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닳고닳은 뉴비-452화 (452/1,000)
  • 453화 키스 타임 (2)

    그날 저녁.

    나는 마동왕 계정으로 SNS에 접속해 방송을 내보냈다.

    [뿌슝뿌슝뿌슝♬ 삐슝피슝♩ 쀼잉♪ 뚜뚱♬ 두웅♪ 뿡뿡♩~]

    익숙한 유튜뷰 인트로 영상과 함께 내가 미리 제작해 둔 영상의 인트로가 뜬다.

    “요즘 개인방송을 너무 쉬었지. 아시아 챔피언스 리그 전까지 좀 관리를 해 둬야겠다.”

    고인물 계정이나 마동왕 계정 둘 다 너무 오래 방치했다.

    슬슬 다시 영상들을 업로드할 필요가 있었다.

    사실 수익적인 면에서 방송을 운영할 필요성은 더 이상 느끼지 못하고 있었지만 그래도 이것은 그토록 오랜 시간 동안 나를 사랑해 준 팬들에 대한 예의다.

    이윽고. 화면에 가면과 음성변조기를 착용한 내 모습이 뜬다.

    [안녕하세요. 마동왕TV의 마동왕입니다. 오늘은 아무도 궁금해 하지 않는 저의 근황에 대해서 말씀드려 볼까 합니다. 그것은 바로…!]

    그리고 짧은 광고 영상이 떴다.

    나는 나도 모르게 욕을 하고 말았다.

    “아이 씨, 이런 데 광고를 끼워 넣으면 어떡해.”

    내가 끼워 넣었지만 참 욕 나오는 타이밍이었다.

    앞으로 이러지 말아야지.

    한편, 오늘도 엄청나게 많은 댓글들이 달린다.

    세계 각국의 팬들이 달아 주는 댓글. 대부분의 팬들은 내가 한국인임을 감안해 댓글을 한국어로 번역까지 해 가며 코멘트를 남기고 있었다.

    -그동안 근황 너무 궁금했어요 마동왕!

    -드디어 마왕 강림!!

    -아챔각이다! 아시아에 대격변을!

    -결코(Never)! 다시(Again)! 전쟁(War)! 결코! 다시! 전쟁!

    -SOOOOOOO COOOOOL!

    -あまりにも長い間待っていた!

    -我爱你♥♥♥

    .

    .

    수많은 팬들이 나의 방문을 격하게 반겨 주고 있다.

    화면 속 나는 미리 준비한 멘트들을 차분하게 읽어 나갔다.

    [아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조만간 아시아 챔피언스 리그가 열립니다. 아시아 12개국이 모여서 최강국을 가리는 아주 큰 대회죠. 저는 영광스럽게도 이 리그에 한국 대표로 출전하게 되었습니다.]

    그 이후로는 사실 뻔한 말들의 연속이었다.

    이 자리에 설 수 있게 되어 영광이다, 최선을 다하겠다, 이 영광을 국민 여러분께 돌린다.

    나는 지금껏 내가 지켜봤던 모든 스포츠인들의 소감문을 참고하여 가장 모범적이고 표준적인 소감을 밝혔다.

    -역시 우리 마왕님은 인성도 바르셔!

    -인성뿐만 아니라 적도 다 바르셔!

    -꺄아악 울 마왕님 귀여움 지구 뿌셔! 아챔 뿌셔!

    -그런데 오늘은 게임 영상은 안 올리시나요? (시무룩)

    -마왕님 게임 플레이하는거도 좀 보여주세요!!

    .

    .

    시청자들의 반응은 예상대로다.

    너무 입바른 말만 하니 재미가 없었던 모양.

    그래서 나는 영상 말미에 게임 플레이 장면 하나를 첨부했다.

    [오늘은 근황만 전하려고 하다가 아무래도 심심해하시는 분들이 있으실 것 같아서 게임 플레이 팁 하나를 준비해 봤습니다. 바로 스텝에 관한 이야기인데요.]

    나는 두 주먹을 복서처럼 말아 쥔 채 가볍게 스텝을 밟았다.

    [무투가에게 있어서 스텝은 아주 중요합니다. 언제든 뒤로 빠지거나 적을 추격해 파고들 수 있어야 하고 주먹을 내지를 때 발에 충분히 힘을 실어야 하기 때문이죠. 때문에 저는 이렇게 3.3.7 박자로 스텝을 꼬아서… 하나, 둘, 슬로우, 슬로우, 퀵, 퀵… 원, 투, 쓰립다 포, 쓰립다 포… 사실 전문적인 격투기를 배우지 않은 제가 이런 스텝술을 강의할 수 있는 이유는 데우스 엑스 마키나 안에 존재하는 대부분의 몬스터 공격 패턴이 이 스텝으로 인해 보편타당하게 파훼될 수 있기 때문… 특히나 장판 데미지를 피할 때 유용한……]

    나의 강의는 계속해서 이어진다.

    대부분의 중, 저렙 대 몬스터에게 먹히는 스텝 강의.

    레벨 업에 목마른 중수 이하의 유저들은 눈을 불을 켜고 내 강의내용을 받아 적고 있겠지.

    댓글 반응도 우호적이다.

    -오오! 저 나름 고렙이라고 할 수 있는 유저인데...이거 진짜 맞는말입니다! 저도 이 스텝 써요! 박자까지 똑같지는 않지만 저랑 되게 비슷하심ㅋㅋㅋㅋ

    -짱이다. 오늘부터 당장 연습들어갑니다

    -사스가 바람의 전설...아니 게임의 전설...

    -마왕님 지루박 추신다! 풍악을 올려라!

    .

    .

    실시간으로 스텝 연습을 하는 시청자들, 바로 게임에서 실험 들어간다고 하는 다른 유튜버들, 그 외 수많은 시청자들이 내 팁에 환호하고 있다.

    …그 중에.

    -희야날좀바라봐: 꺄아아악! 마동왕 님 돌아오셨군요!! 스텝 밟으시는 것도 초 섹시! \(>0<)/

    -희야날좀바라봐: ‘희야날좀바라봐’님이 ‘10만원’을 후원하셨습니다.

    유다희는 여전하다.

    그녀는 나에게 자기 닉네임을 밝히지 않았지만 나는 회귀 전의 기억으로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하지만.

    모든 이들이 유다희와 같이 우호적이지만은 않았다.

    조금 다른 움직임을 보이는 자들도 있었다.

    -스텝? 진짜 스텝을 밟고 싶다면 마동왕 따위에게 배우면 안 되지ㅋㅋㅋ

    -솔직히 무빙에 있어서는 마동왕보다 한 수 위인 스트리머가 있잖아~

    -흐으음~ 고인물 님에 비하면 조금 아쉬운 것 같은데?

    -.....에이 솔직히 고인물이 스텝 면에서는 더 나은듯?

    -고인물을 국회로! 덜렁덜렁~~

    .

    .

    다른 이들의 눈살을 찌푸려지게 만드는 댓글들이 달린다.

    방송의 주체인 스트리머를 다른 방송의 스트리머와 비교하며 평가절하하는 이들.

    이는 방송을 진행하는 스트리머에게도, 비교우위의 대상이 되는 스트리머에게도 민폐이다.

    하지만 나는 전혀 눈살을 찌푸리지 않았다.

    어차피 이들이 추종하는 스트리머 고인물 역시도 나니까.

    ‘…하지만 뭔가 조치를 취해야 하긴 하겠는데.’

    나는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영상을 마무리했다.

    [이 영상이 마음에 드셨다면 추천과 구독, 즐겨찾기, 선호작, 같이보는중, 별점, 댓글 부탁드립니다. 여기까지 마동왕 TV였습니다. 뿌슝뿌슝♬ 부잉♪ 뿡쁑피슝♩ 쓰아악♬ 마동왕Tv! 두둥♪]

    ⥁다음동영상 <손가락 하나로 A급 몬스터를 잡는 사람이 있다!? 두둥!>

    *       *       *

    “…휴우.”

    나는 마동왕 방송이 마무리 되어가는 것을 확인한 즉시 다른 방송을 켰다.

    이번에 하는 것은 생방송, 고인물의 방송이다.

    마동왕의 방송과 일부러 약간 겹치게 한 것은 혹시나 나중에 두 사람이 동일 인물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지 않게끔 하기 위해 사전에 논란거리를 방지해 두는 것이다.

    “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여러분의 귀염뽀짝 알몸둥이 고인물입니다. 반가워요, 무지 간만이네요. 요즘 통 레이드 영상을 안 올렸는데요. 영상들은 몰아서 업데이트 할 거구요, 오늘은 생방으로 던전을 한번 공략해 봅시다!”

    나는 방송 화면을 켜둔 채 게임에 접속했다.

    그리고 심심하면 가끔씩 가곤 하는 흔들귀의 미궁으로 향했다.

    [크오오오오-니이이이!]

    던전 보스 아카오니. 전신이 근육으로 꽉꽉 들어차 있는 C+등급의 보스 몬스터.

    시뻘건 피부와 단단한 뿔을 가지고 있는 악귀타입의 몬스터로 일본 설화에 등장하는 오니와 흡사한 외형을 가졌다.

    대격변 이후 덩치도 더욱 커지고 얼굴도 험상궂어졌지만 스탯이나 특성 등은 크게 오르지 않은 녀석.

    나는 아카오니를 뒤에 두고 빙글빙글 웃으며 화면을 돌아보았다.

    “요 빨간 악귀는 C+등급 주제에 덩치도 크고 외형도 험상궂어서 잡는 맛이 있죠. 초보들도 쉽게 타격감을 느낄 수 있고 나름 대형 몬스터를 거꾸러트렸다는 성취감도 얻을 수 있어서 인기가 많은 몬스터입니다. 오늘은 이 몬스터를 잡아 볼 건데요.”

    나는 턱을 쓰다듬으며 말을 이었다.

    “저번에는 누가 식당에서 쓰는 숟가락만을 이용해서 아카오니 잡기 미션을 주셨었죠? 이번에도 시청자님들의 미션을 받아서 한번 레이드를 수행해 볼까 합니다.”

    그러자 한 시청자가 파격적인 제안을 했다.

    -고이다못해썩은물™: 고인물 님 정도면 핥는 것만으로도 아카오니 잡을 수 있지 않을까요? 성공시 300만원, 반박시 지상렬~

    언뜻 보기에는 미친 제안으로 보인다.

    하지만 잘 보면 역시나 미친 제안이다.

    …그러나 내가 누군가?

    “코올~”

    나는 아무렇지도 않게 제안을 승낙했다.

    “자, 오늘은 숟가락도 아니고 혓바닥만으로 아카오니를 잡아 보겠습니다. 오로지 혀만 이용해서 핥짝거려서 잡는 겁니다~”

    나는 뒷짐을 지고 혀를 앙 내밀었다.

    그리고 눈앞에 있는 거대한 악귀를 향해 용맹하게 달려 나갔다.

    [오-니이이이이!]

    아카오니는 나를 향해 뜨거운 불길을 토해 냈다.

    나는 펄쩍 뛰어 그 불길을 등으로 타 넘었고 착지하자마자 뒤돌아선 채로 달려 눈 깜짝할 사이에 아카오니의 다리 발목으로 쇄도했다.

    그리고.

    …핥짝!

    혀를 내밀어 아카오니의 발목 가죽을 한번 핥았다.

    “앙. 이 맛은 300만 원짜리 미션의 맛이구나.”

    나는 방송 화면을 바라보며 씩 웃었다.

    그리고 동시에, 내 혓바닥에서 ‘맹독’ 특성이 발현되어 아카오니의 전신을 침식한다.

    시청자들에게는 보이지 않겠지만 아카오니의 HP는 내 혓바닥에 닿을 때마다 착실하게 줄어들고 있었다.

    핥짝- 핥짝- 핥짝- 핥짝-

    나는 개처럼 아카오니의 발을 핥았다.

    ‘돈만 준다면 뭐 누구 발도 핥을 수 있지.’

    …물론 돈을 진짜 많이 줘야 하겠지만 말이야.

    그리고 내가 한번 혓바닥을 쓱 움직일 때마다 아카오니의 살가죽이 시커멓게 썩어 간다.

    [오니이익! 니이이이익!]

    아카오니는 혀를 낼림거리는 나의 모습에 깜짝 놀라 뒤로 물러났다.

    악귀타입 몬스터는 거의 걸리지 않는다는 상태이상 ‘공포’에 사로잡힌 모습이었다.

    츠츠츠츠츠…

    아카오니는 뒤로 돌아 엉금엉금 기어 물러났지만 나는 여전히 혀를 낼름거리며 그런 아카오니를 향해 다가간다.

    “갓챠!”

    나는 위로 펄쩍 뛰어올라 아카오니의 뺨을 혀로 낼름 핥았다.

    A+등급의 몬스터 바실리스크의 맹독이 내 혀를 통해 아카오니의 전신을 잠식해 나갔다.

    결국.

    …쿵!

    한 시간도 채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아카오니는 독에 절어 쓰러지고 말았다.

    나는 피식 웃고는 방송 화면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고이다못해썩은물™: 아 미친놈;;; 개더러워;;; ……그치만 그래서 좋아♥

    아까 300만원을 걸었던 시청자가 내 계좌에 돈을 쏘아 보낸다.

    아무래도 내 게임 플레이를 좋아해 주는 팬들은 어딘가가 살짝 뒤틀려 있는 것 같다.

    댓글창은 역시나 뜨겁다.

    -미친 변태 놈. 죽어라ㅡㅡ

    -와;;; 방금 무빙 봄? 지렸다, 갓갓~

    -우리 딸이 자꾸 님 방송을 몰래 보네요ㅠㅠ 방송하지말아주세요.

    -알몸 유해 콘텐츠 신고했습니다

    -저거 아카오니 공격 피할 때 중심이동 어떻게 하신 거예요????

    -저게 정녕 사람의 플레이냐?

    -악귀를 혀로 핥아서 죽이다니...다른 의미로 인간이 아니야...

    -당신의 왜곡된 성욕, 아니 식욕이 또...

    -아카오니 주먹 피할 때 몸 중심이동으로 외발턴 하는 거 봄?? 나도 꽤 고렙인데...따라하지도 못하겠음...

    -변태적인 행위와는 별개로...저런 게임 피지컬이 어떻게 나오지? 월드클래스인데 진짜??

    -변태적인 거 말고 실력을 봐라...프로들도 못 해 저건 ㄹㅇ;;

    .

    .

    역시나 나의 플레이는 호불호가 명확하게 갈린다.

    하지만 후원되는 금액의 액수는 오히려 보편적으로 인기를 얻고 있는 마동왕의 것보다 훨씬 더 컸다.

    “네, 아무튼. 오늘도 감사합니다. 그럼 방송은 이만 여기서 마치고요. 차차 그동안 레이드 했던 결과들도 업로드 하겠습니다.”

    나는 마무리 멘트와 함께 방송을 종료했다.

    그러자, 댓글 창에는 수많은 댓글들이 달렸다.

    -오늘 고인물 무빙 오졌다. 중심이동 외발턴 보고 진짜 감동먹음

    -위엣놈 무빙알못이네. 저런 수준의 중심이동 가지고ㅉㅉ

    -솔직히 고인물보다는 마동왕 쪽이 중심이동이나 외발턴 잘함.

    -ㄴ맞음. 애초에 무투가 타입이다보니 회피타입인 고인물보다 숙련도가 높지

    -무투가 타입인 거랑 회피타입인 거랑 중심이동 스킬이 뭔 상관??

    -아무튼 마동왕에 비하면 한 수 모자르다 이거야~~

    -ㄴ조까세요

    .

    .

    방금 전 마동왕 방송이 있었어서 그런가?

    고인물과 마동왕을 비교하는 댓글들이 유난히 많이 보인다.

    아까 마동왕 방송 때 고인물의 극성팬들이 와서 난리를 쳤던 것처럼, 지금 고인물 방송 때는 마동왕의 극성팬들이 와서 난리를 치고 있었다.

    이것은 두 스트리머 계정의 방송이 모두 종료된 뒤에도 계속 이어져 숫제 게임 커뮤니티들을 바짝 달궈 놓고 있다.

    너무 오랜만에 영상을 올려서일까?

    목마르고 목말랐던 열성팬들의 열정에 바짝 마른 장작을 던진 셈이 된 모양.

    그래서 지금 게임 커뮤니티에는 실시간으로 고인물과 마동왕 비교 논란 떡밥이 끊임없이 확대 재생산되어 있었다.

    먼 옛날 고인물과 마동왕이 싸웠던 영상들이 다시 조회수 역주행을 하기 시작했고 수많은 분석글들이 달린다.

    유명 스트리머들이 고인물과 마동왕의 싸움을 분석해 자기 나름대로의 주장을 펼쳤고 또 조회수를 얻어 간다.

    이른바 낙수효과였다.

    마동왕 팬들의 의견은 다음과 같았다.

    마동왕  고인물

    호감형인가?       O     X

    카리스마가 쩌는가? O     X

    섹시한가?         O     X

    공식우승경력이 있는가? O     X

    범죄경력이 클린한가? O     X

    결론              승     패

    고인물은 맨날 벗고 다니니 마동왕에 비해 호감이지도 않고 카리스마가 있지도 않으며 공연음란죄로 방송에서 한번 짤린 경험도 있으니 범죄자라는 것이다.

    하지만 고인물 팬들의 의견은 또 다르다.

    마동왕  고인물

    벗었는가?       X      O

    덜렁이는가?     X      O

    섹시한가?       X      O

    변태인가?       X      O

    흥분되는가?     X       O

    결론           패     승

    마동왕은 고인물에 비해 모든 면에서 객관적으로 뒤진다는 것이었다.

    아무튼… 아무튼 객관적으로 그렇다는 것이었다.

    결국 이 거대한 논쟁에는 양 스트리머의 공식 팬덤까지 나서게 되었다.

    마교 측: [이번에야말로 고인물VS마동왕 논쟁을 끝낼 차례.]

    덜렁교 측: [어차피 이번 아시아 챔피언스 리그 직관 때 1열 예매 전쟁을 치러야 했을 터.]

    하늘에 태양은 하나뿐이다.

    누가 진정 한국 게임판의 지존인지 가리는 배틀.

    고인물의 거대 팬덤 덜렁교와 마동왕의 거대 팬덤 마교가 맞붙는다.

    전쟁 날짜는 시시각각 구체적으로 논의되고 있었다.

    바야흐로 거대한 ‘현피’의 시작을 알리는 흐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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