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닳고닳은 뉴비-737화 (737/1,000)
  • 737화 한국 vs 미국 (5)

    비앙카는 모노마흐와 알리타이슨의 아이템과 경험치, 스탯을 모조리 흡수해 강해졌다.

    “쎈 게 최고야. 늘 새로워. 짜릿해!”

    미국의 내로라하는 랭커 두 명분의 힘이 더해진 비앙카는 세계랭킹 1위인 튜더보다도 훨씬 더 강해진 피지컬로 나를 내려다본다.

    모노마흐의 거대 골렘과 알리타이슨의 극저온 냉기마법을 동시에 다루게 된 비앙카.

    거기에 그녀는 소지금의 액수에 비례해 스탯이 증가하는 졸부 변태 특성을 두른 채 나를 압박해 왔다.

    마치 거대한 대기업 본사 빌딩 그 자체와 맞붙어 싸우는 듯한 느낌.

    비앙카는 이 경기를 지켜보고 있는 10억 인구를 깜짝 놀라게 할 초대형 블록버스터 급 퍼포먼스를 선보인 것이다.

    “호호호! 말 그대로 '블록버스터(Blockbuster)' 그 자체지? 어떠냐! 이건 튜더 그 새끼가 와도 못 막아!”

    도시의 한 블록(Block)을 통째로 날려버릴 정도의 위력을 가진 폭탄.

    그것이 바로 비앙카가 조종하고 있는 이 거대한 얼음골렘의 주먹이다.

    세계랭킹 1위이자 미국의 라이벌 국인 영국을 저격하기 위해 단단히 마음먹고 준비해 온 메타인 듯싶었다.

    부우우우우웅-

    황금과 아다만티움, 얼음이 뒤섞여 있는 골렘의 주먹이 운석처럼 떨어져 내렸다.

    검은 목요일을 상징하는 대공황 주먹.

    마치 달이 떨어지는 게 아닐까 생각될 정도로 무시무시한 기세.

    그 광경을 바라보던 모든 한국 팬들은 안타까운 신음을 삼켜야만 했다.

    한국의 패배.

    너무나도 뚜렷해 보이는 미래를 앞둔 지금, 전용진 캐스터마저 말을 잇지 못하고 그저 입술을 꽉 깨물 뿐이다.

    ……하지만.

    뒤이어 일어난 사건은 경기를 지켜보던 모든 한국인, 4천만에 가까운 인파를 모조리 제자리에서 기립하게 만들었다.

    콰-쾅!

    비앙카의 거대한 주먹이 허공에 우뚝 멎는가 싶더니.

    우지지지지지지지직-

    이내 놀라운 속도로 파괴되어 간다.

    거대한 대공황 골렘의 주먹에 비하면 이쑤시개처럼 보이는 작은 주먹.

    바로 내 주먹에 닿은 직후 말이다.

    [아아아아아앗!? 아앗!? 아아아앗!?]

    그 프로의식 투철한 전용진 캐스터도 할 말을 잃고 그저 경악에 가득 차 소리지르기만 할 뿐.

    10억이 넘는 시선들의 집중률이 순간 호주 대 에티오피아, 브라질 대 영국 전을 밀어내고 한국 대 미국 전으로 왕창 쏠린다.

    -go! go! go! go!

    -제발 한국인이면 한국전 봅시다! 지금 쩌러욧!

    -行く行く行く行く行く行く…韓国放送で行く!

    -الطقس الجيد اليوم

    -韩国有一只老虎!!

    .

    .

    <시선 점유율>

    영국 vs 브라질: 3%

    에티오피아 vs 호주: 2%

    한국 vs 미국: 95%

    10억 인구의 95%, 그러니까 9억 5천만이나 되는 사람들이 지금 이 광경을 보고 있는 것이다!

    중계 방송 관리자들도 난리가 났다.

    “한미전에 트래픽 대부분이!”

    “뭔데 이렇게 쏠려!”

    “영국……이랑 브라질! 두 곳 모두의 시청자들이 방송을 옮기는 것이 큽니다!”

    “둘 다 애국심 엄청 강한 나라 아냐?”

    “다른 곳들은 뭐 안 그렇답니까!?”

    “젠장! 한미전 쪽으로 다 돌려! 서버 다 몰빵해!”

    “그건…이미 했습니다.”

    “이 대로면 서버 터지는데…… 으아아 터졌어!”

    다른 방송의 시청자를 수용하는 것이 문제가 아니다.

    그 이상으로 신규 시청자 유입이 빨라지고 있는 것이 진짜 문제다.

    한편.

    …퍼퍼펑! …우르릉!

    비앙카. 그녀도 붕괴해 내리는 오른손을 보며 멍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뭐지? 지금 이게 무슨 상황이지? 설마 환각 마법?’

    하지만 현저하게 깎여나간 HP와 짜르르 울리는 통증은 이것이 현실임을 분명케 한다.

    “이, 이럴 수가! 이건 말도 안……!?”

    “돼.”

    그리고 나는 자욱한 흙먼지를 폭풍으로 날려버리며 등장한다.

    데미지 하나 없는 멀쩡한 모습으로.

    주먹 대 주먹. 나는 그 싸움에서 비앙카를 완전히 발라 버린 것이다.

    “꺄아아아악!”

    비앙카는 겁에 질려 뒤로 물러났다.

    한 번도 피식자의 입장에 처해본 적 없는 포식자. 그녀가 어디서 이런 꼴을 당해 봤겠는가?

    모든 것을 잃고 파산 실업자 신세가 된 모노마흐나 알리타이슨은 그런 비앙카를 도울 수 없다.

    얼음가루들과 흙먼지들을 두르고 서서히 거리를 좁혀 오는 나.

    그런 나를 본 비앙카는 공포에 떨며 왼손 주먹을 들어 올린다.

    “그럴 리가, 그럴 리가 없어! 내가 튜더도 아닌 저런 놈한테……!”

    하지만, 비앙카의 반격은 시도조차 불가능했다.

    파스스스스스스……

    왼손이 지나치게 가볍다. 허탈할 정도로.

    비앙카가 고개를 돌린 곳에는 천천히 가루로 변해 부서져 내리는 왼손이 보인다.

    “어엇!? 왜!? 왜! 아직 부딪치지도 않았는데!?”

    한 번도 휘두르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가루로 바스러지는 왼손.

    나는 그것을 보며 씩 웃었다.

    아까 전 비앙카와 나의 오른손 주먹이 맞부딪쳤을 때, 나는 탐욕의 악마성좌 마몬을 잡고 얻은 ‘수전노’ 특성을 발동해 버린 것이다.

    그것은 나에게 위해를 가한 상대의 소지금 50%를 말려 버리는 스킬이다.

    ‘도네 감사하고요.’

    나는 빵빵해진 인벤토리를 힐끗 들여다보았다.

    반면 막대한 소지금의 절반을 잃어버리게 된 비앙카는 당연히 ‘천민자본주의’ 특성으로 인해 증가한 스탯의 절반을 잃어버리게 되었다.

    그래서 이 거대한 대공황 골렘의 몸뚱이 절반도 가루로 변해 사라지게 된 것이다.

    …쿵!

    골렘의 몸 왼쪽이 모두 가루가 되어 사라졌다.

    골렘의 몸 오른쪽은 내 주먹에 의해 완파되었다.

    “꺄아아아악! 내 골렘! 아니 그보다 내 돈 다 어디 갔어! 아아아아아악!”

    비앙카는 그야말로 대 공황상태다.

    그녀는 막대한 군사력도, 자금력도 모두 잃어버리게 되었다.

    모든 나라가 그렇겠지만… 특히나 미국에게서 군사력이랑 돈 빼면 뭐 있나?

    특히나 천민자본주의, 대공황, IMF 특성은 돈 떨어지면 정말 뭐 없는 특성이란 말씀!

    …펑!

    나는 발을 앞으로 내딛어 주변의 흙구름들을 싹 걷어 버렸다.

    그러자 눈앞에 비앙카가 부들부들 떨고 있는 것이 보인다.

    공포? 분노? 무력감? 그녀는 덜덜 떠는 와중에도 두 눈을 들어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나는 미국 대표야! 초강대국 캡틴 아메리카라고! 이런 데서 질 수는……!?”

    하지만 나는 손을 들어 그녀의 말을 잘랐다.

    “미국? 미국이라는 국가가 어디 붙어 있는 나라지?”

    “……뭐?”

    “미합중국이라는 나라가 데우스 엑스 마키나의 세계관 안 어디에 붙어 있는 나라냐고.”

    그렇다. 미국이 현실에서나 대세지 가상현실에서는 아니다.

    “현실의 논리와 질서는 내게 통하지 않아. 게이머는 게임으로 말할 뿐.”

    캬, 그러니까 빨리 가서 주모나 불러오란 말이야.

    한편, 내 말을 들은 비앙카는 이를 악물고 골렘을 일으켰다.

    우그그그극-

    골렘의 남은 부분, 그러니까 그나마 제일 단단한 부분들이 뭉쳐 조금 작지만 그래도 완전한 신체를 가진 작은 골렘으로 재생성되었다.

    …쿵!

    예전처럼 빌딩만 한 사이즈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어지간한 4층 상가 정도 되는 크기의 골렘이 나를 내려다본다.

    눈에서 번쩍번쩍거리는 금빛을 뿜어내면서 말이다.

    “흐음.”

    나는 비앙카의 저력에 잠시 감탄했다.

    천민자본주의 특성은 아직 그 황금빛을 완전히 잃지 않고 있었다.

    원래도 막대하던 소지금이 아직 절반가량 남아 있는데다가 뒤늦게나마 이변을 알아챈 비앙카가 재빠른 상황 판단력으로 ‘모라토리엄(moratorium)’ 특성을 발동해 소지금의 유실을 어느 정도 지체시켰기 때문이다.

    과연 세계랭킹 2위는 현질빨로만 딴 것이 아닌 모양.

    “으으으! 미국은 지지 않는다!”

    비앙카는 아직 완전히 꺾이지 않은 투지로 내게 맞서고 있었다.

    하지만.

    “…나라를 이루는 3요소.”

    나는 그런 비앙카를 맞이하며 너무도 평온하게 두 손을 풀 뿐이다.

    “그것은 ‘영토’, ‘주권’, ‘인구’다.”

    그리고 이내 나의 왼손 건틀릿이 증기 기관이라도 된 양 뜨거운 김을 내뿜었다.

    뿌우우우우-

    기적이 일어난 경기장 전체에 울려 퍼지는 기적 소리.

    데스웜의 힘이 비앙카의 작은 골렘을 노린다.

    콰콰쾅!

    나는 왼손 해머링으로 비앙카의 골렘을 으깨듯 박살내 버렸다.

    후두둑- 후두둑- 후두둑-

    공든 탑이 무너지랴? 응 무너진다. 세게 때리면 다 무너지지 뭐.

    산산조각 나 쓰러지는 골렘을 본 비앙카는 망연자실한 표정을 짓는다.

    하지만 이제 시작일 뿐이다.

    “이걸로 영토는 파괴되었군.”

    대지의 힘을 받아 일어난 골렘은 모래보다도 작은 입자를 가진 가루가 되어 소멸했다.

    그리고.

    …터억!

    이내 내 손이 뒷걸음질치는 비앙카의 목을 잡아 조른다.

    “커헉!?”

    자기 의지로는 옴짝달싹도 못하게 내 손아귀에 떨어진 비앙카.

    그리고 옆에서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있는 모노마흐와 알리타이슨 역시 내 발 아래 깔린다.

    “이걸로 주권도 박탈되었다.”

    그렇다면 국가의 3요소 중 아직 남아 있는 것은 무엇인가?

    “……이제 인구뿐이지.”

    동시에.

    퍼펑! 펑!

    나는 그대로 발을 내리찍어 모노마흐와 알리타이슨을 리타이어 시켰다.

    순식간에 접속이 끊어지는 둘.

    3:1의 싸움은 순식간에 1:1로 변했다.

    그리고 남은 것은 내 손아귀에 모든 것을 쥐어 잡힌 채로 바들바들 떠는 비앙카.

    세계랭킹 2위. 가장 영향력 있는 10대 솔로가수. 탑 급 영화배우. 재벌 3세.

    그런 것들이 다 무슨 소용이랴? 지금 이 순간은 그저 내 먹잇감에 불과한 것을.

    나는 가면 쓴 얼굴을 들이밀어 비앙카의 얼굴을 마주 보았다.

    그리고 짧게 말했다.

    “이제 이걸로 인구도 제로.”

    동시에.

    …퍼엉!

    내 손아귀에 잡힌 비앙카의 전신이 폭발하듯 터져나갔다.

    전 광역지대를 초토화시켜 버리는 마몬의 대지진을 한 사람의 육체가 버텨낼 수 있을 리는 없으니까.

    결과적으로 미국 선수는 0.

    영토와 주권과 인구를 모두 잃어버린 미국은 이제 더 이상 나라가 아니다.

    적어도 이 리그에서는 말이다.

    [……아.]

    멍한 표정의 전용진 캐스터.

    그는 선글라스의 한쪽 다리가 주르륵 흘러내린 것도 모른 채 경기장을 바라본다.

    귀에 중계센터의 다급한 무전이 울리는 것도 들리지 않는 모양.

    <용진 씨, 정신 차려요! 지금 몇 명이 보고 있는지 압니까!? 이것 때문에 아예 다른 방송 중계를 전부 멈췄……!>

    이윽고, 다년간의 캐스터 경험과 일반인들보다도 훨씬 더 비범한 상황 판단력 덕분에 그는 그 누구보다도 빨리 정신을 차렸다.

    그리고 아직 그보다 몇 초 정도 더 멍해 있는 4천만 한국 시청자들을 향해, 젖 먹던 힘까지 끌어내어 외쳤다.

    [경기…… 경기이이이이이! 끝났습니드아아아아! 한국의 역전승입니다-아!]

    한국이 ‘월드 얼티메이트 올림피아드(World Ultimate Olympiad)’, 최후의 3국 진출에 성공하는 순간이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 ……! ……! ……! ……! ……! ……! ……! ……! ……! ……! ……! ……! ……! ……! ……! ……! ……! ……! ……! ……! ……!

    스타디움의 천장이 허공에 붕 뜰 정도로 강렬한 함성이 터져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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