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닳고닳은 뉴비-461화 (461/1,000)
  • 462화 휴식 (1)

    <급상승 검색어>

    <2024.01.01. (월) 11:00 (오후)>

    <전체 연령대>

    1. 마동왕 (-)

    2. 닳고닳은 뉴비 (↑1)

    3. 아시아 챔피언스 리그 (↓1)

    4. 마동왕 인성 (↑1)

    5. 아챔 리틀리그 (-)

    6. 아키사다 아야카 (↓1)

    7. 레고밟았어 비축분 (↓1)

    .

    .

    모든 게임 사이트가 터져 버렸다.

    어마어마한 수의 게시글과 댓글들이 광활하기로 소문난 한국의 인터넷 스트림을 꽉꽉 채우고 있었다.

    공식 사이트에 올라온 아시아 챔피언스 리틀리그의 마지막 순간은 마동왕이 장식했다.

    서로 다투느라 기진맥진해진 일본 팀과 중국 팀은 한국 팀에게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다.

    모든 경쟁자들을 싹 다 리타이어 시켜 버린 상태에서,

    [달그락- 쿵!]

    한국 팀은 화물까지 밀어 격납고에 넣어 버렸다.

    이러니 당연히 게임 사이트들이 터져나갈 수밖에!

    -세상에 살다살다 배틀로얄 그라운드운드제로 오버에서 퍼펙트 클리어가 나오는 걸 보게 될 줄이야;;;;

    -한국 미쳐버렸다ㅋㅋㅋㅋㅋㅋㅋ

    -상대방 전멸+화물 격납=실화???

    -캬, 국뽕에 취한다, 주모 샤따내려! 나 오늘 집에 안가!

    -않이ㅋㅋㅋㅋ마동왕ㅋㅋㅋ게임 그냥 끝낼 수 있었는데 굳이 중국이랑 일본 낚는 것 봐

    -ㄹㅇ불화의 남신이잖어, 황금사과 투척해서 전쟁붙이는 클라스ㄷㄷㄷ...

    -그냥 화물 밀어서 끝냈으면 중국 애들이랑 일본 애들이 뭐 운이 좋았다고 ㅈㄹ했을텐데ㅋㅋㅋ이건 뭐 할 말도 없겠네 전략 싸움에서 완전 갖고 논 거니까

    -마동왕 인성 무엇?ㅋㅋㅋㅋㅋ어부지리 메타ㅋㅋㅋㅋ

    -여튼간에 속시원하다ㅋㅋㅋㅋ

    .

    .

    댓글창들은 온통 난리가 났다.

    수많은 전문가들은 오늘의 경기를 두고두고 회자될 명경기로 평가했다.

    그리고 그것은 전문가가 아닌 사람들의 눈으로 봐도 타당한 사실이었다.

    전문가, 비전문가의 평이 갈리지 않는, 그래서 호불호도 전혀 갈리지 않는 최고의 성과.

    ……그리고 그런 성과를 이뤄낸 장본인인 나는 지금 호텔 상층의 스위트룸에 머물고 있다.

    “이야, 조회수 미쳤네.”

    나는 게임 커뮤니티마다 올라오는 내 관련 게시글들을 쭉 흩어보았다.

    “이번에는 팀의 단합에 중점”을 두겠다는 닳고닳은 뉴비의 마동왕, 그래서 더 빛났다.

    [포토] 마동왕 승리의 포즈

    [포토] 윤솔, 드레이크, 유세희, 마태강 합동 파이팅 “목표는 우승!”

    “한국은 약하지 않다” 기자회견에서 짧은 소감을 밝힌 마동왕, ‘개인 기량으로서는 압도적’

    [포토] 마동왕과 닳고닳은 뉴비 구단의 홍보모델 니아 멤버들의 합동 파이팅

    [포토] 마동왕 근접사진에도 굴욕 없는 무결점 가면 외모

    [포토] ‘마동왕’이 경기 시작 전 세팅을 준비하고 있……

    .

    .

    불과 5분도 되지 않았던 기자회견에 대체 몇 개나 되는 뉴스들이 뜬 것일까?

    일반 유저들의 게시글과 댓글들까지 합치면 하루 사이에 10만 건이 넘는 게시물들이 나를 언급하고 있는 상황이다.

    “……흐음.”

    나는 핸드폰을 잠시 내려놓았다.

    엄청난 관심 한복판에 서 있다는 얼떨떨한 흥분도 잠시, 이내 머릿속에 차갑게 식는다.

    지금까지는 잘 해 왔으니 앞으로도 잘 해야 한다는 책임감이 마음속에 단단히 자리 잡고 있었다.

    …뭐, 그렇다고 부담스럽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이제 플레이 오프가 남았군.”

    이번 배그옵에서는 한국이 1위를 했고 중국이 근소한 차이로 2위, 일본이 3위인 실정이다.

    …하지만 이 등수는 딱 정해진 것이 아니었다.

    배그옵 성적은 리틀리그의 순위를 얼추 정해 놓은 것일 뿐, 최종 순위는 얼마든지 다시 바뀔 수 있다.

    일단 2위 결정전이 먼저.

    3위인 일본은 2위인 중국과 싸워 2위 자리를 빼앗을 수 있다.

    2위인 중국은 1위인 한국에게 도전하기 전 일본과 싸워 2위 자리를 방어해야 한다.

    일본 VS 중국

    자강두천, 자존심 강한 두 천재의 대결!

    여기서 이긴 국가가 한국과 최종 1위 결정전을 치르게 되겠지.

    그렇게 되면 드디어 리틀리그의 우승자가 정해지는 것이다.

    (빅리그는 이렇게 해서 정해진 리틀리그의 우승자 4개국이 모여서 토너먼트로 겨루는 상위 리그이다)

    “…내 기억대로라면 일본, 러시아, 우즈베키스탄, 대만이 빅리그의 최종 진출국이 되었지 아마?”

    원래대로의 운명이라면 아키사다 아야카가 이끄는 일본 팀이 한국과 중국 팀을 꺾고 빅리그로 진출한다.

    그러나 이번 운명에서는 그런 것 없다.

    한국은 내일모레 열리는 플레이오프에서 최종적으로 1위를 굳혀 리틀리그의 우승국으로 남을 것이다.

    내가 꼭 그렇게 만들 테니까.

    ‘…그 전에, 우선 일본이랑 중국 중 어디랑 붙게 될지 따져 봐야겠네.’

    내가 출전한 탓에 미래가 조금 어그러졌다.

    중국과 일본 선수 엔트리가 내가 알던 것과 달라졌으니 무조건 일본이 이길 것이라고 속단하기는 이르다.

    내가 속으로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띠링!

    핸드폰에 메시지 하나가 도착했다.

    <마동왕 씨 번호 맞나요?>

    모르는 번호로 온 문자였다.

    번호의 나열을 보니 한국은 아닌 것 같은데 문자 내용은 또 한국어이다.

    이 번호를 아는 사람은 거의 없는데다가 이런 식으로 문자를 보낼 만한 사람도 따로 없는지라 의아한 일이다.

    <누구세요?>

    내가 답장을 보내자 또 다른 메시지가 바로 도착했다.

    <안녕하세요. 일본 팀의 리더 아키사다입니다. (´▽`;;)>

    아키사다 아야카. 그녀가 나에게 문자를 보내온 것이다.

    나는 약간 당황한 채로 핸드폰을 잡았다.

    <제 번호 어떻게 아셨나요?>

    그러자 답장은 또 바로 들어온다.

    <저희 아버지께서 마동왕 씨에게 광고를 의뢰했던 적이 있습니다. (*・ω・)b>

    ……아, 내 개인방송 채널에 걸려 있는 광고들 중 하나가 이쪽이었나.

    그동안 거쳐 온 광고들이 너무 많아서 누구인지는 쉽게 짐작할 수가 없었다.

    내가 잠시 답장이 없자 아키사다 아야카는 재차 문자를 보내왔다.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경기 시작 전에 한번 뵙고 싶습니다. 가능할까요? (◕‿◕✿)ッ>

    대외적으로 알려져 있는 차갑고 고고한 이미지와는 달리 사용하는 이모티콘들이 조금 의외다.

    나는 잠시 고민하다가 답장을 보냈다.

    <시합 전에는 일이 많아서 아마 힘들 것 같네요. 대회가 끝난 뒤에는 상관없습니다만.>

    그러자 몇 초 뒤, 또다시 답장이 왔다.

    <좋습니다.

    /)_/)˚。

    ( . .)☆´˚。☆

    ( づ♡ ☆

    그때 꼭 시간 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무슨 의도인지 모르겠네.”

    나는 핸드폰을 침대에 던져 놓고 고개를 돌렸다.

    가뜩이나 머리 아픈데 복잡한 생각은 하고 싶지 않았다.

    호텔 방 구석에는 아늑한 디자인의 게임 캡슐이 보인다.

    나는 한동안 게임 캡슐을 들여다보다가 고개를 저었다.

    모처럼 중국까지 왔는데 큰 경기를 앞둔 지금까지 레이드를 뛸 수는 없지.

    “시합 전까지는 현실의 몸을 좀 쉬게 해야겠다.”

    나는 간만에 외출이나 할까 하고 호텔을 나섰다.

    그리고 이럴 때 가장 마음 편히 부를 수 있는 상대는 아무래도…….

    “드레이크, 뭐 해?”

    나는 드레이크가 묵는 객실에 노크를 몇 번 했다.

    똑똑똑-

    하지만 문을 몇 번인가 두드렸음에도 불구하고 드레이크는 아무런 대답이 없다.

    문에 귀를 대 보니 안에서 뭔가 소리가 들려오는 것 같은데…….

    [OH! IT’S TOO HOT!]

    [SO-OOO SOFT!]

    [PUT IN! PUT IN!]

    [COME ON! MORE! MORE!]

    거친 숨소리와 잔뜩 고조된 목소리, 안에서 들려오는 것은 분명 드레이크의 목소리이다.

    ‘으악! 뭐 하는 거야! 우리 닳고닳은 뉴비 구단은 전체연령가 구단이라고!’

    뭐, 해외에 오면 각국의 선수들끼리 필연적으로 만나게 되고 다양한 국적, 다양한 문화, 다양한 나이대의 청춘남녀들이 한 자리에 뒤섞이게 되는 것이니 자연스럽게 좋은 분위기로 발전하게 되는 이들이 많다.

    사실 드레이크 정도의 외모와 실력, 인성이라면 멋진 이성들과의 만남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것일지도…….

    나는 슬그머니 자리에서 물러났다. 그렇게 복도로 사라지려고 하는 순간…….

    “음? 친구. 왔었나?”

    갑자기 문이 열리며 안에서 드레이크가 얼굴을 내밀었다.

    붉게 상기된 얼굴, 방 안에서 느껴지는 뜨거운 공기.

    “들어와라 친구. 컴인~ 컴인~”

    뭐? 뭐? 들어오라고? 아니 내가 거길 왜?

    내가 어버버 거리고 있자 드레이크는 씩 웃더니 내 손목을 잡고 방 안으로 잡아끌었다.

    안 돼, 나는 한국인이야, 관념이 다르다고!

    나는 여차하면 ‘실례했습니다’를 외치고 튀어나가려 했다.

    ……그리고 이내 방 안 풍경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부드럽고 뽀얀 속살, 뜨거운 김 속에서 매끈한 다리를 길게 꼬고 있는 것이 보였다.

    드레이크는 삼계탕을 먹고 있었던 것이다!

    “쏘 핫! 뜨거워. 하지만 부드럽다. 맛있다. 안녕하세요 Korea 팬들. 여러분들이 보내 준 삼계탕. 지금 먹는 중에 있다. 닭 안의 내장, 찹쌀로 대체되었다. 나는 좋아한다. Put in 대추. Put in 인삼. Insert 다데기? 적당히 하십시오 휴먼. Too spicy합니다. It’s mean 개매워. 팬들의 과분한 사랑. 항상 감사하십시오, And I also 한.국.조.아.”

    심지어 드레이크는 개인방송까지 하고 있었다.

    모니터 너머에는 한국 팬들과 미국 팬들이 보내는 메시지들이 가득 떠 있다.

    “……뭐 하냐?”

    내가 화면에 잡히지 않게 조심하며 묻자 드레이크는 씩 웃으며 방송을 종료했다.

    “한국 밥. 맛있다. 먹는 방송. 좋아한다. 시청자들. 구독자 수. 좋아요. 뿌슝뿌슝~”

    “……됐고. 삼계탕에 대추 빼. 그거 먹는 거 아냐.”

    “나는 이게 제일 맛있는데? 달달해서 좋다.”

    드레이크는 찹쌀에 대추를 올려 마지막 한 입을 먹은 뒤 우물거린다.

    나는 그런 드레이크의 손을 잡은 뒤 방에서 나왔다.

    몇 번의 재활치료 끝에 어느 정도 걸을 수 있게 된 드레이크는 내 뒤를 쭐레쭐레 따라온다.

    나는 그대로 윤솔의 방도 노크했다.

    “솔아, 안에 있어?”

    윤솔의 방문은 그냥 알아서 열렸다.

    잠가 놓는 것을 깜빡한 듯싶다.

    안에는 윤솔이 화장품들을 늘어놓고 고민하고 있는 것이 보였다.

    “아, 어진아! 무슨 일이야?”

    그녀는 나를 보더니 금세 얼굴이 밝아졌다.

    아무래도 뷰티 방송을 하기 전 신제품들의 스펙을 비교분석 해 보고 있는 도중이었던 것 같다.

    나는 드레이크와 윤솔을 번갈아 보며 싱긋 웃었다.

    “모처럼 중국까지 왔는데 근처 좀 돌아보자.”

    내가 등에 맨 가방에서 꺼낸 것은 체형을 가릴 수 있는 펑퍼짐한 후드티, 얼굴 전체를 가리는 선글라스와 마스크, 키를 바꿀 수 있는 자연스러운 깔창, 그리고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양말에 넣을 비상금 뭉치였다.

    최종 승부가 열리는 것은 앞으로 3일 후, 그 전까지는 몸도 마음도 조금은 쉬게 할 필요가 있었다.

    그러니 지금 이것은 그냥 놀자는 게 아닌 것이다.

    ……말하자면 전략적인 농땡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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