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닳고닳은 뉴비-167화 (167/1,000)
  • 167화 국내리그 정복 (1)

    2021년 3월 21일.

    제1회 뎀 프로 선수권 대회가 베스트리그의 막을 올렸다.

    챌린지리그를 통과하고 ‘챌린저’의 자격을 갖춘 50인의 프로 게이머가 등용문을 넘어 올라왔다.

    그중에서 절반인 5개 팀의 25명만이 베스트리그의 1차 관문인 ‘배틀로얄 그라운드제로’를 통과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제 한국 최정상 25인이 펼치는 가장 치열한 각축전이 시작되었다.

    서울 ‘국K-1’, 강원 ‘매드독’, 충북 ‘코리아철강축산’, 전북 ‘천지패황’, 경남‘S5’

    모든 팀들이 서로 한 번씩 경기를 치른다.

    룰은 챌린지리그 때와 동일.

    5:5 태그매치로 프로레슬링, 혹은 격투 게임과도 비슷하다.

    총 10번의 경기가 끝나고 나면 경기에서 획득한 승점에 따라 3개의 팀만이 생존하게 된다.

    승리를 거뒀을 시 승점 1점.

    올킬을 했을 시 승점 2점.

    역올킬을 했을 시 승점 3점이다.

    이 승점제 방식은 의외로 상당히 밸런스가 좋은 구도이다.

    상대방의 에이스가 첫 번째로 나오면 가장 경기력이 부족한 선수를 보내 상쇄하는 전략과 초반부터 에이스를 내보내 올킬을 노린다는 전략, 그리고 올킬 직전에 가사회생할 수 있는 역올킬 배수진 전략 등이 다양하게 얽힐 수 있다.

    때문에 각 팀들은 엔트리 순서를 짤 때에도 온갖 심리전을 펼치고 있었다.

    한편.

    3만 명이나 되는 관객들이 오늘 펼쳐지는 각축전을 보러 왔다.

    챌린지 리그나 베스트 리그 1/3차 때와 비교하면 절반의 절반도 되지 않는 적은 수이지만, 그래도 상당한 인파였다.

    오히려 이쯤 되면 정말로 뜨거운 열정을 가진 열혈팬들만 남았다고 할 수 있다.

    용산 e스포츠 스타디움에서 2박 3일에 걸쳐 펼쳐지는 이 경기를 위해, 텐트와 캠핑도구까지 가지고 온 이들도 눈에 띄었다.

    그리고 대망의 D데이, 오후 5시 30분.

    [자, 그럼 베스트리그 두우 번째 경기! 시작하겠습니다아아아아!]

    전용진 캐스터의 우렁찬 함성과 함께.

    천상계에서의 살육전이 시작되었다.

    *       *       *

    <국K-1 VS 스타파이브>

    베스트리그 2/3차의 3번째 회차로 치러진 시합.

    이 경기의 하이라이트는 6라운드에서 벌어진 임요셉과 이준호의 빅매치였다.

    한국 랭킹 1위인 ‘돌부처’ 임요셉.

    한국 랭킹 3위인 ‘쌍칼’ 이준호.

    랭킹 최상위권의 두 패자가 6라운드에서 풀 HP 상태로 맞붙었다.

    두 개의 방패를 든 임요셉과 두 개의 칼을 든 이준호.

    서로 무기와 방어구를 하나씩 바꾼 것 같은 둘이 ‘죽음부름 협곡’의 황무지에서 팽팽하게 대치했다.

    […….]

    […….]

    두 정상급 게이머는 서로를 향해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극탱VS극딜.

    누가 이길지 모르는 한판승부.

    초읽기에 들어간 둘은 한동안 그렇게 서로를 말없이 노려보았다.

    [콰쾅!]

    의외로 먼저 움직인 쪽은 돌부처 임요셉이었다.

    마치 두 개의 상아를 앞세우고 돌진하는 매머드처럼, 임요셉은 이준호를 정면으로 들이받았다.

    요란한 접전이 펼쳐졌다.

    이준호는 특유의 쌍검난무를 이용해 임요셉의 단단한 방패와 상아를 쉴 새 없이 두들겼다.

    단단한 방어력 & 뚱뚱한 HP VS 날카로운 공격력 & 빠른 스피드

    이 경기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지점이었다.

    [콰쾅!]

    놀랍게도, 한 바탕의 충돌이 있은 뒤.

    이준호는 반동의 여파로 쥐고 있던 두 자루의 칼 중 한 자루를 놓쳐버리고 말았다.

    그리고 그것은 임요셉 역시 마찬가지였다.

    [땅그랑!]

    이준호와 임요셉은 각각 두 개의 칼과 두 개의 방패 중 하나를 땅에 떨어트렸고 그것을 다시 주워야만 했다.

    문제는… 경기 도중에 둘의 아이템이 바뀌었다는 것이다.

    임요셉은 자신의 방패와 이준호의 칼을 들었다.

    이준호는 자신의 칼과 임요셉의 방패를 들었다.

    서로의 아이템이 바뀌는 실로 황당한 상황이 일어난 것이다.

    결국.

    승부는 칼도 방패도 능숙하게 쓸 수 있었던 임요셉에게로 기울어졌다.

    이준호는 방패를 방어용으로 밖에는 쓸 줄 몰랐지만, 임요셉은 방패를 이용한 공격에도 능숙했던 것이다.

    결국 임요셉은 칼로 이준호의 방패를 밀어내고 다른 한 손의 방패로 그의 머리통을 깨 버리고 말았다.

    이후, 임요셉은 HP가 얼마 남지 않아 이준호 다음으로 나온 이에게 죽기는 했지만.

    그래도 상대방의 에이스를 잡아내고 그 다음 차례 선수의 HP를 절반가량 깎아놓음으로써 팀 간의 딜 교환에서 막대한 이득을 안겨 주었다.

    <코리아철강축산 VS 국K-1>

    다음 매치는 충북 팀과의 결전이었다.

    베스트리그 2/3차의 6번째 회차로 치러진 시합.

    이번 경기의 하이라이트는 뭐니뭐니해도 ‘투신’ 마태강이었다.

    올킬(Allkill)!

    마태강은 1라운드부터 5라운드까지 풀로 뛰어 버렸다.

    3라운드 중간에 ‘신박’ 최연석과 잠시 교대하여 HP를 조금 회복한 것 말고는 한 번도 필드에서 나가지 않았다.

    필드를 흡혈식물로 가득 채우려 했던 마법사는 투신의 불주먹에 의해 필드가 불구덩이가 되는 것을 무력하게 바라보며 리타이어.

    거리를 벌리며 끊임없이 화살을 난사하던 궁수는 순식간에 따라잡혀 리타이어.

    단단한 방어력과 높은 신성력을 가진 힐러는 관통 데미지를 입은 끝에 리타이어.

    마법 공격과 물리 공격을 동시에 다루던 마검사는 한 대의 유효타도 먹이지 못하고 쩔쩔매다가 중반부부터 집중력이 흐트러진 끝에 한 방기에 역습당해 리타이어.

    커다란 방패와 도끼를 든 탱커는 1:1 정면대결을 신청한 끝에 모든 방어구가 박살난 채 리타이어.

    투신 마태강.

    그는 물이 제대로 올랐다.

    딜 미터기를 측정해 본 결과, 아마도 경기가 끝나면 랭킹이 상향 조정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업계의 정설.

    그렇게 된다면 그는 이연호를 밀어내고 한국 랭킹 5위권 안으로 들어서게 될 것이다.

    <국K-1 VS 천지패황>

    다음 경기는 전북의 강팀 천지패황과의 매치였다.

    베스트리그 2/3차의 8번째 회차로 치러진 시합.

    이번 경기에서는 송병건과 이연호의 활약이 두드러졌다.

    승점이 모자랐는지, 올킬을 노리고 매치에 나온 류요원은 시작부터 기세가 무서웠다.

    그 저돌적인 공세를 꺾고자, 클로킹 시간이 두 배로 늘어난 송병건과 천재적인 감각을 지닌 이연호가 교대로 투입되었다.

    무려 4시간이 넘는 태그매치 끝에, 류요원은 한 번도 후임과 교대하지 않은 채 선 채로 리타이어 당했다.

    비록 송병건과 이연호 역시도 빈사상태였기는 했지만 상대방의 에이스를 잡아낸 이상 후속 주자들은 크게 두려워할 것이 없었다.

    ‘매머드’로 별명이 바뀐 임요셉과 ‘투신’ 마태강이 나머지 주자들을 깔끔하게 정리하자, 경기는 다소 허무하게 마무리되었다.

    *       *       *

    “대단해! 대단한 성과야!”

    엄재영은 모두를 끌어안은 채 감격에 젖어 소리쳤다.

    원래 국K-1은 강한 팀이었지만 이렇게까지 월등히 강한 팀은 아니었다.

    팀 내 랭킹 1위였던 임요셉은 자신감이 과해 알게 모르게 배움을 게을리하는 느낌이 있었다.

    팀 내 랭킹 2위였던 이연호는 그런 임요셉을 제외한 나머지는 팀으로 인정하지 않았다.

    팀 내 랭킹 3위였던 마태강은 팀 멤버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겉돌았다.

    팀 내 랭킹 4위였던 송병건은 적당 적당히 중간만 가자는 주의였다.

    하지만.

    마동왕이라는 OP캐릭터가 팀에 들어오고부터 모든 것이 바뀌었다.

    임요셉은 압도적인 강자의 출연에 자신이 아무것도 아니었다는 것을 깨닫고 충격을 받은 듯했다.

    흔히 천재는 압도당했을 때 무너지거나 더욱 성장하거나 둘 중 하나인데 임요셉은 후자에 속하는 부류였다.

    이연호는 자신이 동경하던 임요셉보다 더욱 강한 존재가 눈앞에 나타나자 동경의 대상을 바꾸었다.

    이제 그는 마동왕을 향해 달려나가기 시작했다.

    마태강 역시도 비슷했다.

    말은 하지 않았지만, 마동왕이 어쩌다 연습실에 나타나면 항상 말없이 커피를 타 가져다주는 이가 마태강이었다.

    송병건은 여전히 적당 적당히 하자는 주의였다.

    하지만 마동왕이 나타남으로서 다른 멤버들의 노력치가 확 올라간 이상, 적당히 평균이라도 맞추기 위해서는 연습량을 어마어마하게 늘려야 했다.

    때문에 그는 바뀐 팀 분위기 속에서도 언제나 평균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었다.

    ‘마왕아! 네가 보물이다 보물!’

    엄재영은 정작 경기에 한 번도 참여하지 않은 나를 향해 눈을 찡긋했다.

    하지만.

    “…….”

    나는 여전히 신중한 표정으로 대진표를 바라보고 있었다.

    ‘…어디 보자.’

    나는 지금까지의 스코어를 바라보며 생각했다.

    모든 것들은 오차 범위 안에서 예측대로 딱딱 들어맞는다.

    세여파죽(勢如破竹)!

    요원지화(爎原之火)!

    파죽지세(破竹之勢)!

    연전연승(連戰連勝)!

    국K-1팀의 상승세는 대단했지만 나를 놀라게 할 정도는 아니었다.

    대회는 과거의 기억과 얼추 유사하게 흘러가고 있었다.

    정확한 라운드 수, 킬뎃의 수는 다르지만 그래도 팀과 팀의 매칭 순서와 선수 엔트리 등은 전부 내 기억 속 그대로다.

    ‘그렇다면, 이제부터 ‘이변’이 시작될 텐데…….’

    나는 대진표를 보며 침음을 삼켰다.

    강원도 대표팀 ‘매드독’

    가장 경쟁률이 낮은 지역에서 올라온 신흥 팀.

    눈에 띄는 랭킹도 전적도 딱히 없던 이들이라서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었던 팀이다.

    …그리고.

    내 기억이 맞다면.

    오늘 ‘국K-1’은 이 별 볼일 없는 팀 ‘매드독’에게 역올킬을 당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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