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닳고닳은 뉴비-664화 (664/1,000)

664화 무투대회 (5)

<용옥(龍獄)의 고문기술자> -등급: S / 특성: 어둠, 지진, 능지처참(陵遲處斬), 하수인, 1:1, 싸움광, 야수, 뺑소니, 만근추, 전율, 고속이동, 고속재생

-서식지: 불타는 땅, 제 1 용옥.

-크기: 15m

-드래곤은 레어를 짓고 주변을 미궁처럼 만들어 놓았다.

보물을 탐내다가 이 미궁에 갇힌 자들은 용의 하수인, 이 고문귀들에 의해 벌을 받는다.

최상층 리그에서 만나게 된 영웅 몬스터.

싸움 나락이라는 끝없는 검투장에서 지금껏 최장수 타이틀을 한 번도 잃지 않은 용자.

용옥의 고문기술자가 내 눈앞에 그 거대한 형체를 드리운다.

[그르르르르르…]

안면을 덮고 있는 검은 삼각두건, 그 아래로 드리워진 이빨들은 너덜너덜한 잇몸을 뚫고 칼날처럼 튀어나와 있다.

인간형의 육체를 덮고 있는 비늘은 용의 것에 견줄 만큼 단단하고 견고해 보였다.

더군다나, 예전에는 없던 두 개의 커다란 송곳이 놈의 손에 꽉 쥐여져 있었다.

보유하고 있는 특성도 훨씬 더 많아졌다.

아마도 이것이 튜토리얼의 탑 11층의 구속에서 해방된 놈의 진면목이리라.

“…흐음.”

안 그래도 이곳까지 올라오는 동안 용옥의 고문기술자가 싸우는 장면을 몇 차례 봤었다.

발록과 씨아블로, 밴시 퀸, 흉몽아귀 등의 쟁쟁한 S급 몬스터들이 모조리 이놈 손에 살해당했다.

지금 여기에 있는 것을 보니 바로 전 리그에서 유력한 우승후보였던 데스나이트 킹 아서마저 죽인 모양.

나는 놈의 스펙을 다시금 상기했다.

“일단 이놈도 용이라면 용인데.”

날개가 없는 용이라는 점에서 바실리스크와도 비슷하지만 육체 능력은 어마어마한 차이를 보인다.

‘흐음. 근력과 스피드로만 따지면 S랭크 중에서는 거의 적수가 없지. 특히나 스피드는 거의 범접불가…….’

이는 내가 회귀하기 전이나 후나 공식 세계랭킹 1위를 고수하고 있는 에드워드 튜더가 공인한 사실이다.

게임이 출시된 이후 10년쯤 지났을 무렵.

그는 그레이 시티 근처에 도사리고 있을 용을 사냥하기 위해 대규모 공격대를 이끌고 그레이 시티의 자잘한 던전들을 단계별로 격파하고 있었는데 그 전선의 최선두에 갑자기 등장한 것이 바로 이 몬스터였다.

갑자기 전장에 난입해 든 용옥의 고문기술자는 거대한 덩치를 내세워 맨 앞줄의 탱커 라인을 깨부숴 왔다.

무엇보다 놈의 공략을 까다롭게 만든 것은 바로 속도였다.

당시의 공략 영상을 보면 힘도 힘이지만, 저 거대한 몸이 어찌나 빠르게 움직이는지 도무지 막아 낼 재간이 없어 보였다.

스피드에 일가견이 있는 궁수들의 저격을 모조리 피해 낼 뿐만 아니라 마법사들의 대단위 마법마저 속도 하나로 재껴 버리는 클래스에 모두가 전율할 수밖에 없었다.

거기에 한 번이라도 공격을 당하면 죽을 때까지 도트 데미지를 입어 버리니 탱커 라인이 무너지는 것도 이해가 간다.

혼자서 네 자리수의 고레벨 플레이어들을 도륙냈던 전적이 있는, 그래서 밸런스 붕괴의 주범으로 악명 높았던 그 리자드맨 용사의 상위호환으로 통할 정도니 말 다한 셈이다.

거기에 이놈은 내가 게임을 막 시작했을 당시 튜토리얼의 탑에서 잡았던 최초의 보스 몬스터였기에 감회가 더욱 더 각별했다.

“물론, 잡으라고 만들어 놓은 몬스터는 아니었지만 말이야. 이스터 에그였지.”

나는 용옥의 고문기술자를 잡던 지난 나날, 기나긴 인고의 세월을 떠올렸다.

그 당시 나는 레벨이 10도 되지 않는 쪼렙 유저였고 들고 있던 장비라고는 오직 튜토리얼에서 제공하는 기본 무기인 목검뿐이었다.

아무리 용옥의 고문기술자가 구속구를 차고 있어 주특기인 속도가 봉인되어 있었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찔끔찔끔 들어가는 티끌 같은 데미지를 모아 놈을 잡았다는 사실은 굉장한 것이다.

그것도 3달 동안이나! 단 한 대도 맞지 않고!

“하지만 지금은 꽤나 자유로워 보이는구나?”

나는 피식 웃으며 용옥의 고문기술자를 올려다보았다.

튜토리얼에서 만났던 개체는 지금의 열화판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그 어떠한 봉인도 없는 상태.

구속구를 벗어던진 용옥의 고문기술자는 좁은 튜토리얼 탑 내부가 아니라 드넓은 싸움 나락으로 나왔다.

무거운 사슬과 수갑을 벗었으니 속도가 빨라졌음은 물론이요 팔과 다리, 꼬리를 휘두를 때 제 힘을 100%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거기에 지금껏 싸움 나락으로 떨어지는 수많은 몬스터들을 잡아 죽이며 경험치를 한계까지 축적해 놓은 상태.

“너나 나나, 고이긴 고였구나.”

나는 두 자루의 깎단을 쥐고 용옥의 고문기술자를 향해 내달렸다.

경험치가 쌓여 레벨이 오른 용옥의 고문기술자 역시 두 자루의 거대한 고문기구를 들고 나를 향해 쇄도했다.

…콰쾅!

놈의 손톱, 발톱, 무기들이 싸움 나락 이곳저곳을 파괴한다.

실로 어마어마한 속도였다.

바닥을 부수고 튀어 오른 파편이 또다시 절반으로 갈라지고 또다시 절반, 그렇게 4등분, 8등분, 16등분, 32등분으로 쪼개지는 데 걸린 시간은 불과 1초도 되지 않는다.

찰나를 찰나로 쪼개 버리는 그런 미친 속도의 영역!

…그러나.

“안 맞지, 그런 거.”

나는 튜토리얼의 탑에서 놈을 만났을 때보다 비약적으로 빨라진 몸놀림으로 공격을 모두 회피해 버렸다.

“힘만 세면 뭘 하나? 안 맞는데.”

이것은 내가 예전에도 했던 말이다.

빨라진 것은 비단 너 하나만이 아니란 소리!

나는 흩날리는 파편을 여유롭게 피해 움직였다.

어차피 용옥의 고문기술자가 가지고 있는 공격 패턴이야 이미 알고 있다.

“위↗, 아래↘, 위↗, 위↗, 아래↘”

나는 고문기술자의 공격을 피하며 열심히 무기를 휘둘렀다.

파캉! 깡! 따앙!

송곳과 송곳이 맞부딪치는 소리.

속도에 속도와 속도가 붙는다.

놈과 나는 서로가 서로를 제대로 보지 못할 정도로 빠르게 격변하는 공간을 밀접하게 공유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분명히 다른 것은… 내가 놈의 잔상을 점점 잡아 가고 있다면 놈은 아직 나의 잔상조차 제대로 따라오지 못하고 있다는 것 정도?

‘아, 그리고 또 하나.’

그때 내가 튜토리얼의 탑에서 휘둘렀던 것이 공격력 10짜리 목검이었다면 지금 내가 휘두르는 것은 공격력 2만이 넘는 마몬의 대지진 건틀릿이라는 점도.

스핏- 쾅! 뿍- 우지직!

깎단의 저주와 벨제붑의 역병이 용옥의 고문기술자를 갉아먹는다.

그리고 바로 아이템 스위치.

마몬의 건틀릿에서 분화되는 거대한 폭발이 놈의 HP바를 통째로 뒤흔들어 놓고 있었다.

[크-아아아아악!]

고문기술자가 미쳐 날뛰기 시작했다.

놈은 전신에 있는 비늘을 칼처럼 세우더니 이내 사방팔방으로 쏘아 날려 보냈다.

아주 강력한 비늘 미사일 공격이다.

그러나.

“엇-차, 에구구. 이번에도 예상했고.”

나는 너무나도 편안한 표정으로 자리에 드러누웠을 뿐이다.

노숙자가 햇볕을 쬐기 위해 공원 벤치에 누워 있는 듯한 풍경.

하지만 내가 누운 자리는 모든 공격들이 절묘하게 빗겨 나가는 찰나의 간극이었다.

‘좌측 대각선 7시 방향으로 조용히 누워 있으면 비늘들이 닿지 않는 사각이 생겼었지. 그때 그대로네.’

튜토리얼의 탑 11층에서도 이 방법으로 피했었다.

모든 것이 전의 기억대로.

우르릉! 쿠드드드……

싸움 나락의 바닥이 뒤집어진다.

용옥의 고문기술자가 발현한 특성은 하위 리그에 있는 다른 수많은 경기장에도 영향을 미쳤다.

[켁!]

[끼야악!]

[오-오오오!]

사방팔방으로 발사된 비늘에 맞아 우르르 죽어나가는 저레벨 몬스터들.

피아를 구분하지 않는, 참으로 지독한 발악기였다.

나는 잽싸게 몸을 튕겨 일으킨 뒤 또다시 마몬의 오른팔로 고문기술자를 때리기 시작했다.

“예전에는 튜토리얼의 탑의 세이브 존을 찾아가면서 조금씩 조금씩 HP를 깎았었지.”

모던 타임즈의 노동자처럼 기계적으로.

그 짓을 3달이 넘는 기간 동안 거의 1천 시간 가까이 했었다.

“근데 지금은 아니야.”

나는 정면을 향해 엄청난 속도로 떨어지는 용옥의 고문기술자의 송곳을 정면으로 막아 냈다.

마몬의 힘이 깃들어 있는 오른팔이라면 충분하다.

동시에, 데스웜의 힘이 담긴 왼손 주먹으로 놈의 복부를 냅다 후려갈겼다.

[크-오오오오오!]

용옥의 고문기술자는 고통에 겨워 비명을 내지른다.

그동안 수많은 전투를 치러 내며 탈 S급의 방어력과 체력, 재생력을 얻었겠지만… 이미 공격 패턴이 연구된 이상 나를 넘을 수는 없다.

이제는 졸업 시간.

“3달 동안 수고했고 나중에 웃으면서 보자.”

나는 그동안의 추억을 마무리하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마침 ㄱ자로 구부러진 허리 때문에 놈의 얼굴이 내 눈높이까지 내려온 참이었다.

…콰콰쾅!

안면 정중앙을 향해 꽂히는 묵직한 한 방.

놈의 삼각두건이 갈가리 찢어졌고 그 안쪽으로 드러난 살점들이 왕창 뭉개졌다.

이빨이 싹 다 부러져 나갔고 두개골이 박살나는 감각이 손등을 꿰뚫듯 파고들었다.

“으윽! 이건 좀 아픈데?”

나 역시도 물밀 듯 밀려오는 반동 데미지에 한동안 오른팔을 붙잡고 바닥에 나동그라져 있어야 했다.

여벌의 심장으로 체력을 공급하자 비로소 경기장 한 구석을 붕괴시키며 나가떨어지고 있는 고문기술자가 보인다.

콰콰콰콰쾅! …우르릉!

싸움 나락 최강의 고인물이 무릎을 꿇는 순간이었다.

“후……여전히 변태 같은 몹이었어.”

나는 몸 구석구석에 난 상처들을 살피며 중얼거렸다.

전투 도중 고문귀에게 조금씩 조금씩 뜯겨나간 살점들은 이내 여벌의 심장으로 인해 완벽하게 치료되었다.

키이잉-

귀를 찌르는 이명과 함께, 나는 또다시 상위 리그로 진출한다.

“이곳의 챔피언이라는 게 흰 용인가? 나를 상대로 방어전을 치르는 형식인가 보군.”

나는 불사조 부활 퀘스트를 떠올리며 두 주먹에 힘을 꽉 주었다.

‘무투룡 카프카타렉트’

한시라도 빨리 그놈을 보고 싶다. 만나면 할 얘기가 아주 많았다.

그때.

-띠링!

나에게 들려오는 한 알림음이 있었다.

<플레이어 진영 최초로 결승전에서 승리를 거머쥡니다>

<싸움 나락의 배틀로얄에서 우승했습니다!>

<최후의 도전자 [참가번호: 6시 조 B612 ‘고인물’]>

<싸움 나락의 챔피언에게 도전할 기회가 주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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