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닳고닳은 뉴비-605화 (605/1,000)
  • 605화 휴식 (1)

    -띠링!

    [로그아웃 하셨습니다.]

    [다음에 또 와 주세요.]

    .

    .

    “이야, 조회수 미쳤네.”

    나는 지금 차 운전대를 잡은 채 유튜뷰를 보고 있었다.

    일전에 내가 고인물 계정으로 올린 ‘죽음룡 오즈 레이드’ 동영상의 조회수는 그야말로 ‘미쳐 날뛰고’ 있는 수준이다.

    동영상을 업로드한 지 반나절 만에 1억 뷰를 돌파했고 세 달 정도가 흐른 지금은 이미 20억 8천만 뷰를 기록했다.

    그리고 앞으로도 더욱 더 쭉쭉 뻗어나갈 것이다.

    ……하지만 이 엄청난 기록조차도 유튜뷰의 신기록을 새로 쓰지는 못했다.

    ‘죽음룡 오즈 레이드’ 동영상을 앞지르고 역대 최단 기간 1억 뷰를 달성한 신화의 주인공은 마동왕이 업로드한 ‘탐욕의 악마성좌 마몬 레이드’ 동영상!

    업로드 된 시점으로부터 세 달이 지난 지금 21억 3천만 뷰를 기록하고 있는 동영상이었다.

    “뭐, 둘 다 나니까 상관없지만.”

    나는 오즈 레이드 동영상에 달린 댓글들을 쭉 훑어보았다.

    -저건 도저히 이 세상의 플레이가 아닌데ㄷㄷㄷ 저세상 게이머...

    -이래서 팬티만 입은 사람들은 조심해야 돼;;;

    -석유: 선생님, 진도가 너무 빨라요!

    -이걸 보고 구독을 안 누를 수가 없었다ㅋㅋㅋㅋ

    -와.... 이게 뭐냐.. 게임 플레이 자체가 정말 정상인이 아니다.....

    -지금 여러분은 피에 취해 광기에 빠져버린 고대사냥꾼을 보고 계십니다.

    -겜 해본 적도 없고 알지도 못하는데 영상 끝까지 다 봐버림 ㅋㅋㅋㅋㅋㅋㅋㅋ 개꿀잼

    -잘 몰라서 그러는데 저 죽음룡 오즈라는게 잡몹인가요? 걍 즐겁게 때려잡네요^^

    -경찰 좀 불러줘요 이분 도핑테스트 해봐야할 듯....

    -진짜 뭔가 이 형은 타이밍 설계 개잘해서 원래 잘하는것보다 더 잘해보임 고인물은 인정하자

    -미친 자;;;; 나를 미치게 하는 자;;;;;

    -보고도 안 믿긴다.. 개발자는 보면 얼마나 빡칠까...최소 개발자 희롱수준

    -와 모르는 사람이 봐도 개토나온다 ㅋㅋㅋㅋㅋ

    -소리벗고 팬티질러!!!!!!

    -변태 같네요 그런 기념으로 구독 추천 하고 갑니다 더 변태 같은 모습 더 보여줘요^^♥

    -이번 영상은 진짜 소름 그 자체다ㄷㄷㄷ추워서 이불덮었다

    -형...회피 할 때마다 설명 안 해도 돼.....어차피 그거 형 말곤 아무도 못해...

    .

    .

    다양한 언어로 쓰인 수많은 댓글들.

    수많은 사람들이 나의 플레이를 보고 놀라워한다.

    “만약 오즈 녀석이 이 댓글을 본다면 재밌겠네.”

    나는 내 어깨 위의 펫 신세인 오즈를 떠올리며 작게 웃었다.

    오즈가 자기를 사냥한 영상에 달린 찬양 댓글들을 보고 길길이 날뛰는 것이 절로 상상된다.

    한편으로는 여기에 댓글을 단 시청자들이 내가 얼마 전 창해룡 버뮤다까지 잡아 버렸다는 사실을 알면 또 어떤 반응을 보일지 궁금하기도 했다.

    “……뭐, 조만간 모두가 알게 되겠지.”

    나는 창해룡 버뮤다 레이드 영상이 담긴 USB를 한번 손안에서 굴린 뒤 다시 착 잡아챘다.

    드르륵…

    그리고는 조수석 서랍을 열고 USB를 던져 넣었다.

    나중에 때가 되면 풀 것이다. 적당히 때가 무르익으면.

    “아오, 그나저나. 이거 서랍 왜 이렇게 좁아?”

    차 조수석의 좁아터진 서랍을 바라보며 눈살을 찌푸릴 수밖에 없었다.

    뭘 좀 넣으려고 하면 좁아터져서 넣기가 힘들다.

    지금 내가 타고 있는 자동차는 스포츠카 중에서도 몸값이 높기로 소문난 람보르기니기 패러독스 시리즈 3021모델.

    일명 ‘달려 다니는 중소기업’.

    배기량 6,500cc, 12기통, 750마력, 제로백 2.8초, 차량 가격만 해서 40억의 괴물로 전 세계에 딱 3대가 있으며 국내에는 이것 단 한 대밖에 없는 것으로도 꽤 이름 높다.

    뭐, 원래 내 성격이라면 절대로 부리지 않을 사치지만…… 한국 제일의 게임 방송 스트리머로서 보여지는 것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는 주위의 의견에 따른 감도 있다.

    그래서 창해룡 버뮤다를 만나기 전, 난파선에서 잔뜩 긁어모은 보물들을 처분한 돈의 일부를 떼어내서 산 것이다.

    “근데 슈퍼카치고는 불편한 게 너무 많은데?”

    나는 인상을 찌푸리고 주변 곳곳을 둘러보았다.

    아까부터 운전대를 잡고는 있지만 출발을 못하는 이유가 바로 예열 때문이다.

    이 차는 시동을 걸고 최소 5분 정도 예열을 해 주지 않으면 잔고장이 엄청 많은 녀석이었다.

    거기에 차체가 낮아서 내릴 때 허리를 많이 굽혀야 하고 백미러를 들여다봐도 뒤가 전혀 보이지 않는다.

    앞에서 오는 차가 상향등이라도 켜면 나는 바로 눈이 멀어 버릴지도 모른다.

    또 문도 직접 수동으로 위로 들어 올려서 열어야 한다는 것도 짜증난다.

    거기에 운전석을 거의 뒤덮다시피 하고 있는 이 수많은 버튼들의 사용법도 외우려면 너무 복잡한 것이었다.

    “거기에 주차장에서 주차 거부당하기 일쑤에 어쩌다 주차를 한다고 해도 주차비가 세 배나 되고. 발렛파킹도 안 해 주고. 거기에 차체가 낮아서 과속방지턱에 바닥 다 긁히고…….”

    나는 투덜거리며 엑셀을 밟았다.

    마침 또 퇴근시간이라 그런가 도로가 꽉꽉 막혀 그 자랑스러운 제로백 2.8초 기능은 사용할 데도 없겠다.

    이윽고, 나는 도로를 빠져나온 뒤 오늘의 목적지인 카페로 향했다.

    카페의 한쪽 벽은 통유리로 되어 있었고 그 앞에는 꽤나 널찍한 공터가 자리하고 있었다.

    “오? 주변에 차가 없네. 럭키다제~”

    나는 차를 몰아 카페의 통유리벽 앞에 주차를 시도했다.

    하지만.

    <카페의 조망권을 위해 통유리벽 앞에 주차하시는 행위는 삼가주세요^^>

    카페 유리벽 앞에는 주차금지 팻말이 붙어 있었다.

    나는 별 수 없이 핸들을 돌려 공터를 빠져나가려 했다.

    그때.

    “자, 자, 사장님. 차 그쪽으로 그냥 대시면 됩니다~”

    갑자기 카페 뒷문에서 웬 갈색 앞치마를 입은 아저씨가 튀어나오더니 나를 향해 손짓한다.

    나는 유리창을 내리고 고개를 갸웃했다.

    “……네? 여기 주차금지 구역 아닌가요?”

    “괜찮아요, 대셔도 돼요.”

    “엥? 아닌데. 여기 카페 조망권 때문에 딴 데 대야 할 텐데요?”

    “아아, 괜찮아요~ 그냥 대시면 됩니다~”

    “아저씨는 누구신데 그러세요?”

    “이 카페 사장이요.”

    ……?

    뭘까.

    나는 잠시 고민한 끝에 다시 핸들을 잡았다.

    주차할 공간도 딱히 없고, 또 카페 사장이 괜찮다는 데 뭐.

    나는 카페 통유리벽 앞에 바로 차를 대 놓았다.

    ‘근데 이렇게 하면 카페 경관을 다 가릴 텐데. 괜찮나?’

    사장이 무슨 생각으로 주차를 허용한 건지 모르겠다.

    내가 고개를 갸웃하며 카페 안으로 들어가는 순간, 나는 왜 사장이 주차를 허락했는지 알 수 있었다.

    “와, 대박! 무슨 차냐 저게?”

    “미쳤다! 람보르기니기 패러독스야!”

    “저 차 국내에 저거 한 대뿐이래! 전 세계에는 딱 세 대뿐이고!”

    카페 안에 있던 사람들이 우르르 유리벽에 붙어 사진을 찍고 있었기 때문이다.

    “저 정도 슈퍼카면 그 자체로 좋은 풍경이죠.”

    카페 사장이 나를 향해 엄지를 척 세워 보인 뒤 주방으로 들어간다.

    나는 피식 웃으며 카페 안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회귀 전에 썰로나 들었던 슈퍼카 오너의 경험담을 직접 겪어 보게 될 줄이야.

    그때. 내 귀에 익숙한 음악이 들어왔다.

    [사라지는 경계, 너는 지금을 보고 있어? 이제는 벽을 부술 때! With the collapse of the Berlin wall, all that changed! Log In In In In In In! 내 손을 잡아!]

    카페 안에 울려 퍼지고 있는 노래.

    요즘 어딜 가도 들려오고 있는 최신 유행곡이다.

    [현실로 끓어넘치는 Melting pot, 너는 지금을 기억해? With the collapse of the 38th parallel north line, all that changed! Log Out Out Out Out Out Out! 내 손을 잡아!]

    “아, 걸그룹…… ‘힘민체(SDC)’였던가? 노래 제목이…… ‘깨어나’였던가?”

    윤솔과 아키사다 아야카가 소속되어 있는 걸그룹.

    아시아 각국의 대표 여자 게이머들과 그 캐릭터들을 연예인처럼 데뷔시켜 조직한 아이돌 그룹이다.

    [영원한 세계는 없다고? 지금 무엇을 남길 것인지 선택해! With the collapse of the The thin red line, all that changed! Log In In In In In In! 내 손을 잡아!]

    “재미있는 컨셉이네. 레드문의 김한선 이사 작품이랬지 아마?”

    나는 메인 보컬이자 센터를 맡고 있던 얼굴을 떠올리며 피식 웃었다.

    이번 아시아 챔피언스 리그와 그 시상식에서까지 역대급으로 빛났던 스타 플레이어 윤솔.

    그녀는 앞으로 더욱 더 유명세를 타게 될 것이다.

    내가 키웠다고 할 수 있는 게이머가 다방면으로 명성을 떨치게 되니 묘한 뿌듯함과 흐뭇함이 밀려온다.

    [잘 만큼 자지 않았어? 소중한 지금을 누워서 보낼 거야? 일어나 뛰자! With the collapse of the Interstellar, all that changed! Log Out Out Out Out Out Out! 내 손을 잡아!]

    그런데, 노래를 듣다 보니 묘한 궁금증이 든다.

    “근데 이 노래는 누가 만들었지?”

    ‘깨어나’는 내가 회귀하기 전에도 들어본 적 없는 메가 히트곡이다.

    그때 김한선 이사가 말하기로는 이 노래를 작사, 작곡한 사람도 내가 아는 사람이라고 했었는데…….

    “마교 회원 중 하나가 만들었다고 했었나. 그런데 왜 나한테 비밀로 해 달라고 한 거지?”

    나중에 서프라이즈를 하려고 그러는 것일까? 곰곰이 생각해 봐도 알 수 없는 일이다.

    그때.

    내 상념을 중단시키는 존재가 나타났다.

    …드르륵!

    카페 가장 안쪽의 구석진 곳, 룸의 문을 열고 들어서는 여자.

    그녀가 들어오자 특유의 싸한 박하향이 난다.

    나는 나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냄새 나네.”

    동시에, 문을 열고 들어온 여자의 표정이 확 일그러진다.

    “뭐요?”

    그녀는 바로 뎀 코리아의 직원.

    일 잘하기로 소문난 처리 2반의 반장 남세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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