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닳고닳은 뉴비-583화 (583/1,000)
  • 583화 아시아 정복 (8)

    -검색어 순위-

    <전체 연령대>

    1. 윤솔. (NEW)

    2. 윤솔 힐러. (NEW)

    3. 윤솔 힘. (NEW)

    4. 윤솔 정체. (NEW)

    5. 아시아 챔피언스 빅리그. (↓4)

    6. 아시아 챔피언스 빅리그 결승전.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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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 며칠간 검색어 순위가 제일 높던 ‘아시아 챔피언스 빅리그’ 키워드가 밑으로 네 계단이나 추락했다.

    새롭게 최상위권을 차지한 검색어는 모두 같은 현상을 가리키고 있었다.

    윤솔, 그리고 그녀가 실시간으로 이룩해 가고 있는 트리플 킬의 신화!

    각종 게임 커뮤니티의 댓글 반응 역시 뜨겁다.

    -와! 윤솔 선수의 밥상...아니 빙판 뒤집기 진짜 핵간지!!!!

    -클립 따서 10번째 돌려보는중ㄷㄷㄷ

    -와, 빙판 째로? 올림픽에 이제 인상 용상 다음으로 빙상 추가해야겠다;;; 오지는데 이건

    -이게 그 출발드림팀인가 먼가 하는거냐?

    -빙상여제 클라스ㄷㄷㄷ

    -이게 그 동계올림픽인가 뭔가 하는 그거 맞죠?

    -윤솔 누나! 너무 멋있어요! 강하면 누구든 누나야!

    -마동왕 그냥 나오지마라! 안나와도 되니까 윤솔로 쭉 밀고가즈아아아아앗!!!

    -그 와중에 얼음가루들 너머로 보이는 울 윤솔님 미모 무엇? 미쵸따리~~

    -아진짜 울 윤솔언니><ㅋㅋ너무 귀여워요ㅠㅠ....

    -라스푸틴 죽일 때 립 뭐바르셨어요?? 입술 너무 예뻐요♥♥

    -역시 탑 뷰튜버~~^^

    -언니 그다음은 탱커 예뿌게 패죽이는 방법 해쥬세요 ㅠㅠㅠㅠㅠ 탱커 사냥을 근 10년째 하는데 어느날은 HP가 잘 빠져서 넘나 기분 좋고 어떤날은 완전 망쳐서 역공당해서 빡치공...ㅎ

    .

    .

    모든 시청자들이 성원하고 있는 아래, 필드로 트로츠키가 강제 소환되었다.

    “……젠장.”

    생각지도 못하게 맞은 위기에 표정이 안 좋은 트로츠키다.

    하기야 한국 측에서 위협이 될 만한 적은 마동왕 하나 정도로 알고 있었을 테니 그럴 만도 하다.

    츠츠츠츠츠츠츠츠츠……

    이윽고, 필드로 나온 트로츠키는 ‘피 주머니’ 특성을 발동해 죽은 라스푸틴의 체력을 흡수했다.

    …쭈우우우욱!

    라스푸틴은 힐러였던 동시에 성기사였던 모양인지 체력이 상당했다.

    트로츠키의 HP가 거의 두 배에 가깝게 상승한 것을 보면 알 수 있었다.

    [아아, 경기 초반에 말했던 라스푸틴 선수의 비밀이 바로 이것이었습니다!]

    [왜 랭킹에 등록하지 않은 채 신비주의 컨셉을 밀었는지 알 것 같네요!]

    [힐러가 아니라 상당한 양의 체력을 숨기고 있던 성기사 메타였던 것 같습니다!]

    [아마 이 점을 이용해서 트로츠키 선수와 번갈아 태그하여 마동왕 선수를 압박할 계획이었던 것 같군요! 물론 리타이어 된 지금은 소용없게 된 계획이지만요!]

    캐스터들이 현 상황을 철저하게 분석하고 있었다.

    하지만 라스푸틴이 허무하게 당했다고 해도 그의 유지는 트로츠키가 이어서 현 필드를 장악하고 있다.

    “그래! 네가 힘만 세지 방어력이나 체력까지 좋을 리가 없다!”

    트로츠키는 이를 악물고 앞으로 내달렸다.

    속도가 느리지만 적어도 윤솔보다는 빨랐다.

    퍼퍼퍼퍼퍼퍼펑!

    트로츠키은 온 힘을 다해 윤솔에게 주먹을 날렸다.

    그의 판단은 나름대로 정확한 것이었다.

    윤솔은 공격력은 셌지만 방어력이나 체력이 대단한 것이 아니었기에 트로츠키의 맹렬한 공격이 퍼부어지면 퍼부어질수록 천천히 가드 너머로 HP가 깎여나가고 있었다.

    [아아, 윤솔 선수! 트로츠키 선수의 빠른 맹공에 기세를 빼앗겼습니다!]

    [안 돼요! 이러면 안 돼요! 빠져 나와야 합니다! 윤솔 선수!]

    [트로츠키 선수의 콤보 연계기에 한번 잡히면 살아남기 힘들어요!]

    [이런! 윤솔 선수의 HP가 빠른 속도로 빠지고 있습니다! 아~ 이러면 경기 어렵습니다!]

    캐스터들은 트로츠키의 주먹에 속수무책으로 얻어맞고 있는 윤솔을 보며 안타깝다는 듯 외친다.

    하지만.

    네 명의 캐스터들을 비롯하여 모든 관중이 놓치고 있는 것이 있었다.

    너무도 당연한 사실.

    하지만 모두가 잠시 잊고 있었던 사실.

    윤솔은 힐러다.

    …뾰로롱!

    윤솔이 잠시 뒤로 물러나 자신의 몸에 힐을 걸자 떨어졌던 HP게이지가 다시 꽉 차버렸다.

    그러자 관중석에서 엄청난 데시벨의 환호성이 폭발했다.

    [아-아아아아! 맞습니다! 폭발적인 데미지 때문에 잠시 잊고 있었습니다! 윤솔 선수는 힐러예요-오!]

    [아 그렇죠 윤솔 선수 포지션이 애초에 힐러입니다! 아까 보여줬던 빙판 뒤집기 때문에 까맣게 잊어버렸지 뭡니까!]

    [맞아요! 맞습니다! HP가 떨어지면 자힐 하면 돼요! 스스로 힐 걸어주면 되는 겁니다!]

    [윤솔 선수의 신성력 게이지는 꽉 차 있어요! 저게 다 HP로 환산되면 얼마냐구요!?]

    나는 캐스터들의 환호를 들으며 피식 웃었다.

    심지어, 윤솔의 어마어마한 신성력은 최근 들어 더욱 더 강대해졌다.

    얼마 전 사냥했던 그린헬의 보스 몬스터 ‘쟈쿰’ 덕분이다.

    -<윤솔>

    LV: 81

    호칭: 저주받은 고목 쟈쿰 벌목자(특전: 고대 신앙)

    이 ‘고대 신앙’이라는 특성은 성직자 계열에게만 의미가 있는 것으로 신성력이 약 1.5배 정도 강대해지는 패시브 스킬이다.

    말하자면 힐러들의 필수 꿀 특성이라고 할 수 있겠다.

    퍽!

    뾰로롱!

    …퍽!

    뾰로롱!

    …퍼억!

    뾰로롱!

    ……퍼어억!

    뾰로롱!

    ……퍼어어억!

    뾰로롱!

    트로츠키가 아무리 주먹을 날려도 윤솔은 그것을 막아내는 동시에 가드를 넘어온 약간의 데미지마저 곧바로 회복해 버린다.

    결국 트로츠키의 입에서 이 말이 나오고야 말았다.

    “이… 악마!”

    아시아 랭킹 넘버원의 신화 트로츠키가 때리다 지쳐 겁에 질릴 정도로 윤솔의 메타는 무지막지하다.

    캐스터들은 신이 나 마이크에 대고 연신 떠들기 바빴다.

    [트로츠키 선수는 러시아 공식 통합랭킹 1위, 아시아 공식 통합랭킹 1위, 전 세계 공식 통합랭킹 4위에 빛나는 월드클래스 급 선수란 말입니다!]

    [한데 그런 수준의 선수가 쩔쩔매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윤솔 선수가 강하다는 뜻이겠죠!]

    [아아! 영국의 ‘튜더’, 미국의 ‘비앙카’에 이은 러시아의 ‘트로츠키’가 이런 모습을 보일 줄 누가 알았겠습니까!]

    한편, 필드에 나와 있는 트로츠키 본인은 실로 참담한 표정이었다.

    얼굴을 가로지르는 굵은 흉터자국이 뱀처럼 꿈틀거린다.

    무언가에 압도당한 인간만이 지을 수 있는 복잡 미묘한 표정.

    울분과 답답함, 증오, 부담감, 그리고 막연한 공포감이 그의 푸른 두 눈 속에서 기이한 빛을 내뿜고 있었다.

    “……나는.”

    트로츠키는 갈라지고 터진 입술을 달싹이며 말했다.

    “나는 지금껏 일대 일 승부에서는 져본 역사가 없다!”

    트로츠키의 두 눈에서 빛이 뿜어져 나왔다.

    순간, 그의 몸이 갑자기 부풀기 시작했다.

    …뿌드득! 뿌드드득!

    가죽이 터지고 뼈가 자라나고 근육이 부푸는 소리.

    그것을 본 캐스터들이 저마다 억 소리를 내며 마이크를 붙잡는다.

    [서, 설마! 설마아아아!]

    [아아아아! 트로츠키 선수! 진화하고 있습니다!]

    [상위종으로의 진화! 마태강 선수가 보여줬던 신화가 트로츠키 선수의 손에서 똑같이 재현됩니다!]

    [이렇게 해서 승부는 또다시 알 수 없는 국면을 향해 치닫고 있습니다아아아아아-!]

    트로츠키는 일전에 마태강이 보여줬던 대로 오우거로 변화하고 있었다.

    공교롭게도 딱 이 타이밍에 경험치가 쌓여 레벨업한 모양.

    “나는! 나는 지지 않는다! 불패의 트로츠키란 말이다아아아!”

    오우거로 변화한 트로츠키는 고개를 들어 윤솔을 바라보았다.

    굵은 뼈, 강력한 근육, 엄청난 거구의 육체!

    오크였던 시절의 피지컬과는 감히 비교조차 하기 힘든 월등한 스탯이 그의 몸을 받쳐주고 있었다.

    그러나.

    “뭐? 한 번도 진 적이 없어?”

    진영에 앉아 팔짱을 끼고 있던 나는 그 말에 웃을 수밖에 없었다.

    나는 필드 중앙에 있는 트로츠키를 향해 말했다.

    “그렇다면 너는 자기보다 강한 상대를 피해 도망치기만 해왔던 겁쟁이, 아니면 지금껏 격에 맞는 싸움을 한 번도 치러본 적 없는 불운한 게이머일 뿐이지.”

    사람은 패배의 맛도 알아야 더 성장하는 법이다.

    그리고 그런 나의 말을 행동으로 대변하는 이가 바로 윤솔이었다.

    트로츠키가 오우거로 변해 달려오는 것을 본 즉시, 그녀는 최후의 프로젝트를 가동했다.

    -<신성모독자의 날개> / 망토 / A+(S) / 강화: +10

    더 이상 참지 않을 것이라 다짐한 순간, 그 천사의 내면 절반에 큰 변화가 일어났다.

    -특성 ‘신성모독자’ 사용 가능

    내가 대회 직전 경매장을 뒤지고 드워프에게 강화를 맡겨 겨우 완성시킨 아이템 하나.

    ‘신성모독자’ : 일시적으로 자신의 신성력과 공격력을 1:1로 치환합니다.

    아주 심플한 특성을 가진 아이템이다.

    숨을 참고 있을 시간 동안 자신의 신성력을 그대로 물리공격력으로 치환하는 스킬!

    윤솔이 이 특성을 발현하는 순간.

    휘오오오오오-

    붉은 바람이 불어 주변의 눈과 얼음 부스러기들을 모두 쓸어간다.

    “……!?”

    트로츠키가 눈앞에 있는 윤솔이 붉은 폭풍을 일으키는 것에 심상치 않음을 느끼고 멈추려는 찰나.

    …콰쾅!

    그보다 먼저 윤솔이 트로츠키와의 거리를 좁혀온다.

    시뻘건 아우라에 휘감겨 타오르는 윤솔의 거대한 손아귀.

    화아아악!

    막대한 신성력이 장작이 되어 불타오른다.

    그것은 그대로 물리 공격력으로 치환되어 악귀의 손에 깃들어 있다.

    바로 윤솔이 컨트롤하는 하린마루의 손에 말이다!

    원래 윤솔이 가지고 있던 공격력 13,344.

    그것이 마몬을 잡고 얻은 호칭 특전 덕에 26,688으로 상승.

    그리고 천사와 오크의 상극 특성 덕에 53,376으로 상승.

    ‘만근추’ 특성에 의해 80,064로 상승.

    ‘압궤’ 특성에 의해 160,128로 상승.

    ‘팔씨름’ 특성에 의해 320,256로 상승.

    …거기에 신성모독자 특성으로 인해 가지고 있던 신성력이 공격력으로 변하며 약 5만 가량의 추가 데미지가 들어왔다.

    심지어 자쿰을 잡고 얻은 ‘고대 신앙’ 특전으로 인하여 약 25,000의 공격력이 추가로 붙는다.

    총 400,000!

    사십만이나 되는 물리 공격력이 깃든 윤솔의 주먹이 정면을 향해 쏘아져 나간다.

    이 결정력 수치는 마몬의 힘을 100% 발휘한 마동왕 모드로도 내기 힘든, 말 그대로 넘사벽의 영역!

    “…가차 없네. 솔이.”

    나는 필드를 통째로 휘어잡고 있는 윤솔의 장악력을 보며 속으로 식은땀을 흘렸다.

    만약 나라면 저 일격을 받아낼 수 있을까?

    ……솔직히 장담은 못하겠다.

    그리고 내가 이 정도인데 트로츠키는 두말할 것도 없었다.

    “으-아아아아아!”

    트로츠키는 자신이 낼 수 있는 모든 힘을 쥐어짜 윤솔의 주먹에 도전한다.

    용기 자체는 가상하지만, 어줍잖은 산사태가 아니라 태산 그 자체가 무너져 내리는 듯한 이 초자연재해 앞에서는 모든 것들이 그저 아득히 작아질 뿐.

    결과는 예측한 대로 필멸(必滅)이었다.

    …휘이이이잉!

    트로츠키는 애초에 윤솔의 주먹에 닿기도 전, 사전에 발생한 충격파 선에서 온몸의 살이 찢기고 뼈가 부러졌으며 주먹에 닿는 순간에는 이미 육체와 정신을 잇는 끈이 끊어져 있었다.

    눈앞에서. 천천히. 부유하는. 바람과. 핏방울. 그리고 살점.

    콰-콰콰콰콰콰콰콰쾅!

    윤솔의 주먹은 대기에 구멍을 뚫은 것도 모자라 주변을 모두 소닉붐으로 쓸어버렸다.

    이미 분자 단위로 분해된 트로츠키의 시체 따위는 문제가 아니다.

    섬을 이루고 있던 모래들이 전부 날아가 사라져 버렸고 쓰나미가 몰아쳐 섬 전체가 사라져 버렸다는 것이 문제다.

    경기장, 필드가 아예 사라져 버렸다.

    …철썩!

    모든 것이 다 부서지고 날아가 버린 세상에 남은 것이라고는 오로지 물 밑으로 잠겨 버린 섬과 찰랑이는 바닷물뿐.

    마치 운석이라도 떨어진 듯한 광경이다.

    […….]

    그 누가 이 압도적인 광경 앞에 할 말이 있을 것인가.

    캐스터들도 관중들도 모두 두 눈과 입을 크게 벌린 채 침묵할 뿐이다.

    아시아 챔피언스 빅리그의 최종 우승국이 정해지는 순간은 이토록 조용하게 모두에게 다가왔다.

    그 승부에 종지부를 찍은 영웅은 모두가 무임승차라며 힐난하던 ‘꽃병풍’ 힐러!

    바로 윤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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