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닳고닳은 뉴비-753화 (753/1,000)

753화 캡틴 오 마이 캡틴 (1)

드디어 세계리그의 끝판왕 튜더가 등장했다.

그 압도적인 위압감에 그대로 노출된 유세희는 순간적으로 윤솔과 태그하는 것조차 잊어버렸다.

그때.

“태그.”

튜더는 필드에 나오자마자 바로 태그 선언을 했다.

“……?”

유세희가 대낫을 움켜쥐고 뒤로 물러서자, 그 앞으로 존 호킨스가 걸어 나온다.

그리고 필드로 나온 호킨스는 또다시 라치만과 태그를 외쳤다.

동시에,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아앗! 이럴 수가! 호킨스 선수와 라치만 선수의 HP가 회복됩니다!]

[두 선수 모두 풀피! 거의 완벽하게 회복되었습니다!]

[이것은 튜더 선수의 능력인가요-오!]

캐스터들이 흥분해서 외친다.

그도 그럴 것이.

<현황판>

<한국: 남은 선수 3명> -마동왕/윤솔/유세희/드레이크/마태강(사망)

<영국: 남은 선수 4명> -튜더/블레어/라치만 구룽/호킨스/올리버(사망)

죽은 올리버를 제외한 나머지 두 선수의 체력이 완벽하게 회복되었다.

그것은 튜더가 가지고 있는 힐 능력 때문이다.

“……힐러? 성기사 메타인가?”

유세희는 튜더가 가진 회복능력에 경악했다.

뭐, 세계 정점에 서 있는 힐러라면야 이 정도 회복능력이야 당연한 것일 수 있다.

……문제는, 튜더는 힐러 클래스가 아니라는 것!

콰쾅!

땅을 박차고 달려온 튜더는 손에 든 거대한 칼을 휘둘러 유세희를 내리찍었다.

엄청난 공격력! 튜더의 주변으로 붉게 피어오르는 아우라는 그야말로 광전사의 모습 그 자체!

까-앙!

놀랍게도 그 공격력은 유세희에 필적, 아니 상회할 정도다.

유세희는 밀려오는 힘을 이기지 못하고 뒤로 물러났다.

그러나.

푹신-

유세희의 등 뒤를 가로막는 존재가 있었다.

“……?”

고개를 뒤로 돌리자 전혀 의외의 존재가 뒤를 가로막고 있었다.

복슬복슬한 검은 털, 노랗게 빛나는 두 눈.

[애옹-]

장화를 신고 챙 넓은 사냥꾼 모자를 쓴 검은 고양이 한 마리가 유세희를 빤히 바라보고 있었던 것이다.

순간.

오싹…

유세희의 목덜미에 소름이 타오른다.

파팟!

검은 고양이는 놀라운 속도로 칼집에서 칼을 빼들었고 이내 펜싱 선수처럼 날카로운 찌르기를 날려 보냈다.

…핏!

천하의 유세희도 이 속사를 피하지 못하고 뺨에 흉터가 남고 말았다.

핏! 피핏! 탁!

고양이는 놀라운 속도로 공중제비를 돌아 튜더의 발치로 되돌아갔다.

아마도 튜더가 소환한 몬스터가 틀림없어 보인다.

“……테이머까지.”

유세희는 성기사, 광전사, 테이머의 3가지 능력을 동시에 보이는 튜더의 힘에 전율했다.

그 말대로, 튜더는 성기사 특유의 신성한 아우라와 광전사 특유의 광폭한 아우라, 심지어 펫인 ‘펠릭스’까지 데리고 유세희를 압박하고 있었다.

“자, 가라 펠릭스. 적의 목숨을 수거해 와.”

튜더가 위엄 있게 명령을 내리자 이 장화 신은 검은 고양이는 긴 레이피어를 들고 앞으로 달려나간다.

까강! 깡! 딱! 창! 차-앙!

몇 번의 합 끝에 유세희는 펠릭스를 밀어냈다.

그리고 마침내 생긴 틈으로 대낫을 비집어 넣었다.

부우웅!

그러나 참격은 아주 짧은 차이로 펠릭스의 귀를 스치고 지나간다.

서걱-

펠릭스의 검이 유세희의 귀 끝을 스침과 동시에 말이다!

다행히 펠릭스의 이어지는 추가타는 지그재그 백스텝으로 피할 수 있었지만 튜더의 펫과 동수를 이루었다는 사실은 좀 충격이다.

“허억, 허억.”

숨을 몰아쉬는 유세희를 향해 튜더가 물었다.

“방심했군.”

“…….”

“자존심도 상했다는 표정인데?”

유세희는 분한 표정으로 입을 다물었다.

튜더는 무미건조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게임 속의 펫이라고 해도 유대감과 친밀도에 따라 얼마든지 성장할 수 있다. 너는 펫을, 나아가 이 게임을 무엇이라고 생각하는 것이지?”

동시에, 펠릭스가 튜더를 호위하는 무사처럼 레이피어를 고쳐 쥐었다.

튜더는 그런 펠릭스의 어깨에 손을 얹으며 말했다.

“깔볼 것도 없고 자존심 상해할 것도 없다. 이 게임 속에는 무시해도 될 만한 것이 하나도 없어.”

그러나. 유세희는 튜더의 말을 끝까지 듣지 않았다.

쓸데없는 심리전에 말려들 필요가 없다는 판단에서였다.

까득- 까드드드드득!

유세희의 낫이 지면을 긁으며 쏘아져 온다.

…까앙!

하지만 불카노스 대낫은 펠릭스의 레이피어를 뚫지 못했다.

[애옹!]

펠릭스는 이제 유세희와 거의 대등한 실력으로 싸우기 시작했다.

튜더는 그런 펠릭스를 향해 싱긋 웃어 보이며 말했다.

“놀랍지? 펠릭스는 보통 고양이가 아니라 총리관저 수석수렵보좌관이다. 런던 다우닝 가 10번지에 있는 총리 관저에 상주하며 수많은 쥐와 날벌레들을 살육해 온 사냥꾼으로 언론에서 실시하는 유능한 공무원 평가에서 늘 상위권에 랭크되는 베테랑이기도 하지.”

아무래도 현실에 진짜 있는 고양이를 모티프로 만들어진 펫인가 보다.

“힌트를 하나 주자면 펠릭스가 사용하는 검술은 수많은 고대, 중세 영국 검술을 패턴화시킨 결과물이라는 것이다. 너와는 좋은 승부가 될 것 같은데. 어떤가?”

“……몰라! 시끄러워!”

유세희가 고양이를 상대로 쩔쩔매는 동안, 튜더는 느긋하게 칼을 휘둘러 그런 유세희를 압박해 나갔다.

“모르겠으면 배워야지. 가르침은 혹독할 것이다.”

콰쾅!

그야말로 압도적인 참격!

튜더가 칼을 위에서 아래로 내리긋자 대지가 양편으로 쪼개지며 지진이 일어났다.

유세희는 펠릭스를 피하느라 튜더의 일격에 제대로 집중하지 못했고 때문에 그 여파를 고스란히 몸으로 받아내야 했다.

“……태그!”

그러나 리타이어당하기 직전 겨우겨우 뒤로 몸을 뺀 유세희.

하지만 칼끝에서 깨져 나온 아우라의 파편들에 당해 이미 몸은 만신창이다.

그런 유세희를 위하여 나선 구원투수는 바로 윤솔이었다.

“세희야! 조금만 참아! 금방 힐 줄게!”

윤솔은 필드로 나가자마자 바로 하늘을 향해 힐 마법을 시전했다.

그리고 힐 마나가 가루처럼 내려오기 전 다시 태그를 외쳤다.

……아니, 외치려 했다.

“안 되지. 힐 주는 방식이 비효율적이야.”

유세희에게 전혀 뒤지지 않는 스피드로 움직이는 튜더만 아니었어도 문제없었을 전략이었다.

…번쩍!

튜더는 칼을 휘둘러 폭풍을 만들어 냈고 윤솔의 힐 마법을 순식간에 흩어 버렸다.

마치 로봇이 변신할 때 공격하는 것과 같은 충격이 장내를 엄습해 든다.

“상대방의 속도를 고려해서 힐의 궤도를 달리 했어야지. 너희 팀의 캡틴은 그런 기본적인 오더조차 내리지 못하는가?”

동시에, 튜더는 시뻘겋게 타오르는 아우라를 칼에 실어 그대로 내리쳤다.

콰지지지직!

무시무시한 참격이 윤솔을 짓누른다.

“으윽!?”

하린마루의 힘으로도 막기 힘들 정도의 괴력! 튜더의 힘은 그야말로 역발산기개세 그 자체였다.

‘러시아전에서 만났던 트로츠키는 상대도 안 되겠어!’

그동안 싸워 온 모든 강적들을 전부 부정해 버릴 정도로 튜더의 힘은 막강했다.

결국 윤솔은 유세희에게 힐을 주기는커녕 자힐을 할 시간조차도 벌지 못하고 패퇴해야 했다.

그런 그녀를 향해 튜더는 싱긋 웃으며 검을 내려놓았다.

“이걸 막을 줄은 몰랐는데…… 특이한 힐러로군.”

자비심일까? 튜더가 윤솔의 목숨을 끊지 않고 보내 주는 것은.

“태그!”

겨우겨우 살아 돌아온 윤솔을 대신해 필드로 나간 이는 바로 드레이크였다.

“성기사와 광전사라. 완전히 상충되는 메타를 동시에 다루는군.”

드레이크는 전신에서 시커먼 아우라를 내뿜으며 필드에 섰다.

그러자 그 모습을 본 튜더가 눈을 가늘게 뜬다.

“데스나이트라? 그렇다면 그에 마땅한 상대를 골라 드려야지.”

“……?”

드레이크가 반문할 틈도 없었다.

쿠르르르륵!

순간, 튜더가 전신에서 숨막힐 듯한 암흑기류를 뿜어내기 시작했다.

언데드! 그것은 누가 봐도 진득한 흑마법의 기운이다!

…우지지지직!

주변의 필드에서 해골들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처리반이 없애 놓았던 몬스터들의 시체가 뼈다귀만 남아 드레이크의 주변으로 몰려든다.

“미친!? 흑마법까지 쓸 줄 안다는 건가!?”

드레이크는 언데드 특성을 따로 보유하고 있는 데스나이트 메타로 흑마법에는 강력한 면역을 가진다.

하지만 상대방은 흑마법사 클래스뿐만이 아니라 성기사, 광전사, 테이머 메타까지 동시에 다루고 있었다.

‘……쿼드라 클래스. 경기 전 어진이 경고했던 대로군. 믿기 힘든 말이라서 반신반의 했지만.’

드레이크는 식은땀을 흘렸다.

튜더는 광전사와 성기사라는 대립되는 메타를 손에 넣은 뒤 이로서 벌어지는 몸 내부의 상극(相剋) 반응을 이용해 정반합(正反合)에 따라 강해지는 흑마법사 메타를 추가로 획득했다.

광전사의 폭력성과 광기, 그리고 성기사의 절제력과 엄격함, 그것들은 서로 상충하는 동시에 정반합에 의한 낙폭에 따라 강해지는 흑마법사의 기운을 강화한다.

게다가 이렇게 얻은 강력한 힘으로 강력한 고위 몬스터를 잡아 길들이는 테이머의 힘까지!

다른 사람이 시도했다면 잡캐라고 비웃음 당했을 4가지 메타의 조합, 하지만 튜더는 각각 이 4개의 클래스 모두의 정점에 올라 있는 것이다.

“어디 덤벼 봐라. 한국의 데스나이트여.”

튜더의 전신에서 네 가지 기류가 폭사되었다.

암흑 기류를 뿜어내는 해골병들과 장화 신은 검은고양이 펠릭스, 그리고 광전사의 참격과 성기사의 신성력이 동시에 날아든다.

콰콰콰콰쾅!

지금까지 보아 왔던 힘 중 단연코 압도적!

드레이크는 왜 유세희와 윤솔이 저항 한번 해 보지 못하고 당했는지 알 수 있었다.

콰쾅! 쾅! 우지지직!

궁수에게 필요한 거리를 전혀 내주지 않는 튜더, 그는 광전사 특유의 광기를 그대로 내보이며 칼을 마구 휘두른다.

드레이크는 씹어 내뱉듯 말했다.

“……사기적이로군.”

접근전이라면 드레이크 역시도 자신 있었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같은 원딜러 사이의 이야기.

아무리 드레이크가 PVP의 고수라고 해도 포지션의 차이는 어쩔 수가 없다.

또한 지형 역시도 근접 딜러에게 유리한 적도의 쌍심이다 보니 드레이크로서는 굳이 맞붙을 이유가 없었다.

두부처럼 썰려 나가는 바위들, 그 광기의 소용돌이 중앙에 갇힌 드레이크는 태그 직전의 승부수를 띄웠다.

피잇-

화살 한 대가 아우라의 폭풍을 뚫고 튜더를 향했으나.

[애옹!]

그것은 펠릭스의 손에 의해 잡히고 말았다.

……한데?

파사사사삭-

펠릭스의 손아귀에 붙들린 화살은 갑자기 까만 모래가 되어 흩어졌다.

그것을 본 튜더의 두 눈이 가늘어졌다.

“펠릭스! 숨 참고 뒤로!”

튜더의 오더에 펠릭스는 추격을 멈추고 후퇴했다.

“코뮌 강의 사철(沙鐵)…….”

과거 악마가 되기 전 마몬을 막아섰던 벨렛의 한 수. 드레이크는 그 이야기를 놓치지 않고 있던 것이다.

튜더는 재미있다는 듯 웃음을 지었다.

“숨기고 있는 한 수가 있기는 있었군. 제법이야. 뛰어난 대장장이를 조력자로 두고 있는 모양이지?”

튜더의 질문에 드레이크는 움찔했다.

고인물 특유의 설명충 본능이 나올 뻔했지만 다행스럽게도 시간이 없다.

“……태그!”

전신의 흑갑이 모래알처럼 바스러지자 드레이크 역시 두 손을 들 수밖에 없었다.

태그하는 드레이크를 눈으로 좇던 튜더는 피식 웃었다.

그리고는 펠릭스를 불러들여 그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좀 쉬시오, 펠릭스 경. 아무래도 이번 리그 역시도 그리 어려울 것 같지는 않으니.”

[애옹-]

거듭되는 완패.

장내는 어떠한 환호성도 들리지 않았다.

환호하고 있는 영국 관중들을 제외한다면 말이다.

<현황판>

<한국: 남은 선수 1명> -마동왕/윤솔(HP 10%이하)/유세희(HP 10%이하)/드레이크/마태강(사망)

<영국: 남은 선수 4명> -튜더/블레어/라치만 구룽/호킨스/올리버(사망)

유세희, 윤솔, 그리고 드레이크까지 연달아 무릎을 꿇은 상황.

그리고 그때쯤 해서.

“……캡틴 유나이티드 킹덤(Captain United Kingdom)이라.”

캡틴 오 마이 캡틴!

저쪽의 캡틴이 나왔으니 이쪽도 캡틴이 나가는 게 인지상정 아니겠나?

캐스터들이 흥분한다.

[아아아아아! 마동왕! 드디어 마동왕 선수가 나섭니다!]

[웃고 있어요! 팀이 지고 있는데 웃고 있어요!]

[드디어 캡틴 코리아의 출격입니다!]

[한반도의 8천만 인구가 환호하는 이 소리가 들리십니까!?]

[한국 팀 위기의 순간! 한국 역사상 최강의 히어로가 출전합니다아아아!]

각 나라 캐스터들의 환호성과 함께 각 나라의 시청자 게시판이 뜨겁게 불타오른다.

유럽을 제외한 모든 대륙, 특히나 아시아 서버의 채팅방은 눈으로 채팅을 읽을 수 없을 정도.

튜더! 그~상대는!

-(JPN)오이오이 드디어 나왔다구 ‘아시아의 괴물’이 풀려난다!

-(CHN)왔다! 치우의 후손! 마동왕!

-(KOR)여기서 누가 이기고 지든 겜계의 역사는 바뀐다;;;

-(KOR)이겨! 여기서 이기면 형은 신화가 되는 거야!

-(TUR)형제의 나라를 응원하는 중!

-(CHN)거리의 그 누구도 횡단보도를 건너지 않고 있어! 모두 너를 응원 중이야!

-(JPN)젠장할 놈. 빨리빨리 나오라고! 우리를 이겼을 때처럼 압도적으로 이길 수 있잖아!

-(PHL)가라아아아! 마동왕! 본때를 보여줘!

-(HKG)네가 세계최고야! 넌 그걸 증명만 하면 되는 거야!

-(CHN)쫄 것 없다!! 가라!!

-(VNM)이 순간 아시아는 싹 다 너의 편이다!

-(JPN)우리를 밟고 갔으니 무조건 우승하라고!!

-(KOR)우린 널 믿는다! 너도 우릴 믿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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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나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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