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닳고닳은 뉴비-412화 (412/1,000)
  • 413화 진짜가 나타났다 (2)

    유튜뷰에 올라온 동영상 하나.

    단순히 몇 분짜리의 영상에 불과했지만 그것이 전 세계에 미친 여파는 단순하지 않았다.

    온 세상천지가 이 동영상에 반응했다.

    수억 명의 게이머들이 열광했고 그보다 훨씬 더 많은 사람들이 마우스 버튼을 클릭한다.

    -대격변을 일으킨게 마동왕!?!?

    ↳헐...이거 그냥 시간이 지나서 자연스럽게 업데이트된거 아니었어??

    ↳누가 인위적으로 일으킨 거였단 말야?ㅁㅊㄷㅁㅊㅇ

    -보고도 믿을수가 없는데;;;페이크 영상 아니냐?

    ↳ㅋㅋ이런 퀄리티의 페이크 영상이라고?

    ↳영화 하나 제작할 정도의 예산이라면 가능하겠네

    ↳뎀 코리아에서 입장표명 떴다. 진짜 맞대ㄷㄷㄷ

    -wtf! Amazing Korean!!!

    ↳respect...

    ↳クール認める...

    ↳Aucun moyen

    ↳Hakuna njia

    -이 경기 직관한 마교인입니다. 제가 마교 소속인 것이 자랑스럽습니다.

    ↳I want to join the association!!!!

    ↳我也是...

    ↳Ich auch!

    ↳الوقوف في الطابور

    -Do all Koreans play games well?

    ↳아니;;;마동왕이 너무 규격 외인데...

    ↳대격변을 일으킨 건 진짜...레전드

    ↳와 저 동료 두 분도 진짜 대단한 듯...

    .

    .

    국내보다 오히려 해외가 더더욱 떠들썩했다.

    아시아 변방의 작은 나라 한국은 무서운 속도로 그 존재감을 키워나간다.

    물론, 모든 게임 커뮤니티와 SNS, 스트리밍 채널 등등이 시끄러웠지만…사실 그 어디보다도 많은 트래픽이 몰리는 곳이 있었다.

    바로 마동왕의 유튜뷰 채널이다!

    “…와! 조회수 진짜 미쳐 버렸다.”

    내가 공개한 대격변 영상은 대회가 끝난 지 이틀차인 현재 기준으로 4억 뷰를 넘어섰으며 지금도 꾸준히 조회수가 오르고 있었다.

    하루에 1천만 뷰 이상의 증가폭, 유튜뷰의 역대 최고 조회수 기록인 ‘50억 뷰의 전설 데스파시토(Despacito)’의 상승세에 견줄만한 엄청난 성장폭.

    원래는 아껴 두려 했던 S급 몬스터 레이드 동영상들이었지만 이번에 윤솔과 드레이크의 국가대표 무임승차 논란을 잠재우기 위해 부득이하게 하나의 동영상을 출격시켰다.

    그것이 바로 식인황제 보카사 레이드, ‘천공섬의 몰락’을 담은 동영상이었다.

    ‘시기적으로도 가장 적절했지.’

    대격변 이후 열린 첫 프로리그에서 터트린 만큼 우리 구단의 존재감은 확실해졌다.

    더 나아가 아시아 챔피언스 리틀리그를 앞두고 한국의 영향력 역시 강대해진 것은 덤이다.

    이로 인해 차규엽을 비롯한 협회의 나부랭이들은 내 앞에서 찍 소리도 못 하게 되었다.

    무려 대격변을 일으킨 본인들 앞에서 무슨 자격 미달 논란이 있겠는가!

    한편, E스포츠 스타디움 돔구장 홀의 초대형 스크린에 띄울 영상을 편집한 이는 엄재영 감독이었다.

    그는 고인물과 마동왕이 동일인물인 게 밝혀지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 편집을 했으며 그냥 영상을 바로 공개하자는 내 의견을 수정하여 영상을 먼저 내 유튜뷰 계정에 먼저 업로드한 뒤 스크린에 내 유튜뷰 계정을 연동하여 공개하는 꼼꼼함을 보였다.

    “이래야 네 수익이 극대화될 거다.”

    엄재영 감독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그냥 영상을 뿌리는 것보다 내 계정에 먼저 연동해 놔야 조회수가 되고 수익이 될 것이 분명하다.

    그렇다고는 해도 조회수가 이 정도까지 엄청날 줄은 몰랐다.

    회귀 전의 세상에서 대격변 영상이 처음으로 공개되었을 때 사람들이 보였던 폭발적인 반응을 생각하고 벌인 일이었지만…지금 내가 살고 있는 시간대에서는 반응이 그보다 훨씬 더 좋았던 것이다.

    “후후후. 조회수가 억대를 가볍게 넘기네 그냥. 아마 한국 유튜버들 중에 네 조회수가 가장 높을 거다.”

    “…그러게요. 대격변 이후 아무것도 안 하던 마동왕 계정이 그동안 활발하게 동영상을 올려오던 고인물 계정보다 조회수가 훨씬 더 좋네요.”

    나는 완벽하게 부활한 마동왕 계정을 보며 피식 웃었다.

    (참고로 이 동영상으로 인한 수익은 윤솔과 드레이크에게도 공정하게 분배될 예정이다)

    한편.

    우리는 우승 기념, 그리고 대격변 영상으로 인한 폭발적인 조회수를 기념하여 작은 파티를 열었다.

    내 건물 중앙의 파티룸에서 출장 뷔페를 차려 두고 샴페인 뚜껑을 따는 파티.

    나는 마동왕의 입장인지라 가면을 쓴 채 샴페인 잔을 홀짝이고 있었다.

    이제 슬슬 다들 올 시간이 되었는데….

    그때.

    파티룸의 문이 열리며 모자와 선글라스를 낀 여자 하나가 들어왔다.

    조막만한 얼굴에 늘씬한 비율, 얼굴을 가려도 알 수 있었다.

    “어진아!”

    윤솔이 내 옆으로 다가와 잔을 들어올렸다.

    나는 윤솔의 잔에 내 잔을 부딪치며 씩 웃었다.

    “어이쿠, 우리 무임승차자 오셨나?”

    엄재영 감독이 동영상을 정지시킨 뒤 윤솔을 향해 너스레를 떤다.

    “어휴 감독님! 그러니까 경기 내보내 주시지!”

    “으허허허! 너는 우리 구단의 비밀병기인데 쉽게 내보내선 안 되지.”

    윤솔과 엄재영 감독도 건배를 한다.

    나는 윤솔의 뒷모습을 가만히 바라보며 생각했다.

    ‘솔이의 힐도 힐이지만… 사실 얘의 진짜 비밀무기는 따로 있지.’

    우리 팀에 있는 유일한 힐러. 그녀는 앞으로 펼쳐질 리그에서 큰 역할을 맡게 될 것이다.

    내가 생각을 하고 있을 때, 파티룸의 문이 열리며 다른 사람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싸부!”

    엉뚱한 방향을 보며 손을 흔드는 유세희.

    그리고 휠체어에 앉은 드레이크와 그 휠체어를 미는 마태강이다.

    “미성년자는 탄산음료 마시렴.”

    나는 잔을 들어 올리며 친구들에게 인사를 건넸다.

    마태강과 드레이크는 한때 샌드웜 레이드 당시 일전을 겨뤘던 사이.

    처음에는 약간 어색해 보이기는 했지만 그래도 고수들끼리 통하는 바가 있었는지 금방 게임 이야기로 꽃을 피운다.

    “언니!”

    “어머 세희야!”

    유세희와 윤솔은 만나자마자 손가락으로 깍지를 낀 채 반가워했다.

    이틀 전에도 봤는데 뭐가 저리 반가운지.

    유세희는 윤솔을 굉장히 잘 따랐는데 그것은 아마도 윤솔이 홍영화의 카피바라 같은 친화력을 배웠기 때문인 듯하다.

    게임 속의 쥬딜로페 역시도 딱히 별 이유 없이 윤솔을 좋아하는 것을 보면 참 애들에게 먹히는 친화력도 타고나야 하는 게 아닌가 싶기도 했다.

    그때.

    양반은 못 된다고, 엄재영 감독이 반색을 하며 손을 흔든다.

    “어이 친구들. 왔구만!”

    입구에 있는 이는 나도 많이 본 얼굴들이다.

    LGB 게임방송 부서에 있는 조태호 부장과 홍영화가 엄재영 감독을 향해 밝은 표정으로 손을 흔들고 있었다.

    나 역시 개인적으로 아는 이들이었지만 그것은 고인물일 때의 인맥, 지금은 마동왕으로 행세하고 있으니 아는 척은 금물이다.

    그 뒤를 이어 따라 들어온 이들 역시도 내가 익히 아는 인물들이었다.

    “안녕하세요! 만년 신인 걸그룹 니아입니다!”

    박보연. 그리고 배수지, 윤두나, 박소담 역시도 문을 열고 들어온다.

    파티룸의 규모를 보고 놀란 표정을 짓는 임우람 매니저 역시도 함께다.

    나는 엄재영에게 물었다.

    “아니, 니아는 왜 부른 겁니까?”

    “왜? 안되냐? 우리 구단 열성팬이자 구단 홍보모델들인데 뭐 어때. 행사료도 안 받고 오겠다는데.”

    니아 멤버들이 게임에 푹 빠져 산다는 것은 아는 사람들은 다 아는 사실.

    아무래도 니아 멤버들은 우리 구단을 덕질하고 있는 것 같았다.

    “꺄악! 마동왕 선수! 저 진짜 팬이라니까요! 저는 성공한 덕후에요!”

    “우리 사부랑 붙어서 비기셨다고 들었어요! 대단해!”

    “저희 사부님도 진짜 엄청나신데, 마동왕 선수도 그 못지않은 것 같아요!”

    배수지, 윤두나, 박소담은 나와 악수를 하며 흥분한 기색으로 조잘거린다.

    한편.

    “…음, 안녕하세요.”

    박보연은 약간 어색한 기색으로 내게 고개를 숙일 뿐이었다.

    옛날에 프로리그에서 만났을 때 나에게 굴욕적인 패배를 겪은 적이 있기 때문이다.

    늘 귀찮을 정도로 내게 달라붙던 박보연이 이런 떨떠름한 반응을 보이자 조금 낯설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서운한 척을 할 수도 없기에 나는 그저 고개만 끄덕일 뿐이었다.

    그때 늘 밝은 홍영화가 샴페인을 마시며 내게 물었다.

    “어라? 근데 마교 팬클럽은 오늘 안 오나요?”

    “나중에 따로 정모 겸 해서 파티 열기로 했어. 오늘은 프로리그 관계자들하고 구단 관계자들만.”

    나는 홍영화가 내민 잔에 내 잔을 부딪치며 설명했다.

    이윽고 엄재영이 부른 협회 인물들도 모습을 드러낸다.

    차규엽과는 대척점에 있는 이들로 다들 한국 게임계의 발전을 위해 힘쓰는 뜻 있는 사람들이다.

    “자, 오늘 이 자리를 빛내 주셔서 감사합니다! 다들 즐거운 시간 보내시길!”

    엄재영 감독이 축사 아닌 축사를 읊으며 잔을 들었다.

    모두가 밝은 표정으로 잔을 들어 올려 국가대표 구단 ‘닳고닳은 뉴비’의 번영을 기원하고 있다.

    그때.

    “이봐요.”

    내 어깨를 뒤에서 콕콕 찌르는 손가락이 있었다.

    뭔가 싶어 고개를 돌리니 시커먼 후드를 뒤집어쓰고 있는 여자가 시야에 들어온다.

    언제 들어온 것일까? 아니, 애초에 누구 초대로 여기에 온 것일까?

    내가 아는 엄재영의 지인들은 대부분 나이 지긋한 아저씨들, 예외가 있다면 LGB 방송국의 홍영화 정도이다.

    그렇다면 이 여자는 누구일까?

    내가 의아한 기색으로 멀뚱멀뚱 서 있자.

    “나 몰라요?”

    그녀는 북적북적한 인파를 피해 내 쪽으로 한 걸음 더 가깝게 다가섰다.

    아직 젖어 있는 머리, 옅은 샴푸 냄새가 코에 닿는다.

    작은 키에 앳된 외모였기에 유세희 정도의 나이인가 싶었지만 목소리가 상당히 허스키했기에 나이가 꽤 있음을 짐작할 수 있었다.

    이내, 나는 검은 후드 밑에서 빛나는 그녀의 눈을 마주했다.

    상당히 뜻밖의 인물이었다.

    “…처리반?”

    은근히 자주 보이는 얼굴이라서 외우고 있다.

    일 잘하기로 소문난 처리 2반의 반장.

    리그가 열리기 전 맵에 존재하는 몬스터들을 ‘지우고’ 다니는 존재.

    남세나가 날카로운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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