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닳고닳은 뉴비-644화 (644/1,000)
  • 644화 현상 수배자 (1)

    윤솔.

    그녀는 오늘 간만에 개인방송을 켰다.

    “안녕하세요 뷰린이 여러분. 솔입니다. 오늘은 게임 속 화장법에 대해서 알려드리려고 하는데요~”

    윤솔의 채팅창은 깨끗하기로 이름 높다.

    그 흔한 분탕 유저 하나 없이 맑은 댓글창은 가재도 살 수 있을 정도로 클린하다.

    그녀는 약 1시간 동안의 뷰티 강좌를 끝내고 방송을 마무리할 준비를 했다.

    영상 말미에 그동안 늘 해 왔던 행동을 반복하며.

    “네! 그리고 늘 그랬듯, 오늘도 화이트 드래곤에 대한 정보를 제보받고 있습니다! 혹시나 제보하실 것이 있으시다면 제 메일로…….”

    그러자 시청자들의 반응이 이어진다.

    -오늘도 유익한 꿀팁방송 잘 봤습니다^^

    -온니ㅠㅠㅠㅠ오늘도 미모 미쳐욧♥♥♥♥유튭뿌셔!!!

    -솔언니 좋아하는 사람 접으랬더니 지구가 접혀서 나 지금 브라질에 와있잖어;;;

    -와! 언니 근데 흰 용에 대한 정보는 왜 모으시는 거에요??? 혹시 잡으러 가시려고!?

    -윤솔 님 레이드 가실 때 저도 끼워주십쇼. 제 한몸 불살라 솔님을 지켜드리겠습니다!!

    -이분 요즘 일관성있게 화이트드래곤 정보 모으시네ㅋㅋㅋ

    -저 제보할 거 하나 있습니다. 위의 주소로 메일 보내면 되나요?ㅎㅎ

    -저도저도저도 제보할거 있습니다!!!정보 모아왔어요!!!삐슝빠슝뿌슝!!

    .

    .

    윤솔은 꾸벅 인사를 하고 방송을 종료했다.

    그리고 화이트 드래곤에 대해 뭔가 영양가 있는 제보가 왔나 싶어 메일함을 뒤진다.

    그리고 같은 시각.

    “헤이~ 오늘 먹방은 부대찌개야.”

    드레이크 역시도 개인방송을 하고 있었다.

    부글부글 끓는 빨간 국물에 햄, 소시지, 떡, 두부, 팽이버섯 등등이 익어 간다.

    드레이크는 부대찌개를 먹으며 시청자들과 소통을 하고 있었다.

    -부대찌개 맛있쥬??

    -드레이크 미군출신 아니냐? 부대찌개가 원래 미군부대 짬에서 시작된 음식인데 고증보소;;

    -사스가 대한미국 사람...

    -오리지날 부대찌개에는 담배꽁초도 들어가요!

    -아 근데 얘는 왜 부대찌개에도 대추를 넣는거야ㅡㅡ

    -ㅋㅋㅋㅋ대추성애자

    -ㅋㅋㅋㅋㅋ삼계탕 때 대추가 맘에 들었나봄

    -오~이제는 어지간한건 안매워하는거보소, 현지패치 완료~

    -스펨을 김치에 싸서 드셔보세요

    .

    .

    드레이크 역시도 방송을 끝내고 말미에 윤솔과 같은 대사를 말했다.

    “헤이, 친구들. 화이트 드래곤에 대한 정보 있으면 꼭 좀 알려 줘. 후사할게~”

    말을 마친 그는 방송을 종료했다.

    이윽고, 메일함을 뒤지던 드레이크는 방송실 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는 윤솔이 핸드폰을 들고 서 있었다.

    매우 깜짝 놀란 표정으로.

    “드레이크 씨! 핸드폰 봤어요!?”

    “……?”

    드레이크는 무슨 일인가 싶어 황급히 자기 핸드폰을 열어 보았다.

    “……!”

    이윽고 드레이크의 눈 역시도 휘둥그레진다.

    화면에 떠 있는 문제 메시지 한 통.

    <이어진: 접선ㄱㄱ?>

    지난 한 달간 연락이 안 되던 대장의 호출이었다.

    *       *       *

    “……으음.”

    나는 모니터 속의 내 계정 정보를 확인하고 있었다.

    정확히는 현재 보유 중인 퀘스트 목록을.

    <히든 퀘스트 ‘미네르바의 올빼미)’>

    <히든 퀘스트 발생 조건: ‘불사조’의 유지를 잇는 자-‘불사조의 대리인 호칭 필요 (1/1)’>

    <히든 퀘스트 완료 조건: 질투의 악마성좌 레비아탄 처치 (1/1), 백색의 용군주, 무투룡 카프카타렉트 처치 (0/1)>

    <히든 퀘스트 완료 보상: ‘불사조’의 부활 쿨타임 대폭 축소>

    <※파르테논의 최초 입장자만이 이 퀘스트를 수행할 수 있습니다>

    “이제 남은 것은 무투룡 하나인가.”

    백색의 용 카프카타렉트.

    늘 흰자위만 드러낸 채 싸움에 미쳐있는 이 전쟁광을 잡으면 퀘스트는 끝난다.

    ……문제는 이 녀석이 열일곱 고정 S+급 몬스터들 중에 유일하게 영토나 둥지를 정하지 않은 채 전 세계를 떠돌아다니는 존재라는 것이다.

    회귀 전 세상의 정보에 따르면 이 녀석을 마주치는 것은 그야말로 순전히 운, 누구나 공평하게 확률적으로 만나는 몬스터.

    ……굳이 만날 확률을 따지자면, 뎀의 인구가 약 15억 명이고 그 중 던전을 출입하는 이들이 약 10억 명 정도이니 약 0.0000001%정도로 0.00001227738%인 로또 1등 당첨 확률보다 약 100배가량 희박하다.

    즉 놈을 만나는 것은 순전히 운빨.

    레벨이 더 높다거나, 장비가 더 좋다거나, 게임 플레이 시간이 더 많다거나, 다른 이들보다 더욱 더 노력했다고 해서 만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소리다.

    “그렇다면, 놈의 현 위치를 알아내는 즉시 바로 찾아가는 수밖에.”

    흰 용 목격자들의 실시간 제보를 받아 현장을 덮치는 것.

    현재로서는 그것이 유일한 방법이다.

    뭐, 물론 흰 용을 만난 이가 놈으로부터 살아남아 나에게 실시간으로 제보를 해 올 수 있을 정도의 실력자라는 전제가 있어야 가능한 방법이지만.

    (애초에 나에게 제보를 할지도 미지수이다)

    그때.

    …쾅!

    16층 회의실의 문이 열렸다.

    홈 바에 앉아 칵테일을 만들고 있는 내 앞으로 윤솔, 드레이크가 다가온다.

    “어진아! 그동안 왜 이렇게 연락이 안 됐어!?”

    “어진, 간만이다. 자세한 인사는 생략한다. 알려 줄 게 많아.”

    나는 친구들의 상기된 표정에 그냥 씁쓸하게 웃기만 했다.

    …달그락!

    보드카가 얼마 들어가지 않아 알콜 도수가 낮은 칵테일 세 잔이 테이블 위에 놓인다.

    보드카 40ml, 피치 리큐어 10ml, 스위트&사워믹스 20ml, 토닉 워터 10ml, 시나몬 파우더 0.5온스, 꿀 한 방울, 잘게 간 얼음을 부채꼴 모양으로 띄우고 말린 뷰글라스(bugloss) 꽃잎 한 장을 올려 완성된 칵테일.

    이내 모두가 잔을 쥐고 긴 테이블에 마주 앉는다.

    윤솔과 드레이크는 레비아탄을 잡으러 혼자 하해로 떠났던 나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었는지 꼬치꼬치 캐묻지 않아 주었다.

    진심으로 나를 걱정하고 있지만 질문을 참고 있다는 것이 느껴져 고마웠다.

    나는 레비아탄 사냥에 성공했다는 간략한 근황만을 보고한 뒤 바로 다음 본론으로 들어갔다.

    “그래, 그간 흰 용을 봤다는 사람들이 있었어?”

    내가 묻자 드레이크와 윤솔은 볼을 긁적였다.

    “으음. 제보가 은근히 많이 오긴 왔다. 영양가 있는 것이 딱히 없어서 그렇지.”

    “맞아. 보스몬스터를 잡고 있는데 갑자기 흰 용이 툭 튀어나와서 모든 플레이어들을 죽이고 홱 날아가 버렸다는 내용이 대다수야.”

    가지각색 사람들의 불만 섞인 증언들이 굉장히 많았다.

    저렙 초보부터 고렙 고수까지, 모두가 골고루 흰 용에 의해 피해를 입었다.

    주된 내용은 갑자기 나타나서 다 잡았거나 겨우겨우 발견한 보스 몬스터를 스틸해 죽이는 것, 그리고 그것도 모자라 근방에 있던 모든 플레이어들을 싸그리 말살했다는 것.

    아무래도 흰 용은 몬스터고 NPC고 플레이어고 가릴 것 없이 그냥 아무나 찾아가서 죽이는 것 같았다.

    혹은 그냥 눈에 띄는 모든 것들을 다 죽이고 다니는 것이거나.

    ‘……눈 먼 싸움광이라는 설정이니 그럴 수도 있겠군.’

    나는 제보들을 쭉 훑어보았다.

    주로 피해를 입은 이들은 프로게이머나 준프로, 적어도 랭커 급의 유저들이 많았다.

    그들이 잡는 것은 주로 A~A+급 사이의 보스 몬스터들이었는데 삼삼오오, 혹은 대규모로 레이드를 벌이고 있으면 갑자기 흰 용이 툭 튀어나와서 힘들게 발견한 보스 몬스터를 찢어 죽이고 다른 유저들까지 모조리 몰살시킨다는 것이다.

    이런 비슷한 내용들이 계속해서 반복되고 있었다.

    “……제보에는 없지만 아마 S랭크 몬스터들까지 습격하고 다니는 모양인데.”

    과거 용암룡 모르그마르나 폭식의 악마성좌 벨제붑 등이 S랭크 몬스터들을 부하로 영입하기 위해 찾아다니던 것과는 사뭇 다른 목적이다.

    무투룡 카프카타렉트는 순전히 살육과 재미를 위해 무수한 ‘도장 깨기’를 실천하고 다니는 것이다!

    나는 제보된 스크린샷이나 동영상들을 살펴보며 침음성을 삼켰다.

    자료들을 보면 몇 가지 일관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 있다.

    첫째, 흰 용은 항상 초승달 뜬 밤에 나타나 살육을 벌인다.

    둘째, 가장 먼저 공격하는 존재는 해당 필드에서 가장 강한 존재, 대부분의 경우는 보스 몬스터이다.

    그 다음으로는 레벨이 높은 플레이어의 순서대로 공격당한다.

    제보) ㅠㅠㅠ저번에 배 타고 가다가 흰 용한테 습격당해서 아이템 다 떨궜어요

    제보) 거의 다 잡은 보스 뺏김요ㅠㅠㅠ꼭 좀 혼내주세요 저 흰 용...

    제보) 아;; 히든 보스 몬스터 어떻게 찾았는데...그걸 스틸해가냐ㅠㅠㅠ흰 용 새개끼!

    제보) 동영상이 짧아서 ㅈㅅ요..좀 더 버텨보려고 했는데 1초도 못버팀...넘 쎔...

    제보) 너무 순식간에 죽어서 스샷을 얼마 못 찍음;;

    .

    .

    “……으음. 이래서야 소득이 없겠는데.”

    제보된 동영상들이나 사진은 초점이 안 맞거나 심하게 흔들린 경우가 많다.

    녹화 시간도 기껏해야 몇 초 정도로 너무 짧아서 유의미한 자료로 쓰기엔 무리가 있었다.

    흰 용이 너무 압도적으로 강해서 버텨낸 플레이어가 얼마 없기 때문이다.

    그때.

    “……어?”

    나는 꽤 긴 동영상 하나를 발견했다.

    몇 초 되지 않는 다른 동영상이나 잔뜩 흔들린 스크린샷에 비해 이 동영상과 사진자료들은 꽤나 초점도 정확하고 분량도 길다.

    …딸칵!

    나는 마우스를 움직여 동영상을 재생했다.

    이내 홀로그램 영상이 모두의 눈앞에 구현된다.

    […콰쾅!]

    [퍼퍽-]

    [우지직!]

    동영상의 제보자로 보이는 화면 속 주인공은 놀랍게도 흰 용과 맞붙어 싸우고 있었다.

    꼴랑 외뿔처럼 생긴 창 한 자루를 든 채, 그것도 꽤나 끈질기게!

    ‘……현 시점에 고정 S+급 몬스터를 상대로 이렇게나 버틸 수 있는 랭커가 있다고?’

    나는 입을 딱 벌리고 동영상을 시청했다.

    결국 이 플레이어는 흰 용을 상대로 몇 분간 분전한 끝에 패배한다.

    하지만 더욱 놀라운 것은…이 플레이어가 죽지 않고 살아남았다는 것이다!

    수많은 제보들 중 흰 용을 만나고도 살아남은 유일한 사례.

    […앙♥ 살아남았네?]

    그것은 과거 아시아 챔피언스 빅리그에서 만났던 한 랭커가 보내온 것이었다.

    -----Original Message-----

    From: “피반창(皮反常)”

    [email protected]>

    To: <[email protected]>;

    Cc:

    Sent: 2024-XX-XX (월) 11:18:09

    Subject:

    안녕 드레이크 캣♥ 나 기억해?

    첨부파일.avi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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