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닳고닳은 뉴비-309화 (309/1,000)
  • 310화 황금광 시대 (2)

    ※이벤트 던전: 항시 존재하는 던전이 아니라 특별한 경우에만 일시적으로 등장하는 던전.

    ※피버 타임(Fever time): 제한된 시간 내에 일반적인 상황에서 얻을 수 있는 보상보다 더 좋은 보상을 얻을 수 있는 기회.

    *    *    *

    골드러시(gold rush).

    황금광 시대가 열렸다.

    19세기.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며 미국 켈리포니아로 몰려들었던 황금광들의 열기가 21세기 가상현실 속에서 그대로 재현되고 있었다.

    모든 게임 커뮤니티 사이트들에서 난리가 난 것은 물론이다.

    -야 게시판 왤케 시끄러움;; 이벤트 던전이 뭐냐?

    ↳뭐 골드 뿌리는 이벤트 같은건가? ㅋㅋ

    ↳랜덤으로 생기는 금광 던전이 있는데 그거 발견하면 로또임

    -금광 던전도 큰 게 있고 작은 게 있는데 큰 게 대박이라더라

    ↳작은 거라도 좋으니 발견만 했음 좋겠다ㅠㅠ...

    -크레이지x케이드에 나오는 골드맵 같은 거임?

    ↳ㅇㅇ

    -이미 금광 몇 개는 발견됐대 근데 대규모 길드들이 먹었다더라ㅅㅂ

    -동북쪽에 중형 사이즈 금광 떴다며?

    ↳그거 이미 리자드맨 길드가 먹음ㅅㅂ 도마뱀 새끼들...

    -속보!!북서쪽에도 중형 급 금광 떴단다!!!

    ↳그거 오크 애들이 먹으려고 눈에 불을 켜고 달려가더라...휴먼은 안될거야...

    .

    .

    게시판은 분주하다.

    금광에 대한 열기가 모든 게임 커뮤니티들을 뜨겁게 달궈놓고 있었다.

    -오늘부로 어비스 터미널에서 상주한다

    ↳솔직히 금 캐서 부자 된 놈보다 포션이나 맥주 팔아서 부자 된 놈들이 더 많대

    ↳진짜냐? 그럼 나도 가서 뻥튀기랑 맥주나 팔까...

    ↳원래 금광이 발견되면 광부가 돈 버는 게 아니고 근처 여관 주인이나 술집 주인이 돈 버는 거임ㅋㅋㅋ

    -와 근데 어비스 터미널에 내려갈수 있는 줄사다리 하나밖에 없지 않음?

    ↳거기 평소에도 사람 진짜 많던데...줄 서서 가야할듯

    ↳그거 공짜로 탈 수 있음?

    ↳ㄴㄴ통행료 내야 함.

    -와ㅋㅋㅋ 어비스 터미널 줄사다리로 통행료 엄청 걷히겠네

    ↳근데 그거 누가 최초 발견자라고 10%씩 먹지 않음?

    ↳그거 진짜임?

    ↳ㅂㅅ아 루머겠지 무슨 개인이 통행료를 먹음ㅋㅋ

    .

    .

    *       *       *

    나는 게시판의 댓글들을 쭉 훑어보고 있었다.

    “참 나. 나도 안 믿기네.”

    나는 예전에 리자드맨 만인장을 잡고 줄사다리에 대한 특전을 얻은 바 있었다.

    -<이어진>

    LV: 73

    호칭: 바실리스크 사냥꾼(특전: 맹독)  / 샌드웜 땅꾼(특전: 가뭄) / 어둠 대왕 시해자(특전: 선택) / 씨어데블 격침자(특전: 심해) / 대망자 묘지기(특전: 언데드) / 지옥바퀴 대왕게 잡이(특전: 백전노장) / 아귀메기 태공(특전: 잠복) / 크라켄 킬러(특전: 고생물) / 와두두 여왕 쥬딜로페의 펫(특전: 갹출) / 여덟 다리 대왕 참수자(특전: 불완전변태) / 리자드맨 학살자(특전: 징수) / 식인황제 시해자(특전: 1차 대격변)

    HP: 730/730

    원래 대격변 패치 이후 A급 이하 몬스터들의 특전들은 전부 사라져야 맞다.

    그래서 메두사를 잡고 얻은 ‘마나 번’ 특성이 사라지지 않았는가?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리자드맨 학살자 칭호는 사라지지 않았다.

    아마도 리자드맨 만인장을 잡고 얻은 호칭이 아니라 리자드맨 부락을 몰살시키고 얻은 호칭이라 조금 특별하게 분류되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애초에 ‘리자드맨 만인장 학살자’가 아니라 ‘리자드맨 학살자’이기도 하니까.

    …아무튼 여기까지는 이미 예전부터 예측하고 있었던 바, 그동안 일이 많아 잠시 잊고 있었기는 했지만 금세 납득되었다.

    “음. 그동안 많이도 이용했나 보네.”

    나는 줄사다리에 떠 있는 홀로그램을 확대해 보았다.

    <최초 발견자: 고인물>

    이 글귀는 내가 비활성화 해 뒀기에 나를 제외하면 다른 사람은 볼 수 없다.

    하지만 그동안 10%의 통행료만은 착실하게 내 가상계좌로 들어와 있는 상태였다.

    그동안 깜빡 잊어버리고 있었는데 설마 이렇게나 쌓여 있을 줄은 몰랐다.

    “이게 다 얼마냐…….”

    나는 의도치 않게 얻게 된 꽁돈(?)에 입을 딱 벌렸다.

    지금도 이 정도인데 나중에 골드러시가 일어나 사람들이 더 몰려온다면 대체 수익이 얼만큼 늘어날지 감도 잡히지 않았다.

    ‘하지만 이 정도로는 모자라지.’

    이 돈은 엄밀히 말하면 나와 드레이크의 공동재산이나 다름없다.

    또 내 몫을 온전히 구단에 투자한다고 해도 장기적으로 운영하기엔 부족한 금액일 수밖에 없으니….

    ‘유튜뷰 이후의 행보도 이어 가려면 돈이 더 필요한데.’

    백만장자로는 부족하다.

    그 이상이 되어야 내가 원하는 그림을 그릴 수 있을 것이다.

    ‘그러니 지금 얻은 이 줄사다리 통행료 수익만으로는 절대 만족할 수 없지.’

    이것은 어디까지나 부 수입이다.

    그리고 이제 주 수입을 올리러 갈 시간!

    드르르륵-

    나와 윤솔, 드레이크는 승강장에 올라 도르래를 당겼다.

    끼걱… 끼걱… 끼걱…

    소금에 절여진 밧줄들이 녹슨 볼트에 비벼지며 기괴한 소리를 낸다.

    “와, 뭔가 되게 오랜만에 내려오는 것 같다.”

    윤솔은 주위를 살피며 탄성을 질렀다.

    가로로 돋아난 거대한 원시림을 지나자 거꾸로 흐르는 폭포, 쏟아지는 용암들이 보인다.

    뿌연 증기로 남아 있는 유황 안개와 펑펑 쏘아져 오는 거대 꽃의 포자 폭탄도 여전했다.

    이빨곡괭이 아귀나 샌드웜 등등 낯익은 몬스터들이 끊어진 지층의 단면 속에서 꿈틀대는 것들도 눈에 들어왔다.

    “저 녀석들도 살아남았군.”

    드레이크는 저 멀리 꿈틀거리는 어린 샌드웜 몇 마리를 보며 머리를 긁적였다.

    대격변 이전에도 강력했던 몬스터들은 대부분 재해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은 듯싶었다.

    끼긱- 끼긱- 드르륵… 드르륵…

    도르래는 계속 내려간다.

    내려가다가 밧줄의 길이가 다하면 그 옆에 있는 도르래로 옮겨 탔다.

    우리는 안개의 바다와 드넓은 망망공해, 끝을 알 수 없는 원시림을 통과해 계속 아래로 내려갔다.

    아래로, 더 아래로.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이윽고.

    우리는 예전에 그랬던 것처럼 어비스 터미널의 가장 밑부분에 도착하게 되었다.

    검은 황무지처럼 생긴 바닥.

    원래 그곳에는 아카식 레코드를 관리하는 불똥정령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 녀석은 간 곳이 없다.

    텅 빈 바닥에는 구덩이 하나만이 외롭게 패여 있었다.

    임무를 완수했으니 당연한 것이겠지.

    윤솔은 그 구덩이를 내려다보며 감회에 젖었다.

    ‘여기서 모든 것이 시작되었지.’

    저 구덩이는 원래 하늘에서 떨어진 천사 소녀 네티가 잠들어 있었던 곳이다.

    윤솔이 게임 인생을 처음으로 시작한 곳이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 그 추억의 장소에는 거대한 균열이 패여 있었다.

    불똥정령이 평지로 만들어 놓은 거대한 구덩이는 거대한 지각변동에 의해 또다시 입을 벌렸고 더 깊은 속내까지 드러내 보였던 것이다.

    천사 소녀가 잠들어 있는 구덩이는 대격변 이후 더 깊은 지하로 내려가는 입구가 되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쿠르르륵…

    그 안에서는 불길이 타오르는 소리와 용암이 흐르는 소리가 조그맣게 들려온다.

    또한 가끔 눈이 멀 듯한 황금빛이 터져 나오기도 했다.

    “…금광이야.”

    나는 균열 안을 들여다보며 말했다.

    금광(金鑛).

    그것도 로또 1등이 부럽지 않을 초 특대형 금광이다.

    원래는 봉인되어 있던 장소가 죽음룡과 탐욕의 성좌가 벌인 싸움으로 인해 해금된 것이다.

    드레이크와 윤솔은 나지막하게 중얼거렸다.

    “S+급 몬스터들의 싸움에 미개방구역이 열린 것인가…….”

    “분명 안쪽의 공략 난이도도 상당하겠지?”

    윤솔의 판단은 정확했다.

    인터넷의 호사가들이 떠들어 대는 것처럼 세상일은 간단하지가 않다.

    단순히 발견하는 것만으로 대박을 낼 수 있다면 대형 길드들이 아니라 운만 좋은 뜨내기들이 모든 금광을 다 차지하고 앉아 있겠지.

    분쟁지역에 있는 금광들이 대부분 대형 길드들에 의해 관리되고 있는 것은 그들이 철저히 준비했기 때문이다.

    …무엇을?

    레이드를!

    “가끔 잊어버리는 사람들이 있지. 금광도 던전이라는 것을.”

    나는 드레이크와 윤솔에게 금광 던전의 난이도를 새삼 당부했다.

    큰 이익에는 큰 리스크가 따르기 마련.

    특대형 금광을 공략하는 것이라면 그에 걸맞은 각오가 필요한 법이다.

    “가즈아!”

    나는 금광 안으로 다이브할 준비를 마쳤다.

    바로 그때.

    촤아악!

    내 앞을 스치고 지나가는 참격이 있었다.

    “……!”

    나는 달리던 것을 멈추고 자리에 섰다.

    까가가각!

    단단하고 날카로운 것이 딱딱한 돌바닥을 긁는 소리.

    내 발가락 코를 스치고 지나간 칼자국이 땅에 깊은 금을 그어 놓았다.

    참격은 총 다섯 줄기.

    나는 고개를 들었다.

    사사삭…

    내가 목표로 하는 금광의 입구 맞은편에서 인기척이 났다.

    황금빛을 가린 그림자 몇 개가 금광 벽에 길게 드리워지고 있었다.

    리자드맨(Lizardman)!

    딱 봐도 산전수전 다 겪은 듯한 몰골로 서 있는 열두 명의 플레이어가 우리를 노려보고 있었던 것이다.

    녹색의 비늘과 노오란 눈동자.

    그것들을 마주하는 순간 나는 오래 전의 기억을 떠올릴 수밖에 없었다.

    “…다 아는 얼굴들이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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