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닳고닳은 뉴비-750화 (750/1,000)
  • 750화 세계 최강 인증 (4)

    [아앗!? 이, 이게 무슨 상황인가요!?]

    전용진 캐스터가 경악한 채 외쳤다.

    뉴턴 존 호킨스의 변화.

    그것은 이 경기를 지켜보고 있던 모든 이들을 깜짝 놀라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게 만들 정도로 충격적이었다.

    심지어 같은 팀인 로열블러드의 선수들조차 호킨스의 변화를 예상하지 못했던 것처럼 입을 딱 벌린다.

    ……그리고 그것은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세상에!’

    회귀자인 나조차도 깜짝 놀랐을 정도면 말 다한 것이다.

    호킨스는 눈앞의 강적 마태강을 상대로 자신의 모든 패를 꺼내어 보였다.

    -<살아 있는 화석> / 재료 / ?

    오래 전부터 모습이 일절 변하지 않은 채 전해져 내려온 고대의 존재.

    진화를 억제하여 원래의 모습을 간직하게 해 주는 봉인계열 아이템.

    이 희귀한 히든 피스가 호킨스의 손에도 들려 있었던 것이다.

    …우드드드득!

    그동안 마법사의 인텔리(?)한 이미지를 지키기 위해 변신을 억제하고 있었던 모양.

    하지만 고삐가 풀리자 호킨스의 피지컬은 답도 없이 폭증한다.

    녹색 피부, 용의 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굵은 뼈, 그리고 어마어마한 근육량.

    오우거로 변한 마태강조차 고개를 들고 올려다봐야 할 정도로 거대한 몸집.

    자이언트(Giant).

    신장 6미터. 체중 2톤의 거인.

    오크의 상위종족이지만 오크와는 궤를 달리할 정도로 강하고 파괴적인 종족이다.

    “…….”

    마태강은 멍한 표정을 지었다.

    비록 오우거가 신장 4미터, 체중 1톤의 스펙을 자랑하는 싸움귀라지만 온몸이 흉기 그 자체인 자이언트와 비교하면 밀리는 감이 없지 않아 있다.

    “그럼 시작해 볼까?”

    호킨스는 씩 웃더니 두 주먹을 말아 쥔다.

    짐볼을 야구공처럼 보이게 만들 정도로 거대한 주먹이 이내 꽉 다물린다.

    동시에.

    “파이어 볼!”

    힘차게 마법 주문을 외치는 호킨스.

    1서클의 파이어 볼이 만들어진다.

    그것은 마찰열로 인해 뜨겁게 달아오른 그의 주먹이었다.

    “……미친. 이런 파이어 볼이 어딨냐.”

    마태강은 이를 악물고 후퇴했다.

    오우거로 변한 이래 다가오는 상대를 피해 거리를 벌려 보기는 처음이었다.

    쿵! 쿵! 쿵! 쿵!

    자이언트로 변한 호킨스가 주먹을 휘두르며 따라온다.

    이윽고.

    퍼-억!

    자이언트의 주먹이 오우거의 안면을 후려갈긴다.

    “크흑!?”

    마태강은 뇌가 두개골 속에서 상하좌우로 마구 벽에 부딪치는 듯한 충격을 느끼며 뒤로 물러났다.

    아니, 뒤로 물러났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한 대 맞은 즉시 다리가 풀려 버렸기에 물러날 수는 없었다.

    다만 자이언트가 그 무거운 몸무게로 가슴팍을 밟아 뭉개는 것을 허용했을 뿐.

    ‘망했다!’

    마태강은 이를 악물었다.

    원래 헤비급과 헤비급의 싸움에서는 한 방 한 방이 결정적이다.

    그는 빠져나오기 위해 발버둥 쳤지만 호킨스는 다리에 실은 힘과 몸무게를 분산하지 않고 오히려 더욱 한 곳을 향해 집중했다.

    “즐거웠다. 이제는 끝이군.”

    호킨스는 어금니가 삐죽 튀어나온 입술을 구부려 미소를 지었다.

    나름대로 다정한 미소를 지으려 하는 것 같았지만 남들이 보기에는 흉악해 보일 뿐이다.

    “가서 캡틴 코리아한테 직접 나오라고 전해라. 그의 힘도 경험해 보고 싶으니까.”

    호킨스는 마태강에게 말했다.

    도발의 의미는 없이, 그저 순수한 뜻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마태강의 눈에 불을 지폈다.

    “……형님까지 나오시게 할 수는 없지!”

    땅에 쓰러진 오우거가 주먹을 휘두른다.

    자이언트의 발목을 향해서? 아니다.

    …콰쾅! 쿵!

    마태강은 두 눈을 꾹 감더니 주먹을 들어 올려 자신의 양 편 땅을 세게 내리쳤다.

    “으음?”

    호킨스가 눈살을 찌푸렸다. 마태강이 한 행동의 의미를 모르기에 그렇다.

    하지만 그 의아함은 곧 해소되었다.

    푸슉!

    땅이 부서지며 안에 있던 농축 유황가스가 폭발한 것이다.

    거기에 전 라운드에서 올리버 마르코가 뿌려 놓았던 독기가 함께 터져 나온다.

    그것은 공교롭게도 호킨스의 두 눈을 향해 뿜어져 나와 안구 겉표면을 오염시켰다.

    “크윽!?”

    호킨스는 순간 중심을 잃고 뒷걸음질 쳤다.

    거인답게 눈도 커서 오염 면적도 넓은 모양.

    손으로 얼굴을 가린 채 비틀거리는 호킨스의 앞으로 두 눈을 뜬 마태강이 섰다.

    “너야말로 가서 튜더 나오라고 해라.”

    동시에.

    …콰쾅!

    오우거의 주먹이 자이언트의 복부에 깊숙이 박힌다.

    힘 대 힘!

    오우거 대 자이언트!

    두 이족보행형 육전마수가 서로의 근육과 골격을 겨루기 시작했다.

    때론 오우거가 자이언트를 깔아뭉개고 때로는 자이언트가 오우거를 짓누른다.

    쾅! 콰쾅! 쾅! 쾅! 쾅!

    이 세상에서 가장 무겁고 파괴적인 파운딩.

    룰도, 규칙도, 초식도, 누군가가 개입할 여지도 없는. 그야말로 순도 100%의 폭력!

    쾅! 와지지직!

    자이언트의 주먹이 마태강의 안면을 두들기고 그 뒤에 있는 암석까지 모래로 바스라트린다.

    오우거의 다리가 호킨스의 배를 걷어차며 그 뒤에 있는 독안개를 싹 걷어 날려버렸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자이언트가 오우거를 압박해 가고 있었다.

    캐스터들은 열띤 목소리로 연신 외쳐댄다.

    [아아! 마태강 선수! 종의 한계일까요 피지컬의 차이일까요! 점점 호킨스 선수에게 밀리고 있습니다!]

    [빅 데이터를 이용한 야생 오우거와 야생 자이언트의 가상 싸움 결과도 방금 막 나왔는데요!]

    [네네, 위험 등급이 서로 같은 이 두 육전형 야수가 야생 상태에서 맞붙을 경우 98.226%의 확률로 자이언트가 이긴다고 하는군요!]

    [맞습니다! 자이언트 특유의 팔 힘이 오우거를 상회하고 또 리치와 체중 차이도 있어서 아무래도 조금 더 소형종인 오우거로서는 극복이 힘들죠!]

    [세상에 오우거를 보고 작다고 하는 순간이 올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그들의 말대로 마태강은 점차 호킨스의 맹공에 밀려나고 있었다.

    …콰악!

    호킨스는 자이언트 특유의 긴 팔을 뻗어 오우거의 몸을 붙잡고 도망치지 못하게 한다.

    그리고 오우거의 주먹에 닿기 전에, 그보다 조금 더 먼저 자신의 주먹을 꽂아 넣는 데 번번이 성공하고 있었다.

    [아아아, 마태강 선수. 끝끝내 리치 차이를 극복하지 못하네요!]

    [마태강 선수의 팔 길이가 호킨스 선수의 팔 길이보다 몇 센티미터가 더 짧아요!]

    [불과 몇 센티미터도 되지 않는 거리 때문에 왕좌에 손이 닿지 않는 심경! 참담합니다!]

    캐스터들은 안타깝다는 듯 마이크를 잡는다.

    하지만.

    “…….”

    나는 그저 조용히 혼자 턱을 쓸고 있을 뿐이다.

    뭘까? 왜일까? 내 눈에는 마태강이 맞고 있는 게 아니라 때를 기다리는 것으로 보이는 이유는.

    ‘어디 보자. 저 녀석이 뭘 기다리는 걸까?’

    나는 미친 듯이 내리 꽂히는 호킨스의 주먹을 보며 고민했다.

    마태강이 저렇게 가만히 있는 것을 보면 뭔가 생각이 있는 것 같은데…….

    나조차도 회귀 전의 지식이 통하지 않는 돌발변수 앞에 당황하고 있는 동안 옆에서 괜히 유세희만 안달이 났다.

    “사부! 태그! 태그해 주세요! 제가 나가서 저 덩치를 그냥!”

    “진정해. 아직 태강이가 포기하지 않았잖아.”

    나도 마음 같아서는 유세희의 의견에 동감한다.

    저렇게 체적이 넓은 상대에게는 유세희처럼 체구가 작고 공격력이 센 선수가 나가 줘야 한다.

    하지만 마태강은 무슨 생각인지 태그를 외치지 않은 채 묵묵히 가드만 올리고 있을 뿐이었다.

    …바로 그 순간!

    “아!”

    나는 마태강의 노림수를 알 수 있었다.

    그래, 그동안의 짬밥이 있지. 내가 모를 리가 없다.

    윤솔과 드레이크, 유세희가 나를 향해 바짝 다가왔다.

    “역시 대장이야!”

    “멋지다! 이제 빨리 태강의 속마음을 알려다오.”

    “사부 빨리요! 걱정돼서 죽겠어요!”

    다들 나를 선망의 눈으로 바라보는구만.

    나는 헛기침을 한번 한 뒤 자신감 있게 말했다.

    “……그것은 바로 하체야.”

    그렇다.

    자이언트는 모든 면에서 오우거보다 우월한 피지컬을 뽐내지만 유일하게 오우거에게 뒤지는 점이 하나 있다.

    그것은 바로 하체의 힘이다.

    자이언트는 위에서 아래로 밀어붙이는 것은 잘하지만 아래에서 위를 버티는 것은 약하다.

    그래서 마태강은 지금 호킨스의 유일한 약점인 하체 부분을 공략하려는 것이다!

    “자! 조지자! 하체!”

    내가 우렁차게 외치는 순간.

    …번쩍!

    마태강의 눈이 번쩍 뜨였다.

    “이야아아아아압!”

    동시에, 마태강이 기합을 내지르며 정면으로 돌진한다.

    호킨스가 그런 마태강을 향해 왼손 주먹을 내뻗는 순간!

    마태강 역시도 준비해 둔 무기를 끄집어낸다!

    그것은 바로! 혼신의 힘을 다한 오른쪽 펀치!

    ……엥?

    내가 멍한 표정을 짓는 것과 동시에, 마태강의 오른쪽 주먹이 호킨스의 턱을 강타했다.

    그동안 응축하고 응축했던 한 방 딜이 모조리 호킨스의 턱을 통해 들어갔다.

    콰콰콰쾅!

    호킨스는 거구의 몸을 가누지 못하고 그대로 뒤로 나자빠졌다.

    그 위로 마태강이 바로 올라왔다.

    “자이언트는 두 팔의 길이가 다르지. 오른손이 왼손에 비해 약 3센티미터 정도 짧아. 농게나 바닷가재의 집게발 크기가 서로 다른 것처럼. 자이언트의 육체를 별로 다뤄 본 적이 없어서 몰랐나 보지?”

    결국은 경험 부족이다 이거다.

    호킨스는 지금껏 자신의 힘을 숨기기 위해 자이언트로의 변신을 극도로 자제했었고 그것은 해당 육체에 대한 숙련도 부족으로 이어졌다.

    반면 마태강은 수없이 많은 오우거를 사냥하고 다니면서 자기 몸은 물론이요 오우거라는 종족 자체에 대한 이해도와 숙련도가 아주 깊었다.

    그것이 바로 여기서 결정적인 차이를 낳았던 것이다.

    퍼억!

    마태강은 호킨스를 짓밟고 그 위로 올라섰다.

    그리고 이 세상에서 가장 무겁고 파괴적인 파운딩이 또다시 시작되었다.

    스턴 상태에 걸린 호킨스의 전신 골고루 불도장이 찍힌다.

    쾅! 콰쾅! 쾅! 쾅! 쾅!

    마태강은 주먹을 높이 들어 그대로 지면에 수직으로 때려 박기 시작했다.

    정상을 향한 집착, 그 악다구니.

    자신을 향해 몰아치는 이 미증유의 폭력에 호킨스는 아무런 방비도 취할 수 없었다.

    …우지지지직!

    호킨스의 몸을 뚫고 들어간 충격과 무게가 그 밑에 깔린 대지까지 뒤흔들어 놓고 있었다.

    지형이 바뀔 정도다.

    “……대단하군. 이 정도 폭딜이라면 셀프 힐 마법을 걸 틈도 없겠어.”

    결국 호킨스의 입에서 약한 소리가 흘러나오고 말았다.

    “태그!”

    호킨스는 너덜너덜해진 몸뚱이를 필사적으로 움직여 뒤로 빠졌다.

    그리고 겨우 목숨만 붙어 있는 채로 태그 선언을 보낸다.

    “…….”

    마태강은 그제야 대지 위에 우뚝 섰다.

    온몸의 흉터에서 피가 줄줄 흐르고 있었지만 홀로 꼿꼿하게 서 있는 그 모습은 그야말로 투신(鬪神) 그 자체!

    지난번 죠 올드만에게 당했던 굴욕적인 패배를 깔끔하게 씻어 내는 승리였다.

    완전히 리타이어 시키지는 못했지만 딜 교환에서 엄청나게 이득을 봤으니 말이다.

    “이야~ 역시 리치지. 리치 차이야. 그게 크지.”

    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박수를 쳤다.

    그런 나를 윤솔과 드레이크, 유세희가 묘한 시선으로 쳐다본다.

    “대장. 하체는?”

    “응? 솔아. 그런 소리 하는 거 아냐. 그런 건 헬스 트레이너들만 하는 말이야.”

    “어물쩍 넘어가려는 것 같다, 대장.”

    “아니.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야. 다음 선수가 나오잖아!”

    나는 필드 저편을 향해 손가락을 뻗었다.

    부글부글 끓는 진흙과 검은 유증기 피어오르는 협곡.

    …저벅 …저벅 …저벅

    태그할 필요가 없다는 듯 손을 흔들고 있는 마태강의 앞으로 이내 세 번째 영국 선수가 걸어 나온다.

    나이가 아주 많은 리자드맨 ‘라치만 구룽’.

    영국군 ‘구르카’ 소속의 퇴역군인이 잔잔한 시선으로 이쪽을 관조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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