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닳고닳은 뉴비-550화 (550/1,000)
  • 550화 적폐와의 전쟁 (2)

    “여러분 안녕하세요. 오늘의 정규방송입니다~”

    윤솔은 카메라를 보며 생긋 웃었다.

    늘 하는 그녀의 뷰티 방송, 하지만 오늘은 다른 점이 있었다.

    윤솔의 얼굴을 담고 있는 카메라가 진짜 카메라가 아닌 가상의 스트리밍 캠 스크린이었던 것이다!

    그녀는 지금 게임 안에서 뷰티 방송을 하고 있었다.

    쭈뼛거리는 표정의 소녀 NPC가 윤솔의 옆에 있는 것이 보인다.

    <젤리팔이 소녀 츄츄>

    그레이 시티에서 젤리를 만드는 소녀였다.

    츄츄가 힐끔 고개를 돌려 윤솔을 바라보았다.

    윤솔에 대한 그녀의 호감도는 꽤나 높은지 둘은 다정하게 마주앉아 있었다.

    “오늘은 게임 아이템들을 이용한 화장법을 선보여 볼 거예요. 커스터마이징이나 룩에 관심 많으신 분들은 채널고정! 얍얍!”

    윤솔은 눈앞에 여러 가지 재료들을 늘어놓고 있었다.

    슬라임 젤리, 그레이 시티의 화산재 가루, 남부대륙의 봉숭아 꽃잎, 서대륙의 쌀가루 등등의 잡 아이템들이 카메라 스크린 앞에 죽 늘어 놓인다.

    대부분은 얻어도 그냥 내버리곤 하는 잡템들이었다.

    윤솔은 카메라 너머의 시청자들을 향해 생기발랄하게 말했다.

    “안녕하세요. 게임을 함에 있어 자기 캐릭터를 개성 있게 꾸미는 일은 정말 중요하죠? 하지만 데우스 엑스 마키나는 커스터마이징이 자유롭지가 않아 실망하시는 분들이 많은데요. 오늘은 제가 쉽게 구할 수 있고 저렴한 아이템들로 화장품을 만드는 저만의 비법을 공개할까 합니다!”

    윤솔은 먼저 그레이 시티에 넘쳐나는 잿가루를 물에 곱게 개어 얼굴에 발랐다.

    “그레이 시티에서 흔하게 구할 수 있는 이 화산재는 먼지나 때를 흡착하는 성분이 있더라구요. 그래서 레이드 뛰기 전에 이렇게 얼굴에 팩처럼 바르면…  쨔잔! 아무리 힘든 레이드를 뛰고 나도 한번 씻어내기만 하면 얼굴이 레이드 뛰기 전 뽀얀 상태로 돌아온답니다!”

    동시에 윤솔은 슬라임 젤리와 꽃가루를 조금씩 섞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렇게 슬라임 젤리와 꽃가루를 섞으면, 쨘!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슬라임이 주변 환경의 성분을 닮아가는 성질이 있잖아요? 이 슬라임 젤리도 꽃을 닮아 이렇게 화사한 색조 화장품이 되었습니다!”

    이내 윤솔은 옆에 있던 츄츄의 얼굴과 자신의 얼굴에 직접 만든 화장품을 발랐다.

    그러자 확실히 얼굴이 꽃처럼 화사해지는 것이 보인다.

    -우효: 우효~ 오레사마 부반장쨩 히든 비법 레시피 겟또다제~ 쵸 럭키★

    -아이스문: 윤솔님 오늘도 좋은 비법 얻고 갑니다^^!!

    -R의크레파스: 1

    -꼬아듣는놈™: 슬라임 젤리 주변 아이템 영향 받는거 모르는 사람도 있음?

    ↳몰라몰라피쉬: 몰랐는데?

    ↳thfkrp123: 나는 알긴 알았는데 화장품으로 쓰려는 생각은 못해봄ㅋㅋㅋ

    ↳꼬아듣는놈™:: 그렇다면 꿀팁 인정!

    -베이스칩니다: 윤솔님 오늘도 예뻐요♥♥♥

    .

    .

    시청자들의 반응도 언제나 그렇듯 좋았다.

    윤솔은 뷰티 스트리머이지만 남자팬 여자팬들이 고루 많았고 확실히 악플도 적은 편이었다.

    그리고 언제나 그랬듯, 일부 짓궂은 시청자들은 윤솔을 놀린다.

    -쉐딩성애자: 윤솔님~ 저번처럼 가슴골 쉐딩 특집 한 번 더 해주세요~

    “네? 제 가슴을요?”

    -쉐딩성애자: 아뇨;; 님 가슴 말고...고인물 횽아 가슴이요! 여자 가슴에는 딱히 흥미가 없는지라...ㅎㅎ;;

    그러자 몇몇 시청자들이 ‘ㅋ’을 연타한다.

    고인물의 가슴을 찾는 사람들이 우후죽순처럼 늘어나자 윤솔이 장난스럽게 웃었다.

    “아 왜 제 방송에서 맨날 고인물 님만 찾으세요! 저도 가슴골 특집 할 수 있거든요?”

    -덜렁교신자: 님 가슴은 필요없음ㅋㅋ

    -고인물의하얀포자: 역시 여자 가슴보다는 남자 가슴이지! 고인물 횽 보고싶어! 아 물론 가슴!

    -알몸단: 고인물 님 가슴골 특집 해주세요! 제발!

    -덜렁거리는송곳: 저번 고인물 님 가슴골 특집 방송만 1640번 돌려봄...새로운게 필요해..

    -형택이형배신자: 1

    -GAME에인생올인: 돌아가라 피메일, 우리는 고인물의 가슴을 원한다.

    -베이스칩니다: 님들 윤솔님 방송에서 왜 맨날 고인물 찾음ㅡㅡ

    .

    .

    윤솔은 시청자들과 원활히 소통하며 계속 방송을 진행해 나갔다.

    “고인물 님이랑 오늘 합동 방송 하기로 했었죠? 앞으로 한 1시간 정도 뒤에 접속하신대요!”

    지금 그녀가 있는 곳은 ‘살인자들의 탑 5층’으로 츄츄가 관리하고 있는 슬라임 젤리 공장이 된 곳이었다.

    이번 방송의 호스트인 고인물에게 초대를 받아 탑 안으로 들어오기까지 했을 만큼, 윤솔은 오늘 뷰티 방송을 위해 많은 준비를 한 것 같았다.

    그때.

    갑자기 이상한 움직임이 감지되었다.

    -우르곰: 진짜 무쓸모 화장법... 이거 아직도 함?

    -WKDQKF777: 진짜 ㅂㅅ같은 방송이네ㅋㅋ

    -어둠의시청자: 오랜만에 와봤는데 여전해서 좋네요^^ 똥쓰레기 노잼방송

    -레고밟았니: 지금까지 본 방송중에 제일 노잼임..

    .

    .

    갑자기 악플들이 확 늘어나기 시작한 것이다.

    윤솔이 미처 채팅창에 신경을 쓰기도 전에 악플러들은 방 분위기를 흐려 놓기 시작했다.

    -재민이아빠: 진짜 이런 별 같잖은 방송 왜들 보는지ㅋㅋㅋ

    -웅이mom: 이대로 따라해봤는데 피부에 트러블만 나네요^^ 다들 이 사람 방송 믿지 마세요~~

    -베이스칩니다: ↳아니 게임 속인데 무슨 트러블이 나요ㅡㅡ?

    -웅이mom: ↳아님 말고^^ 왜 부들부들하시는지? 스트리머님 부계정이심?

    -하늘고래: 개노잼이네 진짜...요샌 개나소나 스트리머 한답시고 나대는구나...

    .

    .

    이내 분위기를 흐려놓는 악플러들과 원래 방송을 보던 시청자들이 다투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싸움에 피로감을 느낀 일부 시청자들은 방에서 우르르 나갔다.

    뒤늦게 무언가 이상함을 눈치 챈 윤솔이 채팅창을 잠시 얼려 아무런 채팅도 올라오지 않게 설정했지만 이미 늦은 뒤였다.

    “에이~ 다들 싸우지 마셔요. 사람마다 다 생각이 다를 수 있으니까 존중할게요. 그래도 방송 재밌게 보시는 분들을 위해서 거친 말씀은 조금씩들만 자제 부탁드려요~”

    시청자들을 잘 달랜 윤솔은 얼렸던 채팅방을 다시 풀었다.

    그러나.

    -아니 얘는 대학도 좋은 데 나와서 왜 이런 데서 얼굴 팔고 앉았냐?ㅋㅋㅋ

    -존x 못생겼는데? 토나옴 웩-

    -화장 개못함ㅋㅋㅋ이거 보면 진짜 개나소나 다 뷰티 유튜버 할 수 있는 듯?

    -딱 보니 미필인 티가 나네ㅋㅋㅋ철없고 생각없고~

    -뭐 인터넷 3대 뷰튜버라고 빨아주니까 지가 연예인인줄 알음ㅎㅎㅎ걍 ㅂㅅ

    -저거 아동착취 아님? 아무리 상대가 게임 속 NPC라도 그렇지..이거 나만 불편해?

    -얘 제일 문제가 그거임. 드레이크님 한테 존나 찝적댐. 진짜 볼 때마다 토악질 올라오는데 이건 뭐 지 사심 채우려고 방송하는 건지 뭔지 모르겠음;;;;

    -나 얘 고등학교 동창인데 얘 학교 다닐 때 진짜 개쭈구리였음 ㅋㅋㅋ얘 가정형편조사서? 봤는데 가정에도 뭐 문제있드만~~돈도 없어서 맨날 같은 곳 입고~ 솔까 좀 거지같았음ㅋㅋㅋ급식도 맨날 두그릇씩 먹고ㅋㅋㅋ급식비도 밀리고~

    -부반장빠들 존X 웃김 진짜 ㅋㅋㅋㅋㅋ 화떡녀 뭐가 예쁘다고 맨날 조공질에 도네질임??

    -나는 왜 얘가 탑급 대우받는지 1도 모르겠는데? 탑은커녕 3류칭호도 아깝다ㅅㅂ

    -요즘 윤솔을 뭐 걸그룹 아이돌이나 여배우들이랑 비비는데, 객관적으로 좀 봅시다ㅎㅎ스트리밍딸X이만 치는 듣보년을 어디서 연예인이랑 비빔? 눈으로 명백히 미모 차이가 보이는데 아니라고 눈 가리고 아웅하고 지들끼리 역시 윤솔님~~ 이러는 거 개역겹죠? 자기 모순 미쳤죠? 반박 못하죠? 부들부들거리죠? 키보드에서 손 떼세요 ㅋㅋㅋㅋㅋㅋㅋㅋ

    -윤솔님 그렇게 돈을 많이 버셨으니 기부도 하고 계시겠죠? 좀 여러 군데 팍팍 기부해 보세요. 돈도 썩어나게 많으실텐데. 어떻게 기득권을 가지면 사람들이 매번 이렇게 변할까요? 전재산은 아니라고 해도 기부받은 돈의 절반 정도는 환원해야 되는 거 아닌가요?

    .

    .

    악플들은 오히려 도를 넘어서고 있었다.

    너무 순식간에 우르르 올라오는 것들이라 일일이 강퇴하거나 삭제하는 것도 불가능했다

    -베이스칩니다: 다들 너무하시네요ㅠㅠ 우리 윤솔님에게 왜들 이러시나요?

    -윤솔팬: 미친 것들인가? 보기 싫으면 꺼져;;;

    -BOO.반.장.조.아: 분탕 일으키지 말고 나가세요ㅡㅡ

    -Ota: 부반장님, 참지 마시고 저것들 다 신고해버리세요...

    .

    .

    몇몇 팬들이 항의하고 있었지만 악플들이 달리는 속도는 그것을 훨씬 상회하는 수준이었다.

    그때.

    -띵동!

    <영상 응원이 도착했어요!>

    한 시청자가 응원의 메시지를 담아 짧은 동영상 하나를 보내왔다.

    윤솔이 무심코 그 영상을 클릭하는 순간, 동영상이 열리며 갑자기 그 안에서 음란 영상이 재생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거의 노렸다는 듯 신고가 들어왔다.

    <청소년에게 부적절한 콘텐츠로 확인되어 5분간 영상 송출이 제한됩니다>

    뎀 사의 자동 필터링 규제에 걸려든 것이다.

    5분 뒤 윤솔이 다시 영상을 켰지만 이미 채팅창은 만신창이가 된 뒤였다.

    “……세상에. 방금 무슨 일이 벌어졌던 거지?”

    윤솔은 줄어든 시청자 수를 허탈한 표정으로 멍하니 바라본다.

    오늘 방송을 위해 지금껏 얼마나 많은 준비를 했는데 결과가 이 모양이라니.

    그래도 프로는 프로다.

    시청자들의 수는 확 줄어들었지만 이들을 위해서라도 최선을 다해 방송을 마무리 짓는 것이 맞다.

    윤솔은 붉어지려는 눈시울을 한번 꾹 누르고는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다시 밝게 웃었다.

    “…자, 방송 재개할게요. 죄송해요.”

    그리고 바로 그때.

    “뭐야? 표정이 왜 그래?”

    내가 게임에 접속했다.

    나는 게임에 들어오자마자 울상이 된 윤솔과 그녀의 방송창, 그리고 채팅방을 둘러보았다.

    -우르곰: ㅋㅋㅋㅋ19금 콘텐츠로 5분간 방송정지ㅋㅋㅋ가지가지한다ㅂㅅㄴ

    -WKDQKF777: 방금 정지먹은거 아예 유튜뷰 본사에 신고넣음ㅅㄱ

    -어둠의시청자: @@@@똥쓰레기 노잼방송@@@@보지마세요@@@

    -재민이아빠: 한심해서 악플 달 가치도 없다ㅋㅋㅋㅋ

    -웅이mom: 옵션 열기/이딴 방송 보는 사람들 심리도 이해안가네요^^

    -하늘고래: 개노잼이네 진짜...요샌 개나소나 스트리머 한답시고 나대는구나...

    -베이스칩니다: 다들 그만하세요ㅠㅠㅠ윤솔님 무시하세요 이 사람들!!

    .

    .

    여전히 실시간으로 난장판이 되고 있는 윤솔의 방송이다.

    ‘……역시.’

    이 정도는 이미 예상하고 있던 바이다.

    그리고 나는 딱 한 마디로 이 모든 악플들을 멈추게 할 수 있었다.

    “…재밌니 철환아?”

    ‘베이스칩니다’, 바로 이 아이디를 향해 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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