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닳고닳은 뉴비-356화 (356/1,000)
  • 357화 선동과 날조 (1)

    -야 요즘 분쟁지대 상황 어떠냐? [5]

    ↳오크가 리자드맨 X바르는중ㅋㅋ

    ↳똥글은 느그집 똥간에서나 싸고;;; 리자드맨들이 오크 쌈싸먹는중ㅋ

    ↳실례지만 지금 불타고 계십니다 취익취익

    ↳ㅂㅅ너 오크냐?ㅋㅋㅋ 분쟁지대로 튀어와라 5초컷해줌

    ↳아! 여긴 인간은 낄 수 없는 곳이구나...떠나자...

    -이번에 대격변 밸런스 붕괴 개오지네;;; [4]

    ↳ㅇㄱㄹㅇ자주가던 필드에 내가 평소에 잡던 몹들 다 사라지고 뭔 존나 쎈몹들만 바글댐;;;

    ↳그건 그냥 님이 X밥이어서 그런게 아닐까요?

    ↳먼소리임ㅋㅋㅋ이번 대격변 패치 갓갓이라고 해외에서 호평이 자자한데

    ↳ㅇㅇ나도 대격변 이후가 훨 재밌는디?ㅋㅋㅋ

    -성기사 메타 뭐가 좋은건지 모르겠다 다들 왤케 빨아댐? [3]

    ↳대격변 이후 몹들이 다 어둠 속성 갖게 되면서 떡상함

    ↳대부분의 몹들에게 상성상 유리해서 무조건 추가뎀ㅋㅋ

    ↳아 성기사 아시는구나? 겁.나.좋.습.니.다.

    -분쟁지대 금광던전 먹은 놈 있긴있냐?ㅅㅂ금화 존나안나옴... [1]

    ↳님만 빼고 한번씩 다 먹어봄

    -점수올릴수잇냐는님보셈.jpg

    -내 토륨주괴 경매장에서 상회입찰한 ㅅㅂ놈 누구냐? 뒤질라고

    -제멋대로 짜본 이번 아챔 국내드림팀 라인업.TXT [3]

    ↳님아 사진이 마동왕 한명밖에 안 뜨는데요?

    ↳걔 하나만 올린 거 맞음

    ↳ㅇ...ㅇㅈ

    .

    .

    오늘도 평화로운 대한민국 최대의 게임 커뮤니티 사이트 ‘디씨포럼인벤웹’

    그곳에 올라온 하나의 게시물이 잔잔한 수면 위에 파문을 일으켰다.

    ‘무명의 겜덕후 3021’

    한 유동 닉네임이 아무렇게나 올린 듯한 글이 시작이었다.

    <분쟁지대 상황이 심상치 않다.text>

    ‘무명의 겜덕후  3021’ / (03.21) /20**-**-04/15:25:44/조회 26,487/추천 12/비추천 3

    -곧 분쟁지대에서 뭔 큰일 하나 터질 것 같다.

    히든 퀘스트 깨다가 발견한 건데…아마 악마성좌 하나랑 용군주 하나가 여기서 대판 붙을 듯?

    원래대로라면 수많은 글 리젠에 묻혀 버렸겠지만, 평소 한산하던 시간대에 올라온 글이라서 그런가 커뮤니티에 상주하는 몇몇 고정닉들이 별 생각 없이 댓글을 툭툭 던지기 시작했다.

    -지랄마

    -응~히든퀘가 뉘집 개이름이죠? ;;;

    -너네 엄마가 히든NPC아님?ㅋㅋ

    -인증이 없으면 뭐다?

    -☆아이템$$머니♚가장싼곳 ☆♚www.fprhqkf...☜☜

    심심해서일까, 몇몇 이들이 욕설과 함께 관심을 보인다.

    하지만 아직은 미약한 수준이었다.

    그때.

    ‘무명의 겜덕후 3021’이 연이어 두 번째 분석글을 올렸다.

    <분쟁지대 상황이 심상치 않다 (2).text>

    ‘무명의 겜덕후  3021’ / (03.21) /20**-**-04/15:41:26/조회 17,302/추천 8/비추천 6

    -왜 욕을 하고 그러냐;; 나름 알아보고 말하는거임ㅇㅇ

    -분쟁지대는 제 7구역쯤을 말하는 거고...싸울 것 같은 세력은 용군주 중에 죽음룡 오즈하고 악마성좌 중에 탐욕의 성좌 마몬임

    -오즈 쪽에서는 불사의 군단 소속 언데드 쌍두마차가 나올 거고 마몬 쪽에서는 불타는 군단 소속 고대악마 쌍두마차가 나올 듯ㅇㅇ

    아까보다 더욱 더 자세한 분석글이다.

    하지만 여전히 댓글 반응은 별로 우호적이지 않았다.

    -뇌내망상 오졌고요ㅋㅋ님이 스토리작가 해먹으셈~

    -응 느그 애미랑 느그 애비랑 분쟁지역에서 분쟁 중~

    -어? 야 근데 은근 디테일한 분석이네? 뭐 심증이 있는거임?

    -위에 패드립치는놈은 인성 개터졌고...일단 니가 깨고있다는 히든퀘란 게 뭔데

    -인증이 없으면 뭐다?

    이쯤 되어서, ‘무명의 겜덕후 3021’이 세 번째 분석글을 올렸다.

    이번에는 모두의 입을 닥치게 만들 인증자료가 첨부된 채였다.

    <분쟁지대 상황이 심상치 않다 (3)(인증샷有).text>

    ‘무명의 겜덕후 3021’ / (03.21) /20**-**-04/15:55:32/조회 26,302/추천 196/비추천 0

    -패드립치던 놈들은 x잡고 반성하자.

    첨부파일.avi [2]

    게시글 내용은 간단했다.

    하지만 첨부되어 있는 자료들은 결코 간단하지 않았다.

    첨부된 파일은 두 개의 동영상이었다.

    첫 번째 영상은 S급 몬스터 ‘리치 왕’과 싸우는 익명의 플레이어가 주인공이다.

    무시무시한 눈보라를 컨트롤하는 리치 왕의 압도적인 모습이 잘 찍혀 있었다.

    두 번째 영상 역시도 같은 사람이 촬영한 것이었는데 이번 것은 S급 몬스터 ‘데스나이트’와 싸우는 장면이었다.

    이 역시 검은 아우라를 두르고 있는 데스나이트의 위압감이 잘 연출되어 있다.

    두 영상 다 5초 남짓한, 극도로 짧은 영상이었고 이것만으로는 던전의 위치나 플레이어의 정체, 싸움의 결말 등을 파악할 수 없었다.

    하지만.

    게임 내에 S급 몬스터가 등장했다는 사실 그 자체만으로도 파급효과는 어마무시했다.

    댓글이 하나도 달리지 않는 와중에 게시글의 조회수는 엄청난 기세로 폭증한다.

    약 10여 초 동안의 동영상이 짧게 끝나자, 말미에는 한 아이템이 등장했다.

    -<‘낮으신 분’의 공문> / ?

    죽음룡 오즈가 자기 군단 휘하의 장군들에게 보낸 격서(檄書).

    안에는 엄청난 내용이 기록되어 있다.

    동영상 속 의문의 플레이어는 영상의 말미에 이 편지 아이템의 내용을 모두에게 공개해 버렸다.

    극히 짧은 순간이었지만 몇몇 능력 있는 네티즌들에 의해 동영상 화면이 캡쳐되었고 화질 보정이 되어 여기저기 퍼지기 시작했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토마몬격문(討Mammon檄文)>

    -나 흑룡족의 수장이자 모든 죽은 자들의 왕 ‘오즈(Odd’s)’가 너 하잘 것 없는 철장이에게 알리니 감히 어리석은 생각을 고집하여 여우같은 의심을 갖지 않도록 하라.

    미천한 지하의 미물 출신으로 주제를 모르고 오만방자하기가 극에 이르러 결국 지엄하기 그지없는 용의 영토를 침범하메 그 무엄하기가 하늘을 찌르고 다시 바닥에 닿는도다.

    너의 죄는 모든 종족이 모두 알아 백일하에 죽이고자 할 뿐 아니라 땅 속의 귀신들과 광물들도 벌써 암암리에 너를 없애고자 의논하고 있도다.

    이 격문을 읽게 된다면 그때라도 주제를 깨달아 조속히 자결하여 천하에 폐를 끼치지 않게끔 하라.

    요약하자면 ‘맞짱 함 뜨자’는 것이다.

    그것도 고정 S+급 몬스터가 같은 고정 S+급 몬스터에게 보내는 메시지.

    당연히 댓글창은 난리가 났다.

    -와 ㅅㅂㅅㅂ진짜였네;;;;

    ↳상상도 못한 정체...!┎(*0*)┚

    -아까 패드립쳤던놈입니다...반성하겠습니다...3021센세..!

    ↳너어는 진짜 나쁜놈이었다

    -와;;; S급 몬스터를 잡는 사람이 있어??

    ↳잡진 못하고 발견만 했겠지...S급 몬스터를 어케 잡음

    ↳발견하는 것도 대단한데;;; 대체 누구임??

    ↳정체가 뭔가요 익명의 겜덕후 3021님!!

    -대체 S급 몬스터들은 다 어디 숨어있냐? 눈에 띄면 바로 잡는데ㅅㅂ

    ↳S급 몬스터 입장에서는 님이 숨어있는 거예요;;;

    -그보다 진짜 S+급 몬스터들끼리 전쟁하려나보네

    ↳우리도 한 몫 거들자 ㅅㅂ!

    ↳오크나 리자드맨들한텐 개꿀 기회일 듯

    ↳와 전쟁터지면 신분상승 기회다! 적 죽이고 종족 킬 쌓아서 버프받아야지!

    ↳황금도 얻을 수 있을지 모름ㅋㅋㅋㅋㅅㅂ두근거리네

    .

    .

    엄청난 수의 댓글들이 게시물 밑으로 늘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오즈와 마몬이 붙는다는 다른 정황들 역시 속속들이 제보된다.

    -그러고 보니 나도 비슷한 내용 들은 것 같음. 저번에 분쟁지대에 있는 천문학자 NPC가 ‘빨리 도망가야 해. 곧 그들이 격돌할 거야’ 라는 대사를 하긴 했는데...

    -나도 좀 긴가민가 했던게...용 휘하 몬스터들이 점점 분쟁지역 쪽으로 서식지를 옮기고 있더라고? 악마 계열 몬스터들도 그런가?

    -ㅇㅇ맞음. 내가 악마 계열 몬스터들만 잡아서 아는데 이놈들도 점점 젠 되는 구역이 동쪽으로 옮겨지고 있음. 신기하네...

    -헐 지금 생각해보니 지금 분쟁지역에 있는 npc들 중에 좀 지혜롭다 하는 사람들 다 빠지지 않음??? ‘눈 먼 무당’이라거나 ‘늙은 대현자’라거나...

    .

    .

    지금껏 여러 종류의 히든 퀘스트를 깨서 단서를 얻었음에도 그게 무슨 말인지 이해하지 못해 가만히 있었던 유저들도 속속 추가 증언을 통해 인증을 해 오고 있었다.

    죽음룡 오즈와 탐욕의 성좌 마몬이 제 7분쟁지역에서 대전쟁을 벌일 계획이라는 것은 이제 거의 기정사실이 되었다.

    …문제는 날짜였다.

    다들 언제 전쟁이 벌어지는지 몰라 갑론을박을 벌이고 있던 도중.

    -띠링!

    맨 처음 논란에 불을 지폈던 ‘무명의 겜덕후 3021’이 마지막 게시글을 올렸다.

    <분쟁지대 상황이 심상치 않다 (4)(인증샷X).text>

    ‘무명의 겜덕후 3021’ / (03.21) /20**-**-04/19:03:21/조회 176,302/추천 2,064/비추천 2

    -대전쟁 날짜는 모레고 인증은 없다. 믿거나 말거나~

    이번에는 인증 따위 없었다. 그냥 카더라 통신.

    하지만 지금 이 흐름 상 ‘3021’의 말을 불신하는 이는 없었다.

    -리자드맨 길드입니다. 모레 대규모 오크 사냥 가실 분 구합니다@@@

    ↳정글러 인생 28년차입니다 줄서봅니다

    ↳레벨 35이고 근접 폭딜 가능합니다

    ↳와! 레벨 35ㄷㄷㄷ고수님...

    -오크 길드다. 딜러 모집한다. 모레 벌어질 전쟁에 참여 안 하는 호구들 없제~?

    ↳탱커인데 가능?

    ↳ㅆ건웅

    ↳궁수인데 가능?

    ↳꺼지새오

    -내 목숨을 불사의 군단에게! 마이 라이프 포 오즈!

    ↳ㅂㅅ아 너는 오크니까 마몬한테 붙어야지

    ↳아 그런거임? ㅈㅅㅈㅅ 마이 라이프 포 마몬!

    -마몬은 부자니까 용병비 짭짤하게 챙겨줄 듯ㅋㅋㅋ

    ↳오즈님도 부자시거든욧!?

    -아..음...저...인간들은 뭘 할 수 있죠?

    ↳팝콘이나 가져와

    ↳ㅎㅎ,,ㅋㅋ,,,ㅈㅅ,,;;

    .

    .

    수많은 리자드맨과 오크들이 모레에 펼쳐진다는 대전쟁에 대비해 분쟁지대로 모여들고 있었다.

    살육과 황금에 취해 눈이 벌개진 채로.

    *       *       *

    한편.

    그 거대한 흐름을 관망하며 입맛을 다시는 자가 여기 또 한 명.

    “…역시 인생은 선동과 날조지.”

    ‘익명의 겜덕후 3021’ 혹은 ‘고인물’

    바로 나다!

    나는 반투명한 인터넷 창 건너편으로 협곡 저 아래를 내려다보며 웃고 있었다.

    헛소문을 퍼트린 지 몇 분도 되지 않아 수많은 리자드맨과 오크들이 모여들었다.

    아마 이틀 뒤면 훨씬 더 많은 유저들로 바글거리게 되겠지.

    …하지만 그들은 전부 내 거짓말에 속은 것이다.

    오즈와 마몬이 분쟁지대에서 격돌하는 것은 메인 퀘스트의 일부로 분명한 사실이지만, 그것이 모레 벌어질 일이라는 것은 순전히 내가 친 구라에 불과하다.

    그러나.

    수없이 많은 사람들을 속였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딱히 죄책감 같은 것은 느끼지 않았다.

    어차피 같은 종족을 뒤통수치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오히려 기죽어 있던 인간 진영이 이참에 좀 활기를 띄겠군.”

    그동안 리자드맨과 오크 등쌀에 기를 못 펴던 인간 족에게는 어쩌면 좋은 기회가 될지도 모르겠다.

    게임 내 밸런스를 조정할 기회랄까?

    “후후후. 모레가 기다려지는데.”

    나는 커다란 어장 속에 잔뜩 낚인 물고기들을 내려다보며 음흉하게 웃었다.

    …손에 ‘피카레스크 마스크’를 든 채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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