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6화 악플의 유형 (3)
-소라게™: 커리어나 실력 말한 거 아닌데요? 뭐 자랑할 게 있다고 내놓고 다니냐고요ㅋㅋ 덜렁덜렁도 아니고 꼬물꼬물이면서~ㅎ
순간, 나는 표정 관리에 실패하고 말았다.
어 좀 열 받는데 이거?
다른 건 몰라도 이런 어그로에는 강경대응해야 하는 법이다.
내가 막 마이크에 대고 입을 열려는 순간.
[야, 이 삐- 야.]
나조차도 깜짝 놀랄 정도로 격한 욕설이 터져 나왔다.
순간 내가 말했나? 싶었지만 그건 아니었다.
-‘유다희야날좀바라봐’님이 음성 도네이션을 보내셨습니다 덜렁!
[이런 삐- 같은 게! 니가 봤어!? 니가 봤냐고!? 니가 뭔데 남의…!]
왠지 유다희가 발끈해서 화를 내고 있었다.
‘그…그만둬, 그런걸로 니가 화내지 마.’
유다희는 채팅창에서 악플러들과 난데없이 키배를 뜨기 시작했다.
-유다희야날좀바라봐: 유명한 사람 계정에 몰려가 악플을 달고 지가 정의로운 행동을 한 것마냥 뿌듯해하는게 취미냐?? 역으로 당하게 되면 계정 폐쇄하거나 잠깐 닫아놓고 새 계정 팔 거면서! 글도 안 읽고 사진도 안 보고 소통한답시고 한다는게 기껏해야 이런 거냐고!?
-소라게™: 어?? 이 사람 아이디 낯익은데? 그때 그 신상 유포되었던 유다희인가? 걔 아님?
-유다희야날좀바라봐: 걔 맞다 ㅅㅂ 뭐!
-소라게™: 헐 아닙니다;;팬이에요 누님;;;;방송 잘보고있습니다 충성충성충성ㅠㅠㅠ
-유다희야날좀바라봐: ㅇㅋㅇㅋ암튼 악플달지말고 보자 좀
-소라게™: 넵 웃길려고 무리수 던졌던 것 같습니다 죄송합니다 충성충성
-누나 패기 멋져요!!
-언니 걸크~
-당당하게 복귀하신거 보기좋슴돠^^7
-욕하는놈들 뭐냐? 맞말만 했구만ㅋㅋ
-두 분 방송 모두 잼게 보고 있습니다!!
.
.
나는 시청자 채팅창을 보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계속 악플들을 읽어나갔다.
-피드백 오지게 안 들음. 공방 때 예의없는 것도 그렇고 딱 미필임. 미필쉑 ㅋㅋㅋㅋ 진짜 한번 오지게 처맞고 정신차려야 함ㅋㅋㅋㅋ
“네. 군대 다녀왔구요~ 부사관 경험도 있구요~”
-마동왕이랑 비비는 거 약간 자격지심 아님? 지가 마동왕 급이 된다고 생각하는 건가? 진짜로? 버그 플레이어 논란도 있던데, 이제 언플 지긋지긋하다. 이 ㅅㄲ가 적폐 그 자체임.
“친한 사이구요~ 현재 전적 1승 1패 1무구요~ 조만간 한번 또 PVP영상 올릴테니까 너는 꼭 구독하러 와라~”
-ㅋㅋㅋㅋ진짜 할 말이 없다 얘는. 본인이 스스로의 가치를 무너뜨리고 있다는 건 알지? 어디 위인전에 발가벗은 사람이 있었음? 스스로에게 제한을 두는 거임. 멍청한 놈. 또 지는 영리하다고 생각하겠지.
“옷은 몸무게 가벼우라고 벗는 거구요~ 애초에 위인전 실릴 생각도 없구요~”
-얘 제일 문제가 그거임. 드레이크님한테 존나 찝적댐. 진짜 볼 때마다 토악질 올라오는데 이건 뭐 지 사심 채우려고 방송하는 건지 뭔지 모르겠음. 그냥 성욕의 노예임. 얘들아 고인물 보이콧 운동ㄱㄱ. 청원 가즈아!
“……?”
-나 얘 대학교 동창인데 진짜 개쭈구리였음 ㅋㅋㅋㅋ 진짜 급식 때 식판으로 대가리 툭툭 치면 질질 짰는데 ㅋㅋㅋ 지금도 나 실제로 보면 지릴 듯. 오죽하면 별명이 세종실록지리지였냐 ㅋㅋㅋ 아 ㅂㅅ 진짜 개 나대는 거 귀엽네. 야 고인물. 전화해라 엉아가 오랜만에 펀치로 교육 시켜 줄게^^
“응~ 대학교 안 나왔어~ 식판은 뭐니~”
-일단 이 사람 방송 쭉 보니까 고향이 북대륙 출신인 것 같음. 딱 봐도 속 알 수 없고 통수 잘 치고 배신 잘 하게 생겼지 않음? 진짜 북대륙 욕 듣게 하는 일등공신임. 지 북대륙 출신들 앞길 막는 건 얘가 최고임. 이 새끼가 지역감정 부추기는 촉진제다 ㄹㅇ
“너나 지역감정 자제해 주시고요~ 속을 알 수 없다니? 속을 다 까놓고 다니는데.”
-고인물? 이름 센스 도랏나 ㅋㅋㅋ고인모독아니냐? 왜? 부캐는 음란물이라고 하지?
“이건 진지하게 부캐 닉으로 한번 고려해 봄직하네요.”
-우리 애한테 도저히 못 보여 줄 영상들이네요. 아이들이 이걸 보고 대체 뭘 배울지. 이번에 우리 신도시 엄마 모임에서도 공론화되었거든요. 방송에 퇴출을 하던지.... 인터넷 검열을 통해서 솎아내야 된다고 봅니다
“안 보여 주면 되는 거구요~ 애가 스트리머한테서 뭘 보고 배우기 전에 부모로서 교육 제대로 시켜 주시면 될 것 같구요~”
-안녕하세요, 레고동 러브 디너 레스토랑 사장인데요, 저희는 요즘 손님 중에 고인물 구독자 있으면 안 받습니다. 왜냐구요? 그게 진상 거르는 데 도움이 되더라구요. 고인물 팬들은 대체로 진상이 많아요. 사회 부적응자들 집단이니까요ㅎ
“검색해 보니 연남동 러브 디너라는 사업장 없는데요? 벌써 망했나?”
-니 최종학력 피자스쿨~ 여름성경학교~
“니 국적은 중고나라구요~ 니 부모님이 물려 준 땅 피자에땅이고 상속세 두 판에 19800원이고요.”
-고인물 개무식해서 식당에서 밥먹고 난 담에 계산할때 부가세 안먹었다고 소리지를거같음;;;
“니는 서브웨이 가서 차멀미 할 것 같고요~”
-저기요, 고인물 씨. 대한민국 최고 아닙니까? 아, 프로게이머는 아니니까 2위군요? 프로리그에 나갈 생각이 없어서? 혹시 자신감이 없어서? ㅋㅋㅋㅋㅋ 농담입니다. 아 근데 혹시 말이죠... 그렇게 게임을 하다 보면 PK도 자주 할 텐데 그러면 오프라인에서도 상대를 죽이고 싶다는 생각이 들곤 하나요??
“혹시 아침마당에서 나오셨는지?”
-근데 이 사람도 게임 중독 아닌가요? 계속 몬스터 죽이다 보면 실제 생활에서도 폭력성이 증가 될 텐데.... 사람들을 위해서라도 이런 사람들은 사회가 격리시켜야 하는 거 아닌가 생각이 드네요
“너도 같이 나왔는지?”
-얘 캡슐방비도 5억 넘게 쓴 거 아님? 엠생이 따로없다. 말이 스트리머지. 그냥 폐인이잖아 폐인ㅋ 그 돈이면 슈퍼카 한 대는 뽑았겠다. 제발 현실을 사세요.
“네 슈퍼카 5대 뽑았다가 다 팔고 그 돈으로 기부했구요~”
-고인물님 그렇게 돈을 많이 버셨으니 기부도 하시겠죠? 좀 여러 군데 팍팍 기부해 보세요. 부자가 써야지. 어떻게 기득권을 가지면 매번 이러죠? 전재산 환원이라도 해야 되는 거 아닌가요?
“기부 나름대로 많이 하고 있고요~ 들어오는 수입의 거의 절반은 환원하고 있어요~”
-고빠놈들은 무슨 고인물을 예수 취급 하던데 솔직히 툭 까 놓고 얘기하면 그런 것도 아니던데? 객관적으로 봐야지. 스트리밍딸딸이만 치는 예능인을 프로게이머에 비빔? 내 생각에는 꼭 랭킹 낮은 애들이 고인물 물고 빠는 것 같음. ㅋㅋㅋ 현실 도피하고 온 게임인데 게임 현실을 또 도피하면 어쩌자는 거임 ㅋㅋㅋ 눈으로 명백한 실력이 보이는데 아니라고 눈 가리고 아웅하고 지들끼리 역시 고인물님~~ 이러는 거 개역겹죠? 자기 모순 미쳤죠? 반박 못하죠? 부들부들거리죠? 키보드에서 손 떼세요^^
“저기, 실례지만 불타고 계십니다. 누구도 저를 예능인이나 프로게이머에 비빈 적 없고요~ 랭킹 인증하시고 도전장 던지시면 캐삭빵이든 뭐든 다 나가 드립니다~ 365일 24시간 모집중~”
-저번에 일본 선수랑 얘기하는 거 다 봤음~~~~응다음변태친일파~~응다음변태친일파~~응다음변태친일파~~응다음변태친일파~~응다음변태친일파~~응다음변태친일파~~응다음변태친일파~~응다음변태친일파~~응다음변태친일파~~응다음변태친일파~~응다음변태친일파~~응다음변태친일파~~응다음변태친일파~~응다음변태친일파~~
“변태는 맞는데 딱히 친일파는 아니구요~”
-방송 분량 너무 악플로 때워먹는거 아닙니까???
“아, 이건 죄송합니다. 악플이 아니라 조언으로 인정. 대신에 오늘 방송은 좀 길게 할게요.”
나는 악플 읽기를 종료했다.
“네, 뭐. 아무튼 악플도 관심의 한 종류이고 모두 겸허하게 수렴하겠습니다. 아, 단 이 악플들을 달았던 사람들은 지금 이 인사를 못 들을 거예요. 거의 대부분이 고소당했거든요.”
나는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그럼 이제부터는 힘이 되는 댓글들을 열거해 볼 건데요. 사실 힘이 되는 댓글들은 별로 사례라고 할 게 없어요. 여러분들이 다는 사소한 댓글들이 모두 다 힘이 되는 댓글들이거든요. ‘ㅋㅋㅋ’만 달아 주셔도 그게 다 엄청난 힘이 됩니다.”
시청자들이 활발하게 채팅을 친다.
나는 다시 한번 웃으며 말했다.
“원래는 악플보다는 선플에 관심을 가지는 게 맞아요. 고마운 댓글들에 답하기도 바쁜데 악플러들에게 먹이를 줄 시간은 더더욱 없죠. 오늘은 어디까지나 이례적으로 이벤트 삼아 해 본 거고요. 악플은 제게 있어서 딱 그 정도의 가치네요. 물론 건전한 비판과 정중한 태클은 언제나 환영입니다.”
그것이 방송의 막바지 멘트였다.
이윽고 얼마 뒤.
뿌슝빠슝삐슝- 쓰아악- 뿌씽뚜씽- 뚜와우- 뿅뿅- 뚬뚬- ‘고인물 TV’! 두둥-
[다음 동영상] 『세계리그 국가 별 전력분석을 해 보겠다고???』
방송이 마무리되었다.
* * *
나는 방송을 마무리한 뒤 집에서 나와 차를 타고 근처 공원으로 향했다.
가로수길로 진입하는 골목, 인적 드문 카페 앞에 낯익은 사람이 심드렁한 표정으로 서 있는 것이 보였다.
나는 차를 멈추며 운전석 창문을 열었다.
“일찍 왔네.”
“딱히 할 것도 없어서.”
조수석 문을 열고 들어오는 이는 바로 유다희였다.
그녀는 현재 다시 마교 회장 직에 복귀한 상태였다.
그녀를 내쳤던 마교 운영진은 절대다수의 일반회원들의 거센 비난에 직면했고 바로 유다희를 회장직으로 복귀시켰다.
그래서 다시 마교의 회장이 된 유다희는 팬미팅과 후원금 관련 문제를 상의, 보고하기 위해 나를 찾았던 것이다.
유다희는 내 차에 오르자마자 바로 말했다.
“야, 그 악플들 진짜 열 받더라. 싹 다 고소해!”
“이미 했고 결과도 나왔어.”
“민사도 걸어!”
“진행 중이지.”
나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근데 변태라고 말한 것은 고소가 안 된대.”
“뭐? 왜?”
“진짜라서.”
“…….”
평소에 벗고 다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발생하는 현상이라 모욕죄 고소가 안 된다나?
예전에 한번 공연음란죄로 걸린 전과도 있고.
유다희는 얼굴을 붉히며 펄펄 뛴다.
“아니 그런 게 어딨어! 좀 벗는다고 다 변태인가!?”
“보통은 그렇지? 아니 왜 네가 그렇게 화를 내.”
“어? 아니, 뭐. 그냥 팬심이지. 순수한 게이머로서…….”
그리고 조금 뒤.
나도 유다희도 동시에 웃음을 터트렸다.
유다희는 기가 막히다는 듯 말했다.
“진짜 국가가 인정한 변태가 됐네.”
“그리고 그 변태는 곧 전 세계에서 제일 높은 곳으로 가게 되지.”
내 말에 유다희의 표정이 별안간 심각해진다.
오늘 만나 상의할 진짜 주제가 생각났기 때문이다.
세계 최강의 랭커들이 모여 벌이는 각축전.
‘6대주 챔피언스 리그’, 혹은 ‘최후의 리그’.
‘월드 얼티메이트 올림피아드(World Ultimate Olympiad)’의 상세 일정이 4개월 뒤로 최종 확정되었다는 소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