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닳고닳은 뉴비-623화 (623/1,000)
  • 623화 불사조 (2)

    너는 낚시로 레비아탄을 낚을 수 있느냐?

    그 혀를 끈으로 맬 수 있느냐?

    코에 줄을 꿰고 턱을 갈고리로 꿸 수 있느냐?

    어부들로 하여금 값을 매기게 하고 상인들이 골라 사게 할 수 있느냐?

    그 살가죽에 창을, 머리에 작살을 꽂을 수 있느냐?

    손바닥으로 만져만 보아라.

    다시는 싸울 생각을 하지 못하리라.

    무시무시한 다리 이야기를 어찌 빼놓으랴!

    당당한 억센 체구를 어찌 말하지 않겠느냐?

    겹으로 입은 그 갑옷을 누가 젖힐 수 있느냐?

    누가 그 턱을 벌릴 수 있느냐?

    줄지어 선 저 무서운 이빨.

    방패 사이사이로 고랑진 등가죽에 단단한 돌인장으로 봉인한 것 같은 저 등.

    재채기 소리에 불이 번쩍하고, 아가리에서 내뿜는 횃불, 퉁겨 나오는 불꽃을 보아라.

    연기를 펑펑 쏟는 저 콧구멍은 차라리 활활 타오르는 아궁이로구나.

    목구멍에서 이글이글 타는 숯불, 입에서 내뿜는 저 불길을 보아라.

    목덜미엔 힘이 도사려 있어 그 앞에서 절망의 그림자가 흐느적일 뿐.

    뗄 수 없이 마구 얽혀 피둥피둥한 저 살덩어리를 보아라.

    바위같이 단단한 심장, 맷돌 아래짝처럼 튼튼한 염통.

    칼로 찔러 보아도 박히지 않고 창이나 표창, 화살 따위로도 어림없다.

    쇠를 지푸라기인 양 부러뜨리고 청동을 썩은 나무인 양 비벼 버린다.

    몸뚱이를 검불처럼 여기며 절렁절렁 소리 내며 날아드는 표창 따위에는 코웃음 친다.

    뱃가죽은 날카로운 질그릇 조각과 같아 타작기가 할퀸 땅바닥처럼 지나간 흔적을 남긴다.

    번쩍 길을 내며 지나가는 저 모습, 흰 머리를 휘날리며 물귀신같이 지나간다.

    깊은 물웅덩이를 솥처럼 끓게 하고 바닷물을 기름가마처럼 부글거리게 하는구나.

    지상의 그 누가 그와 겨루랴.

    생겨날 때부터 도무지 두려움을 모르는구나.

    모든 권력가가 그 앞에서 쩔쩔매니.

    ……보아라!

    모든 거만한 것들의 왕이 여기에 있다!

    -『욥기』 41:6~19-

    *       *       *

    <레비아탄> -등급: S+ / 특성: ?

    -서식지: ?

    -크기: 213m

    -이 세상의 모든 악마를 지배하는 일곱 성좌 중 하나.

    질투와 밀고를 지배하는 위대한 마왕.

    “깊은 물웅덩이를 솥처럼 끓게 하고 바닷물을 기름가마처럼 부글거리게 하는구나. 보아라! 바다의 그 누가 나와 겨루랴!”

    -레비아탄- <하해왕기(下海王記)

    41:6~19>

    레비아탄(Leviathan)!

    고정 S+급 몬스터이자 이 세계를 17등분으로 나누어 다스리는 서브스트림 중 하나.

    질투와 밀고를 관장하는 악마성좌로 그 악의의 저변은 심해보다도 더욱 깊은 곳에 가라앉아 있다고 한다.

    말도 안 되게 거대한 몸집은 시야 안에 다 들어오지도 않을 정도로 거대했다.

    절벽처럼 떨어지는 앞이마는 마치 거대한 향유고래를 연상케 했지만 그 뒤로 주렁주렁 늘어진 길고 굵은 몸뚱이는 영락없는 바다장어의 그것이다.

    하얀 대가리의 정면에는 코뿔소의 것처럼 굵고 육중한 뿔이 하나 돋아나 있었는데 그것은 일전에 마몬의 망치에 맞아 반으로 뚝 부러진 상태였다.

    반면 온통 칠흑으로 뒤덮여 있는 굵고 긴 몸뚱아리는 흡사 한 마리 거대한 흑뱀을 보는 듯한 외형.

    가슴지느러미와 꼬리 지느러미를 잇는 수많은 깃대들의 끝에는 징그러운 손바닥들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었다.

    한쪽 눈알은 화상으로 인해 살 속에 파묻혀 버렸으며 날카로운 이빨들은 여섯 개가 부러져 있었고 몸에는 열아홉 자루의 작살이 꽂혀 있는 모습이었다.

    그리고 몸에 꽂힌 열아홉 자루의 작살 끝에서는 기묘한 향기가 나는 기름이 송글송글 배어나오고 있었다.

    “……이야, 저번에 만났을 때는 뿔이 멀쩡했는데. 그새 어디서 뽀개먹고 왔네.”

    나는 예전에 레비아탄을 마주했던 적이 있었다. 과거 마몬이 건설했던 만마전에서 말이다.

    아마도 그때 마몬이 집어 들고 휘두른 옥좌에 맞아 뿔이 부러진 모양이다.

    ‘어디 보자, 레비아탄에 대한 설정 중에 내가 아는 게 뭐가 있나?’

    레비아탄 역시 창해룡 버뮤다와 함께 바다를 지배하는 해왕형(海王形) 몬스터이다.

    하지만 버뮤다와 달리 수면 위로도 종종 모습을 드러내던 레비아탄이니만큼 레이드에 나섰던 플레이어들은 꽤 많았다.

    성공했다는 후기는 들은 적 없지만 실패 후기 자체는 종종 들려왔었다.

    ‘19세기에 실존했던 악명 높은 살인 고래 ‘모카 딕(Mocha dick)’을 모티프로 하고 있는 몬스터. 악마들 간의 서열전인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에서 색(色)을 관장하는 고위악마 아스모데우스에게 패해 머리가 희게 변했고 그 뒤 아스모데우스의 침어낙안(沈魚落雁) 스킬에 패해 바다 속 깊은 곳으로 가라앉았다지?’

    뭐 설정놀이는 대충 이 정도이다.

    나는 하늘을 찢으며 내려오는 폭포수를 향해 고개를 들었다.

    이윽고, 레비아탄의 태양과도 같은 외눈이 나를 향해 빛을 내리쬔다.

    [버뮤다, 그 물도마뱀 놈을 죽인 게 네놈이냐?]

    아마도 놈이 움직이게 된 원인 중에는 나도 있는 것 같았다.

    마몬과 버뮤다를 죽임으로서 어그로라도 끌었나?

    “…….”

    나는 대답하지 않은 채 레비아탄의 거대한 머리를 마주했다.

    일단은 레비아탄 쪽의 적의가 명백해 보이니 일전을 불사할 수밖에 없다.

    나는 상대방의 육체를 아주 자세히 스캔했다.

    레비아탄의 굵은 통뼈는 불카노스만큼이나 단단하고 수없이 많은 이빨들은 하나하나가 장검의 날처럼 예리하다.

    하나 남은 눈은 적빛으로 불타고 있었고 머리에 돋아난 뿔은 반만 남았음에도 불구하고 마치 세상의 끝을 알리는 이정표처럼 드높이 솟구쳐 있었다.

    놈은 장어의 것처럼 생긴 몸통을 길게 늘어트린 상태로 아래를 내려다보고 있었는데 저쪽 세계에 걸쳐진 나머지 몸이 너무나도 크고 길어서 이쪽 세계로 완전히 넘어오지 못하는 듯 보였다.

    [대답하라, 벌레 녀석아!]

    레비아탄은 나를 향해 입을 쩍 벌리며 호통 쳤다.

    “벌레? 저 자식 저거 말뽄새 보소?”

    저놈의 악마 새X들은 다 인성이 나쁘다.

    하긴 나쁘니까 악마고 악마니까 나쁘지, 생각해 보면 당연한 일인가?

    순간, 레비아탄이 나를 향해 입을 벌리고 목구멍 속에서 무언가를 쏟아내기 시작했다.

    퍼퍼퍼퍼펑!

    그것은 초고압으로 분사되는 극저온의 해수였다.

    “……윽.”

    나는 잽싸게 뒤로 빠졌다.

    아마도 레비아탄은 꼬리로 물을 빨아들인 뒤 내장을 거쳐 입으로 토해 내는 듯하다.

    콰콰콰콰콰!

    역류하는 폭포가 땅에 패인 자국을 만들며 나를 추격해 오기 시작했다.

    꼬리 끝으로 빨아들인 바닷물이 레비아탄의 입으로 역류하는 과정에서 좁고 차가운 내장을 통과해 무시무시한 무기가 되는 방식이다.

    쩌저저저저적!

    극저온의 냉수가 얼어붙었다 깨지길 1초에도 몇 번씩 반복하며 쏘아져 왔다.

    바위도 뻥뻥 꿰뚫는 무시무시한 수압이었다.

    “그대로 돌려주마.”

    나는 레비아탄이 뿜어내는 수류를 기꺼이 몸으로 받아냈다.

    퍼펑! 우지지직!

    HP가 1까지 떨어졌다가 다시 차오른다.

    동시에 나는 죽음룡 오즈의 비늘을 이용해 반사 데미지를 만들어 냈다.

    …꾸국!

    반사 데미지가 실린 내 주먹에 마몬의 힘이 덧붙여진다.

    나는 그 자리에서 펄쩍 뛰어올랐고 이내 상공에 있던 레비아탄이 있는 곳까지 점프했다.

    동시에.

    빠방!

    폭음과 함께, 내 주먹이 레비아탄의 머리통을 대차게 한번 후려갈겨 놓았다.

    [오-오오오오!?]

    레비아탄의 단단한 골통이 흔들리는 느낌이 건틀릿을 타고 어깨까지 전해져 온다.

    놈은 뜻밖의 충격에 잠시 정신줄을 놓은 모양이었다.

    …콰쾅!

    육중한 대가리가 바닥에 사납게 처박혔다.

    레비아탄이 쓰러지자 놈의 긴 몸뚱이가 점점 차원문 안으로 딸려오기 시작했다.

    길고 굵은 몸뚱이에 난 날카로운 가시들이 차원문을 찢을 때마다 그 여파가 하늘 전체를 진동시키고 있었다.

    하지만, 유효타를 꽂았다고 해서 방심할 수는 없다.

    콰콰콰쾅!

    나는 내 전신을 으깨듯 타격하는 반사 데미지에 이를 악물어야 했다.

    레비아탄 역시도 데미지 반사 스킬을 쓴다.

    특히나 놈은 자기 몸에서 용연향(龍涎香), 기묘한 향기가 나는 기름과 토사물을 내뿜는데 이 기름에 덮인 몸뚱이는 모든 물리공격을 무시해 버린다.

    즉, 자기는 맞아도 데미지를 입지 않는 동시에 들어온 공격을 그대로 되돌려 주는 난공불락의 불가살(不可殺)인 셈이다.

    “……씨어데블의 점액보다 훨씬 까다로운데?”

    다행스럽게도 나는 씨어데블의 상위종인 씨아블로를 잡았었고 놈의 마찰계수 특성을 빼앗아 가지고 있기에 레비아탄에게도 유효타를 날릴 수 있어 다행이다.

    하지만 안심하고 있을 시간 따위는 없었다.

    땅에 처박힌 머리를 빼낸 레비아탄이 또다시 강력한 물대포를 쏘아대기 시작한 것이다.

    …콰콰콰쾅!

    놈이 토해 내는 역류에 닿은 담배밭이 순식간에 쑥밭으로 변했다.

    높은 수압에 의해 튀어나가는 물방울들은 하나하나가 탄환이 되어 지형을 초토화시켜 놓았고 그 일대의 작물들은 냉해로 인해 모조리 바스러진다.

    대재앙 그 자체가 현신한 듯한 그 모습을 눈앞에 둔 이상 아무리 나라도 막막해질 수밖에 없다.

    “망할…… 고정 S+급 몬스터는 준비를 아무리 철저히 하고 가도 모자란데.”

    온갖 변수의 변수의 변수까지 대비한 뒤 마음을 단단히 먹고 가도 성공확률이 희박한 것이 고정 S+급 몬스터 레이드이다.

    한데 이렇게 준비되지 않은 상황에서 기습까지 받아 버렸으니 상황이 좋아질 리 전무하다.

    심지어 내가 찾아간 것도 아니고 저쪽에서 찾아온 경우이니 더더욱 상황이 나빴다.

    윤솔과 드레이크 역시도 내 옆에서 곤혹스럽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장어처럼 생겼길래 피부가 말랑말랑할 줄 알았는데…… 몇 번 두드려 보니 완전 돌덩이 같네.”

    “움직임 역시 상당히 빠르다. 몸체가 허공에 고정되어 있는데도 불구하고 화살로 맞히기가 힘들 정도야.”

    친구들이 난색을 표하는 것도 이해가 된다.

    ‘어떻게 상대해야 되나.’

    내가 눈앞에 닥쳐온 괴력난신(怪力亂神)의 존재를 놓고 고민하고 있을 때.

    퍼-펑!

    갑자기 요란한 굉음과 함께 레비아탄의 머리가 홱 돌아갔다.

    [가-아아아아악!]

    레비아탄이 고통에 겨운 비명을 내질렀다.

    기름이 배어나오던 놈의 머리통에 시뻘건 불길이 붙어 맹렬하게 타오르고 있었다.

    …콰콰콰쾅!

    레비아탄은 머금고 있던 숨결을 흩어 버리며 몸부림쳤다.

    그러나, 쏟아져 내리는 폭포수에 머리를 담가도 머릿가죽 위에 떨어진 불벼락은 좀처럼 꺼지지 않는다.

    동시에.

    나의 등 뒤에서 따스한 온기가 느껴졌다.

    춥지도, 덥지도 않은 봄 기운이.

    [나가라.]

    레비아탄의 앞으로 현신하는 커다란 빛이 있었다.

    또 하나의 괴력난신.

    불사조가 참전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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