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닳고닳은 뉴비-756화 (756/1,000)
  • 756화 달을 부수는 자 (1)

    <현황판>

    <한국: 남은 선수 2명> -마동왕/윤솔(HP 10%이하)/유세희(HP 10%이하)/드레이크/마태강(사망)

    <영국: 남은 선수 2명> -튜더/블레어/라치만 구룽(사망)/호킨스(사망)/올리버(사망)

    점차 붉은 빛으로 물들어 가는 영국의 현황판.

    세계 각국의 캐스터들이 입을 모아 외친다.

    [진짜 믿겨지지가 않는 상황입니다! 세상에 이런 게 가능한가요!]

    [분명 이 ‘적도의 쌍심’은 코리올리 특성으로 인해 마동왕에게 불리한 맵입니다! 마동왕 죽이기 맵이라 이거예요!]

    [그런데 마동왕은 보란 듯 비웃고 있습니다! 와류 특성을 봉인한다고? 까불지 마라! 네놈들은 평타로도 잡는다! 마치 이렇게 말하고 있는 것 같아요!]

    [마동왕! 겜계의 역사 한 자락을 아예 새로 써 내려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지금! 게임이 출시된 이래 세계 통합 랭킹 1위를 줄곧 고수하고 있는 신화적인 존재 에드워드 튜더 프랜시스! 그가 나섭니다!]

    그리고 제일 신난 이는 역시 한국의 캐스터들이었다.

    전용진 캐스터는 마이크에 대고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외쳤다.

    [자! 한국의 마동왕 선수가 누구냐 이거예요! 마동왕 선수로 말씀드릴 것 같으면 일단 프로 데뷔전에서부터 당시 한국의 최고 팀이던 국K-1의 1군 로스터들을 싹 털어 버리고 올라온 무서운 신예였습니다! 떡잎부터가 무시무시했다 이거죠! 아시는 분은 다 아시겠지만 1차 대격변 전까지만 해도 국K-1팀은 전설까지는 아니고 레전드급이었거든요! 그런 국K-1팀을 상대로 4:1 PVP를 떠서 싹 다 발라 버린 겁니다! 예? 그때 멤버들이 시덥잖은 수준 아니었냐고요? 노노, 그때 4명이 바로 지금 한국 랭킹 최상위권에 있는 임요셉, 이연호, 송병건, 최연석이거든요!]

    홍영화 역시 잔뜩 들뜬 어조로 전용진 캐스터의 말을 받는다.

    [그리고 뒤이어진 서울 대표 선발전에서 당시 상승가도를 타고 있던 팀 엘리트즈를 꺾고 국내리그에 진출! 그리고 이후 바스터즈와의 행보에서도 혼자서 올킬 신화를 이룩해 냈죠!]

    [그뿐입니까! 아시아 챔피언스 리틀리그에서는 혼자서 일본 국가대표 전원을 올킬시켰고 그 이후에 나타난 S급 몬스터 둘도 격침시켰습니다! 빅리그에서는 직접 키워 낸 제자들만으로 대만과 러시아를 잡아 냈죠!]

    [그리고 지금! 최후의 리그인 세계리그에서 그는 혼자서 올킬이나 다름없는 신화를 써 내려가고 있습니다!]

    [살아있는 겜계의 신화, 튜더 선수가 그런 마동왕의 앞을 가로막고 있네요! 이 최후의 벽을 앞둔 지금! 세계가 주목하는 박빙의 대결이 시작되려 하고 있습니다!]

    스타디움 안, 그리고 런던의 거리 전체가 살아 있는 유기체처럼 약동한다.

    어마어마한 인파가 몰려 있는 곳, 방송이나 SNS 등으로 경기를 시청하고 있는 시선들까지 합치면 그의 수백 배는 될 것이다.

    -아 응애에요! 크~~ 저 지금 마동왕 보고 완전 다시 태어난 기분!

    -↳1살ㅊㅋㅊㅋㅊ

    -↳한 살짜리가 벌써부터 버릇이 없네ㅡㅡ

    -↳요즘 애들은 왜 이렇게 건방지냐;;

    -진짜 오늘이 내가 태어난 날이다. 마동왕의 이런 모습을 보고 나는 다시 태어났다

    -이 경기를 보고 암이 나았습니다

    -↳저희 할아버지는 관 뚫고 나오셨습니다. 지금 제 옆에서 경기 보고 계세요.

    -이 경기를 보지 않는다는 것은 인생의 가장 큰 실수...

    -아 씨 제발 안 본 눈 삽니다. 안 본 눈 주세요. 이 경기 아직 안 본 사람이 지금 이 순간 세상에서 제일 부러워...

    -오늘 경기 보려고 무단결근하고 영국까지 왔는데...진짜 갓동왕님...제 선택이 틀리지 않았음을 증명해주셨다...회사는...짤리지 뭐ㅠ

    -↳회사 짤려도 이 경기는 직관 봐야지ㅇㅈㅇㅈ~ 저도 오늘 경기 보려고 출근 안하고 영국 직관 옴ㅋㅋㅋ근데 내가 사장임ㅋㅋㅋ

    -↳호옥시 박수한 사장님...?

    -↳어엇, 서얼마 송승우 과장? 맞으면 경기 끝나고 출근해요. 마동왕 경기라면 무단결근 사유 인정이니까.

    -↳저 송 과장 맞는데...회사는 안 갈 겁니다. 끝나고 우승팀 팬싸 가려고요! ㅎㅎ!

    -↳나도 거기 갈 건데..ㅋㅋㅋ그럼 사이좋게 같이 출근합시다~~^^

    -진짜 클라스 개 미쳐버렸다!!! 세계리그 뿌시러 가쟈!!!!

    -가즈아아아아아아아!!!

    .

    .

    WUO 시청자 게시판이 연일 트래픽 폭주로 인해 다운되고 있는, 그런 상황에서.

    [시합 시작합니드아아아아아!]

    역사에 길이 남을 최후의 빅매치가 시작되었다.

    *       *       *

    “…….”

    나는 눈을 가늘게 떴다.

    지금 내 눈앞에는 회귀 전에 지겹게 보았던 얼굴이 있다.

    감히 우상이라고 부르기도 힘들 정도로 높은 곳에 있었던 남자.

    회귀 전이나 후나 늘 왕좌 중에서도 가장 높은 왕좌, 정점(頂點)에 앉아 있던 제왕.

    에드워드 튜더 프랜시스.

    전 세계 통합랭킹 1위.

    회귀 전에 2차 대격변을 막아 냈던 전쟁영웅, 벨제붑의 역병을 막아 낸 장본인, 세계최초 용자의 무덤 106층 공략자 등등…… 세운 업적들이 기라성 같은 남자.

    그가 지금 내 눈앞에 당당히 서 있다. 살벌한 핏발이 선 눈으로 말이다.

    원래 쥬딜로페의 자리였어야 할 그의 옆에는 장화신은 검은 고양이 펠릭스 2세가 서 있는 것이 보였다.

    나는 그의 메타를 떠올렸다.

    튜더의 메타는 광전사와 성기사. 그리고 이 두 가지 메타에서 오는 상충 반응에 의해 발생하는 정반합 에너지를 연료로 삼는 흑마법사(연금술사), 마지막으로 이 세 가지 힘을 이용해 잡은 몬스터를 자신의 수하로 길들이는 테이머. 이 넷으로 구성되어 있다.

    ‘인터뷰 내용 지겹게 들었지. 게임 시작 때 듀얼 클래스를 얻는 기연을 연달아 두 번 얻어 쿼드라 클래스가 되었다고.’

    남들은 한 번 얻기도 어려운 기연을 시작부터 두 번이나 연달아 얻고 시작하는 클래스가 참 남다르다.

    광전사, 성기사, 흑마법사, 테이머라는 4가지 직업에서 각각 최고점을 찍은 플레이어.

    그 힘은 동시대 플레이어들이 감히 짐작도 할 수 없는 아득한 경지에 이르러 있을 것임에 분명하다.

    ……더군다나.

    -<아서 왕의 대검 ‘엑스칼리버’> / 한손무기 / S

    신화 속에 등장하는 영웅의 검.

    수없는 수라장을 겪어냄으로서 자신의 힘을 증명해 낸 자가 아니라면 들어도 의미가 없을 것이다.

    -공격력 +0

    -모든 속성 저항력 +500%

    -특성 ‘연쇄살인’ 사용 가능 (특수)

    -특성 ‘백전노장’ 사용 가능 (특수)

    -특성 ‘고속재생’ 사용 가능 (특수)

    튜더가 들고 있는 S등급의 칼은 원래 내 소유였던 것이다.

    칼침의 탑에 있는 2세대 보스 데스나이트 ‘킹 아서’를 잡고 얻었던 히든 피스.

    특이하게도 공격력이 0이지만 이 검이 S등급인 이유는 패시브로 붙어 있는 3가지 특성에 있다.

    ‘연쇄살인’ 특성은 이 칼에 죽은NPC의 숫자 1당 1의 물리공격력을 영구히 올려 준다.

    ‘백전노장’ 특성은 이 칼에 가해진 모든 충격에 비례한 만큼의 물리방어력을 영구히 올려준다.

    ‘고속재생’ 특성은 이 칼을 쥔 자가 다른 칼에 베여도 피가 흐르지 않을 정도의 미친 재생력을 부여한다.

    즉 이 칼은 사용자와 함께 레벨 업 하는 특성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나는 얼마 전의 과거를 잠시 회상했다.

    ‘……그래 분명 경매장에 등록해 뒀었지. 그러던 도중에 튜더한테 구매 제의가 들어왔었고.’

    그때 튜더에게 받았던 메일을 나는 아직도 기억하고 있었다.

    <안녕하십니까. 귀하가 경매장에 등록한 아이템 ‘엑스칼리버’를 보고 문의 드립니다. 귀하의 멋진 검은 제 눈길을 몇 시간째 모니터에서 뗄 수 없게 만들었습니다. 저는 이 놀라운 검을 보는 순간 영혼 그 자체가 떨리는 듯한 설렘으로…(중략)…아서 왕은 영국에서 예수만큼이나 유명하고 또 존경받는 인물입니다. 특히나 그의 칼 ‘엑스칼리버’를 모르는 영국인은 없을 것이라 자신 있게 단언할 수 있습니다. 제 조국인 영국에서 발원된 이 아이템을 영국 황실의 일원인 제가 소유할 수 없다는 것은 저 개인이나 영국 황실에게 있어서 크나큰 불행이자 슬픔일 것입니다. 천재적인 직감과 놀라울 정도의 창의력으로 이 아이템을 손에 넣은 당신의 플레이에 한 사람의 게이머로서 깊은 존경을 표하는 바이며 부디 이 아이템을 저희 영국 왕실 길드 ‘로열 레이드’에…(중략)…>

    당시 튜더가 제시했던 금액은 현실 돈으로 38만 유로, 원화로 따지면 약 5억 가량이었다.

    처음에는 100억도 가볍게 넘어갈 이 고귀한 아이템을 두고 장난치는 건가 싶었지만… 알고 보니 튜더가 제시한 금액은 ‘월 단위’의 임대료였었다.

    ‘매입’이 아니라 ‘임대’, 그것도 월 5억이라는 돈을 주고 12개월 단위로 리스하겠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서 나는 튜더에게 칼을 빌려주고 1년에 60억이라는 돈을 받고 있었다.

    (물론 고인물 명의로)

    게다가 이 칼은 어차피 성장형 아이템, 누군가에게 빌려 주었다가 돌려받으면 그만큼 아이템의 옵션도 진화해 있기에 나에게도 손해날 것 없는 제안이었다.

    으레 평범한 아이템은 시간에 따라 게임 내 파워 인플레이션이 발생하면서 자연스럽게 감가상각이 이루어지지만 이 엑스칼리버의 경우에는 성장형인 만큼 오히려 스탯이 추가로 붙어 값어치가 상승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튜더 정도 되는 월드 클래스급 플레이어와 그 휘하 길드원들의 손에서 24시간 365일 돌고 돈 결과.

    -<아서 왕의 대검 ‘엑스칼리버’> / 한손무기 / S

    신화 속에 등장하는 영웅의 검.

    수없는 수라장을 겪어냄으로써 자신의 힘을 증명해 낸 자가 아니라면 들어도 의미가 없을 것이다.

    -공격력 +9,999

    -모든 속성 저항력 +500%

    -특성 ‘연쇄살인’ 사용 가능 (특수)

    -특성 ‘백전노장’ 사용 가능 (특수)

    -특성 ‘고속재생’ 사용 가능 (특수)

    엑스칼리버의 공격력은 내 왼손의 데스웜 건틀릿에 필적할 정도로 성장해 있었다.

    휘이이이잉-

    습한 바람이 불어온다.

    올리버가 남겨 놓고 간 독기는 아직도 협곡 전체에 남아 뜨거운 유증기에 섞여 피어오르고 있었다.

    이 살벌한 전장의 중심에서, 튜더가 결전의 칼을 빼들었다.

    키이이이이잉-

    엑스칼리버가 사납게 울며 광전사 특유의 시뻘건 아우라를 뿜어낸다.

    붉은 폭풍의 중심에 선 왕이 말했다.

    “지금까지 진심을 다한 내 공격을 받아낼 수 있는 자는 없었다.”

    세계 1위, 정점, 튜더이기에 할 수 있는 말.

    하지만 나는 그저 짧게 대답할 뿐이다.

    “……그렇다면 내가 최초가 되겠군.”

    이제 랭킹 1위를 받아갈 때가 되었다.

    이것이 내가 보여 줄 수 있는 최후의 퍼포먼스.

    …꽈악!

    나는 마몬의 힘이 깃들어 있는 오른손 주먹을 꽉 쥐어 보였다.

    그리고.

    그 건틀릿 속에는 시커먼 기운을 뿜어내고 있는 아이템 하나가 쥐어져 있었다.

    -<악마의 돌> / 재료 / S

    너무나도 아름답게 생긴 보석.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노라면 저도 모르게 홀려버린다.

    -어둠 속성 저항력 -50%

    -?

    전 세계를 통째로 뒤집어놓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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