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닳고닳은 뉴비-468화 (468/1,000)
  • 469화 중국vs일본 (3)

    <급상승 검색어>

    <2024.01.04. (목) 19:00 (오후)>

    <전체 연령대>

    1. 마동왕 예언 (-)

    2. 마동왕 중계 (↑1)

    3. 아시아 챔피언스 리그 (↓1)

    4. 마동왕 개인방송 (↑1)

    5. 마동왕 예연 적중률 (↓1)

    6. 아챔 리틀리그 (-)

    7. 검색어랑 댓글로 분량 날로 먹는 레고밟았어 인성 (↓1)

    .

    .

    엄청난 일이다.

    아시아 챔피언스 리그가 진행 중인 마당에 내가 중계하고 있는 개인방송이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오르고 있었다.

    -와;;;마동왕 중계 엄청 잘하네, 분석력 오짐ㄷㄷㄷ

    -그 어떤 전문가보다도 상황판단이 빠른 듯....;;;

    -아씨!! 경기를 3초 빠르게 스포일러 당하는 기분ㅋㅋㅋㅋㅋ

    -무슨 미래 예지냐ㄷㄷㄷ...

    -근데 이거 누가 찍는 거예요??

    -아마 닳고닳은 뉴비 구단 관계자? 아니면 호텔 직원이 몰래 찍어서 방송중인 듯?

    -이거 제보해야 하는 거 아님?

    -ㄷㄷㄷ빨리 알려줍시다!

    -그냥 모른체 보면 안되냐ㅠㅠ난 이 비공식 중계가 더 재밌는디...

    -근데 이번 기회에 마동왕 안목이 진짜 갓이라는 걸 알게 됐다....거의 점쟁이 수준...ㅎㅎ

    -그럼 마동왕이 가려 선발한 드레이크, 윤솔, 유세희, 마태강도 검증된거나 다름없네~~

    .

    .

    나는 흘끗 시선을 돌려 핸드폰으로 검색어 순위와 댓글들을 확인한 뒤 바로 화면을 껐다.

    내 중계는 노이즈 마케팅이 되어 더욱 더 입소문을 타고 있었다.

    ‘아마 대놓고 공짜로 중계한다고 하면 오히려 사람들이 안 보겠지. ……그리고 뭐, 내 중계방송이 다른 지상파 중계방송보다 조회수가 잘 나오면 캐스터 업계에도 살짝 눈치 보이니까.’

    나는 내 말이 실시간으로 송출되고 있는 것을 모르는 양 태연하게 중계를 계속했다.

    “뭐, 우리끼리니까 가볍게 넘겨짚어 보는 거지만. 아마 다음 차례는 일본과 중국의 에이스 결정전이 될 것 같네.”

    그리고 정말로 내 말대로 되었다.

    이것은 미래 지식에만 의존한 것이 아니라 이 게임을 사랑하는 고인물로서 철저히 분석한 결과이기도 했다.

    현재 중국 측 생존자는 ‘팅위안’, ‘구리’, ‘탕쯔이’로 총 셋.

    사망자는 ‘장마오 쉰’과 ‘커제’로 둘.

    현재 일본 측 생존자는 ‘야마카미 시가쿠’, ‘스즈키 히카리’, ‘아키사다 아야카’로 총 셋.

    사망자는 ‘우에바라 아츠카네’, ‘히데사토 유키에’로 둘.

    하지만 중국 측 원딜러 팅위안이 모든 대포알을 소진한 상태로 사실상 전투불가이기에 실질적으로는 일본이 조금 앞서고 있다.

    “역시 나왔군.”

    나는 TV에 시선을 집중했다.

    일본 측에서 새롭게 내보낸 선수는 일본 최강의 마법사라 불리는 아키사다 아야카.

    네 개의 마법을 동시에 캐스팅하는 ‘쿼드라 캐스팅’으로 유명한 천상계 랭커였다.

    그리고 그에 맞서 나온 중국 선수는 탕즈이.

    마법사와의 전적 승률이 무려 98%에 달하여 ‘마법사 킬러’로 통하는, 일명 ‘마법사 잡는 마법사’.

    상성으로 다지면 마법사인 아키사다 아야카보다 마법사 킬러인 탕쯔이가 압도적으로 유리하다.

    탕쯔이의 주무기는 마법사의 입을 봉해 버리는 ‘빅브라더’ 특성, 그리고 마법사의 마법서를 불태우는 ‘분서갱유’ 특성이다.

    이윽고 아키사다 아야카가 필드 중앙으로 걸어 나왔다.

    [잘 부탁해요.]

    그녀는 눈앞에 있는 탕쯔이를 바라보며 말했다.

    하지만 탕쯔이는 그런 아키사다를 차갑게 노려볼 뿐이다.

    [문답무용.]

    짧은 소감과 함께, 탕쯔이가 몸을 움직였다.

    [파팟!]

    먼저 상대방의 입을 묶어 버리는 ‘빅브라더’ 특성이 발현되었다.

    이로서 주문 영창은 불가능하게 되었다.

    마법사에게 채팅금지 만큼 괴로운 사실은 또 없을 것이다.

    …하지만.

    [예상했던 바.]

    아키사다 아야카는 놀랍게도 입술이 붙어 버린 상태에서도 또박또박 말을 했다.

    복화술(腹話術)!

    입술을 떼지 않고 입 안에서만 혀를 굴려 말을 하는 고도의 기술이다.

    [입술을 움직여야 하는 탁음(濁音)이나 반탁음(半濁音)을 피하는 주문이라면 얼마든지 쓸 수 있지요.]

    읊을 수 있는 주문의 종류는 제한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시에 쓸 수 있는 원소마법이 4개나 되니 화력을 커버하기에는 부족함이 없다.

    게임 속 상성의 불리함을 현실의 노력으로 멋지게 돌파한 것이다.

    [위이이잉!]

    이내 아키사다 아야카의 주변에 커다란 마법진 하나가 생겨났다.

    …그러나!

    [안 될 말이지.]

    탕쯔이는 두 손을 가로로 교차했다.

    [철커덕!]

    동시에 아키사다 아야카의 앞에 그려진 마법진이 보라색으로 빛나는 쇠사슬에 의해 꽁꽁 묶이는 이펙트가 터져 나왔다.

    탕쯔이의 ‘분서갱유’ 특성.

    책 모양을 가진 아이템을 무조건 불태워 버리는 능력이다.

    아키사다 아야카가 손에 들고 있던 마법서가 갑자기 불타 재로 변해 버린다.

    물론 아이템이 소멸한 것이 아니라 그저 인벤토리로 되돌아가 얼마간 봉인된 것에 불과하지만 말이다.

    마법이 캔슬되고 마법서가 불타자 아키사다 아야카가 동시에 쓸 수 있는 마법은 3개로 줄어들었다.

    탕쯔이는 그것을 보고 고소를 머금었다.

    [쿼드라 캐스팅이라고 했던가? 얼마든지 와 봐. 모조리 봉인해 줄게.]

    VS 마법사 전적이 ‘352전 345승 7패’에 이르는 괴물.

    그마저도 데뷔 초창기에 실수로 진 7패를 제외하면 요 몇 년간 마법사를 상대로 져 본 적이 없는, 그야말로 마법사 킬러라고 불리기에 부족함이 없는 위명이다.

    […….]

    아키사다 아야카는 침착하게 주문을 외고 수인을 그렸다.

    4개의 마법을 동시다발적으로 쓸 수 있다지만 천하의 탕쯔이를 상대로는 조심하는 모양새.

    [위이이잉-]

    [키이이잉-]

    이내 두 개의 마법진이 동시에 모습을 드러냈다.

    더블 캐스팅!

    사실 이것만 해도 대단한 것이었지만 쿼드라 캐스팅이 가능한 아키사다 아야카로서는 다소 소극적으로 나오는 것이라 할 수 있겠다.

    그러나 탕쯔이는 피식 웃었다.

    [트리플 캐스팅 정도라면 조금 힘들었을지도 모르겠는데… 더블? 여기서 소극적으로 나온 것이 너의 패인이다.]

    탕쯔이는 말하기 무섭게 분서갱유 특성을 두 번 연달아 발현했다.

    [쿠르르륵!]

    아키사다 아야카의 마법서 두 개가 또다시 불타 버렸다.

    허공에 그려지던 두 개의 마법진이 또다시 보라색 사슬에 의해 꽁꽁 묶여 봉인 당한다.

    이제 아키사다에게 남은 마법은 하나의 속성뿐.

    그마저도 캐스팅하자마자 탕쯔이의 먹잇감이 될 뿐이다.

    […에잇!]

    아키사다 아야카는 꿋꿋하게 마지막 마법진을 캐스팅해 보지만…….

    […파캉!]

    그것을 그냥 놔둘 탕쯔이가 아니었다.

    [마법을 쓰지 못하는 마법사는 불쌍할 뿐이지. 이제 그만 끝내주마.]

    탕쯔이는 아키사다 아야카의 마법진 네 개를 모두 묶는 순간 승리를 확신했다.

    그리고 리자드맨 특유의 날카로운 손톱으로 그녀의 목을 따기 위해 앞으로 맹렬하게 도약해 간다.

    …하지만.

    그런 탕쯔이를 바라보는 아야카의 눈매는 여전히 부드럽게 휘어져 있었다.

    [어머? 정면승부인가요? 그거 좋지요.]

    동시에.

    [쿠르르르륵!]

    막대한 마나의 기운이 주변에 새로이 응집하기 시작했다.

    […뭐, 뭣!?]

    탕쯔이는 재빨리 발을 멈추었으나 이미 늦었다.

    아키사다 아야카의 주변으로 네 개나 되는 마법진이 새로 생겨나 있었던 것이다!

    “…끝났군.”

    나는 TV화면을 보면서 피식 웃었다.

    그렇다.

    아키사다 아야카, 그녀의 장기는 쿼드라 캐스팅이라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매스컴에 드러나 있는 그녀의 실력은 극히 일부, 실제로 그녀는 ‘옥타 캐스팅(Octa casting)’이 가능한 괴물이다.

    [콰콰콰콰쾅!]

    이내 탕쯔이를 향해 네 개의 마법 줄기가 떨어져 내렸다.

    그 충격파 때문에 탕쯔이의 분서갱유 특성이 일순간 힘을 잃었고 그녀가 지금껏 묶어 두고 있던 아키사다 아야카의 다른 마법진 네 개 또한 힘을 되찾았다.

    [지금까지 마법의 절반 손해봤어.]

    마도서는 불타 사라졌지만 기존에 캐스팅되어 있던 마법진 네 개는 남아 있다.

    아키사다 아야카는 기존에 있던 네 개의 마법진과 새로 만들어 낸 네 개의 마법진을 합쳐 총 8개의 마법진을 운용하기 시작했다.

    옥타 캐스팅!

    불, 바람, 얼음, 풀, 암석, 전기, 어둠, 빛.

    다른 마법사라면 하나만 익히기도 버거운 8개나 되는 원소마법을 동시에 다루는 괴물 같은 운용력!

    제아무리 탕쯔이가 미칠 듯한 대 마법사전 전적을 가지고 있다지만 이런 규격 외의 괴물을 상대해 본 경험까지는 없었다.

    [안돼애애애! 서, 선수교ㅊ……!?]

    탕쯔이는 온 힘을 다해 다시 한번 분서갱유 특성을 발동시켰으나 아까 그녀의 말마따나 세 개 정도의 마법진을 봉인하는 데 그쳤을 뿐이다.

    나머지 다섯 개의 마법이 탕쯔이를 향해 쏟아져 내렸다.

    [우르릉… 콰쾅!]

    지형이 변할 정도의 파괴력!

    비록 5클래스의 수준이었지만 무려 다섯 개의 마법이 한 데 떨어졌으니 파괴력이 상당할 수밖에 없다.

    탕쯔이는 리자드맨 특유의 체력과 방어력을 이용해 저항하려 했지만 그래도 엄연히 마법사 클래스인지라 한계가 명확했다.

    선수 교체는 실패했고 중국 팀은 에이스를 잃었다.

    “에이스는… 죽은 거지?”

    TV를 보던 유세희가 왠지 울먹거리는 표정으로 나를 돌아본다.

    어디서 많이 들어본 대사인데 이거?

    뭐 아무튼, 그 이후로 결판은 났다.

    에이스를 잃은 중국은 빠르게 허물어져 내렸다.

    아키사다 아야카는 파죽지세로 밀고 나아가 무기력 상태인 팅위안까지 잡아 버렸고 풀 HP 상태로 깔끔하게 귀환했다.

    어차피 마나도 다 떨어져서 이 이상의 전투는 불가능하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리고 그 직후에 출전한 스즈키 히카리가 중국 팀의 마지막 희망 구리와 격전 끝에 자폭.

    너덜너덜해진 몸으로도 분전하던 구리는 결국 야마카미 시가쿠와 동귀어진을 함으로서 두 명을 잡아내 중국 팀의 체면을 지켰다.

    “…최종 스코어 5:4. 일본 승이네요. 제가 처음에 말했던 대로죠?”

    나는 옆에 있던 엄재영 감독의 어깨를 툭 치며 웃었다.

    그리고 우리 구단 측 스태프에게 은밀히 손짓해 몰래 찍는 것처럼 위장한 카메라도 껐다.

    “우와아! 일본 대단해!”

    “멋지게 싸운 중국도 대단해!”

    윤솔과 유세희는 박수를 치며 환호했다.

    그리고 나와 드레이크, 엄재영 감독은 다른 의미로 환호한다.

    왜냐하면 우리는 주변의 모든 지인들에게 전화를 돌려 일본에 베팅하라고 했기 때문이다.

    내가 직접 판돈을 걸지 않은 이유는 오로지 도의적인 것 때문.

    대회 관계자는 토토에 참여할 수 없다는 애매모호한 규정 때문에 직접적으로 참여하지는 않았다만, 뭐 어차피 내가 경기 승패를 맞추기 위해 불법적인 수단을 쓴 것도 아니고 또 일본VS중국 전에 직접적으로 관계가 있는 것도 아니기에 상관없는 일이다.

    한편 옆에 있던 마태강은 머리를 긁적인다.

    “뭐랄까, 중국이랑 일본 선수들은 자국 뽕이 조금 심한 것 같네요.”

    나 역시 그 말에 동의한다.

    하지만 마냥 그들을 깔 수 없는 이유를 나는 하나 알고 있었다.

    ‘회귀 전에는 한국도 그랬어 태강아…….’

    과거 1회 아시아 챔피언스 리그에 나갔다가 광탈한 한국 역시도 멤버가 장난 아니었다.

    당시 마태강은 협회의 알력다툼에 휘말려 참가하지 못했고 뭔 별 이상한 랭커들이 출전했었는데 대부분 눈살이 찌푸려질 정도의 국뽕메타였다.

    연예가중계 메타, 케이팝 메타, 두유노 클럽 메타, 김치 워리어 메타 등등…… 한국을 억지로 홍보하기 위한 기괴망측한 메타의 프로게이머들이 국가대표랍시고 범람하는 마당에 오히려 세계 각국의 비웃음만 샀었지.

    이것이 한국의 뎀 협회가 터트렸던 최대의 병크(병신짓 크리티컬)였다.

    ‘……뭐, 다들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추억이지만.’

    나는 소파에 몸을 푹 기댄 채 관자놀이를 꾹꾹 눌렀다.

    그리고 소파 옆과 뒤에 있는 동료들을 향해 한마디 했다.

    “이제 우리 차례야.”

    중국에서 펼쳐지는 한일전이라, 거 참 기분 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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