

    -3021: ㅊㅊ

    출쳌. 출석 체크라는 뜻이다.

    그러자 원래도 활발하던 채팅창이 더 활발해졌다.

    -딸7I겅듀™: ㅎㅎㅎ다들 고인물 님 방송 최신화 보셨나요?

    -마카롱마싯땅♥: 아 당연한 것 아니겠습니까ㅎㅎㅎㅎ이번에는 코털로 아카오니 잡기 하셨던데!

    -T없이맑은예슬: 저번 정모에서 혹시 고인물 님 8번 척추 엑스레이 사진 경매 낙찰받으셨던 분 계신가요?ㅠㅠㅠ혹시 웃돈 드릴 테니 파실 수 있으실까 해서요,,, 전신 골격 다 맞췄는데 8번 척추만 없네요~~

    -24살희은이♥: 요즘 마교 놈들이 부쩍 시비를 터네요~ 마동왕 씨가 세계리그 우승한 거 가지고 기고만장 한 눈치던데;;; 세계리그 우승이랑 2차 대격변이랑 비빌 게 되나 몰라~~ㅎㅎㅎㅎ

    -존★예★보★스: I miss him, miss you so much 고인물.

    .

    .

    나는 수많은 현재 접속자들과 채팅들 사이에서 누군가를 찾기 시작했다.

    “……흐음. 오늘은 안 보이시네. 혹시 탈덕하셨나?”

    바로 그때. 내가 말하기 무섭게 누군가가 채팅을 쳤다.

    -별님세개쟝(진): 고하~ 오늘도 덜렁찬 하루!

    그 채팅을 보고 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휴, 아직 계시는구나. 그새 진급하셨나 보네.”

    원래 ‘별님두개쟝’이라는 아이디를 가진 이 회원은 접속하자마자 열심히 채팅을 친다.

    -별님세개쟝(진): 반짝,,,반짝,,,별님세개쟝은 하늘에서 밝게 빛나요~~우리 고인물님 용안처럼 빤쨕뽀쨕~

    -별님세개쟝(진): 별님세개쟝은 오늘도 북쪽으로는 국가의 안보를 위해 호에엥!, 남쪽으로는 고인물님의 평화를 위해 하와와! 인 거시에요~~!!

    -별님세개쟝(진): 줄여서 국호꼬하~~인 거시에요~~

    -별님세개쟝(진): 욕하지 마세얌! 저 남자구 미필 아니에얌! 군대두 갔다 왔서얌! 분대장>소대장>중대장>대대장>연대장>사단장>군단장>별님세개쟝인 거시에요~~!!

    -별님세개쟝(진): 덜렁이 횽아야들 모두 전방이 힘찬 함성 발싸! 호에ㅔ에에에에에ㅔㅔㅔ에에ㅔ에에에ㅔㅔㅔ엥!!!

    -별님세개쟝(진): 본 별님세개쟝은 실망해따! 횽아들 목소리가 요것빠께 안나옵미까!!

    -별님세개쟝(진): 별님세개쟝 횽아야들에게 얼차려를 부여하겠서얌! 하나에 호에엥 둘에 하와와 실시합니당! 실씨!

    -별님세개쟝(진): 하나!!! 호에ㅔ에에ㅔ에엥!!! 둘!!! 하와와ㅗㅏ와와ㅣㅗ아아와ㅏ왕!!!

    -별님세개쟝(진): 호고곡! 낼 모래 군대간다는 덜렁이 횽아가 있다는 거시야요? 그거시 참말인 거시야요?

    -별님세개쟝(진): 허허, 자네 지금 입대하면 유격 두 번인 것은 알고 가는 겐가?

    .

    .

    나는 그의 활발한 채팅 내역을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음. 여전하시군.”

    못 본 사이 말투가 한층 더 귀여워지셨다.

    어차피 마동왕도 세계리그 우승 기념으로 팬미팅 한번 열기로 했으니 고인물도 2차 대격변 기념으로 팬미팅 한번 열 때가 되었다.

    나는 게시판에 정모 글을 올렸다.

    -3021: 안녕하세요^^ 고인물 본인입니다,,다름이 아니라,,,횐님덜,,,얼굴 한번 보구 싶어서요,,,ㅎㅎ,,간만에 벙개,,정모 한번,,,어떠실까요~~^^? 화요일,,,오후 세시,,,코올~?

    그러자 나임을 알아챈 회원들이 우르르 찬성 글을 올린다.

    -딸7I겅듀™: 우왓!!! 고인물님!? 설마 사칭은 아니겠지요!?!?!?

    -마카롱마싯땅♥: 찐? 찐의 냄새가 난다!!!

    -T없이맑은예슬: 아 무적권 참전이지요!! 이번에야 말로 고인물 님 8번 척추를 손에 넣고 말 겁니다!!!

    -24살희은이♥: 2차 대격변의 영웅!!! 보고 싶었어요!

    -존★예★보★스: Love you. I'm going to see you 고인물!

    .

    .

    물론 그 중에는.

    -별님세개쟝(진): 하와와아아아아! 원래 그날 진급식 있는데 그냥 아프다고 빼고 갈게얌!!! 어디서 하시나얌? 말씀만 주세얌~~호에엥!!!

    이 분도 있었다.

    *       *       *

    77사단 사단장 노열식 준장은 베레모에 달린 별 하나를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안 돼. 이대로라면 진급을 못 한다.”

    그는 ROTC 출신으로 원스타까지 올라간 입지전적인 인물, 하지만 그는 육군사관학교를 나오지 못했다는 것에 대한 심한 열등감이 있었다.

    그래서일까?

    이번에 다가오는 마지막 투스타 진급 기회를 앞두고 노열식 준장은 미친 듯이 병사들을 혹사시켜 자신의 실적을 채우고 있었다.

    병사들의 얼마 되지도 않은 월급을 강제로 적금에 묶어두고 마을에 수해나 지진 등의 피해가 생기면 무보수로 병사들을 보내 일을 시키고 온갖 훈련이란 훈련은 죄다 실시하며 아주 약간의 자유시간이라도 생기면 그 틈에 병사들에게 혹독한 체력 단련을 시켰다.

    이렇게 해서 진급 평가에 도움이 될 수 있다면 노열식 준장은 가차 없이 병사들을 굴린다.

    심지어는 자체 훈련을 실시하겠다면서 병사들의 얼굴에 24시간 위장크림을 바르게 하고 주말이고 공휴일이고 계속해서 마라톤을 시켰다.

    물론 부상자들과 환자들이 속출했지만 병원에 자주 가게 되면 자신의 인사 고과가 나쁘게 책정되니 모두 승인 거부했다.

    “자식들이 말이야. 체력이 국력인 거야. 건강한 몸에 건장한 정신이 깃드는 법이니 아프면 누워있지 말고 뜀걸음 하라 그래. 그래야 몸도 낫고 체력도 좋아지지. 전원 특급전사가 아닌 소대는 모조리 휴가 통제야.”

    그러자 옆에 있던 작전과 대령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

    “사단장님. 병사들 불만이 조금 많은 것 같습니다.”

    “뭐? 불만이 있어? 왜?”

    “마음의 편지들이 빗발치고 있습니다. 여가시간이 너무 부족하고 또…… 군부대 안에 캡슐방 시설 등이 너무 노후화되어서 이용이 불편하다는 내용들이 주를 이루고 있었습니다.”

    부관의 보고에 노열식 준장은 혀를 끌끌 찼다.

    “원, 나약한 새끼들이 무슨 군대에 와서까지 게임을 하겠다고. 싹 다 무시해도 돼 그런 건.”

    “부대 내 캡슐방 시설이 확실히 노후되긴 했습니다 사단장님.”

    “군인이 무슨 게임이야! 그럴 시간에 연병장이나 뛰라고 그래!”

    “하지만 마음의 편지들이 계속…….”

    “아 그러면 마음의 편지함을 없애!”

    노열식 준장은 손사래를 치고는 책상에 슬리퍼 신은 두 발을 얹었다.

    그는 괘씸하다는 시선으로 창밖에서 잡초를 뽑고 있는 병사들을 내려다본다.

    “하여간 복에 겨운 새끼들이 말이야. 나 때는 군대 오면 반은 죽은 거라고 생각하고 군생활 했는데. 요오즘 젊은 것들은 무슨 핸드폰 쓰게 해 달라 게임 캡슐 쓰게 해 달라. 아주 선진병영인지 뭔지가 병사들 다 버려 놨어. 여기가 무슨 해병대 캠프야? 수련회 유스호스텔이야?”

    노열식 준장의 역정에 부관은 고개를 숙이고 다시 마음의 편지들을 가져갔다.

    “그러면 캡슐방 시설들은 어떻게 할까요?”

    “논란 없어질 때까지 아예 폐쇄한다 그래! 이 자식들, 그래야 캡슐이 낡았네 뭐네 불평을 못 하지. 어딜 감히 군인이! 특급전사도 아닌 것들이 감히!”

    부관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조용히 방을 나갔다.

    그러자 노열식 준장은 핸드폰을 들어 전화를 걸었다.

    결혼 생활 30년차인 그는 슬하에 아들 하나를 두고 있는 가장이다.

    전화가 연결되자 노열식 준장은 따듯한 목소리로 물었다.

    “아들. 사업은 잘 되고 있어?”

    [어어, 아빠. 덕분에 잘 되고 있어요. 조금만 더 할인행사 하면 옆 캡슐방에서 고객 많이 빼올 수 있을 것 같아. 이 거리가 그 캡슐방 때문에 엄청 북적거리게 됐거든. 나 완전 주워 먹고 있잖아~]

    “그래그래. 잘 한다 내 아들. 역시 우리 아들이 수완이 좋아. 아빠가 여기 병사들 휴가 나갈 때는 다 거기 캡슐방만 쓰라고 할게.”

    [진짜? 아빠 최고야 아싸!]

    “이 정도야 당연하지. 또 캡슐 필요하면 아빠한테 말해. 신제품 보급 나오면 바로바로 보내 줄 테니까.”

    [근데 아빠. 군납용 빼 오면 뭐 문제 생기는 거 없어? 요즘 귀찮게 구는 날파리들이 좀 있어서.]

    “허허허, 걱정 마 아들. 납품되거나 진열되기 전에 애초에 국군복지단에서 필요 수량 이상으로 초과 주문한 다음에 초과분만 슬쩍 빼서 블랙마켓 한번 거친 다음에야 시장에 내보내는 거니까.”

    [그럼 안전한 거지?]

    “그럼~ 누가 아빠 부대 방문해서 작정하고 털지 않으면. 근데 누가 감히 아빠한테 그러겠니. 아빠가 이 나라 장군인데!”

    [크, 원스타 클라스! 역시 아빠가 최고다. 그러면 캡슐 물량 들어오는 대로 바로바로 보내 줘!]

    노열식 준장은 하나뿐인 아들을 떠올리며 새삼 다정하게 웃는다.

    그때.

    …쾅!

    사무실 문이 열리며 누군가가 허겁지겁 들어왔다.

    방금 보고서를 올리고 나갔던 부관이었다.

    노열식 준장은 표정을 찌푸리며 입을 열었다.

    “지금 급한 전화 중이니까 이따 다시 와.”

    하지만 부관은 평소와 달리 당황한 기색이다.

    “지금 바로 나와 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 사단장님.”

    “뭐? 인마, 무슨 일인데……”

    하지만 노열식 준장은 말을 끝맺을 수 없었다.

    부관의 입에서 충격적인 말이 나왔기 때문이다.

    “군사안보지원사령부 사령관님께서 오셨습니다.”

    쓰리스타. 삼성장군의 갑작스러운 불시 방문.

    그 보고를 들은 노열식 준장의 두 눈이 찢어질 듯 커졌다.

    ‘왜? 갑자기 왜?’

    온갖 의문이 머릿속에 들었지만 행동은 빨랐다.

    노열식은 황급히 책상 위에서 발을 내리고 핸드폰을 덮었다.

    재빨리 흐트러진 옷매무새를 다듬고 군화줄을 꽉 조여 신은 뒤 최대한 단정한 모습으로 부리나케 뛰쳐나간다.

    강자 앞에서 본능적으로 발동하는 행동이었다.

    “싹 다 모이라 그래!”

    노열식은 다급하게 외쳤다.

    대령급 이하부터 하사급 부사관들까지 모조리 비상 집합이다.

    최소한 100명 이상의 장교들이 부리나케 한 곳으로 모여들고 있었다.

    호다다닥-

    땀을 삐질삐질 흘리며 복도를 뛰어가는 노열식 준장의 눈에는 불안 반 기대 반이 어려 있다.

    ‘3성 장군님이 갑자기 어쩐 일이시지? ……에이! 뭐가 어쨌건 간에 최대한 잘 보여야 한다!’

    어쩌면 이번이 절호의 진급 찬스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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