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닳고닳은 뉴비-618화 (618/1,000)
  • 618화 자X교 (7)

    [호애앵!]

    쥬딜로페는 계속해서 내가 불러주는 좌표에 풍뎅이들과 파리들을 소환했다.

    텅- 텅- 텅- 텅- 텅- 텅- 텅- 텅- 텅- 텅- 텅……

    조디악은 순식간에 파리와 풍뎅이들에 의해 튕겨나가 난간을 부수고 허공으로 곤두박질했다.

    마치 핀볼의 공을 보는 듯한 광경.

    ……갓겜이 갓겜했다.

    한편.

    “으아아아! 안 돼! 거의 다 왔는데에에!”

    갓겜 현상에 휘말린 조디악은 바다로 떨어지며 고래고래 고함쳤다.

    김정은이 마법을 써서 패거리를 허공에 띄웠지만…… 쥬딜로페가 소환할 수 있는 파리의 수는 엄청나게 많다.

    물량공세.

    개개인의 위력은 약하지만 아공간을 비집고 나타나는 소환수의 특성만 있으면 되니 상관없는 일이다.

    위이이이잉!

    파리와 풍뎅이들은 계속해서 소환된다.

    텅- 텅- 텅- 텅- 텅- 텅- 텅- 텅- 텅- 텅- 텅- 텅- 텅……

    허공에 있다고 해서 갓겜은 멈추지 않는다.

    나와 쥬딜로페는 결국 조디악 일행을 배와 해수면에서 멀리 떨어진 상공까지 날려버렸다.

    계속해서 튕겨나가는 통에 플라이 마법을 펼치기도 어려울 것이다.

    “으-아아아아아아!”

    조디악은 한없이 높게 올라갔다가 갓겜 현상에 의해 수직 낙하하기 시작했다.

    부유 특성을 쓴다 해도 공간 점유 자체가 불가능하기에 떨어지는 것은 멈출 수 없다.

    파리와 풍뎅이들이 계속해서 소환되며 조디악을 해수면까지 계속해서 밀어 버리고 있었으니까.

    …콰콰콰쾅!

    결국 조디악 일행은 수면이 낮아져서 드러난 암초에 거세게 부딪쳤고 그대로 산산조각으로 박살 나 리타이어 되었다.

    나는 공중분해되다시피 사라진 조디악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조디악으로 만든 가루…… 이건 굉장히 귀하네요.”

    까딱했으면 위험할 뻔한 상황을 쥬딜로페 덕에 잘 넘길 수 있었다.

    그러나.

    “어, 어진! 저쪽!”

    드레이크가 황급히 손가락을 뻗어 반대편을 가리켰다.

    위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던 것이다.

    [우-우우우우……]

    그곳에는 너덜너덜한 몸으로 검은 아우라를 뿜어내는 괴물 하나가 서 있었다.

    씨어데블!

    조디악의 흑마법에 의해 되살아난 이 언데드가 악마의 만찬 호를 향해 적의를 보이고 있었던 것이다.

    콰콰콰콰쾅!

    이내 어마어마한 규모의 파도가 몰아쳐 악마의 만찬 호를 뒤덮었다.

    평소대로였다면 치 카이의 신들린 조타술로 인해 위기를 모면할 수도 있었겠지만.

    [……뱃사람이 죽을 곳은 바다 위.]

    치 카이는 죽기를 바라는 사람처럼 멍한 자세로 서서 아무 것도 하지 않는다.

    ‘빨간 책’을 읽어 버린 후유증이다.

    결국 배는 그대로 풍랑에 휘말릴 수밖에 없었다.

    …퍼펑!

    씨어데블이 전력으로 만들어 내는 쓰나미의 힘은 굉장한 것이어서 악마의 만찬 호는 그 자리에서 십 수 미터 이상 치솟았다가 그대로 곤두박질쳤다.

    우지지직!

    배가 떨어진 곳은 바다 위를 떠다니는 커다란 유빙 위였다.

    그것은 마치 케이크처럼 둥근 모양새였는데 가운데에 커다란 구멍이 있어 배를 가두기에 충분했다.

    콰쾅!

    배는 거의 반파되다시피 한 상태로 얼음바닥 위에 퍼져 버렸다.

    “……으, 씨어데블 자식. 발악기 한번 엄청나군.”

    나는 다 부서진 망루 위로 달려가 유빙 너머를 바라보았다.

    언데드 씨어데블은 자기가 만들어 낸 풍랑파의 반동을 이겨 내지 못하고 온몸이 갈가리 찢어져 죽어 있었다.

    하기야, 멀쩡한 상태의 씨어데블조차 이 기술을 쓰고 나면 스턴 상태에 빠지는데 한 랭크 떨어진 언데드 씨어데블이 감당해 낼 수 있을 리가 없다.

    씨어데블이 더 이상 날뛰지 않아 안심하는 것도 잠시, 윤솔과 드레이크가 한숨을 내쉬었다.

    “그나저나, 배가 완전히 얼음벽 사이에 갇혀 버렸네. 이래서야 밖으로 나갈 수가 없잖아.”

    “바다가 바람 한 점 없군, 파도도 없고. 이곳을 탈출하는 건 불가능해 보이는데. 힘으로 배를 들어 올려 바다로 다시 던지지 않는 이상.”

    “에이, 아무리 힘 스탯이 높아도 그건 불가능할걸요? 이 배가 얼마나 무거운데.”

    친구들의 말대로 상당히 난감한 상황이었다.

    배는 완전히 유빙의 중앙에 갇혀 버렸고 바람이나 파도가 없어 배를 빼내기도 쉽지 않다.

    선장인 치 카이는 멍한 표정으로 서서 배를 움직일 생각도 없어 보인다.

    이곳을 탈출할 유일한 방법이 있다면 값비싼 텔레포트 스크롤을 사용하거나 또는 자살을 해서 저 멀리 떨어진 본토의 신전에서 되살아나는 것 정도?

    하지만 나에게는 다 방법이 있다.

    “배를 움직이는 건 간단하지.”

    나는 두 가지 아이템을 꺼냈다.

    -<크툴루 크라켄의 촉수> / 완갑 / S

    대풍랑을 부르는 해신(海神)의 위엄. 그 자체.

    -방어력 +1,700

    -민첩 +2,000

    -특성 ‘풍랑(風浪)’ 사용 가능 (특수)

    -특성 ‘완충(緩衝)’ 사용 가능 (특수)

    -<창해룡 버뮤다의 창 ‘노틸러스’> / 양손무기 / S+

    ᄉᆡ미 기픈 므른 ᄀᆞᄆᆞ래 아니 그츨ᄊᆡ 내히 이러 바ᄅᆞ래 가ᄂᆞ니.

    -공격력 +1

    -특성 ‘물의 근원’ 사용 가능 (특수)

    -파괴불가 (특수)

    나는 크라켄의 힘을 이용해 바다를 흔들기 시작했다.

    그러자 유빙이 좌우로 떨리며 바람과 파도를 만들어 낸다.

    동시에, 나는 삼지창 노틸러스를 유빙의 움푹 패인 곳 바닥에 꽂았다.

    그러자 창이 꽂힌 장소로부터 차갑고 맑은 물이 펑펑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오오오오오!”

    윤솔과 드레이크가 깜짝 놀라 탄성을 질렀다.

    …콸콸콸콸콸!

    유빙의 구멍에 순식간에 차오른 물은 악마의 만찬 호를 위로 떠오르게 했고 불어오는 풍랑은 그런 유빙을 비스듬하게 기울여 차오른 물이 빠져나가게끔 만들었다.

    풍덩!

    결국 우리는 폭포처럼 쏟아지는 수류에 실려 다시 바다로 나올 수 있었다.

    그러나 안도하는 것도 잠시, 윤솔이 불안한 표정으로 주위를 두리번거린다.

    “그런데 이 배…… 어디로 가는 거지?”

    배는 이미 만신창이, 더 이상 항해를 할 수 없다.

    군데군데 구멍이 나 물이 들어오고 있었고 갑판 밑 내부에 붙은 불은 아직 꺼지지도 않았다.

    악마의 만찬 호는 반쯤 으스러진 몸을 비스듬히 가로 뉘인 채 연기를 내뿜으며 달린다.

    그때. 드레이크가 입을 열었다.

    “그 빨간 책에 수록되어 있던 지도가 있었어.”

    그 말대로다.

    ‘자X 뒤에 오는 현명해지는 시간. 죽음 너머의 안식을 찾을 수 있는 바로 그곳’

    글귀와 함께 적혀 있는 조악한 지도.

    넓은 바다와 도넛 모양의 섬을 보니 방금 우리가 지나온 거대한 유빙을 뜻하는 것 같기도 하다.

    그리고 그 너머에는 아무것도 표기되어 있지 않았다.

    오로지 검은 지면과 함께 표시된 X자.

    이게 뜻하는 바는 무엇일까?

    ……그 답은 곧 알 수 있었다.

    “……!”

    나는 망루 위에 올라선 자세 그대로 굳어 버렸다.

    저 멀리 수평선 끝으로 보이는 풍경.

    게임 플레이 10만 시간에 육박하는 나조차도 처음 보는 엄청난 광경이 시야에 들어온다.

    “……세상에.”

    나는 할 말을 잃어버렸다.

    ‘별이 빛나는 창공을 보고, 갈 수 있고 또 가야만 하는 길의 지도를 읽을 수 있던 시대는 얼마나 행복했던가?’

    -게오르크 루카치(Georg Lukacs, 1885∼1971) 『서사시의 시대』 中-

    현실의 지구는 둥글다.

    하지만 오래 전, 세상 사람들은 지구가 평평하다고 생각한 적이 있었다.

    그래서 세상의 끝으로 가면 커다란 절벽이 있고 바닥이 없는 낭떠러지가 존재한다고 믿었다.

    데우스 엑스 마키나의 세계관은 바로 그런 구시대(舊時代)의 세계관을 토대로 만들어졌다.

    천동설, 지구평면설, 지하공동설 등등…… 지금은 존재하지 않는 낭만(浪漫)과 로망(roman).

    먼 옛날의 이론들이 지배하고 있는 세계.

    그것이 바로 데우스 엑스 마키나의 세계인 것이다.

    그렇기에.

    ‘세상의 끝’에 무엇이 도사리고 있을지는 아직 아무도 모른다.

    ……아니, 몰랐었다.

    하지만 이제 나는 알아냈다. 이 세상의 끝에 무엇이 있는지.

    죽음을 넘어, 끝을 넘어, 모든 이들의 인식과 생각, 지평이 최종적으로 막을 내리는 곳 너머에 무엇이 있는지 말이다!

    ……! ……! ……! ……! ……! ……! ……! ……! ……! ……! ……! ……!  ……!  ……!  ……!  ……!  ……!  ……!  ……!  ……!  ……!  ……!  ……!  ……!  ……!  ……!  ……!

    온 세상을 빨아들이는 듯한 굉음이 울려 퍼진다.

    바다의 끝.

    그리고 세상의 끝.

    유빙 너머 펼쳐진 해수면의 끝에는 모든 바닷물이 아래로 떨어지며 만들어 내는 거대한 폭포가 있었다.

    나는 지금 지구평면설에 등장하는 평평한 지구의 모서리 끝부분을 보고 있는 것이다!

    알 수 없는, 미지의 공간을 향해 떨어지는 바닷물.

    상상도 할 수 없는 거대한 스케일의 폭포.

    그 끝에 자그마한 섬이 하나 보였다.

    세상의 끝에 위치한 섬답게 그것은 실로 기묘한 외형을 하고 있다.

    두 개의 커다란 날개가 쫙 펼쳐져 있는 듯 생긴 섬.

    그것은 내가 언젠가 프로리그 경기에서 만났던 쌍둥이 섬을 닮아 있었다.

    하지만 두 섬을 감싸고 있는 기후는 무척이나 달랐다.

    오른쪽에 있는 섬은 붉은 용암과 불길에 뒤덮여 검은 연기를 뿜어내고 있었고 왼쪽에 있는 섬은 희고 퍼런 극빙에 뒤덮여 서슬 푸르다.

    두 개의 전혀 상반되는 기후의 섬이 서로를 마주보고 있는 가운데 커다란 소용돌이가 휘몰아치고 있었다.

    뜨거운 섬에서 흐르는 끓는 물이 부글부글 소리와 함께 소용돌이 중앙으로 흐른다.

    그 뜨거운 물은 이내 차가운 섬으로 다가와 살얼음으로 얼어붙는다.

    그리고 그것은 다시 뜨거운 섬으로 가 펄펄 끓게 되는 것을 반복한다.

    그것은 창해룡 버뮤다가 만들어냈던 말스트룀보다 훨씬 더 창대하면서도 광활하며 강력한 것이었다.

    세상의 끝을 향해 몰려가는 거센 해류도 이 소용돌이만은 피해 지나가고 있었다.

    “…….”

    윤솔과 드레이크 역시 할 말을 잃고 멍하니 섰다.

    저런 곳으로 배를 몬다는 것은 뱃사람이라면 꿈도 꾸지 못할 일이건만…… 치 카이는 마치 죽을 곳을 찾아 떠나는 이처럼 그쪽으로 배를 몰고 있었다.

    …콰콰콰콰콰콱!

    괴물 같은 소용돌이가 이내 악마의 만찬 호를 빨아들인다.

    잔뜩 굶주린 괴물이 혓바닥으로 음식을 당기는 것과 같은 기세.

    눈앞의 와류는 지름이 장장 수백 킬로미터에 이르는 크기다.

    급류의 속도 역시 상상을 초월한다.

    뛰어들기는커녕 손가락만 담가도 당장 뚝 꺾인 뒤 뜯겨져 나갈 것 같았다.

    [인간. 저쪽을 봐라.]

    죽음에 초연해서 그런가, 유일하게 침착함을 유지하고 있는 오즈가 앞다리를 뻗어 정면을 가리켰다.

    나는 오즈의 말대로 고개를 들었다.

    녀석은 쌍둥이 섬의 중앙부, 커다란 와류를 가리키고 있었다.

    그 중앙에는 찬란한 빛기둥 하나가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포탈, 다른 공간으로 통하는 문이 분명했다.

    나는 순간 강렬한 호기심과 탐구욕에 사로잡혔다.

    저 와류에 휩쓸리는 즉시 무조건 죽게 될 것이라는 냉철한 이성과는 달리, 게이머로서의 감성이 나를 이끈다.

    “소용돌이 중앙으로 진입한다! 싫은 사람은 내 인벤토리에 텔레포트 스크롤 있으니까 찢어!”

    나는 치 카이를 밀어낸 뒤 타륜을 잡은 채 외쳤다.

    당연한 말이지만 윤솔과 드레이크는 로그아웃도, 텔레포트도 하지 않았다.

    그저 뒤에 서서 내 어깨 위에 손을 올렸을 뿐이다.

    동시에.

    ……! ……! ……!

    소용돌이에 본격적으로 휘말린 악마의 만찬 호가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

    파괴불가를 알리던 알림음도 더는 들려오지 않는다.

    모든 것이 나선을 그리며, 그저 정신이 혼미해질 정도로 빠르게 끌려갈 뿐.

    그 두텁던 악마의 만찬 호의 선각과 갑판보가 종잇장처럼 찢어지는 것이 보였다.

    모  든

    는          것

    하                들

    재     빙 글 빙        이

    존    로         글       광

    으    다...     집      활

    심    진     어      한

    중     켜 삼      소

    의          용

    이   돌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