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닳고닳은 뉴비-164화 (164/1,000)
  • 164화 팬미팅 (1)

    제 1회 오뚝이배 뎀 프로 선수권 대회 베스트리그 1/3차전.

    원래는 1차로 마무리될 예정이었던 베스트리그에 갑자기 대중들의 관심이 엄청나게 몰리자주최측과 스폰서들은 황급히 머리를 굴렸다.

    ‘이거 이렇게 금방 끝내기는 좀 아깝지 않나?’

    ‘솔직히 트래픽 수준 보니까 이건 노다지인데, 좀 더 길게 가도 되지 않겠습니까?’

    ‘하지만 엄연히 사전에 합의된 기간이 있는데...’

    ‘지금 그게 문제요? 여기 대회 개최할 때 이 정도로 성황일 거라고 예측한 사람 있어요?’

    ‘들어간 돈도 얼마 안 되는데, 까짓거 좀 더 늘려봅시다.’

    이 어마어마한 기회를 고작 단발성 이벤트로 끝낼 수는 없다는 것이 종합적인 의견이었다.

    주최 측에서는 당연히 가능한 경기 싯수를 늘리고 싶어 했다.

    스폰 측은 투자대비 가능한 많은 이윤을 뽑고 싶어 했다.

    선수 측은 가능한 많은 경기를 통해 보다 공평한 경기를, 보다 뛰어난 성적을 낼 기회를 원했다.

    관객 측은 평소에 늘 동경해 왔던 프로 게이머, 랭커들의 명승부를 조금이라도 더 많이 보기를 원했다.

    간만에 주최 측, 스폰 측, 선수 측, 관객 측의 의견이 모두 일치한 것이다.

    때문에 고안된 것이 1차 ‘배틀로얄 그라운드제로’, 2차 ‘플레이 오프’, 3차 ‘얼티메이트 리그’였다.

    원래는 하나였던 플레이오프 시스템이 졸지에 3갈래로 나뉘어져 버린 것이다.

    급하게 고안된 룰과 시스템인데다가 첫 번째 대회이니만큼, 여러 오류들이 발견되었다.

    주최 측에서 미처 처리하지 못한 잔몹이 발견된다거나, 텔레포트 도중 선수들의 몸이 경계에 걸쳐져 절단 혹은 사망 로그아웃 된다거나, 챌린지리그에서 탈락한 선수가 다른 팀으로 이적해 다시 출전권을 획득한다거나, 여러 명이 비공식적으로 카르텔을 형성해 한 명을 몰매 준다거나...

    참으로 다양한 사건 사고들이 터져 나왔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배틀로얄 그라운드제로, 통칭 ‘배그’라 불리는 생존게임은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이것은 주최 측이 잘해서가 아니었다.

    스폰 측이 잘해서도 아니었다.

    선수들이 잘해서도 아니었다.

    관객들도 딱히 기대한 것은 아니었다.

    ...오직 한 사람.

    마동왕.

    그에 의해서 이뤄진 대성황이었다.

    ‘하드캐리(hard carry)’

    마동왕은 단신으로 거대한 프로리그를 통째로 휘어잡았다.

    말 그대로 ‘멱살 잡고 끌고 간’ 것이다.

    이 날 경기장에 모인 13만 인파는 모조리 한 사람의 팬이 되어버렸다.

    지방에서 올라온 열성팬 군단.

    홈 팀의 승리 말고는 아무런 관심도 없던 훌리건들마저 홀딱 반해 넘어가버릴 정도로, 마동왕의 플레이는 압도적인 것이었다.

    문제는... 이 13만 인파라는 것은 어디까지나 ‘일부’, 즉 ‘직관’을 온 사람들에 한한 숫자라는 것이다.

    ‘배틀로얄 그라운드제로’

    천상계 탑 티어 50명이 펼쳤던 생존게임이 끝난 뒤 정확히 11시간 59분이 지났을 무렵.

    -띠링!

    각 커뮤니티에는 경기 동영상들이 일제히 올라왔다.

    그리고 그 시간 부로.

    대한민국에 존재하는 모든 게임 커뮤니티가 싸그리 터져버렸다.

    - 이번 프로리그 마동왕 깽판 실화냐?? -(댓글 4,231)

    - 프로들이 잘하는 게 아니더라...마동왕이 잘하는 거더라ㅋㅋㅋ -(댓글 7,217)

    - 마동왕 배틀로얄하는 거 직관으로 본 후기.text -(댓글 9,187)

    - 초신성 슈퍼루키 마동왕, 그는 누구인가?(※스압주의) -(댓글 10,187)

    - (성지글)미래 예언한다, 이번 서울팀 신인 마동왕 주목해라 -(댓글 40,119)

    .

    .

    일례로 한 사이트를 예로 들어보자면, 전체 글 30만여 개 중에 새로 등록된 1만여 개의 게시물들이 모두 ‘마동왕’이라는 키워드에 대해 논하고 있다.

    조회수는 기본으로 수만 단위로 치솟는다. 하나하나가 메가히트다.

    직관에 다녀온 이의 후기에는 기본적으로 만 단위의 댓글들이 달리고 있었다.

    -야;;;마동왕 영상 봤는데...저거 실화냐? 주작 아니고?

    ⤷ㅋㅋㅋ말이 됨? 당연히 페이크 합성이지

    ⤷근데...영상 올린 게시자가 뎀 코리아 공식 홍보팀인데?

    ⤷...어? 그러네? ㅈㅅ 아니 그러면 이게 진짜 실화라고??? 미친건데 그럼?

    -아니 피지컬 돌았냐고ㅋㅋㅋ한 사람이 26명 때려잡는게 말이 되냐

    ⤷심지어 적색지대랑 히든몹 이용해서 잡은 수까지 치면 28명임;;;

    -흠...솔직히 템빨 아닐까?

    ⤷마동왕이 낀 템이 뭔줄 알고?

    ⤷템빨이라고 해도, 히든 몹이랑 적색지대 이용하는 거 보면 전략이 아주ㅎㄷㄷ..

    ⤷솔직히 템은 프로들끼리 다 엇비슷하겠지, 저건 피지컬임..

    ⤷그 템을 어케 구했겠냐? 그 등급의 몹 잡았다는거 아니냐ㅋㅋㅋ그게 더 대단함

    -왘ㅋㅋ개미쳤닼ㅋㅋㅋ 탈인간급이다 진짜

    -ㅁㅊMC들 황당해서 중계 안하고 얼타는것 보소ㅋㅋㅋㅋ

    -이거 밸런스 붕괴 급인데???

    ⤷ㄴㄴ어찌보면 황금밸런스지. 마동왕 하나한테 공평하게 다 죽잖어ㅋㅋ

    ⤷ㅇㅇ평등하고 공평한 갓겜이다. 마동왕 앞에서는 다 한방에 죽어버리기~~

    -와 이거 페이크다큐 아니죠? 저거 사람이 플레이하는 거 맞죠?

    ⤷ㄴㄴ저분은 사람이 아닙니다. 신입니다.

    -나 1기 마교인인데ㅋ 난 원래 마동왕이 저렇게 클 줄 알고 있었다. 날아올라라~~~!!

    ⤷성지순례 왔습니다 아들 낳게 해주세요

    ⤷성지순례 왔습니다 딸 낳게 해주세요

    ⤷성지순례 왔습니다 머리털 낳게 해주세요

    ⤷머리털: 응애

    .

    .

    경기 영상은 50명의 선수를 각각 주인공처럼 클로즈업 해서 여러 각도와 시점에서 찍혀 있었다.

    모든 경기 영상들은 각각 서로 다른 영화의 티져영상처럼 세분화되어 있었는데 유독 마동왕이 출연하는 동영상만 100배에서 150배의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다.

    베스트리그 1차를 통과한 5개의 팀은 서울 ‘국K-1’, 강원 ‘매드독’, 충북 ‘코리아철강축산’, 전북 ‘천지패황’, 경남 ‘스타파이브/S5’로 정해졌지만, 사람들은 이에 아무런 관심도 주지 않았다.

    시청자들의 클릭 은총을 받는 이는 오로지 하나.

    ‘국K-1’ 팀.

    아니 마동왕 하나 뿐이다.

    이번 리그는 마치 마동왕을 위해서 열린 것과도 같았다.

    아니, 결과만 놓고 보면 그렇게 볼 수밖에 없다.

    애초에 마동왕이 솔로잉으로 28킬을 딴 시점부터 대회 밸런스와 변별력은 안드로메다로 날아가 버렸으니까.

    베스트리그 2/3차인 ‘플레이 오프’가 열리기까지는 앞으로 일주일이 남았다.

    그 동안 인터넷의 모든 게임 관련 트래픽은 마동왕을 향해 몰려들 것이다.

    그리고.

    이 어마어마한 떡상의 효과를 제대로 누리고 있는 이들은 바로...

    .

    .

    .

    “꺄아아아아악!”

    음침한 지하 캡슐방에서는 환희에 가득찬 교성이 터져 나왔다.

    길드 ‘마교’

    정식 명칭 ‘마동왕사랑교’

    이 길드에는 어제부터 어마어마한 트래픽이 몰려들고 있었다.

    마동왕의 정보를 묻거나 가르침을 청하거나 응원을 하거나 후원을 하는 이들.

    강하고 충성스러운 길드원들의 입단 신청서도 빗발친다.

    그리고 그보다 더욱 더 거세고 힘차게 밀려드는 것은 후원의 물결이었다.

    [마동왕 님을 후원하고 싶은데 법적으로 후원금 기부가 하루에 얼마 이상 안된다네요~]

    [아쉬운대로 이쪽 팬클럽에 후원금 넣어요~]

    [마동왕 님을 위해 잘 써주십쇼!!]

    .

    .

    어마어마한 금액이 통장으로 물밀듯 밀려들어온다.

    “꺄아아아악!”

    덕분에, 그것들을 관리하는 유창은 행복한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그러자, 지하실 구석의 락후락후 침대에서 퀴퀴한 담요 하나가 팍 솟구쳐 오른다.

    “...”

    유다희가 짜증스러운 표정으로 상체를 일으켰다.

    까닥까닥-

    유창을 향해 손가락을 굽혔다 폈다 반복하는 유다희.

    “미, 미안 누나. 조용히 할게.”

    유창은 주눅 든 표정으로 입을 다물었다.

    그러자 유다희는 천천히 다시 눕는다.

    그녀는 얼마 전 용산 E스포츠 스타디움에 갔다 온 뒤로 목소리를 잃어버렸다.

    ‘사!랑!해!요!마!동!왕!우!윳!빛!깔!마!동!커헉!?’

    너무나도 크게 목소리를 낸 끝에 성대결절이 온 것이다.

    “...끙.”

    유다희는 다시 담요를 뒤집어쓰고 곰팡이 가득한 벽에 기댔다.

    유창이 그런 유다희의 옆으로 슥 다가간다.

    “누나, 후원금 엄청 들어왔는데. 이걸로 뭐 할까?”

    그러자. 유다희는 작은 목소리로, 그러나 짜증이 가득한 어조로 대꾸했다.

    “돌았냐? 당연히 마동왕 오빠를 위해 써야지.”

    “어? 하지만 우리 인건비도 있고. 사무실 운영비도...”

    “그건 네 일이잖아. 사채 이자로 메꿔. 후원금은 순수하게 본래의 목적에만 쓸 거야.”

    그러자 유창은 입을 삐죽였다.

    “팬질에 목숨 걸었구만. 옛날에 아이돌 따라다닐 때도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그러자, 유다희의 눈빛이 찌릿하다.

    “...”

    유창은 또다시 움찔하고는 슬쩍 시선을 피했다.

    이내. 유다희는 다시 침대에 드러눕는다.

    그녀는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뭔가, 마동왕 오빠가 내가 닿지 않는 곳으로 올라간 느낌이네.”

    12시간 만에 엄청나게 유명해져 버린 마동왕을 보며, 유다희는 약간 현자타임이 온 모양이다.

    하기야 누구라도 그럴 것이다.

    자기가 무명 때부터 좋아했던 연예인이 갑자기 톱스타가 되어버리면 으레 느껴지는 허망함.

    뭐, 그런 것이리라.

    “너무 멀어져서 만날 수 없을 것 같다.”

    유다희는 침중한 안색으로 중얼거렸다.

    그러자.

    유창이 옆에서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아니, 지 무명일 때부터 따라다닌 팬클럽 회장을 12시간만에 팽하면 그게 사람 새끼여?”

    “...너 말 가려서 안 하냐?”

    “아니, 그렇잖어.”

    유창의 말은 맞는 말이다.

    하지만 유다희는 내심 걸리는 것이 있었다.

    바로 마동왕을 만나게 된 계기다.

    그녀는 애초에 마동왕을 이용해 고인물을 암살하기 위해 계획적으로 그에게 접근했었다.

    지금이야 순수한 마음이지만, 그때의 동기가 불순했기에 괜히 아직까지도 마음 한 구석에 죄책감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 때문에 유다희는 굉장히 복잡미묘한 마음으로 팬질을 하고 있는 것이다.

    “공식적인 일이라면 몰라도, 개인적으로는 연락 못 할 것 같아. 근데 프로선수랑 팬 사이에 공식적인 일이 어딨겠어...”

    그녀는 시무룩한 표정으로 중얼거린다.

    그때.

    풀죽어 있는 누나를 보다 못한 유창이 기어코 한 마디를 더 던졌다.

    “아니 정 그러면 뭐 팬미팅 같은 거라도 개최해 보든가.”

    그 순간.

    “맞다! 팬미팅!”

    유다희는 좋은 아이디어가 떠오른 듯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팬미팅이라면 충분히 공식적인 행사다.

    후원금 전달 및 집행 목록도 공개하고 또 팬들 사이에 유대감도 쌓고.

    한편.

    유다희가 갑자기 쾌활해지자 오히려 유창이 더 깜짝 놀란다.

    “뭐야, 가게 팬미팅?”

    “응!”

    “...그런 게 있긴 있어?”

    유창이 의아한 표정으로 묻자.

    유다희는 쾌활하게 대답했다.

    “없으면 만들면 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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