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닳고닳은 뉴비-385화 (385/1,000)
  • 386화 죽음룡 오즈(Odd’s) (8)

    <리치 왕> -등급: S / 특성: 어둠, 언데드, 하수인, 소환, 지진, 동상(凍傷), 여벌의 심장

    -서식지: ‘얼어붙은 부패 끝자락’

    -크기: 4m.

    -‘나는 심장이 없다네 잭. 아픈 걸 느끼지 못하지. 그러니 어서 가게.’

    -니콜라스 초퍼-

    “나는 심장이 없다네 오즈. 아픈 걸 느끼지 못하지.”

    나는 양철 나무꾼의 마지막 대사를 입에 담아 오즈에게 전했다.

    동시에.

    츠츠츠츠츠…

    버서커 상태인 내 몸에 붉은 기운이 더욱 더 진해졌다.

    HP가 회복되고 있는 것이다!

    ‘리치 왕의 심장’

    나의 호칭 ‘불사의 좌군단장’과 연계되어 있는 특성이자 S등급의 아이템!

    이 아이템은 생전의 리치 왕이 사용했던 그대로 쓰면 된다.

    먼 거리에 있어도 주인에게 계속해서 혈액을 공급하는 역할.

    오즈 레이드에 돌입하기 전, 나는 이제는 내 심장이 된 그것을 꺼내 초보자 마을 유토러스에 있는 비밀창고에 넣고 단단히 봉인해 놓았던 것이다.

    당시 나의 심장은 크고 튼튼한 오크통에 최고급 포션과 함께 밀봉되었다.

    나를 제외한 그 누구도 손댈 수 없는 곳에 말이다.

    여벌의 목숨이나 다름없는 이 심장은 ‘ON/OFF’를 따로 설정할 수 있으며 오크통 안에 가득한 포션들이 다할 때까지 내게 끊임없이 체력을 공급해 줄 것이다.

    즉 나는 여분의 HP 바를 따로 가지게 된 것이며 1초당 최대 체력의 1%가 사라지는 버서커 상태에서도 계속해서 버틸 수 있는, 준비된 포션의 양이 허락하는 한 무한대의 체력을 가지게 된 셈이다!

    어찌 보면 할로윈의 구름과자나 혈액포식자 특성의 상위호환이라고도 볼 수 있겠다.

    ‘포션을 1천 리터나 사 놨거든. 돈 좀 썼지.’

    나는 내 몸 속 혈관으로 쭉쭉 밀려들어오는 포션의 온기를 느끼며 씩 웃었다.

    1,000L들이 오크통, 어항으로 따지면 자그마치 16자 사이즈나 되는 어마무시한 양이다.

    아마 세계랭킹 천상계에 군림하는 어지간한 탱커들보다도 내 HP가 훨씬 더 많을 것이다.

    한편.

    [크아아악! 이 벌레 놈이 같잖은 수를…!]

    죽음룡 오즈가 격분했다.

    콰직!

    놈은 날카로운 손톱을 들어 나를 곧장 후려쳤다.

    어지간한 공성병기 따위는 저리 가라 할 정도의 파괴력!

    하지만.

    …퍼엉!

    나는 오즈의 사력을 다한 공격을 맞받고도 즉사하지 않는다.

    <데스나이트 ‘사자심왕(獅子心王)’> -등급: S / 특성: 어둠, 언데드, 하수인, 맹수, 1:1, 백전노장, 싸움광, 패륜아, 선택, 앙버팀

    -서식지: ‘칼침의 탑 9층’

    -크기: 3m.

    -‘포기하는 것도 용기야. 도망쳐, 잭!’

    -겁쟁이 새끼사자-

    “포기하는 것도 용기야, 오즈.”

    겁쟁이 사자의 ‘앙버팀’ 특성이 나의 몸을 일으켜 세운다.

    나는 여전히 HP가 1남은 상태로 살아남았고 양철 나무꾼의 힘에 의해 풀 HP상태를 회복했다.

    도로시 파티의 유지(遺志)는 아직도 이 공간에 그대로 유지(維持)되고 있으며 이제 때를 만나 오래 전의 싸움을 재현하고 있는 것이다!

    [네, 네놈들… 네놈들이… 감히……]

    죽음룡 오즈는 분노에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놈은 숨을 크게 들이쉬고는 브레스를 준비했다.

    하지만.

    피시시시식…

    브레스는 김빠진 소리를 내며 불발되었다.

    무리해서 움직인 탓인지 잭 오 랜턴에게 입은 목의 상처가 더욱 벌어졌고 그 사이로 브레스가 새어나가 버린 것이다.

    <‘선악과 앞에 선 자’ 잭 오 랜턴> -등급: S / 특성: 어둠, 백전노장, 할로윈, 선악과(善惡果)

    -서식지: 죽음길 나락 ‘몰이해지대(沒理解地帶)’

    -크기: 2.5m.

    -‘이제는 도망치지 않는다. 끝을 보자, 오즈.’

    -뇌 없는 허수아비-

    “이제는 도망치지 않는다. 끝을 보자, 오즈!”

    나는 두 개의 깎단을 쥔 채 앞으로 내달렸다.

    목표는 잭 오 랜턴이 반쯤 갈라놓은 목의 흉터!

    푸푹!

    나의 깎단이 오즈의 목 전면부를 강타했다.

    [……커헉!?]

    입에서 역류하는 피가 오즈의 날숨을 막았다.

    나는 피카레스크 마스크를 뒤집어쓰고 있었기에 단순 물리 공격력 역시도 상당하다.

    거기에 깎단의 도트 데미지가 두 배로 꾸준히 들어가고 있으니 천하의 오즈라고 해도 멀쩡하기는 힘들 것이 분명하다.

    [……가아아아아악!]

    목의 앞, 뒤가 너덜너덜해져서 거의 잘릴 지경이 된 오즈. 놈은 지금껏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소리를 내며 뒤로 물러났다.

    하지만, 도망쳐도 소용없다.

    <리자드 맨 용사(勇士)> -등급: S / 특성: 용, 하수인, 어둠, 고속재생, 백전노장, 하극상, 맹독, 증폭, 관통, 자기파괴

    -서식지: 죽음길 나락 ‘불가해지대’, 거인국

    -크기: 9m.

    ‘괜찮아, 잭. 내가 너를 찾아갈게. 한여름 밤의 소나기처럼.’

    -용사 도로시-

    “괜찮아, 오즈. 내가 너를 찾아갈게.”

    나는 무한 버서커 모드 특유의 엄청난 기동력으로 용암의 바다 위를 내달렸다.

    제아무리 오즈가 빠르다고 해도 저 덩치로 나에게서 도망치는 것은 무리다.

    애초에 이곳은 좁은 무저갱 속이 아니던가!

    “…날지 못하는 용은 용이 아니라고 누가 그랬던가?”

    내가 조소를 날리자 전신을 감싸고 있는 바실리스크의 심장이 이에 동조한다.

    …두근! …두근! …두근!

    날개가 없어서 용으로 인정받지 못한, 결국 뒤주 속에 갇혀 죽어야만 했던 사생아의 분노가 비정한 어미를 향하고 있었다.

    콰콰쾅!

    나는 또다시 오즈의 몸에 깎단을 박아 넣었다.

    피카레스크 마스크가 전해 주는 엄청난 살상력이 오즈의 가슴팍을 두들겼고 끝끝내 빗장뼈 사이의 심장을 만천하에 드러나 보이게 만들었다.

    [갸-아아아아아악!]

    오즈는 이제 처절한 비명을 내지르고 있었다.

    놈은 브레스를 쏘아내려 했지만 너덜너덜해진 몸은 말을 듣지 않는다.

    훤하게 드러난 검은 심장이 펄떡거리며 요동친다.

    어둠의 마나가 그 안에서 거세게 펌핑되어 오즈의 전신으로 퍼져나가고 있었다.

    …푹!

    그 심장에 사람의 신장보다 훨씬 더 큰 화살 한 대가 날아와 꽂혔다.

    신성한 기운이 느껴지는 흰 불꽃을 휘감은 ‘불화살’이었다.

    …푹! …푹! …푹! …푹!

    저 멀리서 드레이크가 화살을 쏘아 보내고 있었다.

    “어진! 내가 엄호하겠다! 마음 놓고 날뛰어라!”

    “어진아! 나도 지원할게!”

    펑! 퍼펑! 퍼퍼퍼펑!

    윤솔의 신성력이 담긴 신성 불화살이 비늘도 없는 오즈의 심장을 비롯한 몸 곳곳에 구멍을 뚫어 놓는다.

    둘은 멀리서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로 발만 동동 구르기보다는 어떻게든 내게 도움이 되려 하고 있었다.

    참 듬직한 동료들이다.

    …콰콰콰콰콰콰콱!

    나는 무한 버서커 상태로 오즈의 거대한 몸 전신을 마음껏 누비고 다녔다.

    드레이크와 윤솔의 지원사격까지 있으니 더더욱 안전했다.

    쑥- 쑤욱- 훌러덩-

    도로시의 피에 오염된 오즈의 전신은 지금 이 순간에도 비늘이 빠져나가고 있었다.

    지진, 와류, 맹독, 마나 번……내가 할 수 있는 온갖 종류의 공격 특성들이 오즈의 몸 위로 마음껏 퍼부어졌다.

    콱! 콰긱! 뿌지지지직!

    잭 오 랜턴이 남긴 목과 가슴팍의 흉터가 벌어지고 또 벌어진다.

    하나하나가 전부 다 치명적인 급소였다.

    [오…오오오오오!]

    죽음룡 오즈가 격노했다.

    기실 훨씬 전부터 격노해 있었지만 지금의 것은 무언가 조금 다르다.

    […! …! …!]

    무저갱 속 태양과도 같던 노랗고 붉은 눈동자가 격하게 흔들리고 있었다.

    공포(恐怖)!

    전혀 어울리지 않는 감정이 오즈의 눈알 속에 깃들어 있는 게 보였다.

    나는 한 마디 했다.

    “…무섭냐? 죽는 게.”

    그 말을 듣는 순간, 죽음룡의 눈알이 뒤집혔다.

    산 것은 믿지 않고 죽은 것만 믿는 자, 모든 죽음을 먹어치워 관리하는 자, 무저갱 속 시체들의 대왕, 나락의 종점(終點)!

    ……하지만, 모순적이게도 죽음의 신 본인은 정작 죽음을 두려워하는가?

    [크-아-아-아아아악!]

    죽음룡 오즈는 뒤집어진 눈알로 포효했다.

    의표를 찔린 까닭일까? 지금껏 볼 수 없었던 격노였다.

    나는 낄낄 웃었다.

    “하긴, 죽는 게 무서우니까 악마성좌들에게서 도망쳐 무저갱 속에 숨었겠지. 단단한 것들을 주워 몸에 더덕더덕 붙이면서 말이야. 너는 노련하지도 용감하지도 않아, 그냥 나이만 헛먹은 겁쟁이 어린애야.”

    […감히! …감히! 아무것도 모르는 필멸자가…!]

    딱히 할 말이 없는 꼰대들의 단골 멘트가 나왔다.

    ‘…어딜 어린 놈이 감히!’ 같은 느낌.

    하지만 이미 오즈의 불멸성과 절대성은 무너졌다.

    ‘낮으신 분’의 신화적인 위용을 존경하고 두려워하는 이들은 더 이상 없다.

    ‘흑막(黑幕)’, ‘검은 용 군주’, ‘낮으신 분’, ‘칠흑의 대왕’, ‘모든 시체들의 소유자’, ‘가장 오래된 일곱 위상’, ‘분쟁지대의 절대자’, ‘교활한 협상가’, ‘일곱 용군주 중 세 번째로 나이가 많은 노룡(老龍)’, ‘무저갱의 독재자’, ‘고정 S+등급 몬스터’.

    …그딴 허명(虛名)들이 다 무슨 소용이냐?

    “너는 내가 잡고 만다.”

    오즈는 이제 그냥 몬스터일 뿐이다. 철저히 사냥감으로 전락해 버린.

    타다다다닥!

    나는 깎단을 든 채 오즈의 몸 위를 내달리고 있었다.

    잭 오 랜턴이 거의 다 끊어 놓은 뒷목, 내가 깎단으로 쑤셔서 너덜너덜하게 만들어 놓은 앞목.

    이제 남은 것은 앞과 뒤를 잇는 중앙 부분의 목뼈! 그 하나뿐이다.

    “이야아아아아압!”

    나는 기합을 내지르며 펄쩍 뛰어올랐다.

    윤솔과 드레이크.

    그리고 잭 오 랜턴과 도로시, 겁쟁이 사자, 양철 나무꾼의 가호가 나와 함께한다.

    ‘고인물 원정대’와 ‘도로시 원정대’의 시공(時空)을 초월한 파티 플레이!

    “시! 공! 좋! 아!”

    먼 옛날 유행했던 갓겜의 유행어를 외치며, 나는 두 개의 쌍수단도를 오즈의 목뼈로 깊게 찔러 넣었다.

    그리고.

    [……! ……! ……! ……!]

    거대한 단말마(斷末魔)와 함께

    …쿵!

    ‘죽음길 나락’이 통째로 뒤흔들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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