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닳고닳은 뉴비-449화 (449/1,000)

450화 기억의 습작 (5)

많은 날이 지나고 나의 마음 지쳐갈 때.

내 마음속으로 쓰러져 가는 너의 기억이 다시 찾아와 생각이 나겠지.

너무 커 버린 미래의 그 꿈들 속으로.

잊혀져 가는 너의 기억이 다시 생각날까.

너의 마음속으로 들어가 볼 수만 있다면.

철없던 나의 모습이 얼만큼 의미가 될 수 있는지.

많은 날이 지나고 나의 마음 지쳐 갈 때.

내 마음속으로 쓰러져 가는 너의 기억이 다시 찾아와 생각이 나겠지.

너무 커 버린 내 미래의 그 꿈들 속으로.

잊혀져 가는 나의 기억이 다시 생각날까.

많은 날이 지나고…….

-김동률 『기억의 습작』 中-

*       *       *

돌돌돌돌돌…

동전이 굴러가는 소리.

금화 한 닢이 비탈길을 힘겹게 타올라가 옥좌의 바닥에 닿는다.

…통!

금화는 옥좌에 흡수되지 않은 채 잠시 그렇게 옥좌의 바닥과 닿아 있다가 이내 힘을 잃고 비탈길 아래로 다시 굴러 떨어졌다.

…땡그랑!

그 후, 무거운 정적이 텅 빈 곳간을 채웠다.

그토록 흘러넘치던 부가 모두 말라붙어 버린 만마전, 이 무저갱 속의 황금향은 이제 을씨년스러운 폐허로 변해 버렸다.

눈을 어지럽히던 광채는 씻은 듯 사라진 지 오래.

금도 보석도 모두 사라진 궁전.

그 중앙에는 성장을 멈춘, 크고 높고 화려한 옥좌 하나만이 오로지 쓸쓸하게 솟구쳐 있을 뿐이다.

[…….]

마몬.

두 개의 머리를 가진 검은 몸의 악마성좌.

이 세상 모든 지하광물들을 다스리며 그 탐욕이 지저의 온 무저갱을 메우고도 남을 정도였던 대악마.

-띠링!

<세계 최초로 ‘악마성좌 마몬’ 레이드에 성공하셨습니다!>

<최초 정복자의 이름이 아카식 레코드에 기록됩니다.>

<이름을 남기시겠습니까? YES: 고인물.>

<보상이 지급됩니다!>

<‘무저갱의 수전노 마몬’이 쓰러졌습니다>

<‘만마전(萬魔殿)’이 멸망했습니다>

<‘만마전(萬魔殿) 외성’이 혼란에 빠집니다>

<온 세상이 당신을 두려워합니다>

<2차 대격변의 ‘두 전쟁군주’들이 고인물 님을 주목합니다>

<악마성좌 레비아탄이 당신의 업적을 좋아합니다>

<활화산의 용군주 모르그마르가 당신의 업적에 관심을 표합니다.>

<심록의 용군주 브라키오가 당신의 업적에 관심을……>

.

.

알림음은 그런 마몬의 최후를 공식적으로 선언하고 있었다.

파산(破産).

회생불가능(回生不可能).

돈이 곧 목숨이었던 존재가 알거지가 되었다.

…이것은 무엇을 뜻하는가?

대악마 마몬은 죽었다.

금전적으로, 사회적으로, 완전히 죽어 버린 것이다!

“……휴우.”

나는 그 자리에 바로 털썩 주저앉아 버렸다.

비록 아직 마몬이 살아 있기는 하지만 저것은 죽은 것이나 다름없다.

또한 옥좌에 단단히 못 박혀 있는 이상 움직이는 것은 요원해 보인다.

‘뭐, 레이드도 끝난 마당이니 조금쯤은 쉬어도 괜찮겠지?’

나는 자리에 완전히 드러누웠다.

“어진아!”

“어진!”

저 멀리서 윤솔과 드레이크가 달려오고 있었다.

하나같이 피로에 절은, 하지만 환희에 빛나는 얼굴들.

우리는 서로 얼싸안고 한동안 레이드 성공의 감회를 나누었다.

그리고 바로 상태창을 확인했다.

-<이어진>

LV: 90

호칭: 바실리스크 사냥꾼(특전: 맹독) / 샌드웜 땅꾼(특전: 가뭄) / 씨어데블 격침자(특전: 심해) / 대망자 묘지기(특전: 언데드) / 지옥바퀴 대왕게 잡이(특전: 백전노장) / 아귀메기 태공(특전: 잠복) / 크라켄 킬러(특전: 고생물) / 와두두 여왕 쥬딜로페의 펫(특전: 갹출) / 여덟 다리 대왕 참수자(특전: 불완전변태) / 리자드맨 학살자(특전: 징수) / 식인황제 시해자(특전: 1차 대격변) / 뒤틀린 황천의 생존자(특전: 절약) / 불사(不死)의 좌군단장(특전: 여벌의 심장) / 불사(不死)의 우군단장(특전: 선택) / 검은 용군주 오즈의 위상(특전: 혈족전생) / 탐욕의 악마성좌 마몬의 위상(특전: 수전노)

HP: 900/900

네 번의 연속 레벨 업.

죽음룡 레이드 이후임을 감안한다면 실로 엄청난 경험치량이다.

‘…아마 데스웜과의 전투에서 얻은 경험치도 반영되었나 보군.’

무저갱 버프를 얻은 데스웜과의 싸움 역시도 경험치를 상당히 올려 주었으니 엄밀히 따지면 마몬 레이드만으로 얻은 경험치의 결과는 세 번의 연속 레벨 업이라고 보는 것이 옳을 것이다.

“호칭 특전은…‘수전노’인가.”

‘탐욕의 악마성좌 마몬의 위상’이라는 호칭이 생겼다.

죽음룡 오즈를 잡고 얻은 호칭과 상당히 비슷하다.

하지만 오즈 때와 달리 특전 보상은 내가 익히 아는 것이 떨어졌다.

‘수전노’

↳피해를 입거나 입힌 존재의 소지금을 최대 50%까지 강탈합니다.

심플한 능력, 하지만 그 효과는 실로 사기적이다.

“이건 아주 대놓고 삥뜯는 스킬이네.”

나는 할 말이 없어 피식 웃었다.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서 그 활용도가 무궁무진한 사기 특성 중 하나를 손에 넣었다.

…하지만, 여기서 끝이 아니다!

나는 인벤토리로 들어온 보상 아이템을 확인했다.

-<악마성좌 마몬의 대지진 건틀릿> / 한손무기 / S+

마몬이 쓰던 거대한 망치에서 떨어져 나온 조각.

산을 두들겨 평지로 만들고, 평지를 두들겨 무저갱으로 만들 수 있는 힘의 일부가 담겨 있다.

-물리 공격력 +20,000

-특성 ‘대지진’ 사용 가능 (특수)

예전에 마몬이 쓰던 망치와 같은 스펙의 아이템이 떨어졌다.

깡 공격력 2만이라는 말도 안 되는 옵션에 ‘지진’ 특성보다 한 단계 위의 파괴력을 가진 ‘대지진’ 특성이 붙었다.

건틀릿의 설명에는 ‘일부’라고 되어있지만 사실 성능은 망치일 때와 완전히 똑같았다.

나는 아이템을 착용해 보았다.

…끼긱!

망치 모양의 철장갑은 크고 무거웠다.

마치 망치에서 자루를 떼고 그것을 그대로 손에 착용한 것 같은 투박한 비주얼.

주먹뿐만 아니라, 팔뚝, 나아가 어깨까지 완전히 뒤덮어 버릴 정도로 거대하고 육중한 중장비였다.

“딱 마동왕 아이템이로군.”

이것 역시 데스웜을 잡고 얻은 건틀릿과 좋은 호흡을 맞출 느낌이 든다.

-<데스웜의 생매장 건틀릿> / 한손무기 / S

데스웜의 거체에서 뿜어져 나오는 미증유의 거력이 깃들어 있다.

-물리 공격력 +9,900

-특성 ‘와류’ 사용 가능 (특수)

마동왕은 또다시 두 개의 건장한 팔뚝을 갖게 되었다.

솥뚜껑보다 커다랗게 변한 손바닥.

주먹을 말아 쥐자 눈앞에 있는 것이 산이라고 해도 무너트릴 수 있을 것 같다는 자신감이 들었다.

과연 고정 S+등급 몬스터를 처치한 보람이 있다.

“그리고 눈여겨봐야 할 게 하나 더…….”

나는 마몬 퇴치 이후 들었던 알림음의 내용에도 주목했다.

<2차 대격변의 ‘두 전쟁군주’들이 고인물 님을 주목합니다>

예전에 죽음룡 오즈를 격퇴하고 들었던 알림음의 내용과 동일하다.

일곱 용과 일곱 악마를 제외한 두 군주, 그들이 날 주목하고 있다라…….

나는 데스웜 때 큰 공을 세웠던 쥬딜로페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곧 친구들이 늘어나겠구나.”

이것 역시도 예전에 했던 대사 그대로다.

[…뿌우?]

여전히, 쥬딜로페는 아무것도 모른다는 천진난만한 눈빛으로 나를 올려다볼 뿐이다.

뭐 지금은 아무것도 모르는 게 속 편하겠지.

한편.

“오오, 나는 이번에 기여도가 별로 없었는데도 엄청 올랐네!”

“이번에는 내 기여도가 낮아서 그런가? 나는 그다지 오르지 않았군.”

윤솔과 드레이크 역시도 상태창 점검을 끝냈다.

드레이크는 한 번의 레벨 업을 통해 ‘통곡의 벽’이라 불리는 레벨 80에 이르렀다.

이번에 힐과 디버프를 통해 꽤나 선전했기 때문일까?

윤솔은 무려 세 번의 연속 레벨 업 끝에 드레이크와 같은 레벨 80으로 올라섰다.

둘 다 ‘탐욕의 악마사냥꾼’이라는 호칭을 얻었고 이는 악마 계열 몬스터들에게 두 배의 피해량을 줄 수 있는 매우 좋은 특전이었다.

…더군다나.

“헉!? 이건!?”

윤솔과 드레이크는 그들에게 각기 배분된 아이템 보상을 보고 깜짝 놀라야만 했다.

놀랍게도, 마몬은 아무런 아이템도 떨구지 않았던 것이다.

다만.

-띠링!

<만마전에 미처 도달하지 못했던 세계 각지의 재물들이 정복자들에게 귀속됩니다>

<계좌를 열어 진행 상황을 확인해 주세요>

<자동 귀속 중 (1단계 …1%)>

윤솔과 드레이크의 인벤토리가 열리더니 만마전에 산더미처럼 쌓여 있던 마몬의 재산 중 극히 일부가 계좌로 입금되었다.

누가 돈의 화신 아니랄까 봐, 보상을 돈으로 퉁치려는 마인드라니.

하지만 그런 불평을 하기에는 너무나도 많은 돈이었다.

누구도 감히 불평할 수 없는 수준의 액수!

-띠링!

<만마전에 미처 도달하지 못했던 세계 각지의 재물들이 정복자들에게 귀속됩니다>

<자동 귀속 중 (1단계 …3%)>

<자동 귀속 중 (1단계 …16%)>

<자동 귀속 중 (1단계 …32%)>

<자동 귀속 중 (1단계 …56%)>

<자동 귀속 중 (1단계 …72%)>

<자동 귀속 중 (1단계 …99%)>

.

.

…짤그랑짤그랑짤그랑짤그랑짤그랑짤그랑짤그랑짤그랑짤그랑짤그랑짤그랑짤그랑짤그랑짤그랑짤그랑짤그랑짤그랑짤그랑!

돈이 쌓이는 속도는 점점 가속도가 붙고 있었다.

돈이 돈을 부르고 큰돈이 큰돈을 부르는 것은 당연한 이치!

인벤토리의 숫자들은 점점 천문학적인 영역에 진입한다.

…어느덧.

-띠링!

<자동 귀속 완료 (1단계 …100%)>

마몬이 마지막으로 끌어 모았던 상납금이 전액 납부되었다.

나는 떨리는 목소리를 애써 침착하게 가다듬었다.

“……대충 한 15억 정도 되겠네.”

그러자 윤솔이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세상에! 15억 원이라고!? 로또 1등보다 더 엄청나잖아!”

하지만 그녀는 헛다리를 짚었다.

짚어도 한참이나 잘못 짚었다.

“미안하지만 ‘원’이 아니야.”

“…응?”

윤솔과 드레이크가 고개를 갸웃했다.

나는 다시 한번 입을 열었다.

“달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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