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닳고닳은 뉴비-176화 (176/1,000)
  • 177화 폭주하는 망령 (1)

    <※스압주의) 마동왕 역올킬 하이라이트 편집영상 (BGM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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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스트리그 멱살캐리★마동왕★매드독 역올킬 특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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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티메이트 리그 진출자 15인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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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스트리그 진출자격을 얻은 3팀 중 천지패황에 대해 알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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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스트리그 진출자격을 얻은 3팀 중 매드독에 대해 알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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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스트리그 진출자격을 얻은 3팀 중 국K-1에 대해 알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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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동왕 몰카에 넘어가는 장면/멤버들이 냉장고 속에 넣어둔 코코아 안 식은 척 후후 불어마시는 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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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베스트리그 2/3 라운드가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게임 커뮤니티들은 난리가 났다.

    수많은 명경기들이 펼쳐진 대회였지만, 뭐니뭐니해도 가장 압도적으로 조회수가 높은 영상은 바로 나의 플레이 영상이었다.

    팀이 위기에 내몰린 순간, 단신으로 나가서 적을 섬멸하고 돌아온 영웅.

    심지어 그 모든 과정을 10분 안에 뚝딱 해치워 버리는 나의 모습은 내가 보기에도 경이로웠다.

    오죽했으면 나 하나가 나온 영상이 다른 랭커들 15명이 전부 나온 영상보다 조회수가 훨씬 높을까.

    …심지어, 경기가 끝나고 나왔을 때 내가 코코아를 후후 불었던 장면이 여기저기 돌아다닌다.

    “자식들. 코코아가 식기 전에 돌아온다고 했다고 코코아를 냉장고에 넣어두다니…”

    덕분에 돌아온 직후 코코아 잔을 집었을 때 너무 차갑길래 눈치를 좀 봐야 했다.

    뭐 결과적으로 그 장면도 귀엽다며 인기를 끌고 있으니 다행인 건가.

    “……아주 난리가 났네, 난리가 났어.”

    나는 마동왕 명의의 인방 계정들을 쭉 돌아보았다.

    유튜뷰를 비롯한 수많은 플랫폼들.

    거기에 걸린 나의 채널들은 그야말로 빵 터져 버렸다.

    어마어마하게 많은 트래픽이 유입되고 있었다.

    광고주들이 지르는 즐거운 비명소리가 벌써부터 귓가에 선했다.

    시청자들은 내 영상을 구독하고 또 즐겨 찾는다.

    그들이 시청하는 광고, 클릭하는 [SKIP] 버튼 하나하나가 다 돈이 되어 나에게 정산되는 중이다.

    경기 풀 라운드를 뛰는 데 걸린 시간은 전에도 말했듯 9분 59초.

    그 10분 남짓한 시간의 대가로 내가 벌어들인 광고 수익은 그야말로 억 소리 나오는 것이었다.

    “거기에… 나는 프로게이머 연봉도 승리 횟수에 따른 성과급제니까… 상금까지 치면 이것도 꽤 나오겠네.”

    고인물 계정으로 제일 많이 벌었을 때가 월에 5억 정도였는데 이번에 마동왕 계정이 그 기록을 훌쩍 갱신했다.

    “이래도 프로리그가 돈이 안 돼?”

    나는 게임을 규제하고 억압했던 수많은 꼰대들의 면면을 떠올리며 피식 웃었다.

    당장 ‘켠왕’을 폐지하고 자연 다큐를 만들겠다는 LGB의 경영진, 프로팀 스폰을 꺼리던 수많은 기업들, 그리고 ‘아직도’ 청소년들의 게임 플레이를 사회악으로 보는 교사들과 더 나아가 게임 산업의 발전을 억제하는 법률을 추진 중인 정치인들…….

    그 외에도 E스포츠를 무시하고 천대했던 수많은 협회장들.

    (무슨 놈의 협회들이 그렇게 많은지 일일이 다 기억도 안 난다)

    “사람들이 이렇게 좋아해 준다는 건 이쪽 업계의 가능성이 아직 무궁무진하다는 건데.”

    지금 이 순간에도 폭등하고 있는 개인방송 조회수가 그것을 증명하고 있지 않은가?

    나는 이참에 아예 시장 규모를 초장부터 팍 늘려 놓을 것이다.

    그리고 이로 인해 다른 이들이 이 바닥에 뛰어들기가 조금 더 수월해졌으면 하는 마음이다.

    한편.

    이제 마지막으로 펼쳐질 ‘얼티메이트 리그(Ultimate League)’의 전략 역시도 생각하고 있었다.

    최후의 전장.

    한국의 NO.1 프로팀이 결정되는 곳.

    동시에 선수들의 랭킹이 정해지는 데 가장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곳이다.

    여기서 우승하게 되면 나는 무리 없이 한국 랭킹 1위라는 타이틀을 거머쥐게 될 것이다.

    ‘뭐 그렇다고 해도 공식 랭킹에는 등록 안 할 거지만.’

    언랭.

    케스파(KeSPA,Korea e-Sports Association) 공식 랭킹에 이름을 올리지 않는 이유는 간단하다.

    고인물과 마동왕이 같은 인물이라는 것을 숨기기 위해, 그리고 대중들에게 조금 더 신비로운 이미지로 남기 위해.

    그리고 그 편이 여러모로 마케팅에 더 도움이 되기도 한다.

    “어디 보자, 이거 어쩌면 얼티메이트 리그에서 매드독이랑 재경기를 할지도 모르겠는데?”

    나는 대진표를 보며 웃었다.

    현재 내가 속한 팀 국K-1은 얼티메이트 리그의 진출이 확정되어 있다.

    1위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가 2위 팀하고 겨뤄서 챔피언 자리를 방어해 내면 그만이다.

    문제는 2위 자리로 누가 올라올 것이냐는 것.

    지금 승점 상으로 가장 유력한 후보는 매드독이다.

    매드독은 국K-1을 제외하고는 한 번도 패배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 다음으로 유력한 이들은 전북의 강팀 ‘천지패황’이다.

    한국 랭킹 4위 류요원을 대장으로 하고 있는 이 팀 역시 국K-1을 제외하고는 한 번도 패배하지 않았다.

    그런 고로.

    앞으로 펼쳐질 2, 3위 정하기 싸움에서 ‘매드독’과 ‘천지패황’은 우열을 가리게 될 것이다.

    그리고 거기서 이긴 팀과 국K-1이 최후의 생존자를 가리는 ‘리얼 얼티메이트 대전’을 치르겠지.

    “내가 아는 미래대로라면 매드독이 1위, 천지패황이 2위를 하게 될 텐데. 이번에는 어떻게 되려나 모르겠네.”

    뭐, 내가 일으킨 나비효과가 하도 많아서 이번 대회는 어떻게 될지 잘 모르겠다.

    바로 그때.

    지이이이잉…….

    핸드폰이 요란하게 떨리기 시작했다.

    마동왕 명의로 된 핸드폰이었다.

    전화번호를 확인하니 국K-1의 엄재영 감독에게서 온 전화다.

    한편.

    우우우우웅…….

    고인물 명의의 핸드폰 역시도 요란하게 울리고 있었다.

    이 전화는 LGB 방송국의 홍영화 대리(최근에 승진!)에게 온 전화다.

    내가 두 전화 중 무엇을 먼저 받아야 하나 고민하고 있을 때.

    위이이이잉…….

    또 다른 핸드폰이 울린다.

    이것은 고인물 명의도 아니고 마동왕 명의도 아닌, 게임을 떠난 자연인 이어진 명의의 핸드폰이다.

    (참고로 이 번호를 아는 사람은 극히 일부밖에는 되지 않는다)

    핸드폰에는 윤솔의 전화번호가 떠 있었다.

    일과 취미, 공(公)과 사(私), 동료와 친구.

    우선순위를 정하기 어려운 문제다.

    “…….”

    나는 몇 초간의 고민 끝에 핸드폰으로 손을 가져갔다.

    *       *       *

    끼긱-

    청담동.

    국K-1 사옥의 문이 열렸다.

    엄재영 감독이 초조한 표정으로 서 있다가 나를 보자마자 반색을 했다.

    “야 마왕아! 너 왜 이렇게 전화를 늦게 받아!”

    그는 내게 달려오며 말했다.

    “자식이 말야, 부재중 한 7~8통은 찍어 놔야 한 번을 연락하네! 감독이 우습냐!”

    “그래도 부르면 오잖아요.”

    내 말에 엄재영 감독은 피식 웃었다.

    그리고는 지난밤의 경기 결과에 대해 말해 주었다.

    “천지패황이 매드독을 누르고 2위로 올라왔다.”

    어느 정도는 예상했던 일이었다.

    나에게 역올킬을 당하는 동안, 매드독은 너무 많은 히든카드들을 노출했다.

    그리고 너무 많은 심력을 쓴 데다가 역올킬로 인한 정신적 데미지 때문에 바로 이어지는 경기에서 아무래도 조금 불리한 포지션에 놓일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주워 먹은 거지. 어휴.”

    엄재영 감독의 말마따나, 천지패황은 내가 흘린 부스러기들을 공짜로 주워 먹었다고 볼 수 있겠다.

    하지만.

    “세상에 공짜 점심은 없죠.”

    부스러기조차 공짜는 없는 법이다.

    천지패황은 나로 인해 무언가를 주워 먹은 만큼, 무언가를 토해내야 할 것이다.

    안 토해낸다면… 두들겨서라도 그리 만들어야겠지?

    오싹-

    내 말에 거실에 모인 연습생들이 몸을 한번 떨었다.

    연습실 내부의 온도가 1도 정도는 떨어진 것도 같다.

    앞으로 펼쳐질 천지패황과의 1위 쟁탈전.

    하지만 지금 이곳에 승리를 의심하는 이들은 한 명도 없었다.

    ‘따 놓은 당상’이라는 말은 바로 이럴 때 쓰는 말이리라.

    심지어 2, 3군 멤버들은 마교에서 팔기 시작한 마동왕 티셔츠까지 입고 있을 정도였다.

    (그리고 1군 멤버들까지도 몇몇 사 입은 것이 보인다.)

    “형님. 다음 경기 전략은 있으십니까?”

    팀 내 서열 2위인 임요셉이 정중하게 물어왔다.

    그는 현재의 나보다 나이가 몇 살은 더 위였지만 나에게 깍듯한 존칭을 사용했다.

    아마 가면 속 나의 모습을 20대 후반 정도로 생각하는 모양이다.

    슥- 탁-

    마태강이 내 앞에 따듯한 코코아 한 잔을 내려놓는다.

    이연호가 그 옆에 쿠키 몇 개를 곁들였다.

    “……오늘은 냉장고에 안 숨겨놨냐?”

    “이건 방금 끓인 겁니다.”

    내가 슬쩍 농담을 던지자 마태강과 이연호 모두 싱글싱글 웃으며 대답했다.

    그 고고한 랭커들이 이렇게 깍듯한 모습을 보이는 것에 아무도 놀라워하지 않는다는 것이 놀랍다.

    만약 이 모습을 게임지 기자들이 보았다면 미친 듯이 카메라 셔터를 눌러 댔겠지.

    하지만 이곳 연습실에서는 이미 꽤 익숙해진 풍경이다.

    “전략이라. 뭐 그런 건 딱히 없는데, 그래도 다음 경기는 내가 첫 타자로 나갔으면 하네.”

    플레이 오프 때에는 역올킬이라는 3점짜리 배당이 있었기에 맨 후발주자를 자처했지만, 얼티메이트 리그 때에는 굳이 그럴 필요가 없다.

    어차피 이길 경기라면 가장 강렬한 임펙트를 초장부터 때려 박아 버리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임요셉은 고개를 끄덕이며 엄재영 감독을 돌아보았다.

    “저희들도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으음, 그도 그렇지.”

    엄재영 감독 역시도 고개를 끄덕였다.

    구단주나 스폰서들을 설득하기 위해서는 흥행성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결국 내 의견에는 아무런 이견도 나오지 않았다.

    엄재영 감독은 황당함과 흐뭇함이 뒤섞인 어조로 중얼거렸다.

    “…거 참. 이럴 거면 회의 왜 하나 싶네.”

    “제 덕에 회의 안 해도 돼, 전략 안 짜도 돼. 얼마나 좋습니까? 이번에 연봉도 오르셨잖아요.”

    “에라, 네가 감독도 해먹어라!”

    내 말에 엄재영 감독은 기가 막히다는 듯 픽 웃는다.

    …하지만 그는 알까?

    내가 진짜로 감독까지 해먹을 계획이라는 것을.

    나는 속으로 생각했다.

    ‘마동왕’

    이 세 글자가 가진 힘은 베스트리그를 거치며 상당한 수준에 이르렀다.

    나는 존재 자체로 팀의 기둥이 되고 있으며 말 한마디로 구단 전체를 움직일 만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었다.

    ‘마동왕의 이름값은 충분히 올렸으니, 이제는 슬슬 고인물 계정을 관리해야 하는데.’

    크라켄을 잡은 이후로 본캐(고인물)의 활동은 거의 없는 상태이다.

    심지어 크라켄 레이드는 대중들에게 공개하지도 않았으니, 저주받은 유빙 마트료시카에서의 대망자 레이드 이후부터는 대중들에게 전혀 소식을 전하지 않은 셈이다.

    …이쪽 바닥은 뭐라고 해야 할까?

    순환이 빠르게 이루어진다고 해야 할까?

    조금만 쉬어도 대중들에게 금방 잊혀지는 세상이다.

    하루에도 수많은 스타들이 몰락하고 또다시 그 자리를 새로운 스타들이 채워 간다.

    아무리 고인물 계정으로 일궈낸 성과가 막대하다고 하더라도, 오래 쉬면 그만큼 손해도 커지는 것이다.

    ‘딱 얼티메이트 리그까지만 치르고 난 다음에는 다시 고인물 계정을 관리해야겠다.’

    내가 속으로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위이이잉-

    핸드폰이 울렸다.

    당연히 마동왕의 명의로 된 핸드폰.

    전화를 걸어온 이는 바로 유다희였다.

    팬미팅 이후로는 처음 오는 연락이었기에, 나는 별 생각 없이 전화를 받았다.

    그러자.

    […마왕님.]

    어딘가 혼란스러워하는 듯한 그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뭐지? 이 시점에서 그녀가 심란할 만한 일이 뭐가 있을까?

    ‘마교 후원금 정산 관련 문제인가? 그거라면 알아서 집행하도록 맡겨 뒀었는데?’

    하지만.

    그녀가 전해 온 용건은 돈에 관련된 것이 아니었다.

    이내, 그녀의 말을 들은 내 눈이 찢어질 듯 커진다.

    “…뭐? ‘고인물’이 무차별 PK를 벌이고 있다고?”

    이게 무슨 소리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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