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닳고닳은 뉴비-219화 (219/1,000)
  • 220화 트롤 참교육 (4)

    새 댓글(9,872개)

    -제발 저를 뽑아주세요ㅠㅠㅠ친구들한테 맨날 트롤이라고 욕먹어요..

    -회사에서 뎀 못 한다고 무시당합니다...부하직원들이 회식 때 껴 주지도 않아요...도와주십쇼 고인물님..

    -어제 중요한 레이드에서 실수했다고 아버지가 저를 호적에서 파셨습니다..트롤 탈출하고 호적에 다시 들어가고 싶어요...

    -하루만 게임을 못해봤으면 좋겠네ㅋㅋㅋ왜냐면...나는 매일 못하거든ㅠㅠㅠ

    -현직 프로게이머입니다...고인물 님에게 가르침받고 싶어요...

    -현직 육군 장성입니다. 저 고인물 팬입니다. 헬기장만 마련해 주시면 바로 날아가겠습니다.

    -Pick me Pick me Pick me up!

    -如果你选择我,我会给你很大的钱。

    -独島は韓国の地

    -Je voudrais recevoir vos conseils à propos de DEM.

    -من فضلك اخترني

    -Ninakupenda. Angalia mimi.

    .

    .

    어마어마한 수의 댓글들이 실시간으로 달리고 있다.

    대부분 자신이 트롤 취급을 당한 것에 대한 억울함, 자괴감, 슬픔 등을 토로하는 댓글이었다.

    공지를 올린 지 몇 시간도 되지 않았건만 해외의 시선들까지 몰려들고 있었다.

    영어, 중국어, 일본어, 프랑스어, 아랍어, 스와힐리어 등 각종 외국어로 쓰인 댓글들도 눈에 심심치 않게 띈다.

    갑작스럽게 폭증한 트래픽 때문에 LGB의 공식 홈페이지가 먹통이 되어버릴 정도였다.

    그리고 그뿐만이 아니다.

    LGB의 공지가 올라온 모든 커뮤니티는 온갖 해외 접속자들이 몰려드는 통에 서버가 차례차례 마비되어 갔다.

    한국에 존재하는 모든 게임 커뮤니티들이 들썩일 정도의 파란(波瀾)!

    고인물이 1:1 게임 수업을 개최한다고 선언한 지 24시간 만에 벌어진 일이었다.

    *       *       *

    시간이 꽤나 흘러, 어찌어찌 지원자들이 뽑히긴 했다.

    응모자 수가 너무 많아 게임콘텐츠 부서 직원들은 한동안 야근을 하며 후보자들을 추려내야 했는데 그 선별 기준은 다음과 같았다.

    1. 한국인일 것.

    2. 3인 이상의 파티원 전원이 신청했을 시 우대.

    3. ‘고인물’에 얽힌 재미있는 일화나 사연 등이 있으면 우대.

    의외로 다음과 같은 조건들을 모두 만족하는 사람들은 별로 없었고 전 직원들이 삼일 간 야근을 한 결과 4명의 인원을 추릴 수 있었다.

    우형근, 오주현, 홍준표, 차유미.

    3남 1녀로 총 4명.

    우선 그들은 전원 한국인이다.

    또한 평소에 늘 4인 파티 플레이를 해 온 터라 교정을 했을 시의 발전이 가장 크게 가시화될 수 있다.

    그리고 그들은 과거 고인물과의 인연도 있었다.

    ‘썩은물’ 학살사건 당시 그들은 침수림 수몰지대에서 고인물의 모습을 카피한 썩은물에게 살해당해 꽤 큰 피해를 입었던 적이 있다.

    이후 고인물이 자기 책임은 없지만 도의적인 책임을 지겠다고 선언함에 따라, 그들은 고인물에게 피해보상금을 받은 바 있었다.

    이것도 뭐 나름 인연이라면 인연이다.

    지금 이 4명은 방송 대기실에서 자기들끼리 토의를 하고 있었다.

    “이야, 유명인한테 솔루션도 다 받고. 진짜 우리는 운이 좋다니까?”

    “에…음…잘하면 우리 방송 나가서 엄청 유명해질 수도 있겠는데요. 길드나 만들어서 세금이랑 운영비만 걷어도 될 듯?”

    “고인물 그 사람 보상금도 쪼잔하게 줘서 좀 짜증났었는데, 그래도 이번 솔루션 덕에 만회했네. 아마 우리한테 보상금 적게 준 것 때문에 죄책감을 느끼고 있었나보지? 내가 특별히 봐 준다.”

    “맞아. 자기 따라한 빌런한테 죽은 거니까 당연히 자기가 보상해야지. 아~ 이번에 방송 나온 걸로 시청자들한테 얼굴도장 확실히 찍어서 내 쇼핑몰이나 홍보해야겠다!”

    우형근, 오주현, 홍준표, 차유미는 각각 꿈에 부풀어 있었다.

    한편 그들을 보는 홍영화의 눈길은 곱지 않았다.

    ‘…어째 진상 냄새가 물씬 풍기는데…….’

    그 왜 그런 사람들 있지 않나.

    상대가 유명인이라고 다짜고짜 초면에 생떼를 쓰는 사람들.

    갑자기 반말로 말을 걸거나 멋대로 사진을 찍는다거나, 혹은 자기가 먹은 식사 값을 당연한 듯 내달라고 한다거나.

    지금 눈앞에 있는 사람들이 바로 그런 부류로 보였다.

    ‘사연 제보할 때는 그렇게 구구절절 애걸복걸하더니만…막상 뽑아놓으니 태도가 180도 달라졌네.’

    홍영화는 진심으로 게스트를 물갈이 할까 생각했지만…….

    “야, 그래도 저렇게 진상들이 출연해 줘야 자극적이라서 시청률이 좋아. 우리 이제 1화니까 조금 노이즈하게 가 보자고.”

    조태호 부장은 눈앞의 진상들을 바라보며 눈을 빛낸다.

    진상들을 상대하는 것이야 크게 어렵지 않다.

    그냥 조금만 비위 맞춰주고 싫은 소리 들어주면 그만이다.

    닳고 닳은 사회인들에겐 전혀 어렵지 않은 일.

    그러면 시청률은 폭발적으로 오르고 입소문도 잘 난다.

    그에 따른 욕은 저 사람들이 다 먹는 것이다.

    “역시 마케팅에는 혐오와 분노만한 것이 없지.”

    조태호 부장은 노련한 방송인답게 우형근, 오주현, 홍준표, 차유미에게서 나는 진상 냄새를 캐치해 냈다.

    이내. 그들은 코칭과 솔루션을 받기 전 사전 인터뷰에 들어갔다.

    우형근, 오주현, 홍준표, 차유미는 간단히 자기소개를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넷이서 힘을 합쳐 던전 레이드를 돈 직후, 모든 영상들은 편집되기 시작했다.

    1. 간단한 자기소개.

    2. 게임을 플레이하는 영상.

    3. 자기의 문제점 자가진단과 받고 싶은 솔루션 제시.

    이것이 영상의 순서이다.

    간단한 자기소개와 파티 플레이 이후.

    우형근, 오주현, 홍준표, 차유미의 사전 인터뷰 영상이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맨 처음, 우형근이 자기소개를 시작했다.

    [우하하핫! 안녕하세요! 저는 우형근입니다! 팀의 포지션은 도둑이고요! 제가 진짜 손이 빠르거든요. 뭐든지 훔칠 수 있습니다. 돈도 아이템도요! 제가 이런 말 하기는 조금 뭣한데, 예전 사업 할 때부터 직원들 월급 떼먹고 거래처 대금 떼먹고, 이런 거 진짜 잘 했거든요…그리고 한 번도 고발당한 적 없어요. 워낙 손이 빠르고 수완이 좋아서…….]

    남의 돈 떼먹고 튄 게 뭐 자랑이라고 이러는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인터뷰는 편집 없이 그대로 올라갔다.

    이후 우형근이 몬스터를 잡는 영상이 재현되었다.

    그는 화살을 쏘거나 마름쇠를 뿌리고 단검으로 몬스터를 찔렀다.

    그리고 틈틈이 몬스터 시체를 뒤져 아이템과 돈을 수거했다.

    (파티원들에게 공평하게 배분하는지는 알 수 없었다)

    어찌나 열심히 돈을 긁어모으는지 몬스터들이 아직 살아서 날뛰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냥은 안 하고 뒤에서 시체나 뒤지고 있다.

    사냥이 끝난 뒤, 우형근은 온갖 불만들을 쏟아내었다.

    [아니, 도둑이 돈이나 아이템 좀 챙기고 있으면 앞에서 시간을 벌어 주든가 할 일이지. 팀원들이 이렇게 제 할 일을 못해서야 어디 돈 수거 하겠습니까? 하여간 나 빼고 다 트롤들이라니깐….]

    다음은 오주현의 차례였다.

    [어흠. 저는  탱커 포지션을 맡고 있습니다. 제 덩치를 보십쇼, 듬직하지 않습니까? 그리고 저는 딜도 잘 넣습니다. 딜탱 다 되는 만능캐를 꿈꾸고 있지요. 어흠, 어흠, 아 이거 맨날 반말만 하다가 존댓말 쓰니까 어색하네. 아무튼 딜탱 다 되는 만능 포지션입니다.]

    오주현은 가슴을 탕탕 치며 자기소개를 끝냈다.

    근육보다는 물살로 가득한 몸이지만 아무튼 덩치가 꽤 컸기에 탱커 포지션이 어울려 보이기는 했다.

    하지만, 바로 이어진 플레이 영상을 보면……?

    쾅! 콰쾅! 퍽!

    그는 그다지 탱킹을 하지 않는다.

    오히려 몹들이 있는 곳으로 몰려가 어줍잖은 딜을 툭탁툭탁 넣을 뿐이다.

    뒤에서 힐러나 도둑이 몹에게 맞아도 신경 쓰지 않고 딜을 넣기에 열심이었다.

    사냥이 끝난 뒤, 오주현 역시 불만들을 쏟아냈다.

    [아니, 이 똥망겜은 몬스터들이 너무 세서 잡을 수가 없다니깐! 장난하나! 내 딜은 안 들어가고! 몬스터 딜은 잘 들어오고! 전체적으로 몹 공방 벨런스가 왜 다 이 모양이냐고! 하 나 참…우리는 조금 더 약한 몬스터 잡으러 가야 되는데 팀원들이 다 우리들 레벨에는 이 몬스터 잡아야 한다고 우겨대니…에잇! 신경질 나!]

    그의 남탓이 끝난 뒤, 이번에는 홍준표의 인터뷰가 이어졌다.

    [에…음…저는 딜러를 맡고 있고요. 실낱같은 타이밍을 포착해서 딜을 꽃아 넣는 걸 즐기는 편입니다. 제가 제일 파티에서 비중이 크다고 봅니다.]

    홍준표가 몬스터를 사냥하는 장면이 나온 뒤, 그의 후기가 바로 재생되었다.

    [아니, 솔직히 딜러가 파티의 주인공인데. 주인공이 행동을 하면 좀 맞춰서 따라와 줘야 하는 것 아닌가요? 에…저는 괜찮은데 다른 파티원들이 너무 비협조적인 것 같아요. 아니면 한타 타이밍을 좀 못 읽는 사람들이거나. 부디 이번 기회를 통해 저 사람들이 좀 교정되었으면 좋겠네요.]

    …다음은 차유미였다.

    그녀는 소심한 태도로 입을 열었다.

    [저는 싸우는 걸 싫어해서 힐러 했어요. 제 싸움이든 남의 싸움이든 하여간 휘말리고 싶지 않아요. 그냥 뒤에 조용히 있고 싶어요. 다른 사람들이 앞에서 그냥 다 해 줬으면 좋겠어요.]

    뒤에 바로 이어진 차유미의 게임 플레이 역시도 내뱉은 말과 정확하게 일치했다.

    그녀는 전장에서 멀찍이 떨어져 힐 마법만 썼다.

    하지만 거리가 멀거나 타이밍이 급박한 경우 힐은 빗나가기 일쑤였고 결국 팀원들이 몬스터 떼에 전멸한 이후는 그녀의 차례였다.

    레이드 이후 차유미는 볼멘소리를 토해 냈다.

    [솔직히 힐러는 귀족 아닌가요? 무조건 보호해 줘야 하는게 힐러인데…제 팀원들은 좀 무능한 것 같아요. 다른 파티 보면 탱커랑 딜러들이 몬스터 다 잡아 주고 그러던데…아. 울님들은 진짜 뭐하시나…….]

    결과적으로 우형근, 오주현, 홍준표, 차유미 모두 다 남 탓 하기에만 바쁘다.

    자기는 문제가 없고 다른 팀원들이 문제라는 것이다.

    “야! 너네들 때문에 돈이랑 아이템 못 줍고 죽었잖아!”

    “하…진짜…몬스터 내가 이거 잡지 말자니까…이 몬스터 레벨에 비해 공격력, 방어력이 엄청 높게 설정되어서 못 잡는 몹이라고! 더 약한 것 좀 잡자고!”

    “뭔 소리에요…. 우리보다 레벨 더 낮은 애들도 다 때려잡고 다니는 몹인데…. 그보다 제가 딜 넣을 때 좀 따라붙어서 한타 싸움 좀 같이 해요…. 왜 항상 나 혼자만 열일하나…….”

    “아 진짜 짜증나! 왜 나까지 죽어야 해? 님들은 죽어도 나는 죽지 않게 지켜 줘야죠! 진짜 다른 파티 사람들은 힐러 손에 피 한 방울 안 묻히게 해 준다던데…하…….”

    자기가 왜 못하는지 모르는 것은 둘째치고, 자기가 못한다는 사실조차도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

    “…….”

    홍영화는 주먹으로 가슴을 턱턱 치며 생수를 들이킨다.

    고구마를 100개 정도 한 번에 집어삼킨 듯한 기분.

    “…….”

    천하의 조태호 부장도 이마에 핏줄을 세운 채 눈을 감고 있었다.

    진상 게스트가 노이즈 마케팅에 도움이 된다지만, 이건 정말 해도 해도 너무할 정도.

    바로 그 상황에서.

    “자, 이제부터 1:1 코치 시작합니다.”

    고인물.

    내가 등장할 타이밍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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