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닳고닳은 뉴비-407화 (407/1,000)

408화 권선징악(拳善懲惡) (3)

<급상승 검색어 순위>

※검색 횟수가 급상승한 검색어의 순위와 추이를 연령별, 시간대별로 자세히 제공합니다.

<전체 연령대>

1. 유세희. (NEW)

2. 뎀 프로리그 국가대표 선발전. (↓1)

3. 눈 먼 처형인. (NEW)

<10대>

1. 유세희.  (NEW)

2. 눈 먼 처형인.  (NEW)

3. 닳고닳은 뉴비. (↓2)

<20대>

1. 유세희. (NEW)

2. 뎀 프로리그 국가대표 선발전. (↓1)

3. 마동왕. (↓2)

<30대>

1. 유세희. (NEW)

2. 레고밟았어 비축분. (↓1)

3. 뎀 프로리그 국가대표 선발전.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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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커뮤니티 사이트뿐만 아니라 모든 인터넷 플랫폼들에서 온통 난리가 났다.

개개인이 이용하는 SNS들 또한 마찬가지였다.

‘유세희’라는 이름이 모든 연령대 모든 시간대에서 검색어 순위 1위를 차지하고 있었다.

뎀 프로리그에 나타난 슈퍼노바!

데뷔하자마자 유력 우승후보 구단인 바스터즈의 최정예 에이스 세 명을 연달아 잡아내는 눈부신 위용!

어린 나이에 불편한 몸이라는 모든 악조건을 이겨 내고 왕좌에 도전하는 소녀.

가히 신드롬(syndrome)을 불러일으키고도 남을 히트 조건이었다.

유다희를 비롯한 마교언니들 팬덤의 엄청난 응원화력을 등에 업은 유세희는 필드 한가운데 선 채 초신성처럼 빛난다.

심지어 유세희가 입학한 중학교 친구들도 우르르 몰려와 유세희의 이름이 적힌 플랜카드를 흔들며 응원하고 있었다.

캐스터들 역시 간판에 프로리그에 부는 핫한 바람을 눈치 채지 못할 리가 없다.

[……세상에! 저는 지금 꿈을 꾸고 있는 것 같습니다! 지금 리플레이 화면만 몇 번을 보는지 모르겠어요.]

[와아! 제 살아생전 이 바닥에서 병약 미소녀가 왕좌를 노리는 것을 보게 될 줄은 몰랐어요. 제 기억이 맞다면 유세희 선수는 분명 마동왕 선수가 직접 병원으로 찾아가 데뷔를 제안한 이력이 있는 선수였죠?]

[캬! 마동왕 선수가 괜히 영입을 한 것이 아니네요! 나이면 나이! 실력이면 실력! 뭐 하나 빠지는 게 없는 명경기였습니다! 더군다나 유세희 선수에게는 ‘히스토리’까지 있지 않겠습니까!?]

[…몸이 불편한 환경에서 이렇게 한 것은 분명 장한 일이지만, 사실 그런 것을 굳이 언급하고 따지지 않아도 충분히 엄청난 업적입니다. 저는 장애인 비장애인을 떠나 처음 봤어요, 저런 압도적인 재능을! 앞으로 한국리그의 발전이 너무나도 기대됩니다.]

캐스터들의 극찬이 이어지는 가운데.

“헤헷! 사부! 저 잘했죠? 밥값 했죠?”

유세희는 쪼르르 돌아와 내게 안겼다.

나는 그런 유세희를 안고 머리를 몇 번 쓰다듬어 주었다.

“그래, 그래. 밥값 한번 비싸게 했다. 뜨끈~한 국밥으로 따지면 대체 몇 그릇이냐 이게.”

“으, 사부. 뭐든지 국밥으로 카운팅 하지 좀 마세요.”

우리의 모습을 본 관중들은 또 한 번 열광했다.

이로써 확실한 공식이 확립되었다.

‘마동왕이 키운 제자 유세희’라는 공식이.

한편.

바스터즈 측의 분위기는 실로 숨막히는 것이었다.

흘러내린 납처럼 무거운 침묵을 걷고 네 번째 주자가 필드로 나왔다.

‘천재’ 혹은 ‘최종병기’라는 별명으로도 유명한 이연호.

그가 바스터즈의 네 번째 주자이다.

그리고 우리 구단에서도 이연호를 맞이할 선수가 나섰다.

‘투신’ 마태강! 한때 이연호와 같은 구단에서 팽팽하게 경쟁하던 라이벌 관계.

이번에는 서로 다른 구단의 대표가 되어 다시 만났다.

전장에서 적으로 만난 옛 동료.

하지만 감성을 챙기기에는 너무나도 크고 무거운 책임을 짊어지고 있는 둘이다.

빠지지지지직!

이연호는 필드에 나오자마자 허공에 몸을 띄운 채 전신에 번개를 휘감았다.

엘리트즈의 이은비를 리타이어 시켰던 ‘체인 라이트닝’이 이연호의 전신을 둘둘 두르고 있었다.

그 모습은 흡사 뇌신의 강림을 보는 듯하다.

“연출병 걸렸냐? 오그라드네.”

말을 마친 마태강은 양손에 두 개의 건틀릿을 착용했다.

심해 몬스터 씨어데블의 아종(亞種)인 ‘메테어데블’을 잡고 얻은 건틀릿.

전신에서 끈적한 가연성 점액을 분비하는 특성이 붙어있다.

다른 한 손에는 공동묘지에서 출현하는 독가스 계열 몬스터인 ‘스모그번’을 잡고 얻은 ‘스모그번 너클’을 착용했다.

푸쉭! 화르륵!

마태강은 양 손에서 불붙은 휘발유와 가스를 뿜어내며 이연호의 앞에 섰다.

그 모습은 흡사 불의 화신 그 자체였다.

“남 말 한다. 겉멋만 들어가지고는.”

이연호 역시 전신에 불을 두르고 있는 마태강의 모습에 실소를 날렸다.

동갑내기의 두 젊은 천재가 전장 한복판에서 서로를 마주본다.

콰콰콰쾅! 쿠르르륵!

불과 가스를 몸에 두른 마태강이 버스트 다이브를 준비한다.

전신이 피뢰침이 된 이연호 역시 한타 싸움을 벌일 준비가 끝났다.

콰쾅! 우르릉! 퍼퍼펑!

날벼락과 불벼락이 필드 중앙에서 격돌했다.

전기와 불이 서로를 살라먹으며 사방팔방으로 파편들을 뿌려대고 있었다.

바위와 언덕들이 무너져 내렸고 흙이 녹아 모래가 되었다.

지형이 크게 격변한다.

캐스터들은 간만에 영혼을 바칠 중계를 만났다는 듯 혼신의 힘을 다해 멘트를 치고 있었다.

[아아! 투신! 최종병기의 몸에 3연타! 4연타! 5연타! 7연타! 빠릅니다 빨라요!]

[…하지만 역시 최종병기입니다! 사람의 눈으로 따라가기 힘든 투신의 콤보를 피합니다! 피해요! 하나도 맞지 않습니다! 사람의 컨트롤이 아니에요 이건!]

[그럼에도 불구하고 투신! 죽지 않습니다! 점점 더 빨라집니다! 8연타! 9연타! 10연타! 공포의 108계단 콤보가 작렬합니다! 과연 몇 계단까지 올라가느냐!? 육체는 단명하나 근성은 영원하다는 것을 보여 주고 있습니다!]

[…맵이 초토화되고 있어요! 이건 인간의 영역이 아닙니다! 괴물들의 싸움이에요, 괴물 둘! 진짜 피지컬 몬스터들이 여기 있습니다! 그래, 이래야 천상계 싸움답죠! 여러분들은 지금 대한민국의 정상을 보고 계십니다!]

최종병기 이연호와 투신 마태강의 싸움은 점점 더 격렬해지고 있었다.

이연호의 MP가 떨어져 갈수록 마태강의 HP 역시 빠르게 줄어든다.

콰-콰콰콰콰쾅!

이연호가 쏘아 보낸 전격폭풍과 마태강의 뿜어낸 열풍이 필드 한가운데서 만나 거대한 화염구를 이뤘다.

푸른 색 반구와 붉은 색 반구가 한 데 만나 거대한 태극무늬의 섬광 돔을 빚어내는 모습은 전광판 너머의 관중들에게 커다란 전율을 안겨 주었다.

번쩍! 콰쾅!

이연호가 몸에 번개를 휘감은 채 바닥으로 떨어져 내렸다.

바닥에 커다란 크레이터가 생기며 그 중앙에 한쪽 무릎을 꿇고 앉은 이연호, 전형적인 히어로 랜딩의 자세다.

이연호가 깔끔하게 착지에 성공한 반면.

쿵! 우지지직!

마태강은 장수풍뎅이가 착지하는 것처럼 맨몸뚱이로 바위 하나를 부수며 땅에 처박히듯 떨어졌다.

“…쳇.”

마태강은 몸에 붙은 흙먼지를 털어내며 일어났다.

보기에는 지저분해도 낙하 데미지를 가능한 덜 입는 쪽으로 떨어졌기에 HP손실은 크지 않았다.

하지만 낙하 후 몸을 재정비할 시간, 그 찰나의 간극이 승패를 갈랐다.

빠지지직!

이연호의 몸에 휘감겨 있던 전류의 양이 갑자기 폭증하기 시작했다.

‘…뭐지?’

마태강은 눈을 가늘게 떴다.

이연호는 분명 방금 전 태극 돔을 만들어냈던 격돌에서 거의 모든 MP를 소진해 버렸다.

이제 더는 방출할 전류가 없을 텐데…….

‘아차!’

순간 마태강의 뇌리를 스쳐 가는 것이 있었다.

이연호가 가진 마도서에 기록되어 있는 히든 특성 ‘리베이트’!

그것은 마나를 한계까지 사용했을 때 그동안 썼던 마나의 일정 퍼센트를 리베이트 받듯이 돌려받는 특성이다!

이연호의 마나통이 워낙 컸기에 마나가 거의 다 소진되었을 때나 발동되는 이 특성을 염두에 두지 않고 있었다.

빠지지직!

그동안의 전류 방출로 인해 이미 피뢰침이 되어 있는 이연호의 몸에 벼락 한 줄기가 떨어져 내렸다.

마른 하늘에 날벼락!

보통 이런 벼락에 맞으면 HP가 많이 깎여나가겠지만…….

[이연호라면 몰라요!]

[다른 사람들 다 벼락 맞아 죽어도 이연호라면 아직 모릅니다!]

[손흥민이랑 축구로 붙고 김연아랑 피겨로 붙고 싸이랑 강남스타일로 붙어도 이연호라면 모르는 거죠!]

캐스터들의 흥분한 멘트들이 이어진다.

그 끝에 이연호가 완전히 모인 벼락줄기를 손에 움켜쥐고 마태강을 겨누고 있었다.

방금 떨어진 날벼락으로 인해 일정량의 MP가 충전된 것이다!

‘…젠장!’

마태강은 최대의 위기에 봉착했음을 직감했다.

이연호가 준비한 회심의 함정에 당한 것을 인정해야 했다.

…한데?

번쩍!

이연호가 벼르고 벼르던 벼락 줄기를 쏘아 보냈을 때, 마태강은 뭔가 이상함을 느꼈다.

빠지지지지직!

이연호가 쏜 벼락줄기는 마태강을 아슬아슬하게 빗겨가 뒤에 있던 애꿎은 바위만을 때렸던 것이다!

[아앗! 이연호! 치명적인 실수를 범했습니다! 미스가 떴어요!]

[회심의 일격이 빗나갔습니다! 데미지가 큰 공격인 만큼 명중률이 낮아요!]

[이렇게 하늘이 최종병기를 버립니다!]

캐스터들의 탄식이 이어졌다.

누구의 편을 드는 것이 아니라 그만큼 이연호의 공격이 아깝게 빗나갔기 때문이다.

…하지만 마태강만은 알 수 있었다.

‘일부러 빗맞췄어?’

그는 이연호가 공격 직후 자기의 몸이 스턴 상태에 빠지는 것을 알면서도 최후의 공격을 일부러 빗겨 쐈다고 확신했다.

그것은 천재 특유의 감각으로 알 수 있는 것이었다.

천재끼리는 서로 통하는 것일까?

이연호는 마태강이 자신의 의도를 알아챘음을 확신했다.

마태강은 이연호가 일부러 필살기를 엉뚱한 방향으로 틀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혼란스러워했다.

대체 왜 그랬는지 이유를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 순간.

“멍청아! 빗나갔으면 빨리 돌아와! 태그하라고!”

저 뒤에서 외치는 신경질적인 외침이 들려온다.

마동섭.

그가 다소 초조한 기색으로 이연호의 뒤통수를 노려보고 있는 것이 보였기 때문이다.

‘…그랬군.’

마태강은 마동섭의 손짓을 보고 바로 알 수 있었다.

이전 경기에서 이연호는 마동섭에게 태그 요청을 했다가 거절당했고 죽음을 맞이했다.

게임을 잘 모르는 팬들조차도 알 수 있는, 너무나도 고의적이고 노골적인 팀 내 불화였다.

이연호는 그 일 때문에 마동섭과 그를 비호하는 바스터즈라는 구단 전체에게 감정이 상해 있던 상태.

따라서 마동섭을 비롯한 바스터즈 구단 전원을 아챔으로 올려 보내지 않기로 마음먹은 듯했다.

‘엿 먹어.’

이연호는 피식 웃으며 마동섭의 태그 요청을 거부했다.

한편 그 사실을 모르는 캐스터들은 안절부절 못 하고 있었다.

[아아 이연호! 팀이 위기에 몰렸는데 웃고 있어요!]

[뭔가 계산한 바가 있는 걸까요!?]

[아니면 천재끼리 뭔가 통하는 바가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마지막 캐스터의 말처럼, 마태강과 이연호는 한 자리에 마주섰다.

천재들끼리 통하는 게 있을까? 물론 있다.

하지만 지금 통하고 있는 그들의 마음은 천재로서가 아니라 옛 전우, 동갑내기 친구로서의 마음이다.

‘네 커리어에 상처를 내면서까지 이럴 이유 있냐?’

‘내 맘이지 임마. 나는 싫은 놈이랑은 죽어도 싫어.’

‘구단이랑은 어쩌려고?’

‘알아서 해. 위약금 물든 뭘 하든. 나 하나 데려갈 데가 없겠냐?’

‘…먼저 위로 가 있는다. 따라오든가.’

‘따라가면 기다려줄 거냐? 선심 쓰는 척 하긴.’

긴 대화. 짧은 순간.

마태강의 주먹이 이연호의 가슴을 꿰뚫은 것은 순식간에 일어난 사건이었다.

[아아! 말씀드리는 순간! 역사가 새로 쓰여졌습니다!]

[투신! 격렬한 폭격 끝에 최종병기를 잡고 왕좌로 한 걸음 더 다가서네요!]

[그리고 그런 투신을 방어하는 바스터즈의 ‘마지노선’! 마동섭이 드디어 출격합니다!]

캐스터들은 탄성과 함께 열띤 중계를 이어나간다.

한편.

“…드디어 시작이네.”

나는 식은땀을 닦으며 중얼거렸다.

마지막에 이연호가 마태강을 상대로 피뢰침 특성을 발현했을 때는 정말 깜짝 놀랐다.

워낙 명중률이 낮은 스킬이라서 마태강이 잘 피할 것이라 생각했지만… 설마 이연호가 그것을 컨트롤할 수 있을 정도로 성장했을 줄이야.

내 예상이 늘 들어맞는 것은 아니라는 걸 이번 기회에 새삼 깨달았다.

다행이 어찌어찌 내가 계획한 결과대로 되었지만 그것은 이연호와 마동섭의 불화나 이연호와 마태강의 우정 등 여러모로 운이 좋았기에 벌어진 일이니…….

“아무튼…드디어 여기까지 왔군.”

나는 손에 땀을 쥔 채 전장을 내려다보았다.

내가 지금 긴장하는 것은 이기고 지는 것에 대한 초조함 때문이 아니었다.

회귀 전의 세상에서 보고 듣고 겪었던 쌍마(雙馬)의 시대.

모든 이들의 염원과 망상 속에서만 무수히 시뮬레이션 되었던 전투를 직접 육안으로 볼 수 있다는 것에 대한 기대와 흥분 때문이었다.

‘내가 이 시대 게이머들에게 큰 선물 한다.’

이 매치의 가치를 이 세상에서 가장 잘 알고 있는 사람은 이 매치를 성사시킨 본인, 바로 나이리라.

나는 전장과 가장 가까운 특등석에 홀로 앉은 채 구경했다.

한 세계의 끝과 한 세계의 시작을 가져올 쌍마의 대결.

‘투신’ 마태강과 ‘본좌’ 마동섭의 레전드 빅매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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