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닳고닳은 뉴비-559화 (559/1,000)
  • 559화 폭탄선언 (1)

    “이, 이게 뭐야?”

    차규엽은 핸드폰 속 차트에 머리를 들이밀었다.

    어찌나 눈을 크게 떴던지 안구가 안와에서 빠져나와 바닥에 구를 지경이다.

    회의실 구석에 서 있던 비서가 빔 프로젝터에 재빨리 현 검색어 1위를 재생해 보였다.

    -띠링!

    이윽고, 자동 링크를 타고 유튜뷰 화면이 뜨더니 익숙한 얼굴이 회의장 벽면을 가득 채웠다.

    흰 가면. 바로 마동왕이었다.

    [안녕하세요, 여러분들. 오늘은 고정 S+몬스터 레이드 영상을 업로드 해 볼까 합니다.]

    마동왕은 스크린에 대고 담담하게 이야기한다.

    이윽고, 동영상 화면이 게임 속으로 바뀌었다.

    ‘황금향(黃金鄕)’

    금화를 기본으로 곳곳에 산이 쌓였고 금괴와 보검(寶劍), 값비싼 골동품과 눈을 멀게 만들 정도로 찬란하고 영롱한 보석들이 그 사이를 이어 산맥을 만든다.

    부동산 권리를 증명하는 수많은 문서와 서류, 놀라울 정도의 가치를 지닌 미술품과 마찬가지로 극도로 값비싼 술이 담긴 병들이 곳곳에 파묻혀 있는 것도 보인다.

    수없이 많은 황금 술잔과 검, 목걸이, 왕관, 각종 보석으로 치장된 반지, 브로치 등이 도처에 쓰레기처럼 그득그득 널려 있다.

    그 부(富)가 어디에 닿아 있는지 미처 가늠조차 되지 않을 정도로 압도적인 모양새!

    그리고 맵의 한 가운데 우뚝 서 있는 거대한 존재가 있었다.

    <마몬> -등급: S+ / 특성: ?

    -서식지: ?

    -크기: ?

    -이 세상의 모든 악마를 다스리는 일곱 성좌 중 하나.

    지하광물과 탐욕을 지배하는 위대한 마왕.

    “신과 재물. 두 주인을 겸하여 섬길 수는 없나니!”

    -마몬- <신약, ‘산상보훈(山上寶訓)’ 中>

    그런 마몬과 맞서는 이는 한국의 자존심, 부동의 프로랭킹 1위 마동왕이다.

    이윽고 마동왕과 마몬의 대결이 시작되었다.

    마동왕의 캐릭터와 상태창은 대부분이 모자이크 처리가 되어 있었지만 마몬은 꽤나 적나라하게 찍혔다.

    마몬의 거대한 망치가 황금의 산을 와르르 무너트리는 광경이 동영상 너머로도 전율을 퍼트린다.

    그 누구도 감히 범접할 수 없는 황금왕의 위용!

    하지만 동영상은 중간에 끊기고 화면은 다시 마동왕의 얼굴로 바뀌었다.

    [네. 저는 결국 마몬을 잡는 것에는 실패했습니다만은… 놈이 어디에 있는지, 어떻게 하면 만날 수 있는지, 약점이 무엇인지는 전부 파악할 수 있었습니다. 다음에는 반드시 놈을 거꾸러트리는 영상으로 찾아오겠습니다.]

    당연히 조회수는 미친 듯이 폭등한다.

    고정 S+몬스터, 뎀 세계관의 신으로 군림하는 열일곱 절대자의 위용을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시청자들은 감격하고 또 전율했다.

    심지어 고인물 역시 비슷한 시간대에 레이드 영상을 올렸다.

    죽음길 나락 ‘심계(深界)’

    드넓은 지하공동의 상공에 뜨거운 열기와 가스가 휘몰아치고 있다.

    탁하게 부유하던 가스와 구름은 한 곳으로 뭉쳐 커다란 소용돌이의 흐름을 만들어 낸다.

    그리고 그 속에서 거대한 ‘얼굴’ 하나가 모습을 드러냈다.

    낡고 오래되어 보이는, 마치 수천 년 묵은 나무의 껍질과도 같은 피부.

    시커먼 오로라에 휘감겨 있는 두 개의 붉은 눈!

    <오즈> -등급: S+ / 특성: ?

    -서식지: ?

    -크기: ?

    -이 세상의 모든 용을 다스리는 일곱 군주 중 하나.

    무저갱과 무덤가를 지배하는 위대한 검은 용.

    “죽음이 너를 영원하게 하리라.”

    -오즈- <신약, 흑왕기(黑王記) 하권,, 흑왕 4절>

    그리고 죽음룡 오즈와 맞붙는 이는 한국 아마추어계의 넘버원, ‘고인물’이다.

    고인물은 죽음룡 오즈의 격노를 피해 요리조리 얄밉게도 잘도 피한다.

    이윽고, 고인물이 막 용암의 바다를 박차고 달려나가 오즈의 가슴팍에 송곳을 박아 넣으려는 순간!

    뚝- 하고 동영상이 종료되었다.

    [……아, 오래 전 영상이라 그런가. 제가 2부를 촬영해 뒀었는데 그걸 어느 폴더에 저장해 뒀는지 모르겠네요. 2부는 그냥 다음에 올리겠습니다. 뿌슝뿌슝~]

    고인물은 사람 복장 뒤집어 놓는 멘트와 함께 동영상을 중간에 꺼 버렸다.

    미칠듯한 어그로 때문에 세간의 이목은 모두 이쪽으로 쏠리고 있었다.

    <특종) 세계최초!? 한국의 S+급 몬스터 공략!?>

    <한국 게임계의 쌍벽(雙璧), 그들의 한계는 어디까지인가!>

    <고인물 ‘S급 몬스터 공략 영상? 내 폴더에만 192개’ 발언 일파만파!>

    <마동왕 ‘S급 몬스터 따위는 일일이 공략 영상도 안 찍어’ 마동왕의 귀찮음은 천하제일!?>

    <고인물 ‘마동왕 강한 줄 잘 모르겠어’ 발언, S+급 몬스터 레이드 실패 저격?>

    <마동왕 ‘잡은 몬스터 동영상 잃어버리는 바보 없다. 진짜 잡기는 했는지 의문’ 발언, 고인물에 발끈!>

    <고인물 ‘나는 진짜 잡았어, 너는 확실히 실패했잖아’ 발언, 마동왕 저격?>

    <마동왕 ‘원래 낚시꾼들이 잡은 물고기는 1초에 10cm씩 자라, 증거 있나?’ 발언으로 화제>

    <자존심 강한 두 천재의 대결! 조회수 차트 씹어먹나.>

    .

    .

    벌써 뉴스 기사들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나고 있었다.

    한국 프로리그의 간판스타 마동왕과 한국 아마추어 리그의 자존심 고인물이 힘싸움을 벌이고 있다.

    그들은 서로가 잡은 몬스터 영상들을 하나씩 풀며 조회수 배틀을 벌이고 있었다.

    그 와중에 공개된 S급 몬스터 사냥 영상들은 벌써 십 수 개가 넘어간다.

    S급 몬스터 레이드 영상 하나를 거액 주고 산 차규엽의 입장에서는 복장이 터질 노릇이었다.

    “이 새끼들이 왜 하필 지금 싸우고 지랄들이야!?”

    한국 게임계를 양분하는 두 마리 거대 고래들이 몸싸움을 벌이고 있다.

    차규엽은 그 와중에 자연스럽게 한 마리의 새우가 되었고 바로 등이 터져 버렸다.

    한편, 회의장 안의 이사들은 씁쓸한 기색으로 고개를 돌린다.

    “쯧쯧쯧, 이래서야 S급 몬스터 사냥 동영상이 뭐 주목이나 끌겠어?”

    “S+급 몬스터 영상이 둘이나 떴네. 거기에 S급 몬스터 사냥 영상들이 뭐 이렇게 많아?”

    “와, 크라켄도 있네. 이게 훨씬 더 대박인데?”

    심지어.

    마동왕은 자기의 동영상들 뒤에 뉴스 기사를 짤막하게 띄워 놓았다.

    그곳에는 이번 신모델 캡슐 때문에 화상을 입거나 작은 화재 피해를 겪은 피해자들의 증언들이 첨부되어 있었다.

    [이번 제품은 확실히 쿨러 쪽에 뭔가 문제가 있는가 보네요. 저도 차라리 구형 캡슐 쓰렵니다.]

    고인물 역시도 동영상 말미에 신제품 평가를 덧붙였다.

    [국내 신제품 캡슐을 써야 레이드가 더 잘 된다구요? 저는 하나도 모르겠던데. 오히려 해외 제품이 더 잘 맞는 것 같네요. 국내 제조사들보다 가격도 더 저렴하고~]

    인플루엔서(Influencer). 그들의 파급력은 실로 굉장했다.

    실제로 이 동영상이 올라오고 나서 1분도 되지 않아 주가가 조금 더 떨어졌을 정도였으니까.

    “이, 이럴 수는 없어!”

    차규엽은 머리카락을 쥐어뜯으며 절규했다.

    바닥에 나뒹구는 폰, 금 간 액정에 재생된 동영상에서는 S급 몬스터 데스나이트 레이드가 한창이다.

    이윽고, 이사진들 가운데 한 사람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늘 차규엽을 벼르고 있던 김한선 이사였다.

    “자, 그럼 우리 다시 원래의 목적에 충실하면 되겠군요.”

    오늘 이사들이 이사회를 연 목적은 바로 차규엽 대표이사에 대한 징계를 논의하기 위함이다.

    지저분한 논란을 일으켜 회사 이미지를 실추시키고 주가까지 떨어지게 만든 죄는 무겁다.

    “…….”

    이내, 수많은 시선들이 차가운 비수처럼 차규엽을 향해 내리꽂힌다.

    풀썩-

    차규엽은 칼에라도 찔린 사람처럼 그 자리에 푹 주저앉고 말았다.

    더 이상 끌어 줄 사람도 없는 휠체어 위로.

    *       *       *

    [ㅋㅋㅋ]

    나는 내 채널에 댓글 하나를 남겼다.

    김치냉장고 옆에 보관해 두었던 외장 하드를 이제야 풀었다.

    김치처럼 맛있게 익은 동영상들은 제 가치를 맹렬히 발휘하고 있었다.

    그 와중에 미국과 중국 쪽에서 몇몇 부호들이 거액을 제시하며 몇몇 동영상들을 사고 싶다고 했기에 나는 흔쾌히 거래에 응했다.

    또다시 막대한 현금이 내 계좌로 들어오고 있었다.

    “참, 동영상 잘 팔리네.”

    나는 차규엽에게 팔았던 데스나이트 레이드 영상을 떠올리며 피식 웃었다.

    동시에, 나는 전 재산을 털어 현금화했다.

    점진적으로 떨어지고 있는 레드문의 주식을 사기 위함이었다.

    ‘조금만 더 있으면 최저치를 찍겠구나.’

    레드문의 주식은 앞으로 더 떨어지다가 차규엽이 완전히 경질되고 새로운 질서가 자리 잡을 때쯤 해서 다시 올라갈 것이다.

    나는 레드문 주식의 최저점을 얼추 알고 있었기에 그 언저리에서 주식을 대량 매입할 생각이었다.

    ‘어디 보자, 이번에 받은 화재보험금과 레드문 측의 형사소송 보상금, 민사소송 보상금까지 예상해서 주식을 매입하면…… 아마 4% 정도는 먹을 수 있겠는데?’

    거기에 주변 사람들에게도 레드문 주식을 권하고 있었고 이들은 철저히 내 말에 의해 주식 지분을 사거나 팔 것이다.

    이런 가용인력까지 계산하면 내가 단신으로 보유하고 있는 레드문의 주식은 약 5% 정도.

    그야말로 ‘슈퍼 개미’인 셈. 아니, 어쩌면 ‘킹메이커’라는 표현이 더 적절할지도 모르겠다.

    ‘차규엽이 뻘짓을 해서 그렇지, 레드문은 사실 탄탄한 우량기업이란 말이야?’

    그곳에는 꽤나 뜻있는 인물들도 많다. 나중에 레드문이 완전히 살아나게 된다면 이 주식의 가치는 엄청나게 뛸 것이다.

    “이쯤 되었으면 차규엽은 끝장났네.”

    복수 완료.

    한국 게임계의 적폐 하나를 완벽하게 골로 보냈다.

    그리고 그 자리를 내가 차지……한 것까지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레드문의 주식을 상당량 보유함으로서 대주주가 되었다.

    아마 훗날 있을 주주총회에도 나갈 수 있으리라.

    “좋았어. 이걸로 방해되는 놈은 완전히 없어졌고. 맘 편히 빅리그에서 날뛸 수 있겠군.”

    나는 팔베게를 하고 TV를 틀었다.

    막 방영되고 있는 CF에서는 윤솔이 나와서 화장품 광고를 하고 있었다.

    채널을 돌리니 드레이크가 쇼핑몰 모델로 서 있는 것이 보였다.

    또다시 채널을 돌리니 마태강과 유세희가 예능에서 찰떡궁합 케미를 자랑하고 있다.

    “다들 잘 돼서 좋네.”

    오래 전에 녹화했던 방송들이 이제야 전파를 탄다.

    윤솔도 드레이크도 마태강도 유세희도, 모두 지금쯤 뭘 하고 있을까?

    그때.

    -위이이이잉!

    뉴스 기사들을 체크하며 휴식을 취하고 있던 내게 전화 한 통이 걸려왔다.

    바로 유다희였다.

    “여보세요?”

    차규엽의 예상 반응이나 전략 등을 미리 알려준 이가 그녀였기에 나는 감사한 마음을 담아 전화를 받았다.

    하지만, 유다희의 반응은 내가 예상하지 못한 것이었다.

    [마왕님! 크, 큰일났어요. 어떻게 해요!?]

    흐느끼듯 떨리는 그녀의 목소리가 뭔가 심상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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