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3화 폭풍전야 (1)
유튜뷰 코리아 본사.
한국 최대의 동영상 공유 사이트를 운영하고 있는 회사의 한국 지부이다.
개인방송 및 여러 동영상들이 한 곳으로 모여드는 곳이기도 하다.
전 세계적으로 하루 평균 총 15억 시간 어치의 동영상들이 올라온다.
어마어마한 수의 시청자들이 자극에 잔뜩 목말라 있다.
아주 조금만, 조금만 특색 있거나 재미있으면 금세 동영상의 조회수가 올라간다.
이는 곳 명성이고 돈이다.
기회의 땅 유튜뷰, 이곳에서 한번 스타가 되면 하루아침에 인생이 달라지는 것이다.
정말로 단 하루아침에 말이다.
그리고.
유튜뷰 코리아의 게임 콘텐츠 팀.
이곳에서는 지금 엄청난 격변이 일어나고 있었다.
* * *
“티, 팀장님! 이것 좀 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
한 직원이 눈을 휘둥그렇게 뜬 채 모니터를 바라본다.
유튜뷰 코리아 게임 콘텐츠 팀의 송승우 팀장은 부하직원의 말을 듣고 파티션 너머로 고개를 뺐다.
“…뭔데 그래?”
부하직원이 모니터를 들어올리기까지 하며 보여 주는 것은 몇 개의 동영상이었다.
게시자 이름이 전부 똑같다.
<고인물>
송승우 팀장은 피식 웃었다.
“아아, 고인물 님이구나. 또 게임 공략 동영상 올리셨어?”
“네, 네! 갑자기 12개나 올리셨어요.”
“아이쿠, 요즘 뜸하시더니 갑자기 열일하시네. 좀 나눠서 올리시지.”
송승우 팀장은 대수롭지 않게 웃었다.
으레 구독자 수가 많은 스트리머일수록 좋은 콘텐츠 선정에 신중하다.
자연스럽게 동영상을 업로드하는 횟수는 유명해질수록 적어진다.
그리고 가늘고 길게 이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좋은 동영상을 찍었더라도 한 번에 올리지 않고 자잘하게 나눠서 여러 번에 걸쳐 올리곤 한다.
그것이 노출도 측면에서 더 유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고인물은 어째서인지 동영상 12개를 한 번에 풀어 놓은 것이다.
“그래도 한 방 파급력은 있으시겠네. 동영상이 많으니까. 조회수가 얼마나 나와?”
“어, 어어… 한 5만 정도…….”
“5만? 영상이 12개니까… 그럼 편당 5천 정도인가? 방금 올라온 걸 감안하면 상당하네.”
송승우 팀장은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직원은 얼떨떨한 표정으로 고개를 가로젓는다.
“각 편당 조회수 말씀드린 건데요…….”
“…뭐?”
송승우 팀장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리고 아예 파티션을 빙 돌아와 직원의 모니터를 쳐다보았다.
“……!”
모니터 안에는 충격적인 영상들이 쭉 펼쳐져 있었다.
<미공개 대륙, 북대륙 공략기. A급 필드보스 ‘이히히히’와 함께하는 죽음의 얼음땡!> (1), (2), (3)
-업로드 시간: ·방금 / 조회수: 5.4만 회
-업로드 시간: ·방금 / 조회수: 5.3만 회
<새로운 맵으로 갈 수 있는 히든 루트, A+급 필드보스 ‘씨어데블’을 만나다!> (1), (2), (3)
-업로드 시간: ·방금 / 조회수: 5.2만 회
<‘뎀’속에도 ‘AOS’게임이!? ‘대망자’와의 사투!> (1), (2), (3)
-업로드 시간: ·방금 / 조회수: 5.1만 회
.
.
언제나 그렇듯. 동영상은 3부로 나뉘어져 있었고 1, 2부는 무료, 3부는 유료 시청이었다.
문제는 동영상의 소재와 제목이다.
“…미쳤다.”
송승우 팀장 역시 데우스 엑스 마키나를 플레이하는 게이머, 이 동영상들이 뜻하는 바가 무엇인지 모를 리가 없다.
아직 누구에게도 공략된 적 없는 미지의 대륙.
너무나도 가혹한 환경 탓에 가 볼 엄두도 나지 않는 극한의 땅!
그런 생태계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괴랄한 몬스터들과 그 중에서도 최강으로 군림하는 보스 몬스터.
거기에 히든 퀘스트, 보상 등의 단어들이 소제목으로 쏙쏙 끼워져 있다.
게이머라면 피가 끓지 않을 수 없는 제목들이다.
마우스나 손가락이 올라가 있는 자라면 일단 무조건 눌러 볼 수밖에 없는 상황.
딸깍!
송승우 팀장이 떨리는 손으로 동영상을 클릭하자, 이내 각 동영상들이 차례로 재생된다.
◀◀ ▶ ▶▶
#1
[이히히히히...]
[쩌저저적!]
[으아악! 도망쳐! 얼어붙는다!]
[나 땡 좀 해 줘!]
설산의 유령 ‘이히히히’
이 무시무시한 몬스터가 나타나면 동영상 속의 유저들은 공포에 떨며 죽어간다.
하지만.
동영상 속 주인공인 고인물은 당황하지 않는다.
#2
차분하게 이히히히를 던전으로 이끌고 간 고인물은 던전 보스인 ‘서리이빨’과 ‘이히히히’를 싸우게 만든 뒤 아이템을 챙겨 도망친다.
그 와중에 자기를 따라오던 수백 명의 추격자들을 이히히히의 먹이로 던져 주는 교활하고 얄미운 짓까지 하면서.
[카오오오오-]
[이히히히히-]
서리이빨과 이히히히는 한 치도 물러서지 않으며 맹렬하게 싸운다.
이윽고.
동영상은 다음 페이즈로 넘어간다.
#3
설산을 넘자 보이는 거대한 유령선.
아무것도 없을 것 같았던 얼음해변 구석에서, 숨겨져 있는 히든 피스가 모습을 드러냈다.
유령선을 타고 한참을 가자.
[촤아아아악-]
이내 바다 밑에서 괴물이 등장해 항로를 가로막는다.
심해마귀 씨어데블.
[주세요.]
생김새부터가 흉측한 이 괴물은 제물을 내놓으라는 무시무시한 요구를 던진다.
#4
동영상은 또다시 어찌어찌 넘어간다.
침몰하는 유빙, 숨겨져 있는 얼음 동굴, 수많은 해골 병사들.
그리고 그 끝은 ‘대망자(大亡者)’가 장식했다.
[콰콰콰콰쾅!]
[우-워어어!]
[가-아아아!]
모든 것을 압도하는 덩치와 힘.
무시무시한 A+급 OP캐릭터들의 빅매치다.
결국 섬이 침몰하는 것으로, 12개의 동영상에 걸친 북대륙 여행기는 끝이 났다.
.
.
⥁
모든 영상이 끝나자, 다시보기 버튼이 나타났다.
“…….”
송승우 팀장은 저도 모르게, 뭔가에 홀린 듯 그 버튼을 클릭했다.
새로 재생되는 영상을 3초 정도 보다가…….
“앗차!”
그는 이내 정신을 차렸다.
그리고는 다시 한 번 외쳤다.
“…진짜 미쳤다 이건!”
송승우 팀장은 확신했다.
이 동영상은 미쳤다.
그리고 이 동영상을 찍은 고인물은 더더욱 미쳤다.
말도 안 되는 스타성, 압도적인 흥행성, 예측불허의 돌발성.
고인물.
이 스트리머는 그야말로 게임계의, 그리고 게임방송계의 신화를 이룩하고 있는 중이다!
그것도 실시간으로!
송승우 팀장은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고, 고인물 님이 이 동영상 유튜뷰에만 푸셨을까?”
‘제발 그랬으면 좋겠네’ 라는 희망.
하지만, 부하 직원은 침중한 안색으로 고개를 저었다.
“그분 저희 독점 스트리머 아니시잖아요.”
그는 송승우 팀장을 향해 다른 모니터를 보여 주었다.
온갖 사이트로 퍼져나가고 있는 무료 동영상이다.
#1. 데스 인사이드
제목: <ㅋㅋㅋ북대륙 X도 없네~>
글쓴이: ㅇㅇ
내용: 얘 방송 보니 뭐없드라 얘들아~~
ㅇㅇ(121.54): 네다겜창
ㅇㅇ(49.25): 병1신 뜬금없이 바다를 왜건너감ㅋㅋㅋ
ㅇㅇ(564.53): 북대륙왜감? 딴데서 사냥하는게 더 효율적인데
ㅇㅇ(51.84): 응~겜알못새12끼 거른다 꺼져~
#2. 투데이 유모아
제목: <게임 공략 한번 해봤습니다.>
글쓴이: 갓끈선비
내용: 북대륙에 와서 보스 몬스터들 한번 잡아 보았습니다. 특정 스트리머 홍보는 아니옵고...그냥 1, 2부 한번씩들 보시지요.
댓글: 이 게임은 ‘데우스 엑스 마키나’로 요즘 한창 인기 있는 게임입니다.
댓글: 북대륙이라니, 아직 한번도 공략되지 않은 맵이네요.
댓글: 대단하십니다. 조금 홍보 같지만, 그래도 추천 눌러드립니다.
댓글: 요즘 게임 글 많이 올라오네요^^ 재밌게 보고 있습니다.
#3. 뭇긴 대학
제목: <(19금)아 오래 알고 지내던 여사친이랑 술김에 사고침...>
글쓴이: zㅣ존표도™
내용: 그딴거 없고 게임 공략 영상이나 보고 가라
댓글: 제목낚시 무엇?
댓글: 오 고인물 횽이네~방송 잘보고있어요ㅎㅎ
댓글: 숲속각이네 이제 이히히히의 의견도 들어보자
댓글: 고인물 횽 뭐라도 좀 입어주세요...방송보는데 집중안돼요~좋아서ㅎ
#4. 트윗타
<북대륙 사건 애버노트 첨부합니다 북대륙 귀신 싫으신 분 블언블 해주세요>
글쓴이: 모든게불편한뎀린이
트윗: 세상에 놀라셨겠어요ㅠㅠㅠ 북대륙 귀신 비주얼 진짜 8ㅅ8...
트윗: (좋아요)(리트윗) 아는 분 북대륙 레이드.. 대박이다, 완전 존잘님! 금손님!
트윗: 유저들이 북대륙 배척하는게 어제오늘 일두 아니구.. 다들 지쳐보이네.. 난 북대륙 좋아하지만 거기 몬스터들은 감당하기 힘들겠찌이..ㅠㅁㅠ 모두가 각자 좋아하는 몬스터 잡는 세상이 왔으묜.. 이어서 타래로
#5. 페이크북
<현재 페북에서 난리난 용자의 북대륙 정복기~~ 차례대로 이히히히, 서리이빨, 씨어데블, 대망자~~ (사진)(사진)(사진)(사진+8장)>
글쓴이: 최태민
댓글: @김땡땡/ 나도 여기 가보고시퍼!!
↳답글: 웅 울쟉희!! 같이가자!! 오빠가 뎃구가줄게!!!
댓글: @이븅븅/ 여기 요즘 핫하던데ㅋㅋ담에 같이 ㄱ?
↳답글: ㄱ
댓글: @박댕댕/ 우리도 북대륙 뿌시러가자!
↳답글: ㅇㅋ오늘 북대륙 레이드 한판 죠진다
댓글: 이새끼들은 왜 맨날 난리나
#6. 잉스타
<북대륙 레이드 미지의모험 꼭성공한다 필사의각오 꼭잡고말거야>
#뎀스타그램 #북대륙 #이히히히 #서리이빨 #씨어데블 #대망자 #레이드 #솔플 #게임 #고인물 #인방 #히든퀘스트 #히든피스 #보상 #아이템
댓글: 여기 북대륙,, 가혹한 설산이네^^! 울 딸랑구랑,, 한번,, 가볼라다가 못갔던곳~~^^**
댓글: 북대륙 설경 너무 예뿌네요,,, 이히히히 몬스터도 내취향 이히히히~~^^
댓글: 북대륙 이뿐데 꽃이 없어서 쬐매 아쉽^^,, 장미꽃 한송이 놓구갑니다,, @>>-----
.
.
모든 커뮤니티와 SNS등지에 빠르게 퍼지고 있다.
고인물은 무료 동영상 1, 2부를 모든 인터넷 공간에 쏟아내고 있었다.
물론 유료 동영상인 부분은 후원결제가 가능한 특정 플랫폼에만 풀었지만, 그래도 각종 인터넷 사이트에 무서운 속도로 퍼지는 동영상 때문에 고인물에 대한 인지도는 게임 분야를 넘어서 무섭게 떠오르고 있다.
“…….”
송승우 팀장은 잠시 침묵했다.
그는 이내 무거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후원금 수익, 유료방송 수익은 이미 엄청나고… 이대로라면 광고 수익도 상상을 초월하시겠는데?”
결론은 나왔다.
이 스트리머는 무조건 유튜뷰에 붙잡아 놔야 한다. 독점 계약, 아니 최소한 선독점 계약으로라도 말이다.
뚜루루루-
송승우 팀장은 황급히 고인물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애석하게도 그는 전화를 받지 않는다.
“…게임 중이신가?”
그는 아쉬운 표정으로 핸드폰을 덮었다.
이내, 그는 고인물의 계정에 뜬 구독자 수를 살펴보았다.
맨 처음 골드버튼을 달았을 때와 비교해 3.5배 이상이 늘어났다. 이대로라면 정말 다이아 버튼도 꿈이 아니다.
그때.
송승우 팀장의 머릿속에 고인물이 했던 말이 떠올랐다.
‘제 제안을 받아주신다면 유튜뷰와 독점 계약 체결하겠습니다.’
그때 고인물이 했던 제안.
유튜뷰 코리아의 대표였던 박수한은 그것을 듣고 헛웃음을 지었었다.
‘적당히 알겠다고 하고 웃어넘겨.’
박수한은 당시 고인물의 제안을 미친 제안이라 생각하고는 별 생각 없이 고개를 끄덕였었다.
시상식에서 짧게나마 제안을 수락하겠다는 식으로 말하기는 했지만, 어디까지나 ‘빈말’이다.
송승우 팀장 역시도 방금 전까지는 박수한 대표와 비슷한 심경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이야기가 달라졌다.
고인물은 예전에 호언장담한 대로, 정말로 유튜뷰 계정을 만든 지 2년 안에 다이아 버튼을 따낼 기세다.
그렇게 된다면 그때 고인물이 했던 제안 역시도 충분히 검토해볼 여지가 있었다.
‘빈말’이 아니라 ‘정말’로.
이내.
송승우 팀장은 부하직원에게 말했다.
“부장님에게 보고해서 이사님이랑 미팅 잡아 놔.”
“네! 용건은 어떤 걸로 할까요?”
부하직원이 묻자.
“…….”
송승우 팀장은 잠시 멈칫했다.
약간의 침묵 끝에.
그는 확신을 가진 듯 또렷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유튜뷰 코리아의 ‘뎀’ 프로구단 창립 및 스폰 프로젝트.”
송승우 팀장의 말에 부하직원은 크게 놀란다.
하지만. 이것 자체는 그리 놀라운 이야기는 아니었다. 고위층에서는 꽤 옛날부터 이야기가 나왔었던 문제니까.
이내. 송승우 팀장은 말미에 살짝 덧붙였다.
“…그리고 감독 임명 건도 같이.”