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닳고닳은 뉴비-684화 (684/1,000)

684화 혈압 마라톤 오브 더 항아리 게임 (10)

“아앗!? 난데없는 이 메테오는 대체 뭘까요!?”

홍영화가 열기구가 사정없이 흔들리는 것에 기겁을 하며 외쳤다.

상공에서 떨어져 내리는 운석들은 피격 범위가 좁았지만 적어도 산의 정상 부분을 완파시킬 정도는 가능했다.

주변에 휘몰아치는 난기류는 덤이다.

메테오 스트라이크는 어지간한 수준의 화염계열 마법사가 아니고서야 사용이 불가능한 스킬, 자연스럽게 고위 마법사인 아키사다 아야카를 의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아아, 설마 아키사다 선수가 분노에 이성을 잃고 운석을 소환한 것일까요!? 그렇다면 경기의 몰수패가 예상되는 상황입니다!”

하지만 아키사다가 무죄라는 사실은 금세 드러났다.

마법사가 마법을 사용하면 반드시 마나의 궤적이 남는데 산봉우리 근처에는 그런 징후가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즉, 이것은 단순한 기상이변이라는 말씀!

한편 스크루지 후작은 흥미롭다는 표정으로 낙하하는 별똥별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허허허, 청팀과 적팀의 가열찬 승부욕은 차갑게 얼어붙어 있던 정상의 첨탑을 뜨겁게 달구게 되지. 그러면 탑은 신묘한 힘을 내뿜고 그에 이끌린 별들이 이쪽을 향해 떨어져 내리는 거야. 그리고 그때가 되면 비로소! 이 게임의 최종 목적지가 눈에 보이게 되지!]

스크루지 후작의 말대로였다.

“……왔다!”

나는 떨어져 내리는 운석을 똑바로 노려보았다.

운석이 뚫고 들어온 구름의 구멍, 그 먹구름의 장벽 너머로 찬란하게 빛나고 있는 커다란 구체가 보인다.

달.

이 세계를 내려다보는 하나의 태양과 두 개의 달 중 하나.

나는 그 달을 향해  도약할 준비를 마쳤다.

지금 떨어지고 있는 운석들은 나와 달 사이를 이어 주는 징검다리 역할을 하는 것이다!

‘아키사다 아야카에겐 미안하게 됐네.’

이 순간을 위해 지금껏 아키사다를 자극해 왔다.

일부러 멀리 떨어트리지 않는 선에서 자꾸 밀어 떨어트렸고 진흙을 튀기거나 진로방해를 하는 등 차근차근 분노 스택을 쌓아 왔다.

그리고 마지막, 첨탑에서의 배신이 화룡점정을 찍었던 것이다.

‘…나중에 따로 사과하든가 해야지 뭐.’

지금은 파이널 라운드에 몰입할 순간이다.

“자, 그럼 본격적으로 달려볼까?”

우선 첫 번째 운석.

나는 날아드는 운석을 향해 온 힘을 다해 슈퍼 점프를 했다.

그리고 운석이 아슬아슬하게 내 항아리 밑부분을 스쳐 지나갈 때쯤 망치를 크게 휘둘렀다.

…따앙!

망치 끝에서 불똥이 튄다.

나는 떨어지는 운석을 계단삼아 타고 올랐다.

콰-콰콰콰쾅!

내가 망치로 때려 튀어오른 운석이 산 정상에 부딪쳐 굉음을 일으킨다.

지상에 있는 아키사다가 살짝 걱정되었지만 그녀가 타고 있는 항아리는 파괴불가이니 그 안에만 잘 들어가 있는다면 죽을 일은 없다.

“다음! 와라! 두 번째!”

이윽고, 내 눈앞으로 두 번째 운석이 모습을 드러낸다.

별똥별이 그리는 불의 궤적이 내 앞으로 짓쳐들었다.

나는 또다시 망치를 휘둘러 운석을 때렸고 그 힘으로 또다시 위로 솟구쳐 올랐다.

…까앙!

그렇게 해서 두 번째 운석을 제끼고 위로 올라간다.

“그아아아아-”

볼살이 뒤로 사정없이 당겨진다.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했던 엄청난 속도!

아무래도 운석이 지나가고 난 뒤 빈 공간으로 공기가 빨려들며 엄청난 난기류를 형성하는 것 같았다.

나는 이제 망치로 운석을 때리지 않아도 저절로 위로 솟구치고 있다.

그리고 그 와중에 내 전진 속도를 상승시켜 줄 세 번째 징검다리가 날아든다.

…땅!

망치와 운석이 만나 또다시 메테오 스트라이크(Meteor Strike)!

나는 그런 식으로 계속해서 운석을 타고 전진한다.

이런 기상천외한 플레이에 시청자들은 아까 전부터 난리법석을 떨고 있었다.

-도랏다 증말;;; 이런 스테이지가 있을줄이야...

-에스컬레이터 거꾸로 올라가는 것 같네ㅋㅋㅋㅋ

-사람의 힘으로 가능한 거냐 저게???

-그저 ㄷㄷㄷ...

-아니 ㅁㅊ달나라까지 가는거임???

-달은 그냥 오브젝트인줄 알았는데;;;

-야!! 밑에 유저들 다죽게따!!! 메테오 떨어지는 소리좀 안나게 해라!

-항아리 파괴불가니까 들어가 숨으셈!!!

-머임? 머임? 님들아 나 지금 악마의 똥X 지나가는 중인데 이 지진 뭐임???

-ㅅㅂ나는 지금 오렌지 헬인데??? 왜 자꾸 산사태 일어나냐??? 머리위로 오렌지 떨어지자나!!

-지금까지 자존심 때문에 꿋꿋하게 고인물 채널 구독 안하고 있었는데...이번에는 진짜 졌다. 구독한다...

-이건 이미 인간의 플레이를 아득히 벗어났어...

-저세상 진엔딩...

.

.

하지만 나는 미친 듯이 갱신되는 채팅창을 살필 여유가 없었다.

‘…으으, 이건 진짜 빠르다! 언제 해도 적응이 안 되는데?’

내 몸은 이미 난기류에 휘말려 달을 향해 날아가고 있다.

정신이 아득해질 정도의 속도 속에서 내 몸은 천천히, 아주 천천히 가루가 되고 있었다.

만약 파괴불가 항아리가 아니었더라면 진즉에 가루가 되었겠지.

하지만 나는 몸이 부서지는 한이 있더라도 목적지까지 갈 생각이었다.

‘……Getting Over It!’

이 대회에 참가하고 싶어 했던 한 사람의 얼굴을 뇌리에 그리며, 그렇게 ‘끝까지 간다’.

“이야아아아압!”

회귀 이후 한 번도 걸어 본 적 없던 목숨을 이번 판에 걸고 있었다.

설령 온몸이 산산이 부서져 죽는다고 해도 그런 내 의지를 전하고 싶은 상대가 있었으니까.

이윽고.

…파캉!

망치가 마지막 운석을 때린다.

동시에 닳아 없어진 망치자루가 수없이 많은 불똥으로 장렬하게 화해 스러져갔다.

이윽고 뜨거운 폭풍이 나를 감싼다.

나는 떠지지 않는 눈을 겨우 겨우 떠 눈앞을 바라보았다.

만신창이가 된 내 몸을 환하게 감싸오는 포근한 무언가.

그 크고 밝은 것은 대체……?

-엄마의 양수?

-허세부리지마!

-허세쀼세허!!!

-아니 저거 근데 진짜 머임??

-시야가 온통 환한데...

-이거 임사체험인가 그거냐?

-ㅁㅊ놈들이 이거 달이잖아!

-헐 ㄹㅇ달이다!

.

.

시청자들의 반응이 말해 주고 있었다.

나는 천천히 눈을 떴다.

어느새 난폭하던 바람은 잔잔하게 가라앉아 있었다.

그리고 내가 딛고 있는 것은 온통 노랗게 빛나고 있는 대지의 표면!

잡티 하나 없이 둥글고 매끄러운 거대한 구체.

바로 데우스 엑스 마키나의 세계관을 이루고 있는 세 개의 핵심 천체 중 하나인 ‘오른쪽 달’이었다!

-크고 아름다워...

-아니 진짜 달에 왔잖아???미친거아님???

-레이스고 뭐고 달구경이나 하자...

-옥토끼가 방아를 찧고 있을라나?ㅋㅋㅋ

-사스가 달빛조각사...

-세상에...플레이어가 달에도 올 수 있다니...

-이분 최소 암스트롱..

-고스트롱...

-진짜 미친 업적이다ㅋㅋㅋㅋㅋ최초로 달에 간 인간이라니...

-달에 간 인간이 아니라 달에 간 망자 아니냐...

-역시 달에도 물이 있었어..달에 고인물...

.

.

나는 달의 표면 위에 우뚝 섰다.

그리고 은근슬쩍 준비해 온 한국 국기를 꺼내 달 표면에 슬쩍 박아 넣었다.

“어우, 이거 되게 안 박히네.”

실제 달과 달리 데우스 엑스 마키나 속의 달은 황금색으로 빛나는 완벽한 구체이다.

표면은 매끄럽고 반질반질했으며 단단해서 뭔가를 꽂기에도 매우 힘이 들었다.

결국 나는 국기를 꽂지 않고 그냥 바닥에 펼쳐 놓았다.

이윽고. 귓가에 알림음들이 빗발친다.

-띠링!

<‘오른쪽 달’에 입장하셨습니다>

<최초 방문자의 이름이 아카식 레코드에 영구히 기록됩니다>

<‘혈압 마라톤 오브 더 항아리 레이스’가 종료되었습니다>

<‘혈압 마라톤 오브 더 항아리 레이스’에서 블루 팀 1위를 기록하셨습니다>

<‘혈압 마라톤 오브 더 항아리 레이스’에서 우승하셨습니다>

<보상과 특전이 수여됩니다>

…갓챠.

*       *       *

한편.

운석으로 인해 엉망이 된 정상에 멍하니 서 있는 여자가 한 명 있었다.

아키사다 아야카. 그녀는 숯검댕 투성이가 된 얼굴로 멍하니 하늘을 바라보고 있다.

포연과 먹구름으로 가득한 세상을 넘어서, 저 아득히 먼 곳에서 밝게 빛나는 존재.

고인물.

그가 달에 우뚝 서 있다.

아키사다는 눈이 시리도록 밝은 그 달빛을 홀린 듯 바라보았다.

“…달이 예쁘네요(月が綺麗ですね).”

자기도 모르게 좋아하는 작가인 나쓰메 소세키를 떠올린 그녀이다.

이윽고, 그녀의 귀에도 알림음이 들려온다.

-띠링!

<적 팀의 호적수가 당신을 딛고 ‘오른쪽 달’에 입장하였습니다>

<‘혈압 마라톤 오브 더 항아리 레이스’가 종료되었습니다>

<‘혈압 마라톤 오브 더 항아리 레이스’에서 레드 팀 1위를 기록하셨습니다>

<‘혈압 마라톤 오브 더 항아리 레이스’에서 준우승하셨습니다>

<보상과 특전이 수여됩니다>

준우승.

상당히 준수한 결과이다.

하지만 아키사다는 여전히 멍한 표정으로 하늘의 달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그녀는 땅에 있고 고인물은 달에 있다.

그러나 이 사실에 질투나 분노라는 감정은 전혀 들지 않았다.

‘……감히 어떻게 그러겠어.’

운석이 떨어지는 순간, 그녀는 공포에 완전히 사로잡혔었다.

패닉에 빠져 어떻게 하면 도망칠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살아남을 수 있을까만을 고민했다.

하지만 그는 달랐다.

그 상황에서 운석을 발판으로 삼는 천재적인 창의력과 감히 상상할 수도 없는 경지에 닿아있는 용기를 내어 오히려 앞으로 한 발자국 내딛었다.

위기는 역전의 찬스, 시련은 성장의 기회라고 했던가?

자신은 감히 상상조차도 하지 못한 것을 대범하게 시도하고 그것을 성공해 버리는 남자.

그래서 아키사다 아야카는 처음으로 패배를 인정했다.

그것은 좌절은커녕 오히려 시원하게까지 느껴지는 것이었다.

“……대단해.”

아키사다는 경외감에 푹 젖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시스템은 그를 가리켜 자신의 라이벌, 호적수라고 칭했지만 그것은 당치도 않은 말이었다.

숫자상으로는 단순히 1와 2의 차이지만 달성한 업적의 위대함은 1차원과 2차원의 간극만큼이나 다른 것이었으니까.

자신을 발판삼아 밟고 위로 올라간 이라고는 하지만 그가 가장 높고 밝게 빛나는 곳에서 왕좌를 차지하고 군림하고 있는 모습을 우러러보고 있노라니 오히려 경건하고 감사하는 마음마저 생긴다.

그것은 과거 아시아 챔피언스 리틀리그 당시의 마동왕을 볼 때와도 비슷한 느낌이었다.

바로 그때.

턱!

그런 아키사다의 어깨를 짚는 손길이 있었다.

…흠칫!

아키사다가 깜짝 놀라 고개를 돌린 곳에는 알몸, 아니 살색 타이즈로 전신을 가린 남자들이 파란 항아리에 탄 채 옹기종기 모여 있었다.

평균 신장 1m 85cm.

30명 전원 근육질에 건장한 체격의 남자들.

그들은 입가에 수줍은 미소를 띤 채 아키사다를 내려다보며 코 밑을 손가락으로 쓱쓱 문지른다.

팔랑-

그중 베레모에 별 두 개를 달고 있는 남자가 종이 하나를 내밀었다.

“이랏샤이마세.”

눈앞으로 내밀어지는 종이에 아키사다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덜렁교 입단원서>

이때다 싶어서 포교 활동을 하는 덜렁교 신자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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