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닳고닳은 뉴비-719화 (719/1,000)

719화 무엇이 달라졌는가 (4)

출시 후 거의 6년이 되어 가도록 갓겜 칭호를 달고 있는 가상현실게임 ‘데우스 엑스 마키나’.

역사상 존재했던 모든 게임의 데이터, 이용자들의 흥미, 변수들을 종합적으로 학습하고 예측하여 스스로 계속 진화하는 구조는 여전히 잘 유지되고 있다.

출시 후 6년이 지난 지금, 데우스 엑스 마키나 처음과는 전혀 다른 게임이 되었다.

수없이 업데이트 되고 패치되기를 반복한 끝에 세계관을 이루는 인공지능은 더욱 더 정밀해졌다.

한국에서의 시장 규모만 30조 원으로 지난 6년간 두 배가 넘는 성장률을 보였으며 관련 파생상품들의 시장규모까지 합치면 그 규모가 거의 서울특별시의 1년 치 예산과 맞먹을 정도였다.

이 게임은 이제 단순한 게임이 아니게 되었다는 뜻이다.

또 하나의 현실.

지금 바로 이 순간에도 더욱 현실과 밀접하게 닿아 교류하고 있는.

이제는 정말 현실보다 가상 현실을 더욱 현실처럼 느끼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었다.

마치 현실을 속이려는 것처럼, 가상현실은 계속해서 현실에게 말을 건다.

그리고 더욱더 교묘하게 현실과 닮아 가고 있었다.

바로 지금 이 순간에도.

*       *       *

청담동 로제가든.

하루 대관료 3천만 원짜리 대규모 파티 홀.

우아한 음악과 고풍스러운 인테리어, 화려한 조명들이 한데 모여 사치스러움을 한껏 뽐낸다.

하지만 지금 이 홀에 모여 있는 이들은 그런 것 따위에는 눈길도 주지 않고 있었다.

뎀 사의 주주들.

그들은 곧 있을 2차 대격변 업데이트 소식을 듣기 위해 초조한 표정으로 이곳에 모였다.

“벌써 2차 대격변이 터질 줄은 몰랐는데 말이야.”

“생각했던 것보다 1, 2년은 일렀다고.”

“그래도 저번 1차 대격변 때와는 달리 주가가 흔들리지 않는군.”

“뎀 사가 저번 1차 대격변 때신뢰감을 보여 줬기 때문이지 뭐.”

“그렇다면 곧 있을 세계대회의 엔트리도 변화하려나?”

주주들은 예전처럼 불안해하지는 않았다.

과거 1차 대격변 이후에도 잠시 서버가 닫혀 있는 동안 뎀 사의 주가가 소폭 떨어졌지만 이내 놀라운 속도로 원점을 수복했고 나아가 더욱 가열찬 성장세를 보여 줬기 때문이다.

하물며 1차 대격변보다도 더욱 참여율이 좋고 호평이었던 2차 대격변이야 오죽하랴.

그래서 다들 불안하지만 약간은 들뜬 심경으로 서버가 다시 열리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마치 우량주 정보를 쥐고 있는 이가 주식 장이 열릴 시간을 기다리듯 말이다.

“하하, 이제는 걱정도 안 되는군. 이 놀라운 게임이 또 어떤 일을 벌일지 말야.”

한 깡마른 사내가 손에 든 발포주 잔을 들어 올리며 외쳤다.

그는 전통적인 기술을 중요시하는 대장장이였는데 시대의 변화로 쇠락해 가는 대장간을 폐업해야 하나 고민하던 중 게임 속에서 그 전통 기술을 보존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해냈고 그로 인해 무형문화재로 지정된 남자다.

“맞습니다. 정말 놀라운 일이지요.”

뚱뚱한 여성이 맞장구치며 웃었다.

그녀는 은행규제를 피해 게임 속에서 돈놀이를 하는 이로 막대한 게임머니를 현실의 돈으로 환전해 단번에 거부의 반열에 든 존재다.

“빨리 2차 대격변이 마무리 되고 서버가 안정화 되었으면 합니다. 하하하.”

콧수염을 기른 노인이 나직한 목소리로 웃었다.

그는 원래 별로 주목받지 못하던 요리사였지만 게임 속 요리 레시피들을 연구하고 개발한 끝에 지금은 현실에서보다 더 유명한 레스토랑 맛집 몇 개를 게임 속에서 운영하고 있었다.

“예나 지금이나 데우스 엑스 마키나는 정말 대단해요!”

마지막으로 드레스를 곱게 차려입은 젊은 여인이 입을 열었다.

그녀는 1차 대격변 당시 보온성으로 큰 화제를 모았던 의류 브랜드 ‘노르딕페이스’의 사장이자 수석 디자이너다.

여전히 현실에서보다는 게임 속에서 더 인기 있는 의류 브랜드이다.

“…….”

한편, 별다른 말없이 그저 홀 내의 분위기를 관망하고 있는 이도 있었다.

꽤나 젊은 외모, 하지만 노련하게 빛나는 눈빛.

국내 유명 캡슐 제조사 레드문의 차기 회장인 김한선 이사이다.

1차 대격변 때와 비슷하게, 이 파티룸 안에는 이처럼 수많은 저명인사들이 모두 모여 있었다.

정, 재계의 굵직굵직한 인물들.

군 고위간부들.

뭐 주워 먹을 것 없나 기웃거리는 것은 모두가 같다.

다만 1차 대격변 때와는 약간 달라진 점이 있다면 차규엽의 몰락으로 인해 조직폭력배들은 더 이상 이곳에 발붙이지 못한다는 것 정도?

……뭐 아무튼.

지금 이곳에 모인 사람들의 관심사는 하나였다.

2차 대격변 이후 서버 안정화에 걸리는 시간.

바로 이것이 오늘 각 사회의 고위층들을 한 자리에 모이게 만든 공통화제이다.

“거 예전에도 그러더니, 왜 이렇게 늦어! 브리핑 한다고 한 시간에 맞춰서 해야 할 것 아냐!”

군중들 속, 성질 급한 한 남자가 버럭 외쳤다.

그는 별 세 개가 빛나는 베레모를 쓴 남자였다.

군복에 선글라스, 군화를 신고 있었기에 신분을 쉽게 유추할 수 있다.

게스트를 뜻하는 이름표에는 ‘별님세개쨩’라는 귀여운 글씨가 적혀 있었다.

“다들 바쁜 사람들이니 시간은 좀 제때 지키자고! 이거 원, 주주 길들이는 것도 아니고.”

그가 버럭 소리치는 것을 들은 대부분의 사람들은 눈살을 찌푸렸지만 개중에는 고개를 끄덕이며 동조하는 이들도 있었다.

2차 대격변.

그리고 이로 인한 접속 불가 기간.

<…대격변 패치가 진행 중입니다…>

이 알림창만이 사용자들의 시야에 가득 차 있을 뿐이다.

“그래도 주가는 안 떨어져서 다행이야.”

“영업장이 정지되어서 부담이 좀 있는데. 적어도 언제 개시되는지 정도는 알아야 대비를 하지.”

“게임 속에서 요양하거나 훈련하는 사람들은 울상 좀 짓겠군.”

“이번에도 1차 대격변 때랑 비슷하게 시간 걸리려나?”

단순히 게임이 멎은 것만이 문제가 아니다.

이 게임에 연결된 수많은 파생 사업들, 거의 수십 조 원에 이르는 시장이 모조리 멎어 버렸으니 그것이 더 큰 문제인 것이다.

조금 과장해서 말하자면 국가의 절반이 멈추는 것이나 다름없다.

당연히 관계자들은 애가 탈 수밖에.

바로 그때.

끼걱…

방문이 열렸다.

그 문을 열고 나온 이들은 깔끔한 정장 차림의 사람들.

하나같이 ‘도깨비’ 얼굴이 그려진 가면을 쓰고 있는 이들이었다.

뎀 사의 직원들은 모두 이런 가면을 쓰고 다닌다.

하지만 언제 봐도 적응되지 않는 그 으스스한 외형에 군중들은 원인 모를 불쾌감을 느껴야 했다.

“뭐, 원래 게임 쪽에서 일하는 친구들 중에 괴짜들이 많지.”

“여전히 사내 분위기가 저런가 보네요.”

“거 컨셉 한번 또라이 같구만.”

몇몇 이들이 투덜거리거나 말거나, GM들은 여전히 마이페이스였다.

1차 대격변 때와 브리핑 순서는 같았다.

제일 먼저 이 자리의 최고 책임자가 나와 사측 입장을 표명했고 그 뒤로 실무자가 나와 현상을 설명한다.

중후한 목소리를 가진 중년 남자가 앞의 단상으로 나와 입을 열었다.

“자, 관계자 여러분들. 조금만 진정해 주세요. 이 말씀을 드리는 것도 벌써 두 번째네요.”

그래도 1차 대격변 이후보다는 동요가 조금 덜한지라 다행이다.

그는 나직한 목소리로 멘트를 이어갔다.

“예전에도 말씀드린 바 있다시피, 저는 이 자리의 최고 책임자이나 안타깝게도 기술적인 문제에는 문외한입니다. 또한 제 권한은 여전히 한국 지사 경영, 그 중에서도 극히 일부의 마케팅 일정 조율에 치중되어 있죠.”

뭐 결국 서버 접속이 지연되는 것에 대해 사과한다는 이야기이다.

그리고 뒤에 나올 실무자 이야기가 진짜라는 뜻도 담겨있다.

이윽고, 최고 책임자는 정중하게 고개 숙여 사과했고 이번 2차 대격변 역시 특정 유저에 의해 발발한 것임을 밝혔다.

하지만 이번 대격변은 누가 일으켰는지가 너무 명확했기에 사람들은 딱히 동요하지 않았다.

전 세계인을 휘말려들게 할 정도로 거대한 변화를 이 땅에 초래한 장본인.

그는 바로 한국을 넘어 세계적인 스트리머로 이름 높은 ‘고인물’이다.

하지만 특정 유저 하나의 신상을 공식 석상에서 언급하는 것은 GM들이 지양하는 바였기에 이에 대한 언급은 따로 없었다.

“접속불가 등 일련의 사고에 대해 본사 측은 깊이 반성하고 있습니다. 책임자인 저는 이번 사태에 대한 응당한 책임을 질 것이며, 그 전 사태의 정상화에 대해 한 가지를 확실히 약속드리겠습니다.”

1차 대격변 때와 완벽하게 동일한 멘트였이에 매크로가 아닐지 의심될 정도였다.

이내 책임자는 벽에 커다란 홀로그램 시계를 띄웠다.

“앞으로 150시간 안에 모든 것을 정상으로 돌려놓겠습니다.”

150시간 동안의 패치.

그것은 2차 대격변이 종료된 이후 들려왔던 알림음으로도 어느정도 짐작한 바 있었던 것이었다.

<물이 일백오십 일을 땅에 창일하였더라>

창세기 7장 24절.

그 내용이 알림음에도 비슷하게 나왔다.

<벌레들의 사체가 일백오십 시간을 땅에 창일하였더라>

추리력 좋은 이들은 이 메시지로 인해 업데이트에 걸리는 시간을 점칠 수 있었다.

몇몇 기자들이 이 특종을 온 세상에 뿌리기 위해 발빠르게 홀을 뛰쳐나간다.

책임자는 그 일련의 소란에도 담담했다. 1차 대격변을 거치며 이미 어지간한 일에는 면역이 생긴 듯하다.

그는 묵묵히 다음 행동을 이어 갔다.

“다음은… 본격적인 2차 대격변에 대한 안내입니다.”

1차 대격변 때도 그랬듯, 이제 새롭게 업데이트 될 세계가 어떤 모습으로 바뀌었는지를 브리핑할 차례다.

2차 대격변 이후 어떤 것들이 추가되고 삭제되었는지.

그것을 설명해 줄 전문가의 차례다.

최고 책임자가 단상 아래로 내려오자 새롭게 그 자리를 차지한 이가 있었다.

홀에 감도는 쌉쌀한 박하향.

얼굴이 작아서 도깨비 가면이 헐렁하게 느껴지는 여자 한 명이 좌중의 앞에 섰다.

“……처리 2반의 반장 남세나입니다. 다들 시간이 없으신 분들이니 요점만 짧게 가겠습니다.”

이윽고, 화면의 홀로그램이 흔들리더니 일목요연하게 요약된 글자들이 큰 폰트로 떴다.

<1. 식물, 바위, 불, 언데드 타입 몬스터들의 상향>

<2. 힐러 클래스 상향>

<3. 일일 퀘스트 종류 다양화 및 보상 대폭 상향>

<4. 플레이어들에게 부동산 분양 활성화>

<5. 길드전, 공성전 기능 활성화>

<6. 종족별 언어 해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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