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닳고닳은 뉴비-617화 (617/1,000)
  • 617화 자X교 (6)

    내 미소를 본 조디악은 황급히 외쳤다.

    “저놈이 또 뭔가 하려고 하잖아! 빨리 막아!”

    “명령하지 마! 내가 알아서 해!”

    그 말을 들은 김정은이 이를 악물고 화염구를 빚어낸다.

    방철우, 방철해 형제가 벽처럼 라인을 만들어 나를 막아섰다.

    놈들이 나의 동선을 복잡하게 만들어서 접근을 방해하는 동안, 조디악은 비장의 수라고 할 만한 패를 꺼내들었다.

    “푸스스스- 안타깝군 친구. 내가 빨랐어.”

    조디악은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검은 마도서를 흔들어 보였다.

    그리고 이내 놈이 원하던 그림이 현실에 그려진다.

    우드드드드득-

    주변 바다에서 섬뜩한 소리가 터져 나왔다.

    지금까지 일어났던 몬스터 웨이브에서 죽여 왔던 바다괴물들이 탁한 눈으로 몸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무덤사역’ 특성.

    조디악의 강화 마도서로 되살아난 언데드들은 생전에 비해 위험등급이 1랭크 밖에는 떨어지지 않는다.

    너덜너덜해진 몸으로 마기를 뿜어내는 악마손 오징어, 고대 판피어 둔클레테, 고래개구리, 가시뱉음 대게, 오백년거북, 바다송장헤엄치개 등등이 다시끔 배의 난간을 붙잡고 갑판 위로 기어오기 시작했다.

    이 수많은 언데드 몬스터들의 평균 위험등급은 B+~A랭크.

    하지만 야생 몬스터가 아니라 조디악의 조종을 받는 괴뢰들이니만큼 체감 난이도는 그보다 훨씬 더 높다.

    어쩌면 생전의 개체들보다도 더욱 상대하기 까다로울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쯤이야 뭐.”

    나는 어깨를 으쓱했다.

    조디악의 무덤사역 특성은 벌써 몇 번을 겪어 본 수다.

    예측하지 못한다면 바보겠지.

    변수가 있다면 되살려낸 몬스터들의 종류와 물량인데 그 모든 것들은 전부 다 계산 범위 내였다.

    현 필드는 이미 완벽하게 분석끝났다.

    뎅겅- 쩍!

    나는 재빨리 움직여 눈앞에 있던 악마손 오징어의 촉수 다발을 끊어 버렸다.

    그리고 놈의 길고 뾰족한 몸체를 타고 올라가 넓게 퍼진 갓 부분의 물렁한 살을 밞고 허공으로 펄쩍 뛰어올랐다.

    조디악이 그런 내 모습을 보며 낄낄 웃었다.

    “재빠른 놈이라 잡기 어려웠는데 제 발로 허공에 머물러 주는구나. 죽어라!”

    확실히, 허공에 떠 있으면 위치나 방향을 바꿀 수 없다.

    조디악은 시커먼 불길을 소환해 나에게 끼얹을 계획인 것 같았다.

    물론 내가 그렇게 내버려 둘리 없지만 말이다.

    “쥬딜로페.”

    [……뿌!]

    내 어깨에서 쥬딜로페가 튀어나온다.

    (탈것처럼 밑에 깔린 오즈는 덤이다)

    나는 쥬딜로페의 귀에 대고 오더를 속삭였다.

    [호에엥! 포에엥!]

    이내 쥬딜로페는 내 말대로 열심히 손가락을 꼼지락거렸다.

    그러자 쥬딜로페의 충실한 시종들이 현실로 소환된다.

    화려한 마법진이 허공에 생성되었다.

    …파앗!

    원래 리치 왕을 섬기다가 쥬딜로페에게 충성하게 된 싸락우박 풍뎅이들이 멋진 포즈를 취하며 나타났다.

    또 예전에는 벨제붑을 섬겼던 역병파리들 역시도 쥬딜로페의 손짓에 의해 이 세계로 불려나온다.

    윙윙윙윙-

    풍뎅이들과 파리들은 쥬딜로페의 손짓에 따라 아공간을 비집고 튀어나왔다.

    그리고 그 공간전이 마법진이 위치한 곳은 바로 조디악이 서 있는 곳이었다.

    조디악은 옆으로 슬쩍 피하며 조소를 흘렸다.

    “뭐야? 파리랑 풍뎅이? 푸스스스, 그런 쪼렙 몬스터들로 뭘 할 수 있을 것 같냐?”

    “호호호, 쥬딜로페랬나? 저런 쬐끄만 벌레 여왕 수준에서는 이런 병사들이 딱이지 뭐,”

    조디악과 김정은은 나와 쥬딜로페를 무시하며 비웃는다.

    하지만.

    이윽고 그들의 입가에서 미소를 싹 거둬 갈 만한 이변이 발생했다.

    터엉-

    갑작스러운 압력이 낄낄 웃던 조디악과 김정은을 뒤로 밀어낸다.

    육중한 덩치의 방씨 형제들 또한 마찬가지다.

    “푸스스스…… 억!?”

    조디악은 갑자기 자신을 뒤로 밀어내는 보이지 않는 힘에 당황했다.

    어찌나 당황했던지 무방비 상태로 난간에 뒤통수를 세게 부딪쳤을 정도다.

    김정은 역시 뒤로 튕겨나가는 것을 멈출 수 없었다.

    “뭐, 뭐야 이게? 누가 나를 밀었는데 분명?”

    조디악 패거리는 갑작스럽게 뒤로 나가떨어진 것에 황당해하는 눈치다.

    하지만.

    [오엣! 호에엣!]

    쥬딜로페가 계속해서 파리와 풍뎅이들을 소환하면 소환할수록 조디악 패거리는 뒤로 튕겨나가고 있었다.

    위이잉-

    소환진에서 튀어나온 파리는 그 공간을 먼저 점유하고 있던 조디악을 뒤로 세차게 밀어내면서 등장한다.

    조디악은 이런 기현상에 크게 당황하고 있었다.

    “뭐, 뭐야!? 소환수는 빈 공간이 아니면 소환 못 하는데!? 어떻게 나를 밀어내고 그 자리에 소환되는 거지?”

    그 말대로다.

    풍뎅이들과 파리들은 조디악 일행이 선점유하고 있는 공간 좌표로 소환되어 그들을 계속해서 뒤로 넉백시키는 것이다.

    텅- 텅- 텅- 터엉!

    어느새 조디악 일행은 연쇄적으로 소환되는 풍뎅이와 파리에게 밀려 난간에 등을 맞대게 되었다.

    HP가 고작 3밖에 되지 않는 쪼렙 몬스터인 체체파리가 거구의 오크 전사인 방철우, 방철해를 사정없이 뒤로 날려버리는 모습은 누가 봐도 쉽게 이해가 되지 않을 것이다.

    나는 어안이 벙벙한 표정의 조디악에게 이 상황을 친절하게 설명해 주었다.

    “불똥정령은 아카식 레코드의 관리자로서 이 세계의 ‘공간’을 다스리는 힘을 가지고 있지. 그리고 너희들은 그런 불똥정령을 죽였다.”

    내 말을 들은 조디악의 표정이 미미하게 굳었다.

    그렇다.

    불똥정령은 단순한 몬스터가 아니라 반쯤은 NPC인 존재, 그런 존재를 죽였으니 당연히 패널티가 부과되는 것이 마땅하다.

    불똥정령을 죽이거나 해친 존재에게는 ‘아카식 레코드의 블랙리스트’라는 보이지 않는 너프가 가해지는데 이는 해당 존재의 ‘공간 장악력’을 극단적으로 낮추는 것이다.

    즉, 불똥정령을 해친 조디악은 현 세계관에 악영향을 끼치는 존재로 판단되어 이 세계, 지금 발 딛고 있는 공간을 점유할 자격을 잃게 된다.

    ……조금 더 쉽게 말하자면 공간을 점유하는 우선순위에서 무조건 차순위로 밀려나게 된다는 말씀!

    “예를 들면 옛날 ‘바람의 X라’나 ‘카트라X더’ 같은 게임에서 두 캐릭터가 동시에 한 공간에 끼이게 되면 한 쪽이 무조건 튕기게 되는 현상 같은 것이지.”

    원래라면 소환수를 소환할 때에는 항상 아무것도 없는 빈 좌표가 필요하다.

    무언가가 먼저 공간을 점유하고 있으면 그곳에는 소환을 할 수 없는 것이다.

    하지만 조디악과 그 일당들은 불똥정령을 해친 패널티로 인해 공간 장악 우선순위가 무조건 차순위이다.

    심지어 아직 그 공간에 소환되지 않은 소환수에게도 밀리는 순위!

    그렇기에 조디악이 현재 차지하고 있는 공간 좌표에 소환수를 소환하게 되면 조디악은 해당 소환수에게 그 공간을 빼앗긴 채 뒤로 튕겨나가게 되는 것이다.

    ‘물론 이런 너프를 피해 가는 방법도 있지.’

    고인물들은 물론 이 상황을 탈출하는 방법 또한 찾아낸 바 있다.

    게임 캡슐에는 여러 가지 옵션이 있는데 가장 대표적인 것이 싱크로율이다.

    게임 캐릭터가 느끼는 고통을 육체가 어느 정도로 현실에 가깝게 느낄 것인지를 1부터 100까지로 표현하는 것.

    하지만 그 외에도 여러 가지 다른 옵션들이 있는데 그 중 하나로는 ‘주사율(scan rate)’을 들 수 있다.

    초당 보여 주는 정지 이미지의 수를 뜻하며 일반적으로 15fps 이상의 주사율이라면 사람의 눈은 큰 이질감을 느끼지 않는다.

    ‘이는 또 순차 주사(progressive scan)와 비월 주사(interlaced scan)의 두 가지로 나뉘지만…… 지금 그게 중요한 건 아니고.’

    이 주사율을 대폭 낮추게 되면 특이하게도 물리엔진 버그가 일어나 상대방을 튕겨내고 해당 공간을 선점유할 수 있게 된다.

    모든 게임의 일반적인 상황에서는 주사율이 높을수록 좋지만 불똥정령을 죽임으로서 ‘아카식 레코드의 블랙리스트’에 오르게 되면 서버와 클라이언트 간 초당 일정한 양의 패킷을 주고받던 상황에 문제가 생기게 되고 충돌 판정도 더 많이 받게 되기 때문에 오히려 캡슐 내의 주사율을 낮추는 방식으로 이를 해결 가능한 것이다.

    훗날 이 물리엔진 오류는 한 유능한 게임 개발자 문X준에 의해 고쳐지게 되지만…… 그것은 아직 먼 미래의 이야기.

    지금의 조디악 패거리는 죽었다 깨어나도 알 수 없는 것이다.

    나는 조디악을 향해 말했다.

    “이 튕김 현상을 일명 ‘갓겜’ 현상이라고 부르지.”

    갓겜은 보통 ‘갓’과 ‘게임’의 합성어로 ‘신이 만든 것처럼 완벽한 게임’을 칭송하는 표현이지만…… 이 경우에는 물론 물리엔진 오류로 인한 버그 현상을 비꼬는 표현이다.

    일반적인 상황에서는 별로 겪을 일이 없는 버그지만 프로들 간의 경기나 공성전 등에서 악용된다면 큰일이 날지도 모른다.

    그래서 나는 이 물리엔진 오류를 하루빨리 GM에 제보해서 없앨 생각이었다.

    ‘물론 한번 알차게 써먹고 난 이후에 말이야.’

    나는 조디악을 향해 음산한 미소로 속삭였다.

    “……자, 그럼 우리 같이 ‘갓겜’ 해 볼까?”

    ‘갓겜’이 ‘갓겜’할 시간이다.

    “쥬딜로페, 다음엔 이렇게 저렇게…….”

    내가 쥬딜로페에게 다음 좌표를 속삭이자 조디악은 재빨리 뒤로 돌았다.

    “지금이야, 모두 공……!”

    ‘격해!’ 라는 말이 뒤에 이어져야 하지만, 조디악은 말을 끝맺지 못했다.

    “……겨헉!?”

    피 몇 방울과 조디악의 앞니가 허공을 난다.

    방철우의 팔꿈치가 조디악의 안면을 가격한 것이다!

    뒤로 나가떨어진 조디악은 살기등등한 눈으로 방철우를 노려보았다.

    “……이 새끼!? 배신이냐!”

    “NO!”

    방철우는 매우 억울한 표정으로 손을 내저었다.

    실수라고 온 몸으로 외치는 중이다.

    ‘실수 아닌 것 같은데?’

    실수라고 하기에는 너무 정확히 들어온 공격이다.

    평소 구박하고 무시한 것에 대한 앙갚음일까?

    조디악이 망설일 찰나, 귓가가 쨍 하고 울린다.

    “크헉!”

    조디악은 형편없이 나가떨어졌다. 오른쪽 청력에 잠시 이상이 생긴 것은 물론이다.

    놈은 흐려지는 시야를 애써 다잡으며 자신을 공격한 사람을 파악했다.

    ……이번에는 방철해였다.

    놈의 무릎이 조디악의 안면을 가격한 것이다!

    ‘이것들이 돌았나!?’

    조디악은 눈을 재빨리 굴렸다.

    그러자 오크 전사들의 거대한 덩치 때문에 보이지 않았던 것들이 드러난다.

    바로 풍뎅이들이었다.

    ‘근데 왜 내 뒤에…… 아차!’

    조디악의 얼굴은 경악으로 물들었다.

    풍뎅이가 뒤에 있는 이유는 간단하다.

    방철우와 방철해의 뒤, 정확히는 반쯤 걸친 후면에서 소환되었기 때문!

    퍽! 퍼억! 펑!

    소환으로 인한 넉백은 지금도 계속된다.

    그리고 그럴 때마다 조디악은 튕겨나오는 방씨 형제의 등과 팔, 다리에 두들겨 맞고 있었다.

    “연속해서 0.5초 간격으로 50cm씩 위로 한 층씩 역병파리 소환. 목표는 블랙홀 킥아웃, 알아들었지?”

    딱! 1 Hit! 따닥! 2 Hit!

    “다음 임무 표적은 김정은, 좌측 발목 하단과 오른쪽 손목을 노려서 리바운드. 관절마다 풍뎅이를 안겨 줘라.”

    딱! 3 Hit! 따닥! 4 Hit!

    “다음은 마엘스트롬 라이트다. 소용돌이 제거 후 놈들이 대혼란 상태에 빠지면 웜홀을 노리자고. 우선 눈이랑 코 구멍 부근에 파리 두 마리씩 소환하고 하이퍼스페이스 슈트, 즉 놈들의 배때지를 풍뎅이로 맞혀라.”

    딱! 5 Hit! 따닥! 6 Hit! 7 Hit! 8 Hit! 9 Hit! …14 Hit! …21 Hit! …36 Hit! …58 Hit! … 71 Hit! …85 Hit! …96 Hit! …100 Hit!

    그제야 이리저리 튕겨나가는 조디악의 두 눈에 공포가 어린다.

    그렇다.

    나는 지금 파리와 풍뎅이들을 조종해 3D 핀볼(3D Pin ball) 게임을 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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