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닳고닳은 뉴비-725화 (725/1,000)
  • 725화 악플의 유형 (2)

    -유다희야날좀바라봐: 흐미 가증스럽당;;;

    나는 그만 웃어 버리고 말았다.

    유다희가 남긴 댓글이겠지 이거? 뭐, 사실 누가 봐도 그렇지만.

    내가 마동왕과 고인물 전력을 비교분석하고 있는 것을 보자 화가 난 모양.

    ‘……2차 대격변 끝나고 어디서 뭐 하나 했더니, 여전히 내 방송 꾸준히 챙겨 보나 보네.’

    나는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잠시 유다희의 아이디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동안 댓글창에는 소동이 벌어지고 있었다.

    6대주 리그, 월드 올림피아드에 출전하는 30명의 초엘리트 랭커들에 대한 비교 분석… 이라기보다는 난투극이다.

    -이번에 에드워드 튜더가 우승하겠지?

    -마동왕 무시하냐?

    -응 무시해~ 칭챙춍 리그랑은 차원이 달라~

    -ㅈㄹ하네 그렇게 따지면 트로츠키는?

    -마동왕 이번에 러시아전 때 나오지도 않은거 알고 하는 말임??

    -아시아 최대의 기대주였던 트로츠키도 윤솔 선에서 정리됐다 이말이야~~

    -마동왕이 대단한건 알겠는데...내가 보기엔 미국의 비앙카 선에서 정리됨ㅅㄱ

    -세계랭킹 1위 튜더 vs 세계랭킹 2위 비앙카의 빅매치다 이거야~ 어디서 동양 소국의 빵쯔가 끼어들어~~ㅋㅋㅋ

    -마동왕 심지어 아직도 언랭아님?ㅋㅋㅋ

    -이번에 비앙카가 튜더한테 칼을 갈던데...비앙카코인 떡상각이다

    -나도 이번에는 비앙카가 일 한번 낸다고 본다

    -님들아, 멀 모르시는거 같은데 에티오피아도 이번에 장난아님

    -페이사 릴레사 상승세 무섭지;; 튜더나 비앙카도 긴장해야 한다

    -아프리카 대륙을 통일하고 올라온 랭커인데 그럴만도 함

    -마동왕도 탈아시아급이고 물론 대단한데 이 엔트리 사이에 끼면 아무래도 좀 후달리지

    -캬 마동왕도 초라해 보이게 만들 정도로 빵빵하네...

    -이것이 바로 상대적 위엄이라는 건가ㅋㅋㅋ

    -금메달: 튜더/ 은메달: 비앙카/ 동메달: 페이사 본다

    -ㅂㅅ아 이게 뭔 올림픽인줄 아냐 메달이 어딨어;;;

    -응~경기 끝나면 MVP지수 따져서 선수별로 따로 메달 줘~

    -ㅋㅋㅂㅅ

    -넌 안되겠다 현피뜨자 전화해 010-9……

    .

    .

    키보드 배틀이 첨예하게 벌어지고 있다.

    나도 깜짝 놀랄 정도로 빠삭한 식견을 보이는 이들도 있었다.

    아직 어설프지만 나름대로 체계적인 분석들이 이어졌고 꽤나 내가 아는 미래와 근접한 결과를 내놓는 이들도 있다.

    (물론 개뜬금없이 현피를 뜨려고 하는 이들도 있었고 말이다)

    아무래도 가장 많이 보이는 의견은 ‘에드워드 튜더 프랜시스’와 ‘비앙카 트럼프’, ‘페이사 릴레사’를 조심하라는 것.

    나는 잠시 고민했다.

    “흐음. 에드워드 튜더 프랜시스라. 맞아요, 분명 강한 랭커죠. ‘쿼드라 클래스’라는 기상천외한 메타를 가지고 있으니 더더욱.”

    쿼드라 클래스는 아키사다 아야카가 초반 콘셉트로 삼았던 쿼드라 캐스팅과는 전혀 다른 맥락이다.

    말 그대로, 에드워드 튜더 프랜시스는 4개나 되는 직업을 동시에 가지고 있었다.

    광전사, 성기사, 연금술사, 테이머.

    이 네 가지 조합에서 뿜어져 나오는 시너지는 단순히 1+1+1+1=4가 아니라 그 이상의 것이어서 어지간한 랭커들은 그에게 비벼 볼 수조차 없다.

    압도적인 무력과 성과로, 그는 바야흐로 온 세상 랭커들의 위에 왕처럼 군림하고 있는 것이다.

    “비앙카 트럼프. 이 사람 역시도 대단한 랭커인 것은 비슷합니다.”

    그녀는 재벌 3세이자 유명한 연예인으로 부와 명예, 미모까지 모든 것을 다 가진 여자로 유명하다.

    심지어 천재적인 게임 재능을 타고나 게임을 시작한 지 몇 년 되지 않아 단숨에 랭킹 2위의 자리까지 오른 것을 보면 정말 세상은 불공평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더군다나 현재 세간에 알려지지 않은 능력까지 따진다면 어쩌면 단순 리그전에서는 세계랭킹 1위인 튜더보다도 강할지도 모른다.

    현재 세계랭킹 1위인 에드워드 튜더 프랜시스와 세계랭킹 2위인 비앙카 트럼프는 자타가 공인하는 앙숙 사이, 그리고 또한 살벌한 라이벌 관계이다.

    물론 튜더는 무시하고 비앙카는 으르렁거리는 상황이기는 하지만.

    ‘……뭐, 나와는 상관없는 이야기지.’

    나는 어깨를 으쓱하고 다음 멘트를 이었다.

    “페이사 릴레사. 이 랭커는 현재 세계랭킹 3위네요. 하지만 명성에 비해 알려진 것이 별로 없기는 합니다. 그저 ‘불사신(不死身)’에 가장 가까운 탱커라는 것 외에는요.”

    원래 러시아의 트로츠키가 이 페이사 릴레사라는 선수에게 상당한 라이벌 의식이 있었다고 했다.

    내가 회귀하기 전 세상에서는 아시아 부동의 넘버원이었던 그 위압감 넘치던 트로츠키가 라이벌 의식을 불태울 정도로 대단한 선수가 바로 페이사 릴레사이다.

    내가 이번 올림피아드 리그에서 가장 위험한 3명을 꼽자 댓글창은 또다시 어지러워진다.

    -이번 리그 한정 최강은 비앙카다. 반박시 뎀알못

    -튜더가 최고라고;;

    -네 다음 튜덕~

    -네 다음 비앙카 빠돌이~

    -페이사 선에서 다 정리된단다 ㅂㅅ들아

    -세계랭킹 1위의 벽은 높다;;;

    -아니 근데 ㄹㅇ궁금하네 마동왕 정도면 진짜 쟤들이랑도 비벼볼 수 있을 거 같은데...

    -저번 아챔에서 마동왕이 안나와서 전력 비교가 안댐;;

    -맞음. 마동왕이 나와서 트로츠키랑 맞짱뜨는걸 봤어야 어느정도 가늠이 되는데...

    -근데 그 트로츠키가 윤솔 선에서 정리될줄 누가 알았겠냐고;;

    -그럼 윤솔>트로츠키=페이사 이거고 마동왕>윤솔 이니까 마동왕이 페이사는 잡는거 아니냐?

    -않이지 ㅂㅅ아;;;

    -누가 트로츠키=페이사 라고 했냐?ㅋㅋㅋㅂㅅ 페이사>>>(통곡의 벽)>>>트로츠키임

    -트로츠키 윤솔한테 졌다고 너무 평가절하당하네;; 페이사랑 붙으면 박빙임

    -맞음ㅋㅋ트로츠키도 어디가서 무시당할 급은 아닌데. 한 대륙 넘버원 자격은 있음

    -만약 트로츠키가 오세아니아나 남미 챔피언스 리그에 나갔었으면 MVP먹었을걸?

    -ㄴ이건 맞지ㅇㅇ

    -근데 그 트로츠키가 윤솔 선에서 정리됐으면....

    -엥? 이거 완전 최종보스가 윤솔 아니냐??

    -윤솔 키운게 마동왕이니 무적권 마동왕이 더 쎌 거라 봄

    -ㄴ그거야 당연한 거고 ㅂㅅ아...문제는 마동왕이 비앙카랑 튜더의 벽을 넘을 수 있냐는 거지

    -고정 S+급도 잡은게 마동왕이야;;; 오히려 튜더랑 비앙카가 마동왕을 넘을 수 있을지 걱정해야 하는 거 아니냐???

    -맞음. 나는 마동왕 정도면 세계랭킹 1위 노려볼 법도 한 것 같은데???

    -마동왕/튜더/비앙카/페이사 이 4명 중에 우승자 나온다.

    -한국/영국/미국/에티오피아 중 하나라 이거구만...

    -그래도 한국이 저기에 껴 있다는게 어디냐 ㅋㅋㅋㅋ

    -캬 주모! 국밥 한 그릇 내오고 샤따 내려! 나 오늘 집에 안들어가!

    .

    .

    상황이 슬슬 이쯤 되자 나는 교통정리의 필요성을 느꼈다.

    “않이 님들아. 메인 테마에나 좀 관심 가지라구요.”

    그래. 사실 마동왕도 나라고! 일 얘기만 하루 종일 하는 기분이란 말이야.

    그래서 나는 재빨리 화제를 전환했다.

    “자, 그럼 오늘은 그동안 제가 받았던 악플들에 대해 이야기를 좀 해보려고 합니다.”

    동시에 화면 중앙에 큰 글자들이 떴다.

    <악플 읽어 주는 남자>

    이것은 아주 오래 전부터 시청자들이 한 번쯤은 해 보자고 제안했던 코너다.

    몇몇 시청자들이 괜찮겠냐며 걱정을 한다.

    -유다희야날좀바라봐: ;;;; 멘탈 겐춘하겠음?

    그중에는 유다희도 있었다.

    나는 악플에는 상당히 초탈해 있는 몸이었기에 쿨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자, 그럼 어디 한번 악플을 읽어 볼까요?”

    나는 헛기침으로 목을 풀고는 제일 먼저 수집한 악플 하나를 읽었다.

    “하차합니다.”

    가장 기본적이고 흔한, 애초에 악플로 분류하기에는 조금 뭣한 댓글이다.

    “하하하, 초반이니까 약한 걸로 해 봤어요. 어우, 이런 댓글 달리면 참 창작자 입장에서는 마음이 괴롭죠. 비속어로 뭐라고 한 게 아니니까 삭제하거나 신고하기도 그렇고. 멘탈은 깨지고 다른 시청자님들께 나쁜 영향이 갈까 봐 놔두기도 그렇고. 애매해요 참. 저는 보통 그냥 놔두는 편입니다만.”

    그리고 그 뒤를 이어 다음 타자들이 줄줄이 등판한다.

    패드립, 인신공격, 루머 유포 등등.

    -ㅋㅋㅋ옷을 벗고 다니는 것부터가 문제임. 엄마한테 안 부끄럽나. 불효자 지리네~

    첫 번째 악플이다.

    하지만 뭐 이런 것쯤이야.

    “엄마 없는데?”

    그러자 시청자들이 일순한 채팅을 멈추고 숙연해진다.

    그리고 바로 다음 악플.

    -맨날 지가 잘난 줄 알고 행동하던데 이런 새끼가 꼭 막상 현실에선 친구 없고 맨날 게임만 하는 새끼임. 내 생각에 친구라고 해 봐야 게임 같이 하는 친구밖에 없을 듯

    “친구 없는데?”

    그러자 또다시 채팅창이 숙연해진다.

    또 다음 악플.

    -나 얘 대학교 동창임. 인성논란 진짜 심했음. 성희롱 논란에 교수님한테 하극상에 과비 횡령에...

    “대학 못 갔는데?”

    그러자 또다시 말이 없어지는 시청자들.

    -악플에 면역력을 얻기 위해 부모와 친구와 학벌을 포기한 자;;;

    -그는 신이야!

    -멘탈甲

    -진짜 악플달지 마라 나쁜새기들아...

    -악플 왜 다는지 이해가 안됨;;;

    -싫으면 안보면 되는건디...

    -같은 말이라도 좀 정중하게 못하나...

    -씨X! 욕부터 박고 보는 놈들 진짜 노이해다!!

    .

    .

    하지만 회귀를 통해 한 번의 인생을 이미 살아 봤던 나는 어지간한 악플에는 그냥 껄껄 웃을 수 있었다.

    그때.

    내 신경을 긁는 악플 하나가 있었다.

    -ㅋㅋㅋㅋ별 볼일 없는걸 왜 맨날 자랑하는지 모르겠음.

    시청자 채팅창에 올라온 새로운 댓글이다.

    나는 늘 그랬듯 피식 웃으며 대답했다.

    “후후후, 제 커리어랑 실력이 별 볼일 없지는 않을 텐데요? 아시다시피 고정 S+급 몬스터랑도 싸워봤고 2차 대격변도……”

    그러나, 한국말은 끝까지 들어봐야 한다던가?

    -커리어나 실력 말한 거 아닌데요? 뭐 자랑할 게 있다고 내놓고 다니냐고요ㅋㅋ 덜렁덜렁도 아니고 꼬물꼬물이면서~ㅎ

    순간, 나는 표정 관리에 실패하고 말았다.

    어 좀 열 받는데 이거?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